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 탕웨이가 주연한 천재작가 샤오홍 천재의 불꽃을 태우다
지난 10월 19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결혼 행사 자체를 무척 피곤해 하던 우리 부부는 결혼 기념일을 고통의 날로 기억해서 그런지 자꾸 잊어버립니다^^ 4.19랑 비슷하니 10.19를 외우자..할 정도로 외워야 기억이 나는 날이지요. 우리는 요번 겨울을 대비해서 마늘 찧는 커터기와 김치 냉장고를 하나 더 추가로 구입을 하고 3시간 짜리라는 영화를 보러 갑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으시다는 벌레아빠님 http://blog.naver.com/thinkingbug 의 고마운 포스팅을 성실하게 읽고 미리 예습을 하고 갔습니다.
자아~ 황금시대 포스팅 들어갑니다. 우리 부부가 나눴던 이야기를 올려볼께요.
1)10년의 시간, 100권을 작품을 썼다면 일년에 10권, 한 달에 1권인데,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작가는 집필 노동자라는 말이 맞네요. 우리 부부도 책을 쓰려고 작정한 이후, 책 쓰는 사람이 정말 대단하다고 절감하고 있는 중입니다.
2) 부부 작가인 남편샤오쥔과 아내 샤오홍의 갈등의 핵심은 뭘까요? 작가적 재능에 대한 샤오쥔의 질투도 보이고요, 샤오홍은 샤오쥔이 자신의 재능에 반했다는 말에 글을 쓰지 않으면 나는 매력을 잃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을 거 같아요. 영화에서는 샤오쥔이 샤오홍을 두고 외도를 두 번이나 합니다. 허걱, 원푸리도 저의 글쓰기 재능에 질투하면서 외도하면 어쩌죠? ㅋ..우리 부부는 부부 블로거라 초록손이 글이 더 좋다, 원푸리 글이 더 좋다..등등의 반응을 접할때, 묘한 생각이 들때도 있기는 하지만요. 저는 원푸리가 글을 더 많이 쓰고, 그 시간에 저는 이 책도 읽고 싶고, 저 책도 읽고 싶으니 제 취미인 독서나 하면서 살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어요. 원푸리는 저 더러 의존적인 생각이라고 뭐라뭐라 합니다만^^ 샤오쥔의 외도로 괴로워하는 샤오홍을 보면서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도 생각나더라구요.
3) 1930년대 중국 역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영화입니다. 샤오홍은 1911년에 태어나 1942년, 31살에 요절합니다. 작가로서 등단한 시기가 1932년에서 1942년, 십년동안 입니다. 중국 홍군의 대장정이 1934년~ 1935년에 일어났고, 중국은 안팎으로 힘든 시기입니다. 한 편으로는 일제와 싸워야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장제스와 마오쩌둥이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던 시대입니다. 작가군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그 당시의 문학관을 가져야 했고, 그 전쟁과 혼란의 시기에 자신의 세계관이 극명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4)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중국 역사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하고 싶어졌습니다. 중국 역사에 원래 관심이 많았지만 '중국대장정'이라는 다큐도 보고 싶고요, 샤오홍이 쓴 작품 중 번역된 '생사의 장'이나 '후란강 이야기' 도 읽고 싶어집니다. 원푸리가 또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거 파고, 저거 판다고 혼낼 것이 뻔합니다. 지금은 홈스쿨링 책 쓰기에 집중할 때 입니다 ㅠㅠ 인생, 붉은 수수밭, 색계, 패왕별희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명확한 정리가 제 머릿속에 있어야겠더라구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공부하고 싶은 영역입니다. 예전에 읽은 '8억인과의 대화'와 얼마전에 읽은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중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무척 도움이 된 책입니다.
5)샤오쥔과 딩링이 결혼해서 여덟명의 아이를 낳고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영화에서 살짝 언급이 되던데요, 홍군의 유격대로 들어가서 홍군의 대장정을 기록하는 글을 쓰려는 작가 딩링은 유격대로 들어간 샤오쥔과 정치적으로 잘 통하는 작가부부가 되었겠구나.. 싶더군요. 정치에도 역사에도 관심 없다는 샤오홍은 보다 인간의 본질에 깊숙히 들어가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싶고요. 샤오홍의 글을 읽고 싶은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네요. 샤오홍이 부르조아라고 말할 정도인 두무한과 결혼하는 것을 보면, 샤오홍은 자기 방식의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환경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6) 제목이 황금시대인데, 허안화 감독은 어떤 메세지를 담고 싶었을까요? 우리 부부는 이 부분에서 무척 머리가 아팠습니다. 어려워서요. 샤오쥔의 외도와 폭력으로 부터 잠시 벗어나기를 바라며,샤오홍의 재능을 더욱 인정하는 루쉰은 샤오홍으로 하여금 일본으로 가서 미치도록 글을 쓰는 환경에 있도록 주선합니다. 루쉰은 아큐정전을 쓴 그 유명한 중국의 지식인이자 문인입니다. 샤오홍은 일본에서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외롭지만 자유롭게 글을 쓰는 이 시대를 자신의 황금시대라고 부릅니다. 덧붙이는 대사가 의미심장하던데요, 그러나 새장속에 갇힌 듯 하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에게도 황금시대가 있겠지요, 자신만의 관점으로 미치도록 글을 쓰거나, 미치도록 일을 하거나, 미치도록 삶을 살아가는 그 모오든 인간의 행위는 자신만의 황금시대이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자신의 고유한 관점에 자신을 가두는 새장속에서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나저나 우리도 새장속에 갇혀 홈스쿨링 책을 어서 써야 한다는^^
7) 영화에서 샤오홍은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합니다. 한 번은 약혼자의 아이, 한 번은 샤오쥔의 아이이지만 두 아이의 출산은 혼자 병원에서 하는데, 첫 아이는 버리고 두 번째 아이는 발작으로 죽었다고 하는데 좀 애매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일찍 부재했던, 가부장적인 질서가 거의 폭력적이다 싶었던 샤오홍의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면 샤오홍은 어머니의 역할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이거나 미미했을 거 같아요. 샤오홍은 글쓰는 데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응집했어요.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다던데 한정된 인간의 에너지를 샤오홍은 온통 글쓰는 데 쏟아 부은 천재작가의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더라구요. 천재의 뜨거운 불꽃은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은 너무 뜨거워 데일수도 있겠지만 동시대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가 되거나 그 시대의 눈물과 아픔을 녹여주는 따뜻한 모닥불이 될 수 있겠습니다.
첫댓글 천재..항상 천재가 되고 싶었는데 샤오홍을 보니까 아닌 것 같아요..ㅠㅠ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야지요^^..천재는 힘들어~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좀 눈에 띄네요^^
저도 샤오홍처럼 조금은 한곳에 에너지를 쏟아 붙고 싶은 마음이... ㅎㅎ
형원이는 에너지을 모을 필요도 있지, 흠..좋은 생각^^
오..인간에게 에너지 총량의 법칙이 있네요..천재라고 해서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샤오홍이 글을쓰는데 온갖에너지를 다하는 모습을 보고싶네요^^
영화 보렴, 지루해 하지 않고 볼 수 있지?^^
지금 저의 황금시대는 놀기,쉬기인것 같지만 공부에 습관을 들여 미치도록 공부하는 황금시대를 만들겠습니다.
미치도록 공부하는 순민이의 황금시대?..흠, 좋은 생각^^
너무 한곳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는 것이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서 않좋은 것 같다고 생각은 드는데
가끔은 한곳에 많은 에너지를 쓸 때가 필요한 것 같아요. ㅎㅎ
은성이는 한 곳에 에너지 모으는 거, 무척 필요함^^
샤오홍으로 하여금 일본으로 가서 미치도록 글을 쓰도록 환경을 주선해준 좋은 인연 문인 루쉰이 있었기에
샤오홍에게 황금시대가 있었군요. 천재 샤오홍의 뜨거운 불꽃에 자신의 아이들까지 데었군요... 잘~ 보았습니다.
아기들, 샤오홍의 집안, 그 주변의 남자 넷 정도가 데었지만..격동의 시대였으니 ㅠㅠ..
부산국제영화제에 우리학교 교사들이 워크샵차 갔었어요. 황금시대를 예매해 보려했었는데 몇시간만에 매진이어서 프랑스 혁명배경인 형제와 아프간 난민의 컨테이너에 갇힌 사랑을 보았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더더더 보고 싶어지네요. 부산말고도 상영을 하나보네요?
부산국제 영화제 가셨군요^^...지루해 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우리는 정말 순식간에 3시간이 가서 놀랄정도로 몰입했답니다. 한 번 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