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뻑 냥이의 멋진 인생
100만번 산 고양이/사노 요코 글,그림/김난주 옮김/비룡소
2024. 05. 09. 13기 김명숙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그 매력에 빠져 여러 그림책을 보았지만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제목부터가 남달랐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다니......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지만 주인공인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고 한 내용, 그렇게 특별하게 살았고 모든 사람들이 귀여워했으나 주인공은 전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고 자기애로 똘똘 뭉쳐 누구와도 진정한 관계맺음을 하지 못하고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은 무감각한 '나 잘난 고양이, 일명 자뻑 냥이' 다.
임금님의 고양이, 뱃사공의 고양이, 마술사의 고양이 등 이렇게 남에게 구속되어 진정한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며 아무런 감정도 없는 고양이를 보며, 나는 과연 진정한 나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주의를 의식하여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을 자제하기도 하고, 싫은 것도 억지로 할 때도 있으며, 내 감정을 드러내기를 주저하기도 하며 반복적인 일상으로 지루해 할 때도 있었다. 타인에 대해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하며 살아왔던 나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한다.
하지만 주인 없는 길고양이로 태어나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고 자기 자신을 무척 좋아했다는 장면에서, 남에게 속하여 구속받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고양이에게 이끌리게 되었다. 나도 오랜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하고 싶어하는 일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림책을 통한 소통으로 좀 더 자유롭고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행복감을 느끼듯이.....
백만 번이나 다시 살았지만 하얀 고양이를 만나며 진정한 사랑을 하고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한 고양이! 이렇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고양이의 모습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삶이 아닌가? 우리 가족들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하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들...
하지만 하양 고양이를 떠나보내며, 그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았던 얼룩 고양이는 마치 슬픔을 다 토해내듯 울고 또 울어 백만 번이나 운다. 백만 번이나 운다는 것은 모든 슬픔을 다 쏟아내는 것이 아닐까? 이제 울음을 그치고 움직임도 멈추어 조용히 숨을 거둔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감정을 이렇게 표현하다니....슬픔을 모두 토해내고 움직임도 멈춘다... 이렇게 애절하게 표현 한 장면에 마음이 먹먹하다. 백만번이나 살 수 있는 고양이였지만 이제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음을 알고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이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장면에서 찐한 감동을 남긴다. 과연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나도 미련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없지만 백만 번이나 다시 살아났던 고양이를 보며 진정하게 산다는 것은 나의 몫을 충실히 해내고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며 주인공처럼 온전한 사랑을 주는 행복한 인생의 마무리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