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This present evil age)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주셨으니" (갈라디아서 1:4)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골로새서 1:13)
"그들에게 일어난 이런 일은 본보기가 되고 또한 말세를 만난(the ends of the ages) 우리를 깨우치기 위하여 기록되었느니라" (고린도전서 10:11)
1. 서론: 개인 구원을 넘어선 우주적 역사관의 탄생
바울 신학을 오해하는 가장 큰 함정 중 하나는, 복음을 단순히 '내가 죽어서 천국 가는 개인적인 영혼 구원'의 티켓 정도로만 축소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을 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한 개인의 운명 변화를 넘어선 **'우주 역사의 거대한 지각변동'**이었습니다.
개혁주의 바울 신학의 최고봉인 **헤르만 리데르보스(Herman Ridderbos)**는 바울 신학의 가장 깊은 저변에 흐르는 거대한 강물을 **'구속사(Redemptive History)'**라고 명명합니다. 바울은 십자가와 부활의 사건을 역사의 중심축으로 삼아, 전 인류와 우주의 역사를 두 개의 거대한 시대로 양분했습니다. 바로 **'이 세대(옛 시대)'**와 **'오는 세대(새 시대)'**입니다. 오늘 우리는 바울이 깨달은 이 장엄한 종말론적 역사관을 통해, 성도가 이 땅에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영적 전투를 벌여야 하는지 그 거대한 비밀을 파헤칠 것입니다.
2. 리데르보스의 렌즈: 두 시대(Two Ages)의 거대한 충돌
1세기 유대인들의 역사관은 매우 단순한 직선형 구조였습니다. 그들은 메시아가 오시면 악으로 가득 찬 '이 세대'가 즉각적으로 완전히 멸망하고, 영광스러운 '오는 세대(메시아 왕국)'가 단번에 도래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성령의 조명을 통해 이 유대교적 역사관을 산산조각 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초림하사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셨을 때, 엄청난 신비가 발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래에 속해 있던 '오는 세대(하나님 나라)'가, 아직 끝나지 않은 '이 세대(옛 시대)'의 한복판으로 침투해 들어온 것입니다!
이 세대 (This Age): 아담의 범죄 이후 죄와 사망, 사탄(이 세상 신)이 왕 노릇 하는 타락한 세상입니다. 육신과 율법, 부패와 썩어짐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오는 세대 (The Age to Come):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생명의 성령이 통치하시는 시대입니다. 생명, 의, 평강, 그리고 영원한 영광이 지배하는 새 창조의 세계입니다.
십자가는 단순한 형틀이 아닙니다. 옛 시대의 문을 닫고 새 시대를 여는 우주적인 '디데이(D-Day)'였습니다. 십자가에서 사탄의 머리는 깨어졌고, 부활을 통해 새 시대의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3. 톰 라이트의 렌즈: 흑암의 권세에서 아들의 나라로의 '엑소더스'
이 거대한 역사의 전환을 **톰 라이트(N.T. Wright)**는 이스라엘의 '출애굽(Exodus)' 모티프를 통해, 만물을 갱신하시는 하나님의 **'새 창조(New Creation)'**라는 장엄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골로새서 1장 13절은 선언합니다. "그가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으니." 우리는 아담의 후손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이 세대'라는 애굽(흑암의 권세)의 영적 노예였습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망의 사슬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유월절 어린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통해 우리를 구출해 내셨습니다. 우리의 소속과 국적은 십자가를 통과하며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옛 시대의 여권을 찢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통치하시는 사랑의 아들의 나라(새 시대)의 영광스러운 시민권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이것은 **토마스 슈라이너(Thomas R. Schreiner)**가 강조하듯, 전적인 하나님의 주권적 구출 작전이자 그분의 '영광'을 찬란하게 드러내는 우주적 승리입니다. 이신칭의는 바로 이 새 시대의 법정에서 "너는 이제 흑암에 속하지 않고 내 아들의 나라에 속했다!"라고 선포하시는 통치자의 선언인 것입니다.
4. 제임스 던의 통찰: 말세를 만난 자들 (The Overlap of the Ages)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치열한 질문이 던져집니다. 우리는 분명 구원을 받고 아들의 나라로 옮겨졌는데, 왜 여전히 우리의 삶에는 고통과 질병, 죄의 유혹과 사망의 탄식이 존재합니까? **제임스 던(James D.G. Dunn)**은 바울 서신에 나타난 성도의 삶을 **'두 시대가 중첩된 교차로(The Overlap of the Ages)'**에 서 있는 삶으로 묘사합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0장 11절에서 우리를 가리켜 "말세(세상의 끝)를 만난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의 초림으로 새 시대는 이미(Already) 시작되었지만, 그리스도의 재림 전까지 옛 시대는 아직(Not Yet) 완전히 멸망하지 않고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최후의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적으로는 '새 시대'의 부활 생명을 누리지만, 육적으로는 썩어짐의 종노릇 하는 '옛 시대'의 환경 속을 걸어가야 합니다. 여기서 성도의 뼈를 깎는 탄식과 치열한 영적 전투가 발생합니다. 교회는 옛 시대의 한복판에 세워진 '새 시대의 식민지(Colony of Heaven)'이자 영적 최전방 진지인 것입니다.
5. 이중 국적자를 살려내는 하늘의 '공급과 충만'
이 팽팽한 종말론적 긴장(Tension) 속에서, 성도가 타협하거나 쓰러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옛 시대의 유혹(돈, 명예, 쾌락)과 핍박이 폭풍처럼 몰아칠 때, 우리를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 옵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6강에서 깊이 나눈 성령 하나님을 통해, 보좌 우편에 계신 그리스도로부터 쏟아지는 마르지 않는 자원의 **'공급과 충만'**입니다. 바울은 우리 몸이 아직 옛 시대에 속해 낡아지고 부서짐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후 4:16). 겉사람을 후패하게 만드는 옛 시대의 중력을 뚫고, 성령께서는 새 시대(오는 세대)의 거룩한 생명, 기쁨, 평강, 그리고 능력을 성도의 내면에 끊임없이 공급하십니다.
우리는 옛 시대의 웅덩이에서 물을 퍼마시며 갈증을 해소하는 자들이 아닙니다. 성도는 성령이라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하늘 성소로부터 직수입되는 생명수를 마심으로, 이 메마른 세상 한복판에서 영광스러운 충만을 뿜어내는 기적의 사람들입니다!
6. 전 세대를 위한 목회적 적용 및 결론
살아계신 성도 여러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이 장엄한 구속사의 비밀을 우리 교회의 모든 세대에게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학교와 직장이라는 치열한 전선에 서 있는 다음 세대와 청년 여러분: 여러분을 둘러싼 세상의 문화(옛 시대)는 거대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그것은 이미 십자가에서 심판을 선고받고 침몰하고 있는 타이타닉호와 같습니다. 썩어질 옛 시대의 가치관(성공, 외모지상주의, 이기주의)에 무릎 꿇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다가올 영원한 새 시대를 선취하여 살아가는 '아들의 나라'의 거룩한 백성입니다.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성령의 공급과 충만을 구하며, 학교와 직장에서 담대하게 빛의 자녀로 승리하십시오.
인생의 굽이굽이를 넘어 육신의 쇠잔함을 겪으시는 장년과 어르신 성도 여러분: 육신의 질병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은 우리가 아직 멸망하지 않은 옛 시대에 살고 있다는 뼈아픈 증거입니다. 그러나 성도 여러분, 우리의 탄식은 절망의 탄식이 아니라 '해산의 수고'입니다. 육신이 낡아지고 쇠약해질수록, 여러분의 영혼은 성령이 부어주시는 영광의 공급과 충만으로 날마다 더 눈부시게 새로워지고 있음을 믿으십시오. 우리 앞에는 영원히 썩지 않을 영광스러운 부활의 몸과 새 하늘과 새 땅이 완벽하게 예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흑암의 나라에서 구출되어 빛의 나라로 옮겨진 영광스러운 승리자들입니다. 다시 오실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하며, 이 옛 시대의 한복판에서 흔들림 없이 새 시대의 영광을 살아내는 우리 교회의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