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자(漢字)
이야기(3)
敬仁 金鍾煥
6월호에서 예고한 그대로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咸興差使>를
소개합니다.
함흥차사(咸興差使)란 조선을 건국한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와 태조의 셋째 아들인
태종(太宗) 이방원(李芳遠)과의 일화(逸話)가 있는 너무나 유명한 고사성어입니다.
함흥차사의 뜻은 '[한 번 심부름을 가면 깜깜 소식이라는 뜻으로] 심부름을 가서 소식이 없거나 더디 올 때 쓰는말'입니다. 태조 이성계는
3남인 이방원이 일으킨 왕자의 난에 절망하여 고향인 함흥으로 돌아갑니다. 3대 왕이 된 태종 이방원은 자신의 명분은 얻기 위해 아버지 이성계를
한양으로 모셔오기 위해 사신(使臣)을 여러 번 보냈으나, 사신은 죽임을 당하거나 또는 감금을 당하여 늦게 돌아온 일에 비유하여 나온 말로
입니다. 이것이 咸興差使로기록되어, 지금도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사성어(故事成語)는 4字로 되어 있기에 흔히들 고사성어를 사자성어(四字成語)라고 하나, 4字로 된 고사성어는 4자성어가 될 수
있으나, 4字로 되었다고 해서 모두 故事成語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사성어로 인정받으려면 고사(故事)가 있어야 합니다. 故事란 '연고가 있는
일이란 뜻'으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내력 있는 일, 또는 그것을 나타낸 어구(語句)'로 국어사전에서는 풀이되어 있습니다. 풀이를 보면
어려운 것이 많지요? 우리나라 국어사전의 특징은 모르는 단어보다, 단어를 풀이를 해 놓은 설명이 더 어려운 것이 많음도 학생 여러분은 이해하기
바랍니다.
역사에서 가정(假定)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태종은 형제들을 대부분 죽이고 조선의 3대 왕이 되었습니다. 형제들을 죽인다는 것은 인륜으로
해서는 안되는 패륜이지만, 태종이 임금이 되었기에, 뒷날 태종의 3남인 세종대왕께서 1443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創製)하고, 1446년 반포(頒布)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역사는 비정하지만 재미도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학생 여러분은
형제자매(兄弟姉妹)간에 사이좋게 지내기 바랍니다. 형제자매가 우의있게 지내면 부모님이 기뻐하실 것입니다. 그리고 <훈민정음>을 한글로
부르는 것은 세종대왕을 무시하는 불경(不敬)임을 알아야 합니다. 세종대왕께서는 <訓民正音>을 만드셨지 <한글>을 만들지
않았았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은 한글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십니다. 그때는 '한글'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咸興差使(咸 다함, 같을함, 땅이름함 / 興 일흥, 일어날흥, 일으킬흥, 땅이름흥 / 差 사신보낼차, 다를차, 어긋날차 / 使 사신사,
부릴사, 사신보낼사)
'다 咸'자를 보면, 글자 속에 한일(一) 밑에 입구(口)자가 있습니다. 이 두 글자를 합하면 뜻지(旨)의 옛날 글자 즉 고자(古字)가
됩니다. 다咸자란 인간의 뜻을 수실로 장식한 창으로 모두다 지켜야 한다는 뜻이 내포된 한자(漢字)입니다. 사람은 뜻을 지켜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컴퓨터에서는 뜻旨의 고자가 지원되지 않아 나타낼 수 없지만 입口 위에 한一일 있습니다.)
'일 興'자를 보면, 가운데 한가지同자가 있습니다. 이 同자 안에도 뜻旨의 古字가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 멀리 가더라도 뜻을 같이 하면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한가지 同자를 둘러싸고 있는 글자는 모두 손의 뜻을 가진 손手의 옛날 글자입니다. 同자의
좌우에 있는 한자는 절구구(臼)처럼 보이나, 이 글자는 '양손으로잡을국'으로 왼쪽도 손이고 오른쪽도 손의 뜻입니다.(컴퓨터가 무식하여 이 한자를
지원하지 않기에 매우 아타깝습니다.) 그리고 아래에 있는 밑스물입(卄)이란 글자 또한 양손의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이나 가정이나 국가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한마음으로 손을 모아 일을 하면 일어난다는 뜻입니다.
'사신보낼 差'자는 '다를차, 어긋날차'가 대표훈과 음이나, 여기서는 어긋난 일이나 다른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사신을 보낸다는 뜻입니다.
한자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뜻의 변화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差자가 다르고, 어긋난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은 글자의 위에 있는 양(羊)자의
꼬리가 떨어졌거나 굽었기에 꼬리가 정상적으로 달린 양과는 다르다는 뜻이 된 것이고, 이 글자를 뒤에 사신을 보낸다는 뜻으로 가차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羊의 꼬리가 굽어져 있기에 장인공(工)이라는 자를 가지고 굽은 정도를 재어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工자는 장인들이 들고
다니는 큰 자를 뜻합니다. 그래서 큰 자인 工에다가 들고다닐 수 있도록 손잡이를 붙인 글자가 클巨자인 것입니다. 그런데 클巨자의 모양이
이상하지요? 클巨자의 부수가 장인工입니다. 그러니 클거에는 장인工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바른 漢字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모르는 어른을 보면
답답합니다.
'사신 使'자를 보면 '사람人변'에 '아전리(吏), 벼슬아치리(吏)'자가 있습니다. 아전이나 벼슬아치는 지금의 공무원과 같습니다. 그러니
이 글자는 사람이 관리를 부린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대표훈음은 '부릴使'인 것입니다. 벼슬아치를 사신으로 보내니 이 글자를
가차하여 '사신보낼使'로 사용한 것입니다. '아전吏'자에도 한一자와 입口자 즉 뜻旨의 古字가 있습니다. 아전이란 윗분의 뜻을 받아 손으로 일을
한다는 뜻이 들어있는 것입니다. 한一자와 입口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글자는 손手자의 변형이기 때문입니다. 한자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자를 재미있게 공부하려면 부수한자를 알아야 하고, 부수의 변형 한자도 같이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저의 컴퓨터는
멍청한지, 제가 아는 한자를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한자를 잘 아는 똑똑한 컴퓨터가 있으면 학생 여러분에게 더 실감나게 설명할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해 대단히 미안합니다.)
형제들을 죽이고 조선의 세번째 왕이 된 이방원은 자신의 명분을 세우기 위해 아버지
이성계를 모시려고 함흥에 사신을 보냈고, 사신으로 간 사람들은 대부분 죽임을 당하거나 늦게 돌아왔기에 함흥차사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고사성어를 많이 아는 사람은 유식하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리고 고사성어는 길게 이야기할 것을 2자나 3자나 4자의 글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기에 현대는 물론 영원히 그 가치가 높은 것입니다.
"심부름을 보냈더니 咸興差使가 되었나?" 이런 학생이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부모님이나
선생님께서 심부름을 시키면 바로 알려주는 지혜로운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다음 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우이효지(尤而效之)>란 고사성어를
소개하겠습니다.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서 꼭 알아야 하는 고사성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