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1학기가 끝났다. 1학기에는 이재철·박득훈·김지철 목사, 손봉호 교수와 함께 '설교'가 무엇인지 재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2학기는 '묵상과 해석의 과정'이라는 주제로 공부한다. 1학기에서 설교가 무엇인지 이해했다면, 2학기에서는 설교의 뿌리가 되는 성경 묵상과 해석을 공부하기 위해서이다.
▲ 설교 학교 2학기 첫 시간. 5월 11일 박대영 목사(광주 소명교회)가 '묵상 여정의 동반자 ― 성령과 공동체'라는 주제로 공부를 인도했다. "설교의 위기는 묵상의 결여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2학기의 첫 시간은 5월 11일 박대영 목사(광주 소명교회)와 함께했다. '묵상 여정의 동반자 ― 성령과 공동체'라는 주제였다. "설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왔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멀리 광주에서 왔다며 설교 학교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전도사, 잠시 사역을 쉬는 동안 설교를 공부하고 싶다는 목사, 모두 좋은 설교자가 되고 싶은 마음을 안고 설교 학교에 참석했다.
박대영 목사는 한 가지 질문으로 강의를 열었다. "설교의 위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될까?" 이에 박 목사는 "묵상이 결여된 설교에서 위기는 시작한다"라고 했다. "너무 잦은 설교, 너무 빈곤한 성경 이해, 너무 빈약한 신학적 토대가 설교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이런 한국교회의 토양 위에서는 깊은 묵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 박 목사의 문제의식이다.
"묵상이 없는 가벼운 설교와 결별해야 합니다. 묵상이 만드는 설교, 묵상으로 만드는 설교가 필요합니다. 목회자는 묵상을 위하여 속도를 늦추고, 고독을 자처하고, 깊이 기도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묵상의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박대영 목사는 '본문'과 '성령'에 더 가까워져야 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본문에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가, 얼마나 성령의 사람이 되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설교자는 그만큼만 설교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많은 설교자들이 설교 기술과 커뮤니케이션에 신경 쓰지만 정작 본문 자체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본문에 설교자의 마음과 고민과 기도를 담아 묵상하면, 성령께서 반드시 그 본문을 사용해 말씀하신다고 말했다.
'성령의 인도하심'에 대한 강조가 계속됐다. 박 목사는 "설교자는 일상에서 끊임없이 묵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강단에 섰을 때 성령이 이끄는 설교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목사는 "성령의 인도하심을 통해서 묵상으로 다져진 설교가 나온다. 평소 묵상을 하는 설교자에게 성령께서 자유롭게 역사하신다"고 말했다. 성령의 개입을 통해 수면 아래에 있던 경험, 신학, 사상들이 응축되어 설교로 나온다는 것이다.
▲ "설교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왔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이어서 박 목사는 설교와 공동체의 관계에 대해서 짚어 나갔다. 설교자에게 묵상할 것은 다만 성경만이 아니다. 설교자는 설교를 듣는 공동체 역시 깊이 묵상해야 한다. 설교란 '본문–설교자'의 만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본문-설교자-공동체'의 유기적인 문맥 속에서 결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공동체를 떠나서는 설교할 수 없는 의존적 존재이며, 공동체를 외면하기 시작할 때 허공에 외치는 메아리밖에는 낼 수 없다. 박 목사는 이런 설교의 메커니즘을 "설교자는 본문과 공동체를 해석하고, 청중은 설교와 설교자를 해석한다"라고 표현했다. 결국 설교자는 공동체를 떠나서 설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박 목사는 '편파적인 설교'를 종용하기도 했다. "설교는 공동체를 위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때문에 모든 설교는 편파적입니다. 이것은 공동체 지향의 성경 해석과 적용을 의미합니다. 설교자는 공동체를 위하여 설교를 작성해야 합니다. 청중들의 구미를 만족시켜 주는 설교는 안 되지만, 공동체의 상황을 고려한 설교는 꼭 필요합니다."
80여 분의 강의가 끝났다. 강의 내내 박 목사는, 손쉬운 요령보다 오래 그리고 멀리 걸어가야 하는 정도를 가르쳤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좋은 질문이 뒤따르는 모양이다. 뒤이은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이 쏟아졌다.
참석자: 목사님이 성경 묵상과 함께 사람 묵상, 세상 묵상을 언급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 목사: 목회자들의 '인간 이해'가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을 한다. 무조건 '말씀만으로'를 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신화에 가까운 말이다. 기본적으로 인문학 공부를 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독서를 오랫동안 해 왔다. '세월호 사건', '네팔 지진', '5·18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의 현장을 잊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잊지 않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도 해야 한다. 그럴 때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좋은 동네 교회 하나를 세울 수 있다.
참석자: 본문을 공부하면서 때때로 본문의 '답'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박 목사: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한 본문을 볼 때 성경 전체가 컨텍스트(Context)이다. 예를 들어, 잠언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잠언은 상황윤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잠언을 율법처럼 적용하는 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성경 전체에서 잠언을 봐야 한다. 이렇게 성경을 입체적으로 보려면 큰 문맥을 알아야 한다. 지금은 어떤 본문에 대해서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성경 전체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고 깊어지면 어떤 본문을 다루더라도 공평하고 균형 있게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참석자: 묵상과 큐티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복음과 하나님나라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하셨는데, 보충 설명을 듣고 싶다.
박 목사: 묵상은 해석 중심이냐 적용 중심이냐에 따라 나뉘고, 혼자 하느냐 공동체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이 혼자 적용 중심으로 하는 것을 '큐티'라고 하고, 공동체가 적용 중심으로 성경을 보는 것을 '묵상 나눔'이라고 한다. 또 회중이 적용 중심으로 성경을 보는 것을 '설교'라고 한다. 다양한 방법이 있다. 성경을 읽는 분도 있고, 설교를 통해서 충분히 묵상하는 분이 있고, 경건 서적을 통해서 묵상하는 분도 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모두 성경을 가지고 묵상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서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일반 은총의 영역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바가 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모든 곳이다. 교회 안에서만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아니라, 온 세상과 전 영역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성경의 관점이고 그 핵심이 복음과 하나님의 나라이다. 하늘 뜻이 어떻게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지 알려면 그 관점에서 세상을 재해석하고 다시 진술해야 한다.
▲ 설교자에게 묵상할 것은 다만 성경만이 아니다. 설교자는 설교를 듣는 공동체 역시 깊이 묵상해 공동체의 상황을 고려한 설교를 해야 한다고 박대영 목사는 강조했다. 80여 분의 강의 뒤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2학기가 진행 중이다. 6강은 5월 19일, 동교동교회에서 음동성 목사와 함께한다. 주제는 '일상의 영성이 말씀 묵상과 만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