나랏말싸미 (영화감상문)
지온 김 인 희
나랏말싸미 영화가 개봉되고 의견이 분분했다. 매체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무거운 의견을 다루고 있었다. 직장에서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지인들도 ‘그 영화 별루라고 해요.’ ‘아, 그거 재미없다고 했어요.’ 라고 친절하게 귀띔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간과하고 싶지 않았다. 감독의 말처럼 완성 시점에 대한 기록만 있을 뿐 언제, 어떻게 시작됐다는 기록은 없는 훈민정음.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순간이 위대한 이유와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는 그와 발을 맞추어 보고 싶었다.
영화의 시작은 계속되는 가뭄에 왕이 기우제를 지내는 신이 등장한다. 신하가 기우제 제문을 낭독하는데 언어가 우리글이 아니라 어려워서 알아듣지 못해 비를 내려주지 않겠다는 불평 섞인 대왕의 호령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왜나라 스님들이 조선은 불교를 누르고 유교를 받드는 국가이니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을 왜에 달라고 한다. 정종 때 왜에 주겠노라 약속한 것이라고 이번에 팔만대장경을 가지고 돌아가지 못하면 식솔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린다. 대왕과 대신들이 난처해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 소헌왕후 조언으로 신미스님을 부른다.
신미 스님이 왜의 스님들에게 한 말이 의미심장했다. ‘우리나라의 보물을 줄 수 없다. 너희도 가서 직접 만들어라. 직접 만들지 않으면 나무쪼가리에 불과하다.’ 신미의 설득력 있는 역설로 팔만대장경은 보존된다.
대왕은 신미를 만난 후 마음을 연다. 신미에게 별자리를 보여주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밤하늘의 별을 스물여덟 개의 별자리로 압축하여 나타내고 있듯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가장 아름다운 문자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모든 백성이 문자를 쓰는 나라. 중국을 능가하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신미는 처음에 문자가 소리를 담는 그릇이 되면서 소리를 죽이는 작두가 되기도 한다면서 대왕의 의견에 반기를 들지만 대왕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한글 창제에 힘쓴다.
한글 창제의 과정이 감동이었다. 글자의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알기 위해
발성을 하면서 손가락을 일일이 입에 넣어 위치를 확인하면서 연구한다. 당대의 어려운 한자는 백성들이 익히고 쓰기 힘들었기 때문에 점과 선만으로 다양한 글자의 조합을 만들어 소리를 적을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던 것은 대왕이 백성을 얼마나 사랑했는가 알 수 있는 단면이리라.
대왕이 반포를 앞두고 난처한 얼굴로 한글창제의 공을 유학자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말한다. 유학자들의 공으로 돌려야 천년이 가는 문자가 된다고 한다. 신미는 실망한 얼굴로 대왕은 왕의 탈을 쓴 거지라고 한다. 공자의 제자들에게 복걸하고 부처의 제자들에게 애걸한다고 화를 낸다. 대왕은 문자를 만드는 일보다 지키고 퍼뜨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신미는 고심 후에 유자들과 반포하라고 하면서 새 문자 사용법을 책으로 엮어 바친다. 그래야 문자가 오래간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대왕과 신미는 새 문자 이름을 ‘언문’이라고 일컫는다. ‘언’에는 속되다 뜻도 있지만 강하고 억세다는 뜻도 있다고 한다.
예상했던 대로 대신들의 반대가 불일 듯 했다. 중국을 거스를 수 없다고, 어찌 천한 중하고 문자를 만들 수 있었냐고, 중국에서도 노발대발할 것이라고, 대대로 내려온 글을 어찌할 것이냐고. 대왕은 ‘자신은 유자도 아니고 불자도 아니다. 대신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늙고 병든 자’라고 하소연한다. 대왕은 한글창제 반포 서문에 108자로 뜻을 밝힌다. 대신들은 유자답게 거룩한 이름‘훈민정음’으로 명명하면서 거대하게 한글창제 반포를 한다.
신미는 영화 마지막에 결론짓는 말을 한다. 대왕께서 서문에 108자 쓴 마음으로 자신에게는 충분하다. 백팔번뇌 떨치라는 뜻 아니겠는가? 언문은 주상이 펼친 ‘팔만대장경’이다.
나는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숨을 쉴 수 없었다. 너무도 가슴 벅찬 감동을 주체할 수 없었다. 소갈증을 앓는 대왕은 무리하면 안 된다는 의관들의 충고를 아랑곳 않고 오롯이 백성을 위해서 한글 창제에 혼신을 쏟는다. 그런 대왕을 내조하면서 힘과 용기로 부축하는 소헌왕후의 소신도 빛났다. 당연 일등공신은 신미스님이었다. 한글창제에 혼신을 쏟아 붇고 천 년 가는 문자가 되기 위해서 모든 공을 대신들-유학자-에게 돌렸으니 말이다.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외세의 침입으로 어려운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의 의지를 한 곳으로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 혼란 가운데 안정을 찾게 해준 위대한 힘이었다. 대왕이 펼친 문자를 팔만대장경이라고 한 말이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나는 오래 전부터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세계 어느 나라 문자가 만들어진 시기가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수학적으로 있을까? 언젠가부터 자주 쓰는 글이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은 되새김 할수록 고개가 숙연해진다. 그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 잉태하고 세상에 태어난 우리 문자.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한글. 나는 가장 빛나게 가장 아름답게 노래해야겠다. -지온-
** 영화를 관람하면서 효와 인성 수업에서 만난 최태호 교수님 생각이 났다. 수업 중에 교수님께서는 사극을 시청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역사의 팩트와 다르게 방송되는 것이 불편하다고 하시면서. . .
영화 나랏말싸미를 어떻게 평가 하실까? 사뭇 궁금하지만 내 감동이 사라질까 두렵기도 하다^^
첫댓글 팩트를 윤색 하고 각색합니다. 영화란 팩트보다 위대 해질수 있는습니다. 영화를 보는 이유 이기도 합니다. 내용이 모두 팩트인양 착각 하게 만드는 기술 , 감독의 재능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