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가을호를 펴내면서
주한 미군은 대한민국의 점령군인가? 주한 미군은 대한민국의 용병인가? 대한민국이 주한 미군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주둔비를 부담하는 것을 보면 주한 미군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대한민국의 용병에 불과하고, 그들은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러나 주한 미군은 대한민국으로부터 군사기지와 주둔비용을 받으면서도 대한민국의 국방장관의 명령에 따르기는 커녕, 오히려, 거꾸로 전시작전권을 제멋대로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땅, 자기의 영토를 지키지 못하고, 미국의 군대에 의지하고 있는 이 서글픈 현실을 바라보면서, 나는 때때로 넋을 잃고 할 말이 없어진다.
효순이와 미선이 사건, 수많은 기지촌 사람들의 인권유린과 주한 미군에 의한 환경파괴, 그리고 그들에 의한 살인, 강도, 강간 등의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한국인들은 대한민국의 국법을 함부로 짓밟고 유린하고 있는 미군들을 너무나도 뻔뻔스럽고 파렴치한 침략자와 약탈자의 무리들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주한 미군에 의한 범죄의 진상들을 제대로 밝혀내고, 그들을 대한민국의 국법에 따라서 사법처리한 전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미군의 살인도 무죄이고, 미군의 강간도 무죄이고, 미군의 환경파괴도 무죄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우리들 스스로가 우리의 영토를 지키고,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행위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국법에 따라서 처벌할 수 있을 때만이 진정으로 독립국가의 국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한 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지,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를 하지는 않는다. 주한 미군은 그들의 필요에 따라서 대한민국에 주둔하고 있다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미국으로부터 주둔비용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다. 이 땅의 사대주의자들은 주한 미군이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주둔하는 것처럼 호도를 하고 있지만, 주한 미군은 대한민국의 민족통일을 가로막는 침략자의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계기로 스텔스 전폭기를 동원하면서까지 한반도의 불안을 가중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반도의 불안이 가중되면 이익을 보는 것은 미국이고, 크나큰 손해를 보는 우리 한국인들이다. 미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남북통일은 한반도에서의 그들의 지배권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트집 삼아서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시키고, 이 전쟁의 위험성을 담보로 하여,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량살상무기를 판매하게 되었던 것이다. 주한 미군은 미제국주의의 상징이며, 미제국주의의 마수를 뻗쳐나가는 교활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나 이 땅의 대부분의 지배계급의 인사들은 주한 미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법이 유린되고, 사실상 민족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하여 봉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호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마땅한 ‘전시작전권의 반환’을 받지 못하겠다고 생떼를 쓰는 모습이, 마치 마피아 두목에게 더욱더 나의 정조를 유린해달라는 창녀의 모습처럼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미군은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지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 봉사하지 않는다. 자기 땅, 자기의 영토를 스스로 지키지 못하면 진정한 독립국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주한 미군이 점령군으로 존재하는 한, 대한민국의 독립과 남북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주한 미군, 아니 미제국주의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영혼과 육체가 속속들이 찢겨지고 골병이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늘날 개성공단의 폐쇄상태는, 상호간의 잘, 잘못을 떠나서, 이제는 더 이상 ‘대북비방 유인물의 살포금지’와 더 이상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삼지 않고 인도적 차원에서 대북지원과 남북교류협력을 약속했더라면 이러한 극단적인 사태는 도저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북한을 ‘악의 축’으로 부르거나 ‘불량국가’로 낙인을 찍고 있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지난날의 적대국가들인 중국과 러시아와 평화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듯이, 하루바삐 미국은 북한을 그들의 우방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개성공단의 철수는 미제국주의의 명령에 따른 결과이며, 이 봉쇄조치를 대미순방의 조공朝貢으로 가져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미국의 명령에 따르면, 그만큼 남북통일의 염원은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옛날부터 이민족이란 야수, 개, 돼지, 오랑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기획특집: 논쟁문화의 장’은 오십삼 번째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즐거운 지식}의 [서문]을 내보낸다. 자연과학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인문과학에서도 20대 때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지 못한다면, 우리 한국인들은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세계적인 사상가와 세계적인 대작가를 배출해내는 최고급의 인식의 제전----에서 영원히 탈락을 하게 되고 만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이 ‘즐거운 지식’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아직도 철학적인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 예리한 의사를. 사람과 시간과 인종과 인류의 총체적인 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의사, 다음과 같은 제안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의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기 위하여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의사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제안이란, 지금까지 행해진 모든 철학의 목표는 ‘진리’가 아닌 다른 것----건강, 미래, 성장, 힘, 생명이라고 할까-----이었다”라는 니체의 전언을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오오, 우리 한국인들이여, 제발 공부를 하고, 또 공부를 하지 않으면 영원히 남북통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주기를 바란다.
이번 호의 ‘애지의 초대석’에서는 황학주 시인과 홍성란 시인, 그리고 위상진 시인을 초대했다. 황학주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났고, 1987년 시집 {사람}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너무나 얇은 생의 담요},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등이 있으며, ‘서울문학대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을 수상한 바가 있다. 홍성란 시인은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고, 1989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으로 등단했다. 시조시집으로는 {황진이 별곡}, {바람 불어 그리운 날}, {춤} 등이 있고, 유심작품상, 중앙시조대상, 현대불교문학상, 대한민국예술상 등을 수상했고, 현재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상진 시인은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햇살로 실뜨기}, {그믐달 마돈나} 등이 있다. 황학주 시인은 떠돌이--나그네로서 고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고, 홍성란 시인은 사랑의 시인으로서 고귀하고 우아하며 아름다운 ‘언어의 춤’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으며, 위상진 시인은 그가 미술학도이었듯이 ‘언어의 회화성’을 통한 초현실의 세계----고체의 회화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황학주의 신작시 [바람의 분침] 외 4편과 김대현의 작품론 [언제까지나 다시 읽는 시], 홍성란의 시 [춤]과 이형권의 작품론 [사랑의 춤을 위한 파반느], 그리고 위상진의 신작시 [묻어버린 시계] 외 4편과 손미의 작품론 [고체의 회화]를 다같이 읽고 감상해주기를 바란다.
‘애지의 초점: 이 시인을 주목한다’에서는 이채민 시인과 정해영 시인, 그리고 오주리 시인의 신작시들을 내보낸다. 이채민 시인은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고, 2004년 {미네르바}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기다림은 별보다 반짝인다}, {동백을 뒤적이다}가 있으며, ‘미네르바작가회장’을 역임했다. 정해영 시인은 대구에서 태어났고, 2009년 {애지}로 등단했다. 오주리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201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이채민 시인의 [비너스, 날아오르다] 외 4편과 김석준의 작품론 [신화와 공간의 변주: 당신에게 이르는 길], 정해영 시인의 [이상기온] 외 4편과 황정산의 작품론 [무거운 것들을 위하여], 그리고 오주리 시인의 [그대 곁에 앉다 ] 외 1편과 이강진의 작품론 [기억의 존재론 ]을 다 함께 읽고 감상해 주기를 바란다.
본지는 이번 호에도 [주걱] 외 9편을 응모해온 박은형 씨와 [문득 울고 싶은 때가 있네] 외 9편을 응모해온 이순화 씨를 애지신인문학상 당선자로 내보낸다. ‘애지의 기획연재’ ‘반경환 명구산책名句散策’은 한국시문학, 혹은 한국인문학의 역사상, 잠언과 경구가 무엇인가를 새롭게 제시하는 야심만만한 역작으로 새로운 금자탑을 쌓게 될 것이다. 지혜사랑시인선으로 나태주의 {세상을 껴안다}, 이해웅의 {사하라는 피지 않는다}, 주종환의 {계곡의 발견}, 최진화의 {푸른 사과의 시절}, 강신용의 {목이 마르다}, 한명희의 {마이너리거}, 이복규의 {아침신문} 등이 출간되었고, 이경림의 문학비평집, {사유의 깊이와 관찰의 깊이}도 출간되었다. 앞으로 {반경환 명구산책}을 비롯하여 수많은 시집들이 출간대기 중에 있다. 혁명은 나비의 날개짓에서 태동하고 있고, 너무나도 기형적이고 또 기형적인 서울중심주의는 반드시 타파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애지문학회에서는 2013년도를 맞이하여 애지문학회를 활성화시키고,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하여 매분기마다 유명시인에게 청탁함과 동시에 매분기마다 이 계절의 우수시를 5편씩 선정하여 소정의 원고료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금년 말에는 애지문학상과 함께 애지문학회 작품상을 시상하게 될 것이다.
모쪼록 필자 선생님들과 독자 여러분들은 애지문학회 카페(cafe.daum.net/ejiliterature)에 자주 들어오셔서 좋은 의견을 제시하고 많은 도움의 말씀을 주기를 바란다.
비판만이 위대하고, 또, 위대하다.
비판은 당신의 존재증명이다. 당신은, 누구를, 무엇을 비판할 수 있는가?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 문지가 미래를 밝게 만들 것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