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계림(Guilin)에 가다
*12/31일(1일째)
중년의 나이에 연말이 특별할 수 있겠나...부담 없이 떠날 수만 있다면 그게 어느 때여도 상관없다.
‘꽃보다 청춘’을 보고 라오스 방비엥을 다녀왔듯, 이번 여행은 신서유기3에 나오는 계림을 보며 계획을 세웠다.
신서유기3에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안재현, 규현, 송민호 6명의 출연자들이 계림을 여행하며 각종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리는데, 카르스트 지형이 만들어낸 수많은 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이강을 보는 순간 내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은 늘 그렇듯 도착하는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3남매에 형부, 올케, 이모, 조카 7명의 한 가족과 그리고 나까지 8명이 이번 여행의 동반자이다. 오랜만에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챙긴 후, 계림양강국제기장(구이린량장국제공항)에는 2017년 마지막 하루를 불과 몇 분 남기지 않은 시각에 도착했다. G2 경제대국인 중국의 공항 출입국 심사원의 녹색 제복에서 사회주의국가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계림의 밤 날씨는 한국의 늦가을이나 초겨울 같다. 25인승 버스는 규정 속도인 60km로 40여분을 달린 끝에 호텔에 도착한다. 지하 룸싸롱에서 나온 접대부들의 흐트러진 모습이 이방인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1/1(2일째)
이른 아침, 식당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의 조언대로 쌀국수부터 맛보기로 하는데, 무슨 고기인지 이 느끼한 향은? 아~ 탄식이 절로 나온다. 나름 현지식을 잘 먹는다고 생각했는데...아침은 방울토마토 몇 개, 빵 한 조각, 블랙티로 대신한다. 찐 taro(왕토란)조차도 입맛에 맞지 않아 한입 베어물고는 그대로 내려놓는다.
용호공원과 복파산을 둘러보고 발마사지로 쌓인 피로를 푼다. 첩재산을 오르자 계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흐린 날씨가 원망스럽다. 저녁에는 산수간쇼를 보는데 미얀마나 태국의 전통쇼와 달리 스케일이 작고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1/2(3일째)
어제 조식 때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려 오늘은 철저히 현지식을 배제하고 흰 쌀죽에 스크램블, 만두 한 개, 그리고 과일 몇 가지로 간단히 해결하고 진한 커피향을 음미하며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관암경치구 초평촌에 도착하여 이강을 유람하기 위해 유람선에 오른다. 이강을 수놓은 2층, 3층의 유람선들이 종이배처럼 아담하게 느껴진다.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육지에서 보는 기분이다.
양삭으로 가는 길에 세외도화원에 들러 한폭의 수묵화 안으로 빠져든다. 보이는 첩첩산중이 화선지 위에 그린 그림이다. 저녁 식사 후 장이모 감독이 연출했다는 세계 최대의 수상공연인 인상유삼제가 이강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1/3(4일째)
오늘은 커피향이 구수한 게 된장맛이 난다. 은자암동굴을 관람하고 계림을 거쳐 용승으로 이동하였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다랭이논을 직접 체험하는 순간이다. 짙은 안개로 대부분의 풍경이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가 정상부근에 이르자 실체가 드러나 보였다. 경사면을 따라 띠를 두르듯 나이테 모양으로 만들어진 논 하나의 폭이래야 밭으로 하면 고구마 밭두둑 두 개 정도 나올까 싶을 정도로 협소한 지형이지만, 농사를 짓기 위한 인간의 노력에 경외감이 든다. 정상까지 이어진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는 다랭이논 풍경은 다시 찾고 싶은 촬영지이다.
*1/4(5일째)
용승온천에서 온천욕을 아침으로 미루었는데, 눈을 떠보니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계림으로 이동하여 점심식사 후 리프트를 타고 요산에 올라 첩첩이 쌓인 비경을 감상한다. 간간이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우산공원을 둘러보고 마지막 일정으로 양강사호의 야경을 유람선으로 관람하니 출국시간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일정에 없던 전신마사지를 받고 공항으로 이동한다.
*1/5(6일째)
새벽 5시가 조금 지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일행들과 헤어져 겨울 한파를 온몸으로 느끼며 공항철도에 무거운 몸을 싣는다.
사진가로서 이번 여행의 평점은
★★★☆☆
이다.







·환율 : 1위안에 163원이니 10위안이면 한국 돈으로 1600원 정도이다
첫댓글 가운데 빨강 배들은 뭐지?신비하다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공연같은데, 양끝을 연결한 천인데 조명 때문에...
@누디스트 그렇군ᆢ
춥다
@sOng 올 겨울엔 겨울풍경 좀 찍으려고...이번 주말엔 근처에서 다음주 토욜엔 춘천엘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