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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시장에서 파는 물건들
방에 짐을 내려 놓은 아들과 난 서둘러 야시장으로 향한다. G.H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루앙푸라방의 야시장은 왓 마이 사원 앞 시내 중심도로를 차단해 밤에만 열리는 야시장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폭 4~5m 크기의 천막을 치고 각종 먹거리, 전통 공예품, 옷, 그림 등을 파는 상점들이 4줄로 늘어서 있고 관광객과 시민들로 야시장은 매우 혼잡하다. 여행 출발 전, EBS '세계의 아이들' 프로에서 루앙푸라방 야시장에서 그림을 팔아 어려운 집안을 돕는 소녀를 본 생각이 나, 그 소녀에게 그림을 사려고 온 야시장을 돌았으나 찾을 수 없어 라오스 여행기념으로 전통 목각인형 1쌍(80천kip)과 은잔(15천kip)을 산다.
▶ 야시장에서 저녁으로 먹은 붕어 소금구이와 돼지고기 바베큐, 라오비어
그러고 보니 배가 출출하다. 아들과 함께 먹거리 시장으로 간다. 이미 먹거리 시장 탁자는 저녁을 먹으러 나온 관광객들과 시민들로 만 원이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우리 일행 중 부녀를 만나 함께 빈 탁자를 골라 앉는다. 아들과 난 손바닥보다 큰 붕어 소금구이와 돼지고기 바비큐을 주문해 라오비어 2병(합 70천kip)과 함께 먹었는데 붕어 구이의 가시가 좀 억세 가시를 바르느라 고생한 것을 빼고는 맛도 있고 배도 부르다. 부녀팀과 여행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위가 어수선해 돌아다 보니 여기 저기서 장사 마무리가 한참이다. 아마 10시가 야시장 마감시간인가 보다. 우리도 탁자를 비워 주고 일어나 G.H로 향한다. G.H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몸을 누인다. 피곤함이 몰려온다.
▶ 루앙푸라방 조마 베이커리 앞 탁밧행렬
▶ 탁발행렬을 기다리는 라오스 여인들과 탁발하는 모습
▶ 탁밧행렬의 이모저모
오늘은 루앙푸라방에 오면 꼭 봐야 한다고 책이나 블로그 등에서 강력 추천했던 탁밧 행렬을 보기 위해 새벽 5시30분 G.H를 나선다. 게스트하우스의 문을 열고 나오니 우유빛깔에 연노란색을 가운데 살짝 입힌 독참파 꽃을 비롯해서 아름다운 열대의 꽃들이 물기를 머금고 인사를 건넨다. 시내 중심가로 향하는데 60세가 넘어 보이는 한국인 아저씨가 "탁발 보러 가느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우리가 온 쪽을 가리키며 탁발행렬은 우리 G.H 앞인 조마 베이커리 앞으로 가야 한다고 알려 주시기에 오던 길을 거슬러 조마 베이커리 앞으로 돌아 가보니 이미 시민들은 자리를 깔고 시주할 물품들을 앞에 놓은 뒤무릎을 꿇은 채 승려들을 기다리고 있다. 승려들을 기다리는 사람들 중엔 서양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탁밧은 사람들이 승려들에게 공양을 바치는 거다. 도시 전체 불교 사원의 승려들이 주황색 가사를 입고 탁밧을 하기 위한 동그란 그릇을 걸머 지고 줄을 서서 거리를 지난다. 그러면 자리를 깔고 앉은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찐 쌀밥이나 과자, 간혹 돈 같은 것을 탁밧 그릇에 넣어 준다. 행렬은 대개 노승들이 앞에 서고 끝 자락에는 갓 10살이 될까 말까 한 어린 승려들이 따른다. 행렬을 따르는 어린 승려들을 보면 맑고 순진한 그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다가도 마음이 애틋해진다. 한창 놀이에 열중해야 할 것 같은 그 아이들은 왜 출가를 하게 되었을까…. 아들에게 한국에서 사 간 양갱 11개를 주며 탁밧 체험을 권유하니 아들도 좋아한다. 원로 스님을 앞세운 10여명의 승려들이 나타나자 시민들은 합장으로 승려들에게 예를 표하고 시주를 한다.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데 탁밧에 참여한 시민과 승려들 보다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훨씬 많다. 시주를 끝낸 아들의 얼굴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미소가 번진다. 쌀밥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슬그머니 다가와서 사라고 한다. 탁밧은 대나무로 짠 통에 담긴 쌀밥을 손으로 적당히 뜯어내어 승려들의 그릇에 넣어 주는 일이다. 한 숟가락 정도 찰밥 양이다. 그렇게 한술 정도의 밥들이 모이고 모여 나중엔 제법 많은 양이 된다. 탁밧 의식은 매일 하는 것인데, 과연 하루에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다. 나의 이런 생각은 기우란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의식을 자세히 보니 승려들을 기다리는 것은 공양을 바치는 사람들만이 아니었다. 더러는 행렬이 지나는 자리에 앉아 더러는 승려들을 따라가며 제 덩치만 한 커다란 바구니를 든 꾀죄죄한 아이들이 보인다. 승려들은 그릇에 받은 것을 아이들의 바구니에 다시 넣는다. 가끔 승려들이 그릇이 빨리 차서, 어떤 아이들은 많은 양을 와르르 받기도 한다. 선물처럼 쏟아지는 쌀밥과 과자 등을 바구니에 잘 받고는 아이들은 서로 자기가 가진 것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눈이 까만 여자애는 음식 중에 있는 삶은 달걀을 친구들에게 들어 보이며 씨익 웃는다.
▶ 이른 새벽에 음식을 구하러 나 온 아이들-라오스에선 구걸하는 사람이 없고 나눔이 정착되어 있다
노스님이라고 해서 더 큰 그릇을 가지는 것도 아니요, 어린 스님이라고 작은 그릇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다. 누구나 하나의 그릇으로 공양을 받고 그 날 먹을 양식을 사람들의 호의에 기대어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넘치게 받은 것을 또 넉넉하게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나누어 먹을 거라고 짐작이 된다. 우리도 그렇지 아니할까. 비단 밥 한 끼만이 아니고, 살면서 얼마나 많은 호의를 받는가. 그런 호의를 내가 잘나서 받는다고 오만한 적은 없던가. 난 그런 호의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다시 돌려줄 생각을 얼마나 했을까. 루앙프라방의 작은 거리를 걸으며, 난 남들에게 더 많이 나누고 더 돌려줄 다짐을 한다.
▶ 푸시 언덕을 오르는 계단 옆의 사원 Wat Pahouak
탁밧 행렬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아들과 나는 아침관광을 위해 시내 중심가로 향한다. 어젯밤 야시장 거리는 천막은 철거되었으나 청소를 하지 않아 쓰레기가 여기 저기 나뒹굴고 있다. 아들이 어제 먹은 것이 잘못되었는지 화장실이 급하다며 G.H로 돌아가고 나 홀로 시내를 다닌다. 일몰 관광으로 유명한 푸시 언덕을 오르는 길 입구엔 오래된 사원(Wat Pahouak)과 탑이 세월의 때를 잔뜩 묻힌 채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이 사원의 벽화는 루앙푸라방 세계문화유산도시에서 가장 훌륭한 그림이라고 하나 사원의 문이 닫혀 볼 수는 없다.
▶ 푸시언덕으로 오르는 계단
푸시 언덕을 오르는 가파른 계단 양 옆 이름 모를 수 많은 나무들의 아치를 이루고 있는 계단을 올라 매표소에 도착해 보니 돈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이다. 입구에는 아저씨 한 분이 표 검사를 하는데 라오스 말을 모르니 사정을 할 수도 없고 언덕 정상에 간다 해도 안개 낀 시내도 잘 보일 것 같지 않아 되돌아 내려온다.
▶ Wat Mai사원에서 새벽 불공을 드리는 여인들
▶ Wat Mai사원 본당
푸시 언덕 건너편 Wat Mai에는 탁밧을 마친 승려들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고 불탑 아래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로 보이는 두 여인이 꽃과 과일을 공양하며 불경을 외고 있다. 가이드 북에는『Wat Mai의 정식명칭은 Wat Mai Suwannaphumaham으로 ‘새로운 사원’이라는 뜻이다. Manthatourath 왕의 재임시인 1821년에 건립된 사원으로 한때는 라오스의 큰스님 Phra Sangkharaj의 거주지였다. 5층 지붕 목조건물로 전통적인 루앙프라방 양식을 따랐다. 아름다운 금장식을 한 기둥과 부처의 화신이라는 Versantra의 일생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수려한 툇마루와 호화롭게 금으로 양각 장식된 문틀이 있다.』고 설명한다. 밖에서도 사원의 모습이 다 보일 정도로 주위의 담은 낮다. 그래도 본당 입구에 새겨진 조각이 볼만하다고 해 안으로 들어가 본다. 입구에는 책상을 놓고 관리인이 표를 팔고 있다. 1인당 10,000낍이다. 비싸다. 담 너머에서 안쪽 본당이 다 보여서 그런지 표를 구입하고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다. 본당의 앞 황 조각은 인도의 대서사시중 하나인 라마야나와 당시의 생활모습이다. 라마야나는 라마가 나아간 길이라는 뜻으로 일종의 사랑이야기다. 인도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고 하는데, 기원전 3세기 경에 쓰여진 이 서사시가 라오스의 역사고도 한 복판에 있는 사원에 황금으로 조각이 되어있는 것이다. 금박을 떼어 가려면 어쩌려고 관리인도 하나 없다. 손으로도 만질 수가 있다. 사원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싶어도 본당 외에는 구경할 것이 없다.
▶ 야시장 옆 골목을 따라 형성된 몽족들의 아침시장
▶ 몽족 아침시장의 이모저모
G.H로 돌아오다 보니 어젯밤 먹거리시장을 이뤘던 골목 아래에는 아침시장이 열리고 있다. 책에서 봤던 몽족 시장이란 곳이다. 이 시장은 각양각색의 복장을 한 여인들이 보따리 보따리 싸 가지고 나온 쌀, 채소(당근, 파, 고사리, 배추, 마늘, 생강, 고추, 향채 등등), 열대과일(망고, 망고스틴, 람부탄, 바나나, 파인애플, 파파야, 코코넛, 두리안 등등), 죽순, 두꺼비, 민물고기(붕어, 잉어, 메기, 피라미, 민물 게 등), 정육(돼지고기, 닭고기), 메뚜기 등 곤충류, 곤충 번데기 및 애벌레, 옥수수, 고구마, 식사류(국수, 밥, 빵, 튀김, 만두 등) 등등을 파는 전형적인 재래시장으로 시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시장 구경을 나온 관광객들과 상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T자형으로 약 1km에 걸쳐 골목 양쪽으로 형성된 이 시장은 아침 10시까지 만 열린다고 한다. 사진을 찍으며 두 바퀴 정도 돌아 구경을 하는 데 재미도 있고 정감도 느껴져 도저히 발이 떨어지질 않지만 시계는 벌써 7시 10분을 가리킨다.
서둘러 G.H로 돌아오니 일행들은 G.H 로비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방으로 올라가 아들을 데리고 내려 와 G.H에서 제공하는 바게트 빵, 오믈렛, 계란 프라이, 커피로 아침 식사를 한다.
▶ 왕궁박물관
▶ 씨싸왕윙 왕 동상과 왕립극장
▶ 파방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건물 호 파방
▶ 호 파방 안의 파방을 안치하기 위한 좌대
▶ 왕궁박물관 옆 거목
방으로 올라가 샤워와 면도를 하고 짐을 챙겨 G.H 프런트에 짐을 맡긴다. 8시 걸어서 루앙푸라방 시내 관광에 나선다. 몽족시장을 못 본 아들을 위해 시장을 한 바퀴 돌아 왕궁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입구에서 입장료(30천kip)를 내고 들어가자. 키 큰 코코넛 나무가 정면의 왕궁박물관을 호위하듯 도열해 있고 좌측에는 이 왕궁을 지은 씨싸왕웡 왕의 동상이 전통의상을 입은 채 칼을 차고 서 있다. 동상 뒤로는 학교 강당처럼 생긴 회의실 겸 왕립극장 건물에선 매주 월.수.토요일 저녁 6시엔 전통무용공연이 열린다고 하지만 우리 일정상 전통무용공연을 보지 못해 아쉽다. 왕립극장을 돌아 왕궁박물관으로 들어가려니 박물관 직원이 입장권 검사를 하고 작은 방으로 안내한다. 박물관 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카메라, 휴대폰 뿐만 아니라 휴대한 모든 가방을 이 곳 락커에 보관하고 빈 손으로 입장해야 한다. 락커에 모든 것을 넣고 신발까지 벗어 보관한 다음 입장한 박물관에는 왕의 접견실, 왕과 왕비의 침실, 도서관, 응접실 등의 방에 왕과 왕비의 옷, 초상화, 왕실 사용물품, 찻잔, 외교사절들에게 받은 기념품, 불상 등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품들이 프랑스 식민시대에서 사회주의 혁명 성공으로 왕정이 폐지되기 전까지의 비교적 최근 것들만 전시되어 있어 라오스 역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역사박물관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 너무 실망스럽다. 박물관 오른쪽에는 별도의 전시실을 만들어 라오스에서 가장 신성시되는 에머랄드 불상인 Pha Bang을 보관 전시하고 있는데 철창으로 막아 놓아 밖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에머랄드의 푸른색 몸체에 머리엔 화려한 금관을 쓰고 금으로 짠 가사를 입은 Pha Bang을 가운데 제일 높은 곳에 모셔 놓고 그 주위로는 수 많은 각종 금박 불상들이 Pha Bang을 향해 올려다 보고 있어 신성함을 더 하고 있다. 우측에는 황금빛으로 화려하게 신축한 사원이 있는데 그 이름이 Ho Pha Bang으로 Pha Bang을 안치하기 위해 만든 사원이다. 사원 내부도 매우 화려한 황금빛 장식과 벽화로 꾸며져 있으며 Pha Bang을 안치하기 위한 금빛 좌대가 화려하나 아직 Pha Bang이 안치되지 않아 허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