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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하셨어요.
점심은 먹었는데 저녁은 아직요
약은 다 들었어요. 네
어디 다녀오신 거예요?
네 시장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시장이 꽤 뭔가 보죠?
이렇게 늦으신 거 보면?
네 멀죠,
필요한 물건들이 있어서 아가씨에게 꼭 필요한 물건 같아서
사 왔어요. 쓰세요.
네 열어봐도 돼요?
뭐 편한 대로 하세요.
비닐봉지를 열어 본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거예요?
문 듯 필요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단지 인간이라면 필요한 물건이고 단지 남녀가 다를 뿐이죠.
그녀가 환하게 웃는다.
저녁을 먹으면서 둘은 처음으로 통성명을 나누고 있다.
아저씨 아저씨는 이름이 뭐예요
철진 최철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오서희이에요.
네 예쁜 이름이군요.
참 내일 모래면 여기에 차가 와요.
제 지인 분이시죠
그때 내려가도록 해요
전 식사하고 산책 좀 할 테니
그동안 샤워 좀 해요
물은 그냥 데워서 여기 바닥에서 해요
불편하더라도 씻고 나면 훨씬 개운할 것입니다
샤워 마치면 나와요.
근처에 있을 거니까.
물은 계속 퍼 담으면서 쓰시면 돼요!
네
양동이는 이것을 쓰시고요.
네
밤공기가 제법 차갑다.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떠 있다
거의 두 시간이 되어서야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철진에 옆으로 다가온 그녀는 산책하자고 한다.
다가온 그녀에게서 향긋한 샴푸 냄새가 풍긴다.
그녀가 철진에 오른팔 옷소매를 잡는다.
꽉 잡아요.
여기 밤에는 늑대며 호랑이도 나와요
그녀가 화들짝 놀란다.
어머, 정말요?
그녀가 옷소매를 힘주어 당기며 무섭다고 하며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약 안 먹었죠.
네,
철진이 약사발을 서희라는 여성에게 주고 있다.
들어요.
그녀에게 약사발을 주고는 철진은 술이나 한잔하고 잘 요량으로
안주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그녀가 무슨 술이냐고 묻는다.
이건 노루궁둥이버섯 술입니다
노루 궁둥이 버섯이라는 것도 있어요.
네, 마치 노루 궁둥이처럼 생겨 먹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릅니다.
자기도 조금 한 잔만 달란다.
몸이 괜찮으냐.
물으니 한잔 정도는 될 것 같단다
그녀가 멧돼지 내장 요리를 오물오물 씹으며 묻는다.
아저씨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자상하게도 꼭 생긴 거는 산적같이 생겨 먹었는데
마음씨는 그게 아니네요.
뭐 산적이요?
산에 사시니까
산적이죠.
하하하
그동안 땀도 흘리시고 필요할 것 같아서 더구나 여자분이라서….
아무튼 고마워요.
매우 감사해요.
저에 생명의 은인이셔서 더 고맙고요
내려가시면 본인이 은혜를 입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사세요.
네 정말 고마워요
이제 쉽시다.
저도 피곤하네요.
네
약은 밤에 깨시면 차와 함께 계속 드시고요.
밤에 화장실 갈대는 불편해도 참지 말고 깨워요?
네.
다 다음날 명석이 형님이 일찍 오셨다.
지난번 오실 때 보다 이것저것 더 챙겨 오신 것이다
차 안에는 짐 보따리가 가득하다.
형님 움막에 손님이 있어요.
뭔 손님?
손님 어떤 손님 명석이 형님도 놀란 모양이다.
우선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거 다행이로구나.
참 좋은 일 했다
좋은 일은 요 당연히 돌보아야 할 일인 걸요, 뭐!
그래도 어디 그런 사람이 흔하냐?
어디 얼굴이나 한번 보자 참 너 지난번에 산삼 몇 뿌리 담은 거냐?
20뿌리요 아 어쩐지 그런 줄 짐작했다네
움막 안으로 들어선 명석과 서희는 서로 눈인사만을 나누었다.
서희가 할 말이 있단다.
저 산 아저씨 저 죄송하지만, 일주일만 더 쉬다가 갈게요
딱 일주일만 요, 네
정말 난감하다.
아직은 완쾌되지 않은 사람을 몰인정하게 내보내기도 그렇고
있으라고 하기도 그렇고 정말 난처하다.
서희에 눈에서 눈물이 글썽거린다.
금방이라도 볼을 타고 떨어질 기색이다
그럼 딱 일주일입니다.
네, 고마워요. 산 아저씨
서희는 언제부터인가 철진을 산 아저씨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명석이 형님 죄송하지만 다음 주에 한 번 더 와 주셔야 하겠어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뭐
저 사장님 죄송하지만, 부탁 하나 드려도 돼요
그래요.
읍내 시내까지만 잠깐 태워다 주실래요.
전화도 좀 해야 하고 그래서요,
전화라는 말이 나오자 철진은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서희 씨 여기 있다고 말하면 안 돼요.
네 걱정 하지 마세요!
저 그런 눈치 없는 바보 아니거든요?
부모님과 직장에 전화하고 필요한 것 몇 가지만 사 오려고요
그럼 빨리 갑시다.
네
철진 아 너도 함께 가자?
아녜요,
형님 저는 할 일이 좀 있어서요.
두 분이 다녀오세요.
얼른 다녀오마.
네,
둘은 삼척 시내로 가고 철진은 그동안에 밀린 일들을 시작하였다.
점심때가 훨씬 지나서야 두 사람은 움막으로 돌아왔다.
작은 가방 하나와 큰 비닐, 봉투 몇 개가 짐은 전부 인가보다
철진아 난 이만 넘어간다.
그리고 다음 주에 올게.
네 형님
명석이 형님은 떠나기 전에 철진 보자고 부른다.
움막 앞에선 명석은 어쩌느냐 기왕 이렇게 된 거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네가 좀 도와줘야지!
“네
참 이거 받아두어라.
명석은 속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들었다
이게 뭐죠?
형님
나중에 나 내려가면 보아라
번호는 너 옛날 차 번호다.
그래 다음 주에 오마!
네 형님 지금 보면 안 돼요.
무척 궁금해지는 것으로요?
나중에 봐라!
네“
형님 살펴 가세요.
어느새 서희도 나와서 명석이 형님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한다.
서희는 어느새 산뜻한 새 옷에 신발 그리고 모자까지 갖추고 나왔다
지난번 옷보다는 조금 더 두툼해 보이는 그런 옷이다
색상이 마음에 든다.
형님을 배웅하고 돌아온 철진이 서희에게 묻는다.
점심 식사는요?
네 했어요.
사장님이 맛난 거 사 주셔서 그런데 산 아저씨가
해주시는 밥보다는 맛이 덜하던걸요.
에이 무슨 거짓말을,
정말이에요
산 아저씨가 해준 밥이 훨씬 맛있어요.
그럼 다행입니다.
서희는 이제 기운을 회복하고 생기발랄해진 보습이다
그래 부모님께 전화는 드렸어요. 네
실종신고 내고 해서 경찰에서 수색 중이었다는군요
직장에는 했죠.
부장님 난리던걸요.
딱 1주일만 쉬다가 가는 거요!
이제는 땡강 부리면 손발 묶어서 쫓아 버려요
어머머 그렇게 무식한 말이 어디 있어요.
산적들이 원래 다들 좀 무식해요.
그러니까 산적으로 살죠.
서희라는 여자가 배시시 웃는다.
산 아저씨 지난번에 주셨던 거 뭐더라 뭐 궁둥인가 하는 술 그거
한 잔만 주실래요.
해도 되겠어요?
한잔만 할게요.
그러면 오늘은 분위기 있게 포도주로 한잔합니다
어머,
여기에 포도주도 있어요?
그럼요 없는 거 빼고는 다 있어요.
술을 따라주자 서희는 잔을 코로 가져가 냄부터를 맡아본다.
어머,
향이 참 좋네.
정말 포도주 색깔이고 너무 예뻐요
참 그러다가 술도 마시기 전에 취하는 거 아니요?
뭐 어때요.
원래 여자는 술에 취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취하는 거예요
이거 뭐 산적이 무식해서 그런걸. 아나요!
죄송합니다.
분위기 모르는 무식한 산적이라서….
여기 정말 분위기 너무 좋아요.
아늑하고 포근하며 특히 이 모닥불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불 냄새가 나는 것만 빼면은요?
이것도 산 아저씨가 직접 만드신 거예요.
네
자 건배 한번 해봅시다!
서로 마주친 스테인리스 사발에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서희가 깔깔깔 웃는다.
산 아저씨 정말 이건 아니다.
분위기 좋고, 좋아! 술 좋고, 좋아!
잔이 이게 뭐야?
철진이 괜히 머쓱해진다.
산에서 산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투박하면서 소탈한 것 산에서의 밤은 일찍 찾아온다.
어김없이 약 들고 밤에 깨면 차도 계속해서 마셔요.
네 아저씨,
화덕 불 사이로 지나가는 그녀에게서 너무 좋은 향기가
스쳐 지나간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가 향기롭다.
그렇게 그녀와 지내던 일주일은 어느덧 금방 지나고 말았다
늦은 밤까지, 약초를 달이고 산삼을 밤새 달여서 식힌 후 반찬통과 물
병에 담아두고 서희에게 줄 약에 복용 방법을 써 놓고 있다.
약초며 나물 등 커다란 배낭으로 하나 가득하다.
아침 식사는 가볍게 하였다
서희는 비포장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관계로 부담 없는 음식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자 그녀는 자리에 일어서서
움막 주변을 돌아본다.
그리고는 어느새 친해진 개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눈다.
열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 명석이 형님이 오셨다.
철진 이 배낭을 짊어지고 그녀와 함께 통신 탑으로 향하고 있다.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개들도 못내 아쉬운지 꼬리를 흔든다.
형님 무슨 그렇게나 큰돈을 주셨어요.
어, 이 사람 다 N 분의 1이야
다 목이 있는 거야,
여기 산에 살면서 뭐 그리 큰돈이 필요합니까.
명석이 형님이 천천히 올라온 서희를 보자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네 여기 너무 좋아요
아주 눌러서 살고 싶은데 저 산적 아저씨가 쫓아 버리네요.
나쁜 산적 아저씨 그죠?
사람 좋은 네가 어찌해서 산적되었냐?
명석이 형님에 말씀이 의미심장하다.
철진 이 댓 구 없이 그녀에 짐을 트렁크에 싣고 있다.
그리고는 그녀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희에 손을 잡아 악수하는데 그녀에 손은 너무 따스하고 보드랍다.
는 감촉과 느낌이 철진의 손에 전해져 온다.
약 잘 챙겨 먹어요.
그거 한 뿌리에 억대 나가는 거, 이 산적이 특별히 두 뿌리나 준거요!
고마워요. 산 아저씨.
잘 가요.
건강하게 잘 살고요.
철진 아 다음 달에 보자!
네 형님!
참 다음 달에는 안산 이사장님도 오실 거다.
형님 사북역이나 터미널까지 부탁드려요.
걱정하지 말아라.
잘 가요. 서희 씨
네 산 아저씨도 몸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명석이 형님에 차가 통신 탑을 돌아 임도로 접어든다.
그녀가 차창 너머로 손을 흔들며 천진과 작별 인사를 한다.
철진도 어색하게 손을 흔들어 그녀를 배웅한다.
돌아선 발걸음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하다.
움막을 아무래도 대충 정리해 두어야 할 모양이다.
서희가 정리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철진이 마무리해야만 편할 듯하다.
침상은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고, 부엌이며 세면장 주변도 깨끗하게
정리 정돈해 놓고 있다.
내일부터는 버섯을 따러 나설 요량이나 보다.
아직 조금 이르기는 하지만 능이와 송이가 나올 때가 되었다
자연은 다 그렇게 정해진 때가 있는 것이다.
철진이 배낭과 짐 꾸러미를 챙겨 아침을 찍 움막을 나서고 있다.
벌써 산에는 산 약초꾼들 발길이 보인다.
방향을 틀어 멀리 두타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두타산 가기 전 환선굴 쪽에는 능이가 제법 올라와 있다.
오늘 산에서 비박하고 내일 하루 더 버섯을 채취해 돌아갈 작정이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비박 장소를 정하고 잠자리 준비를 해야 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식사 준비도 해야 하고 움푹 파인 바위 밑에 잠자리를
잡고 매트리스를 깔았다 주변을 정리하고 식사 준비를 한다.
버너에 불을 지펴 코펠에 우선 물을 끓인다.
능이를 삶는다.
삶은 능이는 그냥 소금에 찍어 먹는다.
그리고는 능이 삶은 물에 미숫가루를 타 먹는 것으로 한 끼
저녁 식사는 해결되는 것이다.
참으로 간단한 저녁 식사 방법이다.
개들에게도 간단하게 사료를 조금씩 나누어 준다.
시간은 여덟 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초가을 밤이 깊어 가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니 맑은 가을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떠 있다
별이 가득 드리워진
저 밤하늘에
별 하나가 떨어진다.
서쪽 하늘에서
별 하나가 내 가슴에
심장으로 떨어진다.
나의 심장이 멈추면
내 심장은 저 하늘에 별이 된다.
별은 왜
밤하늘에서만 빛이 나는 걸까?
내 가슴속 별은 태양 아래에서도
빛이 나는 것을
별을 세어본다.
내 심장이 뛰는 숫자만큼
밤하늘에 별은 가득하다.
나의 심장은 비어있다.
서쪽 하늘에서 떨어진 별 하나가
내 가슴속에서 잠든다.
그렇게 그날도 철진은 산에서 잠들었다.
침낭 속이라지만 새벽에는 한기가 올라온다.
덕분에 잠을 깨고 말았다
아침 해는 솟아오르지는 않았지만 이미 날이 밝아오고 있다
그래도 아침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온종일 산속을 누비고 다니려면 그만큼 체력이 소모되니까.
아침에 밥을 할 때는 미리 점심 먹을 밥까지, 미리 한다.
그러면 그만큼 번거로움이나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능이는 제법 있다 아직 손을 안 타서 그런가.
등에 지고 있는 배낭이 무겁다.
골짜기를 지나 능 날로 올라서자 갈참나무 활엽수 아래 산철쭉 나무가
있는 옆 등선으로 능이가 제법 돋아나 있다
이제는 배낭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능이는 위장병과 고기 먹고 체한 것에 특효요 또는 고기를 연하게
만들기도 한다.
철진은 이런 한 능이를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관계로 잘게 자른 후
말리거나 잘 씻은 후 대여섯 시간 정도 달여서 환으로 만들어두었다가
음식 할 때 요리에 넣는다.
때로는 고기를 먹은 후 속이 더부룩하면 한 알에서 두 알 정도를
복용하면 즉효를 볼 수 있다.
구릉 쪽으로 들어서자 여기는 완전 더덕밭이다.
더덕 넝쿨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누군가가 심어 놓은 것처럼 군락을 이루고 있다
지금 캐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다
더덕 줄기 밑줄기가 제법 큰 놈으로 몇 뿌리 캐보았다 크다
손님도 오시고 하니까.
조금 더 캐가기로 마음먹고 캐는데 금방 한 망태나 캐었다
지난봄에도 더덕을 조금 캐서 먹어 보았는데 그 맛은 고기를
구억 먹는 맛보다 육질이며 향 식감이 예술이다.
잘 씻은 후 껍질을 벗겨 내고 몸통을 칼자루를 이용하여 양념이
잘 스며들 정도로 두드려 준 후에 양념을 발라 불에 구워 먹으면
마치 불고기처럼 일품이다
다만 껍질을 벗겨 내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껍질을 벗겨 내면서
사포닌인가 뭔가 가하는 것이 나온다.
하얀 점액질 냄새도 좋으며 이 점액질에 농도가 얼마나 진한가 하면
손가락에 끈적끈적 달라붙을 정도다
그러기에 철진은 더덕을 손질하느라 손톱이 아파서 합참을 고생하였다.
그만큼 맛은 일품이다.
이제 자연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철진에 삶은 삶에 여백이 아니라
삶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이곳 산속에서 말이다.
움막으로 돌아가는 발길이 가볍다
움막은 언제나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언제나 그렇게 그 자리에서
철진을 반겨준다.
전혀 낯설지 않은 어미에 품처럼
밤이 깊어 가지만 할 일이 태산이다
손질해서 보관해 둘 나물이며 버섯 손길이 분주하다.
아직도 깊은 밤이거늘 내가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내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여 너는 참 아름답다.
나에게 아침을 맞이할 시간을 주니
산자 살아있는 사람에게 아침은 그만큼 행복한 것이다
가을은 분주한 일상에 하루하루이다.
거두어들이고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기 산은 준비하고 준비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요 며칠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뒤돌아선 등 뒤로 차가운 가을바람이 소스라치게 불어온다.
점심때가 돼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도토리나 주우러 갈 요낭으로
배낭과 망태를 들고 나서려는 차 통신 탑 쪽에서 차에 경적이 울린다.
명석이 형님 차가 보인다.
다른 한대는 낯선 차량이다
아 안산 이사장님이 오신 모양이다.
짊어진 배낭과 망태를 벗어 던지고 통신 탑으로 올라가고 있다.
명석이 형님과 이사장님 그리고 이사장님에 부인 정확하게 말하면
세컨드라고 해야 하나 몇 번 본 그런 안면은 있는 여성분이다.
천진이 정중하게 이동수 사장님 부인에게 묵례로 인사를 하고 있다.
이사장님과는 악수로 인사한다.
여름에 오려고 했지만, 워낙 바빠서 이렇게 늦게 오게 되었다.
미안해요.
무슨 말씀을 이렇게 찾아 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이사장님은 가지고 오신 물건들이 제법 있다.
넷이서 서너 번씩 왕복해야만 가지고 온 물건들을 운반해 올 수 있었다.
식사는 오시면서 하셨다 하신다.
이사장님은 가지고 오신 텐트를 움막 옆에 치고 계신다.
밤에는 추워요.
아 걱정하지 말아요.
이게 이래 봬도 알래스카에서도 이거 하나면 살 수 있어요.
고기능성 텐트입니다.
정말 텐트 안에는 난로까지 피울 수 있고 취사도구까지 갖추어진
그런 멋진 물건이다.
철진은 저녁 음식 준비에 여념이 없다.
먼저 손질해 놓은 더덕을 칼로 다지고 간장과 고추장 파 마늘을
곱게 다지고 들기름과 설탕을 조금 넣고 무친다.
그런 후에 석쇠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각종 산나물은 미리 물에 담가둔다.
지하 저장고에 매달아 둔 멧돼지고기를 꺼낸다.
멧돼지는 우선 먼저 살짝 삶은 후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다시 한번 촛불이나 송진 불에 표면을 그슬린다.
그런 후에 송진을 바른 후에 저장고에 보관하면 장기간
상하지 않고 보관해 둘 수 있다
산나물에 요리는 간단하다
볶는 것과 무침 요리로 구분한다.
공통 적으로 들기름을 사용한다.
마늘과 파 그리고 간장과 약간에 소금 또 어떠한 나물들은 된장에
무치기도 한다.
재료가 어떤 것인가에 따라 요리 방법이 달라지는 것이다
요리한 음식들을 커다란 접시에 담는다.
모둠으로 이사장님은 마치 캠핑이라도 온 것처럼 마냥 들떠있다.
오시면서 태백에서 고기를 좀 사 오셨단다
특별히 날 위해서 육회는 이미 묻혀서 가지고 오셨고
고기는 한참 굽고 계신다.
철진이 여기 산에 들어와서 처음 먹어 보는 최고에 만찬이다.
철진이 혼자서 먹는 식사는 매우 단출하고 간단하다.
밥과 김치 그리고 나물 한 가지 정도면 되는 아주 단순한 식사 방식이다
날이 어두워지었지만, 이사장님이 준비하신 텐트에는 랜턴도 아주
훌륭하다 주변을 아주 환하게 밝혀준다.
최 사장?
나 우리 집사람이랑 한 1주일 정도만 푹 쉬다 갈 거요.
내가 자릿세는 낼게요.
두둑하게요,
무슨 말씀을 계시는 동안 편안하게 계시다 가세요.
사모님이 좀 불편하실 텐데요.
아 이런데 이렇게 좋은 곳에서는 그런 사소한 불편은 감수해야 합니다.
그럼 콘도로 휴양하러 가지 이곳으로 왜 옵니까.
공기 좋아 경치 좋아 또 이렇게 좋은 음식들 먹어 뭐 더 바랄 게 없네요.
안 그래요 여보?
네 좋은 곳이네요!
언뜻 보기에도 이 사장 부부는 근 20살 가까운 나이 차이다.
이 사장님이 50 후 반 부인이 40대 초반 꾀 많은 나이 차이다.
그런데도 금실이 좋다.
늦은 밤까지 그동안 밀린 이야기며 사냥 이야기 사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느새 다들 두꺼운 잠바를 꺼내 입었다
모닥불을 피워 놓았지만 그래도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든다.
아, 그런데 최 사장 여자 생각은 안 나요?
그러다 나중에 사리 생기는 거 아뇨.
내가 올 때 예쁜 아가씨 하나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우리 최 사장
의사를 몰라서 다음에 한 번 데리고 올게요!
철진이 대답 대신 웃음으로 답했다.
이사장 부인이 옆에서 거든다.
어휴 짓궂기는 하여튼 알아줘야 해요.
야 참 철진 아 지난번 그 아가씨 너에 대해서 아주 꼬치꼬치 캐묻더라.
명석이 형님이 반색하며 끼어든다.
어떤 아가씨요?
여기 아가씨가 있었단 말이요?
이동수 사장님이 호기심에 가득한 얼굴로 말한다.
이거 로맨스가 나오겠는걸.
아 두 달 전에 산에서 조난 한 등산객이 있어서 여기 움막에서
한 20여 일간 요양 하다 갔거든요.
아니 최 사장 여기서 아리따운 아가씨랑 단둘이서 20일 동안이나
있었단 말이요?
특종이네! 특종 감이야!
어디 그럼 그 로맨스 좀 이야기해 보세요.
궁금해지는데 이거 설마 20여 일 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던
건 아니겠지요.
별일은 없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젊은 남녀가 무인도나 다름없는 이런 곳에서 한 달 동안 살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요?
아니 최 사장 고자요?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하는 소리요?
남녀 단둘이 이런 외딴곳에서 20여 일 동안이나 함께 있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예끼, 여보쇼
담에 내가 꼭 목욕탕 가서 최 사장 고자인지 아닌지 꼭
확인해 봅니다.
젊은 남녀가 20일 동안이나 단둘이 무인도에 있었는데 아무 일 없었다.
아니 이사장님 이거 말 되는 소리입니까,
이게?
아니 왜 당신이 흥분하고 그래요?
이사장 부인이 나선다.
여보, 로맨스가 있잖아
여기 이렇게 좋은 곳에 말이야.
하하하 다들 한바탕 크게 웃고 있다.
모처럼 오신 귀한 손님을 모시려면 융숭하게 모셔야 한다.
나는 지난번에 캐온 산삼 남은 것을 약탕기에 넣어 중간 불로
달이기 시작하는가 보다.
그렇게 불에 놓아두면 내일 아침이며 복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늦은 시간 임에도 다들 잠자리에 들어설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새벽, 네 시가 되자 이 사장님은 이제 술도 되었고 하니 잠자리에
들자고 한다.
내일 아침 식사는 10에 하는 걸로 할게요.
명석이 형님은 피곤 한 모양이다.
바로 코를 곤다.
약탕기에 불을 살피고 철진이도 잠자리에 든다.
아침은 분주하다.
먼저 공복에 산삼 달인 물을 한 잔씩 드리고 세면은 무쇠솥에
끓는 물을 양동이에 담아 계곡에서 아침 세면을 하는 것이다.
볼일은 각자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고
그러나 철진은 될 수 있으면 움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보고 오라고 한다.
아침 기온이 제법 쌀쌀한 기온이 감돈다.
이사장님 부인은 움막 안에서 세면을 하시라고 했다.
아무래도 계곡은 불편해 보인다.
철진이도 움막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계곡물에서 세면과 설거지
속옷 등을 세탁하고는 한다.
말하자면 움막 안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이 식수 겸 용수 역할을
톡톡하게 있는 것이다.
어머, 최 사장님 진짜로 여자분이 있다가 가셨나 보네요?
이사장 부인이 세수하는 곳에는 서희가 사용한다.
남은 비누며 샴푸 각종 세면도구가 놓여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여성용으로 말이다.
네
등산 오신 분이었는데 조난되어서 여기서 한 20 일정도
쉬시다가 가셨어요.
철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하고 있다.
뭐 하시는 분이셨어요?
나이는?
예쁘던가요.
아 저는 뭐 별 관심사가 아니라 그냥 그분 몸도 쇠약하고 그래서
잘 먹이고 극진하게 보살펴 드린 후 보내드렸죠.
어머, 그분 여기 생각 엄청나겠어요.
이렇게 특이하고 좋은 곳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예요?
여자들의 관심사라는 것이 참, 희한하다. 라는 생각을 철진이
혼자서 하고 있다.
어머, 여기서 모든 일을 다 하시는 거예요?
가운데 화덕에 앉아 이사장님 부인이 머리를 말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부엌이라고 해봐야 무쇠솥 두 개를 올려놓은 부뚜막 그리고 선반,
침상 중앙에 화덕 단순하면서도 동선을 고려한 그러한 구조이다.
불을 지펴도 전혀 연기가 나질 않아요?
신기하네요?
철진이 이동수 사장 부인에게 차 한 잔을 건네어 주고 있다.
어머, 이게 무슨 차예요.
향이 너무 좋아요?
그냥 약초 달인 물입니다.
그 귀한 산삼도 주시고 정말 고마워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냥 이사장님하고 편히 쉬시다가 가세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차 드시면서 해도 돼요
버너에 불을 피우고 그 위에 프라이팬처럼 생긴 냄비에 나물을 넣고
양념한 것을 그냥 불에 볶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물을 볶으며 맛을 본 이사장 부인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어머, 이게 무슨 나물이죠?
엄청 담백하고 맛이 있네요!
오가피 나물입니다.
봄에 묵나물로 만들어 놓았죠.
이건 취나물입니다!
이것도 좀 볶아 주세요.
철진은 나물이 볶아지는 동안 국을 끓이고 있다.
어제 마신 술도 그렇고 해서 멧돼지 내장으로 탕을 끓이고 있다.
일종에 내장탕인 셈이다.
구수한 냄새가 움막 안에 가득하다.
두 분이 산책이라도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명석이 형님과 이사장님이 움막 안으로 들어선다.
야, 이게 무슨 냄새야 죽이는데.
최 사장 오늘 아침은 뭔 요리요?
지난번처럼 또 나를 감동 주는 거 아니요?
화덕 주변에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탕은 화덕 숯불 위에 올려놓아 각자가 알아서 양껏 그릇에 덜어 먹고
반찬은 두 곳으로 모둠으로 해서 나누어 놓았다
이사장님이 가지고 오신 김치도 맛이 일품이다.
갓, 김치와 일반 김장 김치나 맛깔스럽다.
최 사장 이거 안산서 김치 최고로 잘 담근다는 아주머니한테 내가
최 사장 주려고 사 온 거요 두고두고 드세요!
그 대신에 좋은 거는 나갈 때 싸 주면 돼요!
전혀 사심 없는 농담이다
그럴게요.
이사장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일행은 등산하기로 하였나 보다.
철진에게는 뭐 별다를 게 없는 일상이지만
저들에게는 등산도 하나에 일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코스는 하장 쪽 대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왕복 소요 시간은 여섯 시간 정도 그리 어렵거나 힘든 코스는 아니다.
도시락을 싸 점심은 그곳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다
배낭에 짐을 나누어지니 훨씬 가볍고 편안하다.
철진은 배낭에 버너랑 아침에 먹다 남은 탕을 준비했다.
그래도 뭔가 따듯한 국물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이사장님 부인 되시는 분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챙기고 다들
배낭을 짊어지고 등산에 나섰다.
산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능선에 자라는 활엽수는 어느덧 바람에 잎이 떨어져 날리곤 한다.
산에 다녀온 일행은 저녁 준비가 한창이다.
오늘 저녁 요리는 이사장님에 특별 요리이란다.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해본다.
이사장님은 숯불을 준비해 달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통닭 속에다 마늘과 후추 소금으로 간을 하고 캔 맥주에
캔을 따서 생닭 속에다 캔에 뚜껑이 위로 가게끔 해서 포일로
통닭에 온몸을 감싼다!
그러고는 이것을 숯불에 3~40분 정도 올려놓으라는 주문이다!
난생처음 보는 요리법이다.
날은 어두워지었지만, 텐트 주변은 랜턴으로 인하여 환하다.
워낙 깊은 산속이라서 이 정도 불빛은 외부에 그렇게 쉽사리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바비큐 통에 고기를 굽고 테이블처럼 생긴 버너에서는
이동수 사장님 부인이 음식을 만들고 계신다.
저녁 식사는 진수성찬이다.
닭 요리가 생각보다 담백하고 일품이다
맥주에 특유한 맛이 닭에 온 살 속으로 골 구로 퍼져서 잡냄새도
없으며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훌륭한 요리이다
식사하면서 이사장님이 그러신다.
이번 엽기 되기 전에 몸 한번 풀어야 하는 거,
야뇨 최 사장?
그러시죠.
언제 올라가신다고요?
이사장님?
이번 토요일에는 출발하려고요
우리 마누라랑 카지노 가서 구경도 시켜주고 그래도 한번
땅기고 가야죠.
그러면 금요일 일찍 가시죠.
제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놈들 자리를 봐 둔 곳이 있어요.
그럽시다!
이거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 최 사장 내가 본에 라이카 한 쌍
줄 터이니 키워봐요.
아주 훌륭한 녀석들입니다!
내가 키우던 놈들 강아지입니다.
녀석들에 명성은 익히 듣고 보아온 터라 잘 알고 있다.
식사는 그리 늦은 시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낮에 등산한 것이 좀 피곤한 모양이다.
사모님 설거지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아침에 제가 할 테니 그냥 편안하게 쉬십시오.
명석이 형님과 움막 안으로 들어섰다.
양치질 좀 하고 자련다.
형님 저에게 그런 거 안 주셔도 돼요
형님에게서 받는 게 얼마인데.
아 이 사람 다 정확하게 1대1이다
그동안 여기 생필품이며 그런 들어간 값은 빼놓았다.
그리고 너도 언젠가는 필요 할지도 모르고 그냥 맘 편하게 먹어라
명석이 형님은 그동안 산에서 보내드린 것들은 품목이며
날짜 판매 금액까지 정확하게 명기하여 계산한 후 통장을 만들어
철진이에게 전해주셨다.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분이시다.
형님 차 한잔하고 주무시죠.
그러자!
철진이는 명석이 형님에게 차를 드리고는 세면을 하기 위해
웃옷을 벗었다.
야, 철진 아 너 몸 정말 좋아졌다.
그래요. 형님?
어 아주 보기 좋게 좋아졌는데
너 여기로 온 첫해는….
나, 너 보면 조만간 초상 치르는 줄 알았다!
그러셨어요?
그래 그때 비하면 지금은 양반이다.
다 형님 덕분이죠.
형님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그래 이렇게 너 가 즐겁게 사는 거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철진이 여기 움막으로 온 첫 겨울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고립된 산속에서 혼자서 괴로움과 외로움 아픔과 싸워야 했다.
깨어있는 시간은 지옥이었다.
술을 매일 하루에 커다란 페트병 한 병씩 마셨으니 말이다
깨면 마시고 취하면 자고 또 깨면 마시고 취하면 자고 깨어있는
시간은 인간에 사고력이 철진에 자아를 괴롭혔다!
흑장미에 색보다 더 진한 심홍색에 피를
내 가슴 속에서 토해냈다.
그녀 때문에….
아플 때나 즐거울 때나 괘로 울 때 즐거울 때나!
고독하거나 희망을 놓아 버렸을 때도
그녀는 언제나 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런 그녀가 날 배신했다!
나의 삶과 함께해온 인생에 동반자인 그녀가 나를 배신했다
나는 그토록 사랑한 그녀 때문에 심장에서 자줏빛 피를 흘린다.
난 그런 그녀가 저주스럽다.
내 인생에 동반 지기이었거늘….
내 사랑에 대한 애정에 보답이랍시고 내 심장에서 피를 뽑는다.
그런 그녀에 대한 애증으로 나에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런 너를 보내야 하는 두려움이나 고통은 없다!
너와 나에 깊은 인연에 대한 추억에 회상이 마지막 기역처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그녀 나이 24살 때
나는 불과 18세에 나이 연상에 여인이었다
그녀에 나이를 추론해 보면 오십이 넘은 나이이지만
그녀는 세월에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고 있다.
그녀에 나이는 열아홉 반!
참으로 어찌 된 조화란 말인가.
내 나이는 이제 40을 넘긴 나이다.
이제는 저리 젊고 아리따운 그녀와 매일 열정에 정사를
서너 번씩 치른다는 것은 나에게는 무리다.
그녀 때문에 터져 버린 심장에서 피가 흐르기 때문이다!
점점 젊어지는 그녀는 더는 정열을 불태워 그녀와
동거하며 동고동락할 수 없다고 크고 날카로운 배반에 가시로 나의
심장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떠나 버렸다!
슬아 사랑한다!
잘 가거라!
부디 세상 사람들에 시름을 달래주고
기쁨만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슬아 ~ 슬아! 참 이슬아!
그렇게 철진은 매일 매일 독주를 마셨다.
깨어있는 시간은 철진에게는 참으로 고통이었으니까. 말이다
서너 달 정도 되어가니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처음 움막에 오신 형님도 내 모습을 보고는 놀라셨으니까.
머리는 덥수룩하지, 수염을 깍지도 않았지, 얼굴은 다 죽어가는
환자처럼 변해있지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음식은 전혀 먹지도 않으며 오로지 술만 마시고 살았다
거울도 없거니와 보지도 않아서 모르겠지만 자신이 생각해
보아도 그럴 것이다.
더군다나 씻지도 않았지, 옷을 세탁해 입지도 않았지
정말 노숙자보다 더한 부랑아 같은 몰골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철진은 그런 부랑아 같은 모습으로 명석에 눈에 비추어
지었을 것이다.
그때 그런 처지에 처한 철진 자신이 그 무엇보다도 더 미웠다.
그래서 그런 식으로 자신을 스스로 학대 했는지도 모른다.
며칠 동안 이 사장님과 명석이 형님은 움막에서 나물을 다듬고
손질하고 겨울날 채비를 도와주며 며칠 쉬다가 가셨다.
안산 이동수 사장님은 뭐 필요한 것은 없냐고 묻고는 수렵 시즌에
오겠다는 인사말을 남기고 일행은 움막을 떠났다.
이곳 움막에서 살면서 사람 냄새는 못 맡아볼 줄 알았다!
그런데도 이곳에 사람들이 날 찾아 주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저들도 사람이 그리워서일까?
이곳 생활에 호기심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철진에게는 반가운 존재이며 철진을 도와주시는 지인분들이다.
이제 산속 움막도 겨울로 들어설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하나둘 떨어지지만
스산한 초겨울 바람에 뒹구는
낙엽은 하나둘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커피 향보다 진한 낙엽 타는 냄새
코끝이 정겨움을 표한다.
나를 태워도 저처럼 아름답고 정겨운
향기가 날까.
잎 새 우는 바람에 낙엽은 연기로
잎 새 우는 바람에 낙엽은 향기로
잎 새 우는 바람에 낙엽은 추억으로 남는다!
다만 갈무리하지 못할 뿐이다.
떨어지는 낙엽도
바람에 날리는 낙엽도
화려했던 지난날에 영화를 태워 버리는
연 기속에 다만 무엇으로도 남아있지
않을 뿐이다.
다만 기억과 혼동이 남아있을 뿐이다.
겨울은 여기 움막에서 사는 철진을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인간으로 내몰아치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울 별달리 할 일도 없고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없다!
그저 그냥 나 자신과 대화를 하거나 아니면 흥얼흥얼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거나 산책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겨울에 눈이 오면 허벅지까지 오곤 한다.
개집과 저장고 눈 치우기에 바쁘고 무쇠솥에 겨울 양식을 조금씩
축내는 게 여기 산 생활에 전부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부터는 무엇인가 취미를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적당한 취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여기서 즐기거나 마땅히 할만한
취미 생활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목각인형 만들기이다!
그래서 지난번 명석이 형님에게 도구를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작은 톱, 망치, 칼. 그리고 여러 가지 형태에 끌 도끼 사포 등등
올겨울은 화덕 앞에서 나를 깍듯이 나 자신을 다듬듯 나뭇조각을 깎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생각한 조각물을 스케치한다.
그리고는 적당한 크기로 톱으로 자른다.
그리고 깎아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말이 쉬워서 조각이지 이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왼손 손가락 세 개와 손바닥에 심한 상처를 입었다!
아무래도 서투른 끌 솜씨 때문일 것이다.
물체에 강도나 나뭇결을 결을 모르고 무모하게 시작한 일이라
서툴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상처받고 아물지 않은 내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는 어떠한 일에 집중하고 몰입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래서 좋다 다듬어지지 않은 나 자신을 깎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어서 말이다!
조각한 조각물에 거친 표면을 사포를 이용하여 곱게 다듬은 후에
물감으로 색을 입혀 보았다.
처음이라 어딘가 부족하고 어색하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하다.
차라리 인형이나 추상적인 조형물을 만들지 말고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은 목재가 잘 건조되어야 갈라지지 않고 틀어지지 않기에
지난봄에 화목으로 사용하려고 배어둔 나무들을 골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에 화덕 옆에 두고 말리기 시작하였다.
우선은 그냥 투박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내 개들에 밥그릇을 파
만들기로 했나 보다.
이 작업은 그래도 수월한 편이다.
그냥 깎아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까.
옛날 시골에 가면 있는 소먹이는 여물통을 생각하면서 만든다.
그래도 세 개나 만들려니 꼬박 일주일이나 걸린다.
녀석들의 밥그릇으로 만든 여물통을 개집 우리 안에 나란히
넣어주고 있다.
연례행사처처럼 이사장님과 명석이 형님은 수렵 시즌이면 이곳
움막에서 묵으며 사냥을 하며 한 달에 한두 번꼴로 사나흘씩
묵어가곤 한다.
인간에 정이 무엇인지 다들 오시면 즐겁고 기분 좋아지지만 가시고
나면 무엇인가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이 철진을 집어삼킨다!
그래서 하나라도 더 챙겨서 보내주고 뭐 좋은 거 하나라도
더 먹여 드리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인지상정인지 그들도 이곳 움막을 방문할 때면
이것저것 가득 챙겨다 주신다.
자연에서 느끼고 배운 것이지만 자연에 생명력은 참으로 위대하고
대단한 것이다
별 보잘것없는 하찮은 것이라도 말이다.
우리가 파를 사게 되면 단으로 파는 것을 일반 가정주부들은 파에
뿌리를 자르고 떡잎을 자르고 다듬은 후에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는다.
여기 움막 안은 한겨울에도 섭씨 10도 수준을 유지한다.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한 20도 정도를 유지한다고 보면 된다.
나도 전에는 파를 뿌리는 자르고 잎과 줄기만 음식에 넣어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것이지만 조금 길게 잘라서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놓은 파 뿌리에서 줄기가 연녹색을 띠며 자라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참으로 신기한 모습이다.
다음부터는 파에 줄기를 뿌리에서 4~5센티 정도 자른 후 물에 담가
두었더니 이놈이 정말 하루하루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것이다!
한 가지 흠이라면 냄새가 몹시 난다는 것이다.
깊은 산속에서 한겨울에 먹어 볼 수 있는 채소라는 것이
가난한 집 소고기 먹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콩나물도 직접 길어 먹고는 한다.
재배하는 방법도 아주 쉽다.
하루에 물만 서너 번 주면 되는 것이다.
다만 콩나물을 기를 때 5~6일 간격으로 콩을 구분해서 기른다.
그래야만 끊이지 않고 겨울철 내내 콩나물을 먹을 수 있다.
요리도 다양하다.
무침이며 국 콩나물밥 찜. 샐러드로 먹는 방법도 있다.
콩나물 특유에 비린내를 없애기 위하여 살짝 데치거나 찐 후에
그냥 생으로 먹으면 아삭아삭한 식감이 아주 일품이다.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려나
눈이 금방이라도 펑펑 내릴 그런 하늘이다.
곱다
참으로 곱지 아니한가.
저 산산이 조각나
떨어지는 수백만 송이
하얀 꽃송이
온통 세상을 뒤덮어 놓을 것이다.
눈 덮인 산야에 봄은 오는가.
반드시 온다!
양지로부터 시작하여
얼음으로 멈추어진 시간에도
봄은 찾아올 것이다.
얼음으로 멈추어진 시간에도 봄은 온다.
지금 눈 온다고 내일을 걱정하지 말라
산을 휘감아 도는 바람이 나에게
안녕하시냐! 묻거든 세상을 뒤덮은 저 하얀
악마에 조각 때문에 안녕하지 못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리라
얼음을 뚫고 자라나는 민초, 처럼 당당하게 말하라
봄이여 왔도다!
너 혼 자만에 겨울이여 어서 물러가거라.
이 깊은 산속에서 나는 지금 사치를 누리고 있다.
사고에 사치를….
춥고, 배고프고, 외롭고, 괴로워도
나는 사사로운 사념에 사치를 누리고 있다
이 깊은 산속에서 나는 생존에 몸부림치고 있다.
나는 살고 싶다.
살아야만 한다.
그렇게 또 한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오는가 보다.
자연에 이치인가 조화인가 떨어지면 피어나고 피어나면 지고
그렇게 자연은 거기 그 자리에서 우뚝 서 있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켜 주고 있다.
겨울은 산 정상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봄은 저 아래
땅 위에서부터 시작된다.
겨울철에 사냥해서 손질해 놓은 동물에 고기며 가죽 채집한
겨우살이며 버섯 등도 손질해서 내려보내야 한다.
봄이라고 해도 당장 산에서 얻을 것은 없다.
다만 봄을 기다리며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산에서 살아보니 계절에 큰 영향을 받는다.
무엇을 하여야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인간이 자연환경에 얼마나 순응하며 적응하면서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인간에 문명은 채집과 수렵 농경문화로부터 시작이다.
고대에부터 내려온 문화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변한 것 이외에는 별다를 필요가 없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어떻게 달력이며 절기 별자리를 보고 살았으며
농산물이며 산에서 나는 약초며 나무며 균사들이 인간에게 도움이
되고 약효를 알아냈는지 참으로 궁금하고 신기하다.
그때는 지금처럼 과학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과학으로 효능이나 약효 독이 있다 없나를 아는 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아마도 인간들 삶 그 자체에서 배운듯하다.
지혜와 연구로 그런 선조에게 감사를 드리고는 한다.
내가 산속에서 혼자 살아보니 나 자신 스스로가 삶에 방법을 터득하고
그 이치를 나 자신도 모르게 깨 닳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신은 모든 것을 공평하게 주었다!
라고 철진은 자신은 늘 생각한다.
신은 인간에게 완벽한 두 가지 이상을 인간에게 부여해 주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 에 장점이며 특기 자신에게 주어진 장점과 특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본다.
나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모르며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나를 발전시키는 사람,
무한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그냥 아무런
의미도 없이 세월만 보내며 소진 시키는 사람,
인간은 누구나 그 무엇을 갈구하며 희망하며 살아가고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소질이 있고 특기가 있는 것이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 수학을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과학을 잘하는 사람, 사람에 병을 잘 치료하는 사람,
기타 등등 저마다 소질을 가지고 태어났다.
우리나라 국민교육헌장에도 나와 있는 문구이지만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계발하여 인류 공헌에 이바지할 때이다.
그러나 우리에 현실 교육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오로지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는 1등만을 요구하고 있다.
달리기 잘하는 놈이 수학 문제를 잘 풀어서 1등 할 수 있는가 말이다
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딱딱한 과학 공식이나 이론을 설명하면
그 학생이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교육 과정을 따를 것인가?
일등을 지향하고 일등만 해야 하는 교육을 받고 자라온 사람은 사회에
진출하면 1등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는 학교에서 1등만 한 사람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하고 전문화된 인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공부만 1등을 한 사람이 농사짓는 방법을 알까?
몇 월에 씨앗을 뿌려야 하며 언제 추수 하여야 하는가. 부 터
농사만 짓고 배우 사람이 수학 공식을 보여주며 풀어 보라면
그 사람이 그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인간은 그래서 협동적 유기적으로 서로 공존하며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다
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래도 보고 살아야 한다.
인간사 삶에 오름이 있으면 내림도 있는 법이다.
다들 나 잘나서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잘난 사람은 그대 말에 그냥 허허 웃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한 가지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태어나 세상과 화합하지 아니하며 융화하지 아니하고 살며
역사적으로 나 지금이나 나 잘났다고 싸우는 것 아닌가.
인간이 지구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라면 전 인류가 똘똘 뭉쳐서
살 것이거늘 오늘 하루도 철진은 세상에 감사하며 살아간다.
쌀을 만들어 주신 농부에게 버스를 운전하시는 기사 분께 내가 사는
집을 지어주신 분께 나를 치료해 주신 의사에게 자동차를 만들어 내가
편안하게 다닐 수 있게 해주신 분께 세상 살아가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불경 구절인가 이런 말이 생각난다.
범사에 감사하라!
세상 모든 것에 내가 소중한 만큼 저들도 소중한 것이다
감사하고 살자.
오늘도 하루를 살게 해주신 신이시여 감사하나이다.
지난겨울에 짬짬이 만들어 놓은 목공예 품이 다양하다.
접시, 옷걸이, 재떨이, 쟁반. 그릇, 소반, 등등 모두 이곳 산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이다.
여기로 와서 가장 좋은 것은 숲에서 나는 모든 것을 철진이 온몸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철진이는 움막 근처에서 혼자 있을 때는 발가벗고 생활한다!
의복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거지 필수는 아니다.
몸을 보호하고 유지 시켜주는 보호용이지 의류가 필수는 아니라 본다!
추우면 몸을 따듯하게 보호하고 외부로부터 신체를 보호받거나 하는
그것으로부터 보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철진은 어제부터인가 산에서 발가벗고 생활한다.
자연에서 초라한 내 육신을 무엇에 비교하고 내세우리.
차라리 허울이랑 훌훌 벗어버리고 저들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참 자연인이 아닐까?
발가벗고 산에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편안하고 즐거운지 모른다.
여기 산에 있는 모든 것들은 발가벗은 채 자신을 스스럼없이
모두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여기 산 생활은 철진이 삶에 여백이 아닌 철진 삶에 중심이 되었다!
그 중심과 서로 다른 중심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또 다른 봄이 왔다.
희망과 꿈 소생을 알리는 봄이 이곳 깊은 산에도 찾아왔다.
이번 여름에는 움막에 손님이 찾아오거나 방문하면 묵어가기
편하게 작은 한옥식에 움막을 짓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나무들이 물이 오르기 전에 베어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움막이 틀어지거나 휘어짐 없이 견고한 움막이
완성될 것이다.
낙타봉 쪽에 밭을 좀 더 일굴 생각이라서 그쪽에서 목재를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큰놈이던 작은 놈이든 얼기설기 맞대기식으로 지으면 되니까.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벌목을 하고 있다!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움막을 지어 보기로 생각하였다.
나무만 베고 다듬고 말리고 깎는 데만 4~5개월은 족히 걸릴 것이다.
저 아래 들판 쪽에서 훈풍이 불어온다.
오늘은 뭐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실 모양인지 까마귀 녀석이 아침부터
하늘을 높이 날아 울어댄다.
깊고 높은 산에는 까치가 살지 않는다.
까마귀 녀석들이 살고 있다 높은 곳에는 동물 사체들이 있어서
그런지 까마귀가 서식한다.
아침을 먹고 톱과 도끼를 들고 낙타봉에서 한참을 나무를 베고 있는데
개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녀석들은 철진에게 와서는 몸을 비비고는 이내 달려온 방향으로 뛰어간다!
손님이 오신 모양이다!
명석이 형님이 오시기에는 아직 이른대. 누구 다른 사람이 왔나 순간
긴장하게 된다. 개를 풀어 줄 사람은 없는데 녀석들은 잘 짖지는 않지만
낯선 사람에게는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거리며 잔뜩 경계 태세를 취하는
녀석들이다.
철진은 그런 사냥개들을 어려서부터 훈련하고 교육해왔다.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명석이 형님이다.
철진 도 휘파람 소리로 자신에 위치를 명석에게 알려주고 있다.
산에 움막을 찾은 손님은 명석이 형님이다.
아니 형님 이렇게 일찍 무슨 일이세요.
어, 자세한 건 움막으로 가면서 이야기하자!
무슨 일이 있어요! 형님?
야, 지난번에 왜 여기 조난 했던 그 아가씨!
아 네“ 여기서 한참 머물다 갔지요!
왜 그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맹랑하더라고!
왜요?
며칠 전 사복으로 찾아와서 커피숍에서 만났다.
무슨 이유로 형님을 찾아왔어요?
가보면 안다!
자기를 여기 움막으로 데려다 달라는 거야 글쎄
아니 여기 움막은 왜요?
자기도 여기서 살고 싶다나!
거기는 잠깐 쉬거나 하루 이틀 묵어가는 곳이지 일반인들이
살아가기 그렇게 녹록한 곳이 아니라고 그만 돌아가라고 잘
타일러건만 다음날 선호 엄마도 가계에 있는데 가계로 찾아온 거야!
내 입장이 뭐가 되겠니?
일단 나가서 차 한잔하며 이야기하자고 했지
이 아가씨 아주 맹랑하더라고?
두 분 무슨 공존에 비밀이 있으시죠?
그러는 거야 나 참.
나야 뭐 오리발을 내밀었지만.
그럼 경찰에 가서도 두 분 신원을 밝힐 수 있냐는 거야.
여기로 갑자기 경찰이라도 들이닥치면 너만 입장 난처하지 않냐?
나도 그렇고 해서 그래서 일단은 데리고 왔다.
네가 잘 타일러서 내려보내 내가 사나흘 있다가 올 테니
움막으로 오자 서희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산 아저씨 안녕!
그동안 잘 계셨어요?
개들도 그녀 주변에서 꼬리를 친다.
명석이 형님이 처지가 난처한 모양인지 철진에게 서희를
때어놓다시피 하고는 바쁘다는 핑계로 가버리고 말았다!
철진 아 주말에 오마!
네~
형님 멀리 못가요 살펴 가세요.
어,
야, 여기 저 아가씨 짐 가지고 가라!
네!
일단은 이렇게 오셨으니 들어갑시다.
짐은 내가 가지고 올 터이니 여기 있어요!
철진이 서희 짐을 가지러 철탑으로 올라서고 있다.
무슨 짐이 이렇게 많은가.
아주, 눌러살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군.
철진이 혼자 말로 중얼거리고 있다.
반갑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젊은 여자랑 산속에서 단둘이 산다는 것도 그렇고 여자가 산에서
살기에는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진은 짐부터 움막 안으로 날라 놓고 서희에게 묻는다.
아가씨?
우선 차 한잔부터 합시다!
네, 고마워요.
산 아저씨!
하나도 변한 게 없이 그대로이네요?
산 아저씨 어머 이거 산 아저씨가 만든 거예요?
네 지난겨울에 심심해서 만들어 보았어요.
솟대를 만들려고 만들어 놓은 오리며 기러기 생활 가재도구를 보며
그녀가 말한다.
서희 씨라고 했던가요?
네!
철진이 담배부터 피워 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 이 아가씨에게 설득력 있게 타일러
돌려보낼 방법을 머릿속으로 굴려 보는 중이다.
선뜻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가 보다.
잠시 적막감이 움막 안을 흐른다.
철진 이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아니 무슨 생각으로 여길 찾아오셨어요?
그것도 여기서 살자고 그 정도 사려분별 못할 나이는 아닙니까.
보다시피 여기는 남자인 나도 살기 힘든 곳입니다!
그냥 며칠 휴가라 생각하시고 쉬시다.
명석이 형님 올라오시면 돌아가요.
그렇게 하세요!
철진 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요지부동이다.
저 산 아저씨?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몰라도 그냥 들어 주세요?
저 사실은 건강이 좋지 않아요.
아니 그런 분이 여기서 산다고요.
그게 쉽게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까?
그녀가 두 손으로 찻잔을 입가로 가지고 가한 모금 마시더니
하던 말을 이어 한다.
사실은 처음 이곳에 올 때도 저는 건강이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행과 떨어지고 그래서 산을 헤매다가 조난한 거고요.
통신 탑이 보이기에 와 본 거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서 사람이 사는구나.
하고 와 본 거고요.
아저씨가 절 구해 주신 거 무척 감사드리고요.
무엇보다 저를 극진히 보살펴 주셔서 제 건강이 매우 좋아 지었고요.
서울에 올라가서 한동안 직장에 복귀하여 생활했지만,
건강이 다시 악화하고 그래서 결정한 거예요!
이렇게 아프며 사나 그냥 아저씨처럼 마음 편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거죠.
서희 씨는 제가 사는 게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나요?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여요!
여기는 아저씨만이 살아가는 낙원처럼 요.
저는 단지 낙원에 손님처럼 잠깐 쉬다가 갈려고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주변도 정리하고 왔어요!
부모님께는 그냥 강원도로 휴양하러 간다고 하고요.
사실 제가 여기 찾아오려고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어요!
단지 제가 혼자서 오거나 택시를 타고 오면 산 아저씨가
더 불편할 것 같아서 양화점 사장님께 간곡하게 부탁한 거고요.
사실 반협박도 했지만….
정말 맹랑한 아가씨다.
그리고 저 그냥 먹여주고 재워 달라는 소리 안 해요.
저도 산 아저씨 도와 드리고 제 밥값은 할게요!
그리고 하숙비는 드릴게요.
저 퇴직금 두둑하게 탔어요.
한 백 년은 묵었다 가도 될걸요.
철진이 대답 대신 속이 타는지 담배만 연신 피워 물고 있다.
서희 씨 두말하지 말고 명석이 형님 올라오실 때까지만
여기서 쉬다가요!
마음 편안하게….
더는 안 돼요!
저 정말 산 아저씨가 그러시면 내려가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저 산에 간첩 산다고요.
저는 위치도 정확하게 알 거 등요!
중계 송신탑 가 원 72호 밑에 간첩이 산다고 신고할 거예요.
아니 서희 씨가 통신 탑이 몇 호인지 나도 모르는걸.
그런 것을 다 어떻게 알아요?
저 통신회사에서 근무했거든요!
이 정도쯤은 기본에 속하지도 않는걸요. 뭐
그녀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웃는다.
암튼 신고하던 말든 그건 아가씨 맘대로 하시고 명석이 형님
오실 때까지만 계신 걸로 할게요!
더는 안 됩니다!
그동안은 숙박은 무료로 해줄게요!
철진이 참으로 난감한 모양이다.
이게 뭔 소리야 지금 여기 와서 나랑 살자는 거야 아니면
산과 함께 살자는 거야!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하다 어찌해야 하나 머리가
지끈 지끈 아플 정도다.
일단 오셨으니까.
짐은 풀지 마시고 한쪽에 놔두고 쉬고 있어요!
난 하던 일이 있어서 저 위에 좀 가 봐야 해요.
싫어요!
혼 자두고 가시면 무서워요.
저도 데리고 가요?
아니 그런 아가씨가 어떻게 이런 산에서 산다고 와요.
뭐 산 아저씨 있으면 하나도 안 무서워요!
참 나 철진은 이 맹랑한 아가씨가 따라오든가 말든가.
하던 일을 마저 하려고 낙타봉으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졸졸 따라온다.
숨이 찬 모양이다.
무슨 걸음이 그렇게 빨라요?
산에서 숙녀가 따라오는데 뭐 돌봐 주지도 않고
나 아가씨한테 따라오라고 한 적 없어요!
나 할 일 하러 간다고 분명하게 말했어요.
움막에서 쉬고 계시라고….
아저씨 물 좀 있어요?
서희에 얼굴빛이 창백하다.
철진이 보온병에 약초 물을 한잔 따라 주었다
미지근해서 그런지 단숨에 벌컥벌컥 마셔버린다.
아저씨 한잔 더 줘요.
두 손으로 컵을 내민다.
철진이는 열심히 톱질만 하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생 통나무를 자르는 일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다!
잠시 쉴 틈을 가지면 서희는 조잘조잘 이야기들을 꺼내 논다.
그동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며 여기에서 산 아저씨에게 구출돼서
산 이야기며 그동안에 일들을 혼자서 말을 이어간다.
철진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나무를 자르며 서희에 말을 들어만 준다.
직장 동료들에게 산 아저씨에게 구출돼서 아저씨에 극진한 보살핌으로
되살아놨다고 하니깐!
다들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철진이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어찌 그런 멋진 로맨스가 있냐고 다들 난리예요.
노처녀가 횡재 한 거라고 부장님은 놀리시고 동료와 친구는 어디
그 달콤한 로맨스 좀 이야기해 보라고 난리. 난리. 인 거 있죠!
제가 얼마 전 퇴사 하면서 나 다시 산으로 간다니까.
친구들이 난리예요!
네가 뭐가 부럽고 아쉬울 게 있어서 그런 산으로 가냐고?
난 그냥 그 산이 좋고 정겹다고 했죠. 뭐!
산 아저씨가 있어서 듬직하고 여름에 제 친구들이 휴가 때 꼭 놀러
온다고 그랬어요!
그래도 되죠?
산 아저씨?
갈수록 태산이군.
갑시다!
날이 어두워 저요!
움막 안으로 들어서자 낯선 향기가 풍긴다!
어딘가 철진에 기역 속에 아련한 듯이 풍겨오는 향긋한 향기가
철진에 코끝을 자극한다.
철진은 저녁 식사 준비로 분주하다.
서희에게는 통, 마늘을 까 달라 부탁하고 화덕에 불도 피워 달라고
부탁하는 모양이다.
서희는 모든 것이 서툴다!
차라리 부탁한 철진이 자신이 잘못이라는 후회를 하고 만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에게 부탁했으니 철진이
가슴만 딱한 것이다.
급한 대로 그런대로 저녁 식사는 준비되었다.
반찬이라고 해야 산나물과 그리고 도라지 무친 것과 된장
시래깃국이 전부다!
수저를 들다 말고 서희가 자리에서 일어선다.
산 아저씨 이렇게 다시 뵙게 되었으니 우리 술 한잔해야죠?
서희가 배낭에서 술병을 꺼낸다!
그리고는 종이에 잘 감싸서 가지고 온 크리스털 잔을 꺼내더니
움막 안으로 흐르는 계곡에 정성스럽게 닦는다!
서희가 가지고 온 술은 포도주다.
코르크 마개를 따라고 나에게 포도주 병따개를 준다.
나도 모처럼 만에 해보는 일이라 서툴다!
코르크 마개를 따자 서희가 병을 들고 철진에게 한잔 따라준다.
자기도 한잔 따라 달란다.
아이 ~ 씨
산 아저씨 우리 건배해요
부딪치는 크리스털 잔소리가 맑고 투명하다!
서희에 웃는 모습처럼….
포도주을 혀로 음미해 보니 보르도산인 거 같다.
달콤하면서 씁쓰름한 특유에 맛!
포도주을 한잔 마신 서희가 깔깔대며 웃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르는 철진은 자신이 뭘 잘못했나 하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다.
아 왜 밥 먹다 말고 그렇게 웃어요?
까르르 ~ 깔깔깔 아저씨 왜 있잖아요?
작년 가을에 아저씨가 대접에다가 준 술 말이에요?
그 생각이 갑자기 나서 깔깔깔.
이 잔소리는 맑고 투명하면서 우아한데
그 대접 소리 호호호 쩔그렁! 쩔그렁!
얼마나 우습든지 그래서 제가 산 아저씨 선물로 주려고 사 왔어요!
산에서 이런 건 사치입니다.
뭐 별로 쓸 일도 없고….
철진 이 말끝을 흐리고 만다.
내가 산에만 살아서 무식해서 그래요
난 이런 거 스타일 아니니까.
내 스타일 대로 마실 거요!
철진은 대접에 포도주를 한 사발 따라붙고는. 자 아가씨 건배합시다.
서희와 건배를 제의한다.
크리스털 잔과 스테인리스 대접이 부딪치는 소리는 절묘한
부조화에 소리를 내고 있다!
어쩌면 험한 산에서 사는 철진과 귀하고 편안하게 살아온 서희와의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에 삶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서희는 술을 마시기도 전에 뒤로 넘어갈 듯 웃고 있다
참으로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아가씨다.
철진은 자신이 왜 감정이라는 사치에 빠지는지 철진 자신도
스스로 도 모른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설거지를 하려고 그릇들을 모아서 설거지하는
동안 차라도 한잔 마시라고 하며 그녀에게 차를 건네어 준다!
그리고는 화덕에 밤이며 고구마 감자를 올려놓고 심심하면 디저트로
먹으라고 한다.
철진이 설거지를 마치는 동안 밤이며 고구마가 숯불 속에서 잘
구워진 모양이다.
그녀가 뜨거운 것을 호 호 불며 잘도 까먹고 있다!
철진 이 랜턴을 들고 움막을 나와 저장고로 향하고 있다.
서희가 체하지 말라고 동치미라도 가져다줄 요량인가보다.
밤하늘에는
별이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다.
술잔 속으로 왜
별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 내 눈물이
별이 되어 술잔 속에
떨어진다!
술잔 속에 떨어진
별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은 내 가슴속 사랑입니다.
별이여 별은 아름다운
사랑 이여라
움막 안으로 들어온 철진에게 서희 가 묻는다?
산 아씨 뭐 가지고 오셨어요?
저 아가씨 고구마 먹고 체하지 말라고 동치미 좀 가지고 왔어요!
이런 자상도 하셔라 역시 산 아씨라니까.
그녀가 동치미 무를 썰어 그릇에 담아주자 동치미 무를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국물을 시원하게 마신다.
야~ 아! 아저씨 이거 끝내 주는걸요?
아저씨가 직접 담그신 거예요?
네 그럼요!
다 제가 직접 담가 먹죠.
역시 산 아저씨야!
차는 화덕 옆에 놓아두었고요!
식으라고 침상 옆에 물병에 담아 두었으니 자다가 깨면 들어요!
난 조각 좀 하다가 자니까.
피곤할 텐데 먼저 쉬어요.
박달나무로 소반을 깎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무에 잎사귀 모양으로 깎아서 나물이며 견과류를 담는 다용도
그릇을 깎아 보기로 했다.
워낙 나무가 단단해 그리 쉬울 듯싶지는 않다.
서희는 화덕 옆에서 앉자 차를 마시며 열중해 있는 철진에
나무 깎는 모습을 쳐다본다!
아씨, 뭐 만드시는 거예요.
움막에서 필요한 가재도구 좀 만들어 보려고요
시간은 자정에 가까워진다.
피곤할 텐데 쉬어요!
아뇨 아저씨도 주무시면 저도 자려고요.
난 오늘은 다했어요!
이만 잡시다.
철진이 양치질을 하고 대접에 술을 한잔 가득 따라 마시고는
칵 소리를 내고 있다,
서희가 한마디하고 나선다.
참 희한한 아저씨야 뭔 물을 마시고도 칵 소리를 내요?
아내 버릇되어서요.
침낭 속으로 몸을 파고든다.
옷을 벗고 맨몸으로 침낭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을 옷을 벗으려다
말고 그냥 침낭으로 들어가 버린다.
서희도 침낭 하나를 준비해왔다.
커다란 것이 보기에도 따듯해 보인다.
낮에 톱질해서 그런지 팔뚝이 아프다.
잠이 스르르 몰려온다.
산 아저씨, 잘 주무세요.
어서 자요. 피곤할 터인데.
그렇게 서희와 철진에 산 생활에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에 서희는 잠에서 부스스 깨어났다.
더운물 덥혀 놓았으니까 씻어요!
수건으로 머리를 뒤로 감싸고는 흐르는 계곡에 쭈그려 않아
세수한다.
그리고는 휴지를 들고 움막을 나선다.
아침 식사를 마친 철진은 어제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위해 움막을
나서려는 철진에 행동을 말없이 바라만 보는 서희에게 한마디 던진다.
서희 씨도 심심하면 따라나서요.
아니면 여기서 그냥 쉬고 계시던가.
저도 따라갈래요.
그녀가 졸졸 따라온다.
철진은 서희가 따라오기 편하게끔 천 천히 걷는 듯해 보인다.
마치 산책이라도 하듯이….
어휴!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인걸!
철진이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다.
산 아씨 뭐 만드시려고요?
네 자그만 손님용 움막 하나 더 만들려고요!
저 지어주시게요?
그녀가 호들갑을 떤다.
저에게 만들어 주시려고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가끔 이곳에도 손님이 오시는데, 좀 불편해서 자그마한 방 하나
만들려고요.
저 만들어 주시면 안 돼요?
돈은 제가 드리면 되죠!
아가씨? 손님께 제공하려고 만든다고 했지요.
치 나는 뭐 손님 아닌가요?
아가씨는 조만간에 가실 분이시고요.
저 바로 안 가요!
여기서 한 100년 정도 살다 가려고요.
철진이 대답 대신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고 있다.
요즘 누가 담배를 피워요.
야만인도 아니고
그럼 산에 처박혀 사는 사람이 문화인입니까?
끊어요?
산 아저씨!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시면서 담배를 왜 피워요.
몸에도 안 좋은걸.
이놈이 그래도 나에게는 유일한 낙이자 친구입니다.
제가 친구가 돼 드릴게요!
끊으세요!
됐거든요?
아가씨가 친구 안 해줘도 여기 친구 많아요!
나무며 바위 구름 계곡 바람 물도 친구도 저 새들도 내 친구입니다!
아저씨, 접착제랑 친구예요.
아니요?
뭔 소리입니까?
같다가 붙이기도 잘 붙여서요.
내가 진짜 친구 하나 불러볼까요?
바로 달려옵니다.
강아지 덜 요….
철진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한다.
녀석이 푸르르 날아온다.
산 꿩이다.
원래는 산닭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철진은 들꿩이라고 부른다!
주머니 속에서 쌀알을 던져주자 들꿩이 쪼아 먹기 시작한다.
서희는 그런 친구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아씨, 정말 이 새가 아저씨 친구예요?
그럼요 그러니까 부르면 바로 오죠!
친구가 아닌데 어떻게 와요!
이 산에는 모든 것이 친구, 이자 벗입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이기도 하고요.
산은 언제나 거기 그렇게 우뚝 선 모습으로 우리 인간을 품에 품어준다.
풍요와 온갖 혜택으로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혜택을 마다하고 산을 버리고 오염시킨다.
자 점심 먹으러 갑시다!
벌써요?
나 혼자라면 그냥 도시락으로 때울 수도 있지만, 손님이 있는 관계로
움막에서 하기로 했나 보다.
점심은 간단하게 하기로 하였다
아침에 먹다 남은 밥과 반찬으로 반찬이 시원찮은지 서희가 배낭에서
마른반찬을 꺼낸다.
나는 이것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건 서희 씨 들어요.
함께 먹어요.
산 아저씨?
저녁때가 되어서 서희와 철진은 우리는 움막으로 돌아왔다.
지난여름에 보니 서희도 나물을 아주 잘 먹었던 기억이
나서인지. 나물 반찬을 하려고 나물 몇 가지를 물에 미리
불려 놓고 있다.
저녁에 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먹으려고 볶을 것은 볶고
무칠 것은 무치고 그렇게 서너 가지나물 반찬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는 자반 한 손을 화덕 숯불에 굽고 있다!
자반 익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고등어가 기름이 자글자글 끓으며 노릇노릇하게
익어가고 있다!
서희는 이렇게 구어서는 처음 먹어 보는 자반고등어
구이란다.
짭짤한 게 입맛에 맞는가 보다.
잘도 먹는다.
밥하고 먹으면 간이 맞을 것이다.
고등어도 지난번에 명석이 형님이 사다 주신 거라 꽝꽝
얼어서 미리 움막
안에서 해동을 시킨 것이다.
낮에 본 얼굴이나 밤에 호롱불 아래서 보는 얼굴이나
서희는 상당한 미인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목구비가 또렷하며 커다란 눈이며 길고 오뚝한 코
작고 가냘프면서도 도톰한 입술 짙은 눈썹과 잘 발달한 귀며
한눈에 보아도 매력적인 미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저씨 오늘은 술 안 드세요?
왜요 한잔 생각나요?
한 잔 드려요?
저는 별로 아저씨는 가을에 보니까.
저녁때면 매일 술 드시는 것 같아서요.
네 저는 저녁때만 반주로 한 사발씩 하곤 합니다.
서희 씨도 한잔하시죠?
그럴까요?
저는 조금만 주세요!
밤에 화장실 가고 싶어서 참기 힘들어요.
이런 화장실 가고 싶으면 나 깨워요.
참 친절도 하셔라 됐거든요!
우리 격식 따지지 말고 각자 편한 대로 합니다.
서희 씨는 포도주잔에 나는 사발에 어때요?
호호호 서희가 웃는다.
역시 스타일은 편해야 한다!
이런 산속에서 무슨 격식을 따지나 편리하면 그만이지
서희는 포도주잔에 포도주를 조금 따르고 철진은 30도짜리
담금주 한 사발을 따라 단숨에 마셔버렸다!
잠시 후 속이 째리리, 한가 보다.
오늘도 조각하실 거예요?
그럼요 해야죠!
그럼 저도 가르쳐 주세요.
심심해요!
그리고 산 아저씨 하는 거 보니까 재미있어 보이던걸요?
손 다쳐요!
그냥 계셔요
설거지를 마치고 난 철진은 차 한 잔을 들고 화덕 옆에 앉자 서
어제저녁에 깎던 조각을 깎기 시작하고 있다!
서희도 화덕 옆에서 쪼그리고 앉자 철진에 조각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거 장갑 끼고 사포로 이거나 곱게 문질러 봐요
철진이 지난번에 깎아둔 목각을 주고는 곱게 사포질하라고
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서툴지만 그래도 열성으로 해보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인다.
손 아프지 않아요?
조금요!
차 한 잔 마시고 쉬어요.
철진이 그녀에게 차 한 잔을 따라 준다.
그녀에게서는 언제나 아주 향기로운 향이 있다.
아찔할 정도로….
우리 피곤 한 대 오늘은 그만 일찍 잡시다.
저 잠깐만요?
산 아씨에게 드릴 게 있어서요.
뭘 주시려고요?
그녀가 배낭 속에서 잘 포장된 사각형에 상자와 기다란 상자
하나를 꺼내어준다.
이거는 제가 산 아저씨한테 정말 고마워서 해 드리는 선물이니까
부담 갖지 말고 쓰세요.
근대 이게 다 뭐요?
뜯어보세요!
작은 상자는 손목시계이다.
아주 고급스러운 시계이다.
철진 이 차고 있는 소토마리노 최신형인 모양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 그런 물건이다.
긴 상자에 포장을 열어보니 정말 마음에 드는 칼이다.
GERBER (거버) 진짜 마음에 드는 사냥용 칼이다.
철진이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철진이 너무나도 기뻐하자 서희도 즐거운 모양이다.
야, 이거 정말 너무 훌륭한 데!
정말 고마워요!
철진은 손목에 있는 시계를 풀고 서희가 선물로 준 시계를
차 보고 있다.
호롱불 아래에서도 시계는 유난히도 빛이 난다.
칼은 벨트를 풀고 옆구리에 차 보았다
아주 마음에 드는 칼이다.
어린아이처럼 철진은 마냥 신이 나 있다
이거 정말 정말 고마운걸요.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에요.
그런다고 여기 그냥 눌러앉을 생각일랑 은 하지 마세요!
아가씨,
치~이 치사해요!
산 아저씨는 제가 선물에 담은 의미도 모르고
아 미안합니다.
선물은 감사합니다.
침낭 속에서 시침과 분침을 보았지만, 야광이라서 아주 선명하고
또렷하게 시침과 분침이 바늘이 보인다.
정말 마음에 드는 선물이다.
시계에 밴드는 우레탄 밴드라 별도로 조절할 필요도 없다.
철진은 밤에 자주 화장실에 가곤 하지 않지만,
지난밤에는 유난히도 자주 들락거리고 있다.
철진은 왼손 손목에 채워진 시계를 보려고 자주 들락거린다.
밤에도 아주 잘 보인다.
철진이 담배를 한 개비 피워 물었다
밤기운이 봄이라고는 하지만 서늘하다.
개집 우리 쪽에서 커다란 시커먼 물체가 빠른 속도로
달아나는 것이 보인다.
무엇인지 검은 물체에 네발 동물에는 틀림이 없다
아주 민첩하고 빠른 속도로 달아나는 것이 보였다.
분명 동물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개들이 짖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다.
무엇일까?
어떤 동물일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침낭 속으로 파고들어 골몰히 생각해 보고 있다.
들개 아니면, 늑대? 일까?
하늘이가 발정이 온 것을 돌리려고 따로 떼어 놓았다!
암내를 맡은 짐승이 온 것일까.
놈에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하였다.
개나 늑대나 여자에게는 밤에 해를 끼칠 수 있으니 당분간 서희가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불편하더라도 동행해 주어야 할듯하다.
아침 일찍, 놈을 추적해 보려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개들이 짖지
않았다는 것은 그 정체를 모를 동물에 대하여 이 녀석들도 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놈에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해가 뜨자마자 엽총을 조립해서 여덟 쪽짜리 탄을 장탄하고 예비로
톨 탄(사냥용 외 탄) 두어 발을 호주머니에 넣고 놈에 발자국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놈은 아주 영리하고 교활한 놈이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곳은 피해서 다니는 모양이다
전혀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움막으로 들어서니 서희가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마주한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별일은 아니고요.
밤에 산 짐승이 돌아다녀서 함 쫓아가 보았지만
녀석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어요!
서희가 무섭다며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다.
밤에 화장실 가시려면 저 꼭 깨워요.
싫어요!
무서워요.
염려 말아요! 내가 있으니까.
아침 식사하고 서희가 선물해 준 칼을 옆구리에 차고 베 널리 M4
엽총과 배낭을 메고 서희에게는 작은 배낭에 물과 간식거리를
나누어 메고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지난밤에 정체를 모를 그놈을 쫒기로 마음먹었다.
서희는 소풍이라도 가는 모양으로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어차피 별채로 쓸 나무는 다 베어놓은 상태라 크게 할
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노루 봉 쪽에서 놈에 흔적을 발견했나 보다.
놈에 발자국은 개보다는 좀 더 크고 무게도 개보다는
더 나가는 듯해 보인다.
아직 녹지 않은 눈 위에 놈이 흔적을 남겨두고 간 것이다!
배설물을 찾을 수는 없다.
들개라면 독립생활이 가능하지만 만일 늑대라면 녀석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자 독립생활은 하지 않는다.
놈에 정체가 궁금해진다.
살쾡이는 본 적이 있지만, 지난밤에 본 놈은 철진과의
어설픈 첫 대면이었다.
서희가 무슨 동물에 발자국이냐고 묻는다.
글쎄요,
아직은 무엇이라고 단정 짓기가 힘들어요.
들개 발자국치고는 너무 크고 늑대 발자국이라고 하기에는 발이
너무 없고 늑대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거든요!
에이,
우리나라에 늑대가 어디 있어요!
멸종된 거 아니에요?
글쎄요,
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군요!
눈으로 보고 확인하지 않은 이상!
우리 여기서 식사하고 돌아갑시다.
식사하면서 산 아래를 보는 순간 내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갈참나무 줄기에 지상에서 3~4m 위에 어린아이 머리통만 한
하얀 것 서희 씨 저기 저거 보여요?
뭐 가요?
저 바위 옆으로 가지에 달린 네 개요 하얀색
어머, 저게 뭐죠?
노루 궁둥이 버섯이라는 것입니다!
아주 귀한 놈이죠. 약용으로 쓰이죠.
어머, 근대 저게 아저씨 눈에는 잘 보여요
사방을 예의주시하고 보면 보여요.
신기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배낭에서 아이젠을 꺼내 발에 차고 허리띠를 풀러
나무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가지가 없는 외줄기 가지를 통해 이놈이 균사를 퍼트렸던 모양이다!
멀리서 본 것보다 좀 더 크다.
거의 1m 간격으로 자라난 버섯은 맨 위에 있는 것은 따려니
가지가 휘어진다.
간신히 따서 망태기에 담아 내려왔다.
땅에 발을 딛고 내려서자 서희가 손뼉을 친다.
와~아씨 너무 멋지다 타잔 같아요!
뭐 타잔요?
서희 씨 착각하지 말아요!
서희 씨 제인, 아니거든요!
그녀가 해맑은 모습으로 즐겁게 웃는다.
어떤 버섯이라도 식용이라고 해도 약간에 독성은 있어요!
나야 뭐 그냥 먹어도 되지만 서희 씨는 그냥 드시면 탈이 나요
살짝 데쳐서 먹으면 돼요.
독이 제거됩니다
우리 얼른 가서 오늘 저녁은 이것으로 합시다.
진짜요 이 귀한 것을요?
그럼요!
다 자연이 준 것이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네~에 산 아저씨에게도 감사하고요.
산은 그렇게 오늘도 그들에게 풍요와 안락함 그리고 또 하나의
의문을 던지며 철진이에게로 다가왔다!
움막 안에서 철진은 한참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무래도 오늘은 서희와의 마지막 만찬일 것이다.
버섯을 끓는 물에 데치고 소스를 만들고 밥을 지었다.
그리고 반찬 몇 가지가 풍성한 저녁 식사를 위해 마련되었다.
서희 씨 여기 생활해 보니까 어때요?
너무 좋아요!
화장실 가는 게 좀 불편해서 그렇지 다른 건 모두 만족해요
산 아저씨가 이렇게 맛난 음식도 해주시고요!
저는 너무 감사하지요.
서희 씨 여기는 서희 씨 같은 분이 사실 곳이 못 돼요!
내일 명석이 형님 오시면 함께 내려가요!
정 몸이 불편하고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받도록 하고요.
밥 수저를 들던 서희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아저씨 저 얼마 살지 못해요!
길어야 3~4년 더 짧을 수도 있고요.
제 욕심으로는 더 길 수도 있고요.
문제는 병원에서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되지 않는다는 거고요
지난번에 아저씨가 그러셨죠!
아저씨는 죽으면 아저씨가 태어난 자연에 거름이 되고자
한 줌에 흑이 되겠다고….
저는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서울 가서 생활하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말 한마디가
제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어 져 있는 거예요.
어느 날 저는 깨달았죠.
내가 사는 곳 살아야 할 곳은 번잡한 도시가 아니고
바로 여기 이 움막 안 자연에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을
물론 생활에 불편함 익숙하지 않은 그런 삶이 저도 두렵죠!
이미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러나 저는 자꾸만 이곳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동경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이곳으로 온 거죠!
이미 이곳을 무단으로 점유해 버린 아저씨 옆으로 저 혼자서는
아무리 이곳이 지상낙원이라고 하더라도 살 수 없죠!
산 아저씨가 옆에 있으니까!
저도 용기를 낸 거예요.
정 떠나라고 하신다면 제 마지막 소원 하나만 들어주세요?
제가 죽거든 저위에 양지바른 곳에 그냥 눕혀줘요!
살점이 다 썩거든 그때 뼈만 남았을 때 추려서 묻어줘요!
부탁이에요!
나더러 풍장이라도 치러 달라는 말입니까?
저 정말 아저씨가 그렇게 몰인정하게 말씀하시면 이 밤에
목매달아 죽어 버리고 말 거예요!
어차피 죽을 몸이고요.
부탁드려요.
그녀에 울음은 눈물이 흐르는 게 아니라 굽이굽이 흐르는 정선에
동강처럼 한이 서린 흐느낌으로 들려온다.
일단은 자요!
내일 명석이 형님 오시면 셋이서 함께 의논 합시다.
막소주 두 잔을 연거푸 마셨기만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혹시 저 아가씨가 내가 잠들면 혹시 극단적인 선택에 방법을
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이런저런 생각….
그런 그녀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꾸 잠자리를 뒤척인다.
새벽녘에야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움막 안으로는 봄에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온다!
철진이 서희가 누워 잠자던 침상을 보았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불길한 예감에 자리를 박차고 움막을 뛰쳐나왔다.
후~우 다행히도 서희는 개들과 놀고 있었다.
철진이는 내심 안도에 한숨을 쉬며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언뜻 본 서희에 얼굴이지만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모양이다!
얼굴은 얼룩져있고 눈은 퉁퉁 부어있다.
그 모습을 본 철진이는 마음을 내려놓아 버렸다!
내 진정 쉬어갈 곳이 필요하다면 편히 쉬었다 가소서….
세면 물을 준비해 주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어차피 부담스러운 식사는 해가 될 터이니 견과류 등을 섞어서
만든 미숫가루로 아침 식사를 대용하기로 하는가 보다.
어차피 입안도 깔깔한데 음식이 넘어갈쏘냐?
서희가 수저질하는 게 영 시원치 않다.
그 모습을 본 철진이 한마디 한다!
서희 씨,
식사하는 게 왜 그래요?
네 죄송해요.
입맛이 없어서!
여기 산에서 살려면 첫 번째 무조건 잘 먹어야 해요.
그래야 일도 잘하고 잘 돌아다니지요.
철진에게 말이 끝나자 무섭게 서희가 되물어온다!
아저씨 저 정말 여기 남아서 살아도 되는 거예요?
정말요?
감사해요.
철진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떡이고 있다.
서희가 수저로 떠 마시던 미숫가루를 입에 대고는 후루룩
마셔버린다.
그런 모습을 보는 철진에 입가에도 흐뭇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미소가 그려진다!
정오쯤 되어서 명석이 형님이 오셨다!
철진이는 미리 마중을 나가 있으며 명석이 형님을 맞이하였다.
철진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니까.
항상 형님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명석에 차가 보인다!
형님은 얼굴은 그리 유쾌한 얼굴은 아니다.
야, 뭐래 간다고 하냐?
이 아가씨 왜 안 나와 안 간다니?
명석이 퉁명스럽게 물어본다.
형님 저 아가씨 아무래도 당분간은 여기서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딱한 사정도 있고요
그래 뭐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그건 알아서 할 문제이고
불편하지 않을까?
자기도 감수하고 산다니까!
살아보다가 지치면 간다고 하겠죠!
그때 내려보내야죠. 뭐!
알았다 그럼 얼굴이나 보고 가자!
움막 안으로 들어서자 화덕 옆에서 다소곳이 차를 마시던
서희가 명석이 형님을 보자 바로 일어서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저 아저씨 죄송해요.
이렇게 귀찮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해요!
알긴 아는구먼!
이 아가씨가.
철진아, 그럼 난 이만 내려간다.
어, 잠시만요 형님
철진은 명석이 형님에게 그림 그린 것과 필요한 물건들을 적은
쪽지와 통장을 건네어 드린다!
형님 어렵더라도 부탁드려요.
형님!
그래 준비되는 대로 바로 올라오마!
네 형님 참 그리고 안산 이사장님 요즘 몸이 안 좋으셔서 여름이
되면 여기로 와서 두어 달 요양이나 하다 가신단다.
미리 준비해두고 기다린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그러지 뭐!
어디 많이 불편하신가요?
뭐 나이 먹으면 다 아픈 거지 뭐!
형님 조심해서 가시고요.
맹낭 아가씨 그럼 그동안 몸 건강하게 잘 지내요!
네 사장님,
난 이만 가요!
그렇게 또 다른 사람과에 산에서의 동거 아닌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이번 봄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머릿속에 할 일들을 대충 그려보았지만 그리 만만한
일들은 아니다.
아직 약초며 산나물이 돋아날 시기는 이르다.
며칠 후 명석이 형님은 철진이 주문한 물건들을 형님이 직접
화물차를 운전해 가지고 오셨다.
품목도 다양하고 여러 가지며 철진이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고 이곳 산 생활에서는 사치스러운 물건들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직도 놈에 정체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우선 하늘 이를 묶어놓은 우리를 고치기 시작하였다
잔 나뭇가지를 이용해서 타원형으로 하고 중앙에는 통로를
만들어두었다
그리고는 끝은 아주 좁게 만들었다!
일종의 그물인 셈이다.
들어가는 입구는 크고 나오는 곳은 머리도 빠져나오기
힘들게끔 만들어 놓았다.
어떠한 동물이든 머리만 나오면 몸통이 빠져나오기는 쉬우니까.
아저씨 뭘 그렇게 열심히 만드세요?
이거라도 좀 드시고 하세요.
그이게 뭐예요?
빈대떡 좀 만들어 보았어요!
어, 이런 것도 만들지 알아요?
제가 뭐 바보인 줄 아세요!
저도 잘한다고요!
맛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꼬박 3일 동안 우리를 이용한 덫을 만들어 놓았다.
이번에는 목욕탕을 만들 차례이다!
목욕탕 욕조로 쓸 물건에 크기도 크기거니와 무게도
만만치 않다
통신 탑에서부터 끌고 내려왔지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목욕탕에 욕조는 이미 주문한 상태로 온 것이라 설치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선은 계곡 바위틈에 통을 걸쳐놓고 기울지 않게끔 고정하고
여름철 장마나 폭우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쇠밧줄로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있다!
원리는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