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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처럼 살자
解言 / 김종열
침묵을 배운다
가끔씩 신음을 해도
물은 물이다
마음에 연심(戀心)을 담아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집착에 사슬을 끊는다
새로운 인연을 향한 하심(下心)이
하심(河心)이 되는 순간마다
섞이며 부딪치며 흘러온 길
흘러갈 길 또한 생로병사가 아니련가
나 또한 한 줌의 물
2. 손주야!
解言 / 김종열
손주야!
먼데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는
절정의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기원의 손길을 모아
기다림의 경건을 담아 온 보람
손주야!
네가 세상의 문을 여는구나
할애비 가슴에 감동의 파고가 일고
햇빛이 눈부시구나
인고의 기다림이
네가 나를 살게 하겠거니
이제 네가 있어
할애비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손주야!
너를 이름 붙여 불러 보는 날을 위해
양팔을 벌리고 있단다
너는 내 고단한 여정의 아름다운 결실
3. 신자(信者)의 덫
解言 / 김종열
삶의 노예가 되어 버팅겨 왔다
올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에
다가온 또 하나의 덫
눈치 없는 신(神)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성탑(聖塔) 아래 무릎 꿇는다
성자(聖者)의 모습을 표절하고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양팔을 흔든다
태생의 한계를 더듬는다
神이시여!
Who am I
4. 동창들의 칠순 여행
解言 / 김종열
64년을 함께 살면서
쌓아온 우정
오늘은 여기 鼇山(오산) 四聖庵(사성암)에
옛 친구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시간이란다
여수 앞바다에 드리워진
참상한 해임 속에
우들의 물결 또한
함께 춤춘다
우리들의 칠순 여행은
네가 있어 행복했고
미칠 것 같이 좋았다
동창들아!!
살아온 날들을 함께 기도하며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자!
주) 鼇山(오산) 四聖庵(사성암) 전남 구례군 위치
5. 틈새
解言 / 김종열
틈입을 시도하다
부서진 영혼의 좌표
스스로의 꿈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완성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달뜬 음성의 젖은 눈물은
사연을 설명할 수 없는 체념의 별이 되어
고적한 슬픔을 잉태한다.
사람 사는 일에 탄력을 잃어버린
틈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절망의 허밍이다.
사랑할 수 없는 공간이다.
【해언 김종열 시인 등단 심사평】
[대한민국 문학사에 이름을 남기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며]
필자는 근 40여 년을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이 천직이라고 여기면서 살아왔다. 한국어교육 1세대로 한국어를 세계화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정년을 앞두고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전공 서적들을 취사 선택하는 작업이 더디기만 하다. 현직에서 동분서주하며 눈코 뜰 새 없을 때는 은근 정년 후의 휴식 같은 시간을 동경하고 미련을 거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작별하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필자가 근무한 중부대학교 대학원 석사와 박사 과정에는 외국에서 온 원생들이 많다. 우리나라 원생들보다 90% 이상이 동남아에서 온 이국의 원생들이다. 그들은 중국,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몽골 등 나라에서 한류열풍을 타고 급부상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들이 한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으면 본국에서 한국어 교수로서 일하게 된다고 한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교재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 어원과 변천 또는 한국어문화문법으로 접근했을 때 훨씬 더 잘 이해하고 학습효과가 좋았다.
필자가 역설하는 것 중 하나는 “초등학교 국어교육은 좋은 시(詩) 100편을 읽고 이해하고 외우는 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이론이다. 우리 대학원 학기 말 세미나에서 논문 주제발표를 하기 전 시낭송대회를 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원생들도 우리의 시(詩)를 한 편 암송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외국인 대학원생들에게는 한국어로 된 시(詩)를 낭송하는 것은 물론 시낭송 인증서를 수여하여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고 있다. 등단 심사평을 쓰면서 서론이 길었다. 한 편의 시(詩)가 가진 위력을 강조하고자 하는 충언을 어여삐 여기시라.
해언 김종열 시인의 원고를 받고 감탄으로 무릎을 탁~ 쳤다. 우리 사회가 나이를 숫자로 논하기에는 무색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나 가치의 잣대를 가늠할 때 나이를 참고하게 된다. 우리 나이로 60이 넘었다는 것은 세상사 시끄러운 이야기쯤은 넉넉하게 받아넘길 수 있으리만치 순한 귀를 갖게 된다. 그리고 자식의 자식(손주)을 자식보다 귀하게 여기며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착한 할아버지가 되고 할머니가 된다. 해언 김종열 시인의 작품에서 필자가 교단에서 강조했던 좋은 시를 만나고 한 사람의 깊은 연륜에서 가장 빛나는 손주의 탄생을 기다리는 시간 앞에 경건해진다. 그의 시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물처럼 살자
침묵을 배운다
가끔씩 신음을 해도
물은 물이다
마음에 연심(戀心)을 담아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집착에 사슬을 끊는다
새로운 인연을 향한 하심(下心)이
하심(河心)이 되는 순간마다
섞이며 부딪치며 흘러온 길
흘러갈 길 또한 생로병사가 아니련가
나 또한 한 줌의 물 // <물처럼 살자> 전문
첫 번째 작품 <물처럼 살자>에서 흐르는 물에 순응하는 시인의 심성을 들여다본다. 시인에게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찬 연어들처럼 역행하던 뜨거운 시절이 있었으리라. 청춘의 시절이었든 업적의 성취를 이룬 마천루의 시절이 있었으리라. 굵은 팔뚝에 힘줄이 불끈불끈 진동하던 그 시절 뒤안길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눈빛에 회한의 그림자가 일렁인다. 그러나 새로운 인연을 향한 하심(下心)이 / 하심(河心)이 되는 순간마다 /라는 표현에서 반전을 읽어내고 위로를 얻는다. 세상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 역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저만치 나앉아 있을 때 온몸으로 터득한 높은 진리라는 것도 아는 사람만 안다. 한 줌의 물이라는 마지막 시어(詩語)에서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한줄기 빛을 본다. 시인의 한 줌의 물이 맑은 물 퐁퐁 솟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2. 손주야!
손주야!
먼데 하늘이 열리고
땅이 갈라지는
절정의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기원의 손길을 모아
기다림의 경건을 담아 온 보람
손주야!
네가 세상의 문을 여는구나
할애비 가슴에 감동의 파고가 일고
햇빛이 눈부시구나
인고의 기다림이
네가 나를 살게 하겠거니
이제 네가 있어
할애비 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
손주야!
너를 이름 붙여 불러 보는 날을 위해
양팔을 벌리고 있단다
너는 내 고단한 여정의 아름다운 결실 // <손주야> 전문
생명의 탄생은 우주의 탄생이다. 젊은 시절 자식들이 태어나고 꼬물꼬물 성장할 때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어깨를 지그시 누르는 무거운 의무가 직장에서의 온갖 고초를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 그렇게 처자식 멍에처럼 어깨에 얹고 때로는 힘겹게 침 흘리면서 45도 경사진 비탈길을 올라왔더니 각자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초로의 외로운 남자에게 손주의 잉태 소식은 구원의 메시지와 다름없다. 시인은 제2의 인생 항로를 개척하고 있다.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날 손주의 할아버지로서 양팔을 벌리고 우주를 받아 안을 기세다. 고단한 여정 잘 살아온 시인에게 갈채를 보낸다.
3. 신자(信者)의 덫
삶의 노예가 되어 버팅겨 왔다
올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간에
다가온 또 하나의 덫
눈치 없는 신(神)의 노여움을 사지 않으려고
성탑(聖塔) 아래 무릎 꿇는다
성자(聖者)의 모습을 표절하고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양팔을 흔든다
태생의 한계를 더듬는다
神이시여!
Who am I // <신자의 덫> 전문
세 번째 작품 <신자의 덫>에서는 지고지순한 순례자를 만난다. 성탑(聖塔) 아래 무릎 꿇는다 / 성자(聖者)의 모습을 표절하고 ··· 神이시여! / Who am I / 성탑(聖塔) 아래 무릎 꿇고 성자(聖者)의 모습을 표절해도 닿을 수 없는 신의 경지. 자신이 누구인지 신을 향한 절규가 처절하다. 나는 누구 인가라는 우리말보다 Who am I라는 표현이 주는 감동의 폭이 더 깊은 것을 느낀다. 시인에게 드리운 올무는 초원에서 마음껏 뛰고 풀을 뜯어먹는 양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보호막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넘겨짚어본다. 시인은 ‘덫’을 벗어나고 싶은 것일까. 잘 살아온 생을 반추하며 자문함으로써 안도하는 것일까. 선택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4. 동창들의 칠순 여행
64년을 함께 살면서
쌓아온 우정
오늘은 여기 鼇山(오산) 四聖庵(사성암)에
옛 친구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시간이란다
여수 앞바다에 드리워진
참상한 해임 속에
우들의 물결 또한
함께 춤춘다
우리들의 칠순 여행은
네가 있어 행복했고
미칠 것 같이 좋았다
동창들아!!
살아온 날들을 함께 기도하며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자!
주) 鼇山(오산) 四聖庵(사성암) 전남 구례군 위치 // <동창들의 칠순 여행> 전문
네 번째 작품 <동창들의 칠순 여행>에서 동창들과의 진한 우정을 느낀다. 동창들과 칠순 여행 중 여수 앞바다의 단상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시(詩)에 담겨있다. 동창들아! / 살아온 날들을 함께 기도하며 /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오래 살자! / 표현에 동창들과의 우정이 오래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말처럼 벽에 똥칠할지라도 오래 살면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손주와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때로는 우리 사는 모습 그대로가 한 편의 시(詩)가 되고 어떤 기교와 수사법이 없더라도 더 깊은 울림을 준다는 것을 시인의 작품을 통하여 역설한다.
5. 틈새
틈입을 시도하다
부서진 영혼의 좌표
스스로의 꿈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다
완성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
달뜬 음성의 젖은 눈물은
사연을 설명할 수 없는 체념의 별이 되어
고적한 슬픔을 잉태한다.
사람 사는 일에 탄력을 잃어버린
틈새 사이로 보이는 것은
절망의 허밍이다.
사랑할 수 없는 공간이다. // <틈새> 전문
다섯 번째 작품 <틈새>를 읽다가 아찔한 감동으로 심호흡을 했다. 생활 속에서 틈새를 볼 때가 더러 있었지만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못했던 필자의 둔한 감각이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다. 시인은 틈새를 틈입을 시도하다 / 부서진 영혼의 좌표 /라고 높이 승격시킨다. 높은 건물에 수직으로 난 틈새는 공포를 준다. 아스팔트 바닥의 균열 또한 흠이요 재공사를 초래한다. 마지막 시어(詩語)처럼 틈새는 사랑할 수 없는 공간이다. 시인이 시작(詩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제(詩題)의 선택이 예사롭지 않다. 한 편의 시(詩)를 탈고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뇌가 있었을까. 덕향 14호 등단 시인으로서 시적(詩的) 테크닉에 놀라고 강의를 통하여 신인을 발굴하는 최기복 교수님의 탁월한 지도력에 경의를 표한다.
해언 김종열 시인의 작품은 고루 높은 창작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 편 중에서 <물처럼 살자>, <손주야!>, <신자의 덫>, <동창들의 칠순 여행>, <틈새> 다섯 편을 등단 작품으로 천료한다. 시인으로서 삶이 김종열 시인에게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 좋은 작품을 많이 써서 대한민국 문학사에 내로라하는 문인의 반열에 오르기를 축원하며 문운을 빈다.
<심사위원 김구부, 김인희, 신상성, 최기복, 최태호(記)>
[김종열 시인 프로필]
경력사항
- IT 전문가 활동(천안시 등록)
- 약선푸드 대표
【김종열 시인 등단 소감】
[손주와 시인 두 배의 축복을 받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 속에 살가운 정이나 도타운 우정은 존재할 것 같지 않다. 한데 친구들은 항상 주변을 맴돌고 동창들이 좋다. 나해석 거리에서 만나면 나해석의 회화(繪畵)와 나해석의 정신을 이야기하며 밤을 새기도 하고 1박 2일 어울림 속에서 여수항의 밤바다를 즐기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생김새부터 무뚝뚝하기만 한 나에게 보여 주는 친구들의 우정보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유지되는 관계이기도 하다. 친구가 좋다. 동창생이 좋다. 초연한 척하는 나의 작위적 수순을 좋게 보아서일까. 주변은 하나 같이 긍정적이다.
한데 최근 손주를 잉태했다는 아들 녀석의 전갈에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이 기쁨을 시(詩)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지인을 통해서 덕향문학회 목요 문학방을 노-크 했다.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염성옥 시인과 함께 교실을 찾는다. 다른 문우들은 10시부터 청강을 시작하지만 우리들을 위한 특강은 한 시간 앞당겨 9시부터 시작한다. 교수님은 우리들을 위하여 열강을 해 주신다.
시(詩)에 철학이 있다. 작가가 가져야 할 철학적 사변과 당구에서의 쓰리쿠션과 같은 맥락의 은유다. 글이 글 다우려면 꼭 삽입해야 읽을 맞이 난다. 짧은 시(詩)일수록 회자된다. 초등학교 시절엔 어렵게 써라 독자는 다 알아차린다. 단 한 사람의 독자면 어떻냐 내가 좋아서 하는 창작 작업이 시를 사랑하는 일이다. 작업을 위하여 시작 노트를 준비하라. 5분간의 단상은 시제를 낳는다. 사물에 인격을 부여해 줘라. 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시인이 된다. 저들은 인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시인도 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시창작이란 대화록이고 감성의 교류다. 그렇게 해서 <손주야>가 창작의 문턱을 넘었고 나는 창작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매력적이긴 해도 참 어려웠다. 오월이 성큼 다가왔다. 오월이 가면 덕향문학 통권 14호가 세상에 얼굴이 보이면 해언(解言) 김종열이 시인 반열에 서게 된다.
덕향의 문우 여러분! 지도교수님! 고맙습니다. 심사위원님! 수고하셨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시를 사랑하며 항상 말씀하시는 시(詩)처럼 살겠다는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고독을 즐기고 삶의 여유를 나누겠습니다. 원성천 변의 시화전을 통해 선보였던 저의 졸작을 칭찬으로 격려해 주신 시민 여러분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아내, 아들, 임신 중인 며느리, 악동 동창들. 우정과 신의로 뭉친 친지들 덕향문학의 문우들 고맙습니다. 살며 사랑하며 문학도로서 자리를 지켜 내겠습니다.
첫댓글
해언 김종열 시인 님!
덕향문학 14호를 통하여 시인의 반열에 오르심을 축하드립니다.
시인으로 태어날 손주의 할아버지로 멋진 삶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우와 감동입니다... 몸 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김종열 시인 님!
사람과 사람 사이 따뜻한 情을 나누시고
좋은 글을 많이 쓰시기를 기원합니다.
제2의 인생~~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의 행간에 도사리고 있는
시어를 포착하여 詩로 엮으소서.
감동을 주는 시인이 되소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