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 2,3; 3,12-13; 1코린 1,26-31; 마태 5,1-12ㄴ
+ 찬미 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셨어요?
어떤 복을 받으셨나요?
예수님께서는 어떤 것이 참된 복인지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데요, 누가 만일 “새해 더욱 슬퍼하시고 의로움에 주리고 목말라 하세요~ 의로움 때문에 박해도 받으시고요~” 하고 인사한다면 황당하시겠죠.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것을 포함해서 여덟 가지의 참된 행복을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진복팔단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학자의 말에 의하면 이 진복팔단의 의미에 대한 해석이 역사적으로 대략 서른여섯 가지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의미가 풍부하다는 뜻이겠지요.
여덟 개 모두 “행복하여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십니다. 이는 희랍어 makarios를 번역한 말인데, 이 말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행운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아~ 너무 행복해~’하고 느끼는 그런 행복이 아니라, 생각지도 않았던 일, 예를 들면 우연히 길에서 주운 로또가 1등에 당첨된 것 같은 행운을 의미합니다. 또는, 신학교에 14년 있다가 본당으로 발령받은 어떤 신부가 노은동 본당에 발령을 받은 그런 상태입니다. 순우리말로 “대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덟 개의 행복 중 첫 번째와 여덟 번째 행복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가 가장 높은 것이고, 나머지 여섯 가지는 이 참행복의 다른 측면들을 나타냅니다. 이 여섯 개의 행복은 미래형으로 되어 있는데, 첫 번째와 여덟 번째 행복은 현재형으로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시작된 하늘 나라에 이미 참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한 절씩 같이 읽어보실까요? 3절 함께 읽어보시겠습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원문은 ‘영으로 가난한 사람들’인데요, 스스로 힘이 없음을 절감하며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도우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심을 깨닫고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위해 행동하실 것이라 신뢰하는 사람들입니다.
두 번째, 같이 읽어보실까요?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슬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까닭은 하느님께서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슬픔이 크다면, 그 위로는 더 클 것입니다.
다음 세 번째,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온유한 사람은 고통 중에도 끈기 있게 하느님을 기다리며 자신에게 잘못한 이들에게 분노나 무력으로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는 사람입니다.
네 번째,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의로움”은 두 가지인데, 인간 편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순종을 의미하고, 하느님 편에서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약속에 대한 충실하신 것을 의미합니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은,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질 것을, 또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게 될 것을 온 마음을 다해 갈구하는 사람들입니다.
다섯째,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이 말씀은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는 주님의 기도 내용과 같습니다.
여섯 째,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은 갈라지지 않은 충실함으로, 온 마음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일곱째,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은 하느님과의 조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를 이루려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세상을 당신과 화해시키시려는 아버지로부터의 사명을 나누어 가지고 있기에,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입니다.
마지막 여덟째,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하느님의 법을 따르면 세상으로부터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 박해를 당하던 교우들은 이 말씀에서 자신들의 처지를 발견했을 뿐 아니라 희망을 얻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여태까지 3인칭이던 말씀이 2인칭으로 바뀝니다. 즉, ‘그들은 행복하다’였는데, ‘너희는 행복하다’로 바뀝니다.
지금까지 남의 얘기인 줄 알고 넋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너희에게 하는 말이다, 너희가 그렇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여덟 가지 중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예, 고르실 필요 없습니다. 하나 선택하시면 다 드립니다. 8종 세트입니다.
이 여덟 가지의 공통점을 보면, 간절히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누가 그런 사람입니까?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주일에 미사에 나와서 하느님의 자비를 애타게 간구하고 있는 우리 자신이 진복팔단의 사람들입니다.
돈 많은 재벌이, 권력과 명예가 높은 사람이, ‘아, 나는 한평생 하느님만 의지하고 살거야.’ 그렇게 얘기하나요? 아닙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돈에, 권력과 명예에 의지하고 살지 하느님께 의지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 의지하는 사람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뭔가 아쉬운 사람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2독서에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우리는 나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부러워하기 쉽습니다. 나보다 돈 많은 사람, 건강한 사람, 가정에 아무런 우환이 없는 사람… TV나 SNS를 보거나 남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다들 걱정거리가 있고 어려운 일이 있고 힘든 일이 있습니다. 남들 앞에서 표를 안 내거나 자신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미사에 나와서 간절히 간절히 하느님께 청하고 있는 내용, 그것이 우리를 복된 사람으로 만듭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바로 그 때문에 하느님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1독서에서 스바니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주님을 찾아라, 그분의 법규를 실천하는 이 땅의 모든 겸손한 이들아! 의로움을 찾아라. 겸손함을 찾아라.”
현세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해 있으면서 모든 것이 하느님께 달려 있는 사람, 하느님 말고는 그 슬픔을 치유할 길이 없는 사람, 하느님을 믿는 바람에 사회에서 손해를 보고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미사에 나와 잠시나마 하느님을 원망했던 일을 뉘우치며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하려는 사람, 우리야말로 참된 행복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