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출유(出遊)할 때, 노인이 헐벗고 굶주리는 것을 발견하고 그에게 의식(衣食)을 내려주었는데, 그 노인이 말하기를, “원컨대,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내려주소서.”라고 하니, 환공이 말하기를, “과인의 창고 정도로 어찌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두루 혜택을 베풀겠는가?”라고 하였다. 이는 어진 마음은 있지만, 정치를 하는 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다. 자산(子産)이 정(鄭)나라의 재상의 신분이면서 그 수레와 가마를 가지고 진수(溱水)와 유수(洧水)에서 백성들을 건네주었으니, 이는 작은 은혜를 행하였지만, 정치를 하는 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이 반드시 사람마다 물건을 내려주고, 사람마다 건네주느라 날이 부족할 정도인데도, 백성들에게 미치는 은혜는 도리어 두루 고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고구려의 왕이 굶주린 백성들을 보고 그 의식(衣食)을 지급하고, 나아가 온 나라의 헐벗고 굶주린 자들을 염려하여 마침내 진대법(賑貸法)을 시행하였으니, 그는 이른바 ‘백성을 구휼하는 정치’에 대해 아는 자일 것이다.
昔齊桓公出遊。見老而飢寒者。賜之衣食。老人曰。願賜一國之飢寒者。公曰。寡人之廩庾。安足以周一國之飢寒。是則有仁心而未知爲政也。子產相鄭國。以其乘輿。濟人於溱洧。是則行小惠而不知爲政也。故人君必欲人人而賜之。人人而濟之。日亦不足。而惠之及於民者。反不周矣。今高句麗王。遣見窮民。給其衣食。因念一國之飢寒者。遂立賑貸之法。其知所謂恤民之政者乎。
- 최보(崔溥, 1454~1504), 「고구려입진대법(高句麗立賑貸法)」,『금남집(錦南集)』권1 「동국통감론(東國通鑑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