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근대의 끄트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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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와서 꽃피운 것들 - 과학, 산업문명, 국가, 그리고 근대 철학 - 은 참으로 놀라운 인간의 진보입니다. '이성'이 이룩한 높은 성입니다. 

주체와 객체를 분리하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했던 근대 철학의 모습은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아니라, 자연을 나와 분리된 분석하고 정복하고 이용하는 대상으로 삼는 근대 문명의 세계관을 철학으로 설명할 따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 쓰고 버리는 것을 지구가 감당할 수 없다고 경고하는 기후변화의 위기마저도, 새로운 기술로 돌파하려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 우리도 여전히 근대의 끄트머리를 살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근대 이성의 드높은 성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는 결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내가 발 딛고 사는 마을, 매일 먹는 밥, 친구와 나누는 대화 속에 담긴 

매 순간 특별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볼 수 있는 힘을 길러가는 것이, 근대 문명에서 탈주하는 생각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