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과 기독교>라는 주제로 여기 저기 강의해 온 지도 1년이 다 되어간다. 최근에는 시애틀 지역 EM들을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주 지역의 한인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학 기술이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아직 잘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특히, 블록 체인에 대한 부분은 더 그렇다. 강의할 때마다 블록체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한결같이 금시초문이라는 표정들을 한다. 그런데 비트 코인을 아느냐고 물으면 꽤 아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지니스 하는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비트 코인은 블록 체인을 응용하여 나온 인터넷 화폐인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인 것 같다. 4차 산업 혁명 기간 중 인공 지능과 같은 과학 기술 혁명만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이라고 명명된 경제계의 기술 혁명이 어쩌면 더욱 큰 변화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미래의 인간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줄 3가지를 꼽으라 하면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블록 체인이라고 말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그 만큼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혁명적 변화이다.
블록 체인이라는 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한마디로 데이터를 분산 관리하는 새로운 신뢰 시스템이라 볼 수 있다. 신뢰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신뢰 시스템의 대표적 기관인 은행을 예로 들어보자. 은행이라는 곳은 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신뢰와 안전이 생명이다. 고객이 맡긴 돈의 거래가 정확하고 신빙성있게 되지 않는다면, 그래서 최종 결과인 잔고의 정확도를 신뢰할 수 없다면 어느 누가 은행에 안심하고 돈을 맡기고 거래하겠는가? 더구나 외부의 해커가 그 시스템에 들어가서 거래 내역과 잔고를 조작한다거나 시스템을 마비시켜 다운되는 사례가 있다면? 혹은 9.11테러와 같은 참사로 건물이 붕괴되고 전산망이 파괴되어 은행 거래 데이터가 송두리채 사라져 고객의 거래 내역 등이 없어진다면? 아마도 그 은행은 망하게 될 것이다.
은행의 신뢰 시스템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선명하고 명확하게 납득할만한 거래 내역이 항상 유지되어야 하고 그 최종 잔고가 항상 정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에서는 이러한 신뢰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하여 작게는 수백만불, 많게는 수억불의 돈을 투자하여 전산 서버의 백업, 레플리케이션, disaster recovery 등을 한다. 그리하여 어느 한 곳이 잘못되어도 다른 곳에서 recovery가 가능하도록 구축한다. 또 보안 등에 신경을 많이 써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이중 삼중의 장치를 해 놓는다. 그러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앙 서버는 한 곳으로 모아놓는 Centralized System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구중 궁궐의 세자마마를 보호하기 위하여 이중 삼중으로 보호막과 병사들을 배치해 놓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블록 체인은 역발상 개념이다. 거래 내역이 오픈 관리된다. 거래하는 내역들이 블록이라는 것으로 선명하게 묶여져서 동시에 수천군데로 분산되어 저장된다. 개인의 거래 내역이 공개된다는 뜻이 아니라 거래가 공개 관리된다는 뜻이다. 거래 히스토리가 블록으로 묶여지기 전에 정확한 것인지 확실하게 컨펌되고 그 후에 그 transaction이 선명하게 묶여진다면 아마 신뢰도가 100%에 이를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transaction이 수천군데에 동시에 분산 저장되어진다면 악한 마음으로 이 거래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조작하려면 수천군데의 서버를 동시에 조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어느 한 두 곳이 문제가 생겨도 복구하는데 문제가 될까? 그래서 블록 체인을 이용한 공개 분산 신뢰시스템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평이 나기 시작했다.
사토시 나카모도라는 가명의 한 천재가 2008년에 불과 몇 장짜리 논문을 발표하여 블록 체인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고 또 그 스스로가 이 개념을 이용하여 비트 코인이라는 인터넷 화폐를 창시하였다. 어느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 통제하지 않고 블록 체인이라는 신뢰 시스템에 의하여 고객 간에 직접 거래(Peer-to-peer business)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인터넷으로만 관리될 수 있는 이 화폐는 금년에 일본과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화폐로 선언하면서 그 가치가 더 부각되었다.
2010년에는 비트 코인 10,000개를 주어야 피자 두개를 사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그 사용량이 미미하였는데 지금은 개당 $2,500을 돌파하면서 같은 10,000개의 값이 2천 5백만불이 되었다. 2010년에 피자 두 개값(약 5불정도)으로 비트 코인 10,000개를 사두었다면 7년 후 지금 2천 5백만불을 가진 거부가 되었다는 말이다. 금년에 일본과 한국에서 신뢰할 수 있는 화폐로 지지하면서, 또 이것을 취급하는 업소가 많아지면서 그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골드막 삭스는 앞으로 50%이상 더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보았다. 비트 코인을 잇는 새로운 인터넷 화폐 이더리움도 금년 초만해도 개당 $10불 선이었지만 지금은 $300 가까이 오르고 있다. 새로운 대박 상품으로 광풍이 불고 있다. 이것이 모두 블록 체인을 이용한 FinTech(Financial Technology) 상품이다.
블록 체인은 인터넷 화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신뢰 시스템이 요구되는 모든 곳에 응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응용사례를 소개한다.
첫째, digital identity이다. 블록 체인으로 인한 신뢰 시스템이 구축되면 Passport, Birth Certificate, Wedding Certificate, ID 등 각종 Certificate이 필요한 부분을 digital identity로 대치할 수 있다. 위조나 사기가 불가능한 정말 안전한 ID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여권이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여권을 만들 수 없고 ID도 없을 수 있는 난민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국가가 없는 경우와 동일하므로 자신을 증명할 만한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출생이 블록 체인으로 구현된다면 다른 어떤 ID 없이 본인의 확실한 digital identity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무디스에 의하면 국가의 Record Management, Identity Management 등이 앞으로는 블록 체인을 이용하여 관리 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영국에서는 이미 각종 행정 업무, 공과금 수납, 과징금 징수, 납세, 시민 행정, 여권 발급, 토지 등기 등에 블록 체인을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온두라스는 각종 부정과 조작이 난무하던 폐습을 방지하기 위하여 토지 대장 관리와 공공 거래 정보에 이 블록 체인을 도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키없는 전자 서명에 사용되고 우크라이나는 투표 관리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의 홀벗슨 학교에서는 각종 학적 관리에 블록 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투표에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부정 투표, 기록 유실, 파울 플레이 등의 부정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둘째, 국제간 송금 시스템이다. 현재의 국제간 송금 시스템은 거의 100년 이상 지속되어온 비능률적인 시스템이다. 중간 은행을 몇 번씩 거쳐야 하고 수수료도 비싸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블록 체인을 이용한 송금 시스템은 돈을 송금하는 사람과 받을 사람 사이에 은행의 개입없이 직접적으로 실시간으로 가능하다. 송금 수수료도 무료이거나 지금 수준의 10분의 1, 혹은 100분의 1정도로 싸지게 된다. ABRA는 이미 이 기술을 활용하여 송금이 이뤄지고 있다. Transfer fee가 무료이다. R3 CEV는 바클레이, 골드만 삭스, J.P 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모건 스탠리, 도이치 뱅크, 호주은행, HSBC 등 세계 굴지의 70개 은행의 콘소시움으로 만들어진 회사인데 블록 체인을 활용한 시스템을 선점하기 위하여 2014년 세워 졌다. 블록 체인을 활용하지 않으면 기존의 은행 대부분이 파산할 것으로 예측하는 경제학자들도 다수 있다.
셋째, smart contract라 일컬어지는 응용분야이다. 집이나 비지니스를 사고 팔때 우리는 에스크로를 이용한다. 에스크로 회사에서는 우리를 대신해서 사고 팔기 전에 모든 조건들을 조사해서 무리가 있는 지를 확인해 준다. 우리는 에스크로 회사를 믿고 거래를 성립시킨다. 스마트 콘트렉트라는 것은 이 중간 단계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신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모든 조건이 성립되는 지를 컴퓨터 알고리즘이 확인해 주면 거래가 자동으로 성립되게 하는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모기지 payment를 했을 때 모기지 보유자의 잔액이 업데이트되는 것, 보험 회사와의 계산, 재산세, IRS와의 정산 등 모든 것들이 은행의 중간 개입없이 컴퓨터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해줄 수 있게 된다. 이 스마트 콘트렉트는 모기지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역 거래, 데이터 레코딩, Title recording, Supply Chain, 자동차 보험, 임상 실험, 암 리서치, 법률 분야 등등 활용 범위가 굉장히 넓다.
지면관계상, 3가지 밖에 예를들지 못했지만, 이 밖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 응용 분야는 사이버 보안, 자동차 리스 분야, 온라인 뮤직(저작권 배분), 증권 거래, 부동산, 보험, 헬스 케어, 에너지 관리, 스포츠 관리 등등 그야말로 많은 부분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록 체인은 미래를 바꿀 3가지 기술에 해당한다. 넷스케이브 개발자 마크 앤드리슨은 앞으로 미래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장악할 것이다" 고 하였는데 이 소프트웨어 속에는 블록 체인 개발 소프트웨어도 당연히 포함된다. 믿음의 부모들은 우리 후손들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길 원한다. 신약 성경 안에 믿음에 대한 구절은 215개, 구원에 대한 구절은 218개가 있지만 금전과 재정의 청지기직과 책임에 대한 구절은 2,084개가 있다. 예수님의 38개 비유 중 16개가 금전과 관련이 있다.
마태복음 6장 21절에는 “네 보물 있는 그 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고 되어 있다. 예수님이 미리 아셔서 금전과 그에 대한 사고방식을 이렇게 중요하게 말씀하셨건만 우리는 믿음의 후손들에게 금전에 대한 어떤 개념을 가르치고 있는가? 교회에서 십일조하라는 이야기를 할 때 과학 기술 시대에 걸맞는 재정관을 동시에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Fin Tech라는 신조어, 신개념이 생겨나고 그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블록 체인도 결국 재물과 서비스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대한 테크놀로지이다. 교회는 이 시대적 재물관 앞에서 그 어떤 일인가를 해야 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과학 기술의 혁명적 발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혁명적인 사상과 세계관의 변화도 예고된다.
4차 산업혁명의 과학 기술 발전이 기독교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안을 들여다 보면 바벨탑을 쌓던 인본주의가 들어 있고 엄청난 맘몬이 들어 있고 극도의 편리주의가 있고 현실주의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신론도 들어 있다. 이러한 것들이 기독교에 도움되는 사상일까? 더 큰 문제는 그 인본주의를 아무도 막을 수가 없고 엄청난 맘몬은 건강도 치유하고 행복도 가져다 주고 안락함을 주고 오래 살게 하기도 한다. 맘몬의 영역이 엄청 넓어져서 하나님의 역할을 점점 많이 대신한다. 우리의 많은 젊은이들이 학교와 직장에서 온통 여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 이 과학 기술혁명 시대에 승자가 되면 엄청난 금전적 보상도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실에 빠져 혹은 과학 기술이 상당 부분 자기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어 교회 갈 필요를 못 느끼는 것, 영원의 문제에 무관심해지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일 무서운 부정적 측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사람은 하나님을 자기 힘으로 삼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 재물의 풍부함을 의지하며 자기의 악으로 스스로 든든하게 하던 자라 하리로다”(시편 52:7)
이 과학 기술시대에 젊은이들을 다 잃지 않으려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