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7일
아침에 교문 앞에서 자연보호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을 보았다. 시민 운동가 박성수씨라는 분이다.혼자서 엽서를 만들어 초등학교를 돌며 자연사랑, 인간 사랑 운동을 하고 계셨다. 참 존경스럽다고 했더니 어느새 학교 홈피에 글을 올려두고 동영상도 올려두었다. 특이한 분이다.
대구 대성초등학교 박경선 교장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안녕하십니까? 아침에 뵈었던 박성수라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의 남다른 모습에 너무나 반가움이 밀려와 이리 글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역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에 시민운동을 잠깐 했던 사람으로서 세상이 너무 각박하고 흉흉하게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더군다나 학업위주의 아이들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 인하여 아이들의 정신이 더욱더 황폐해 지는 것에 참으로 큰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이로 인해서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를 거쳐서 고등학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자연에 대한 따스한 감수성 한번 전해 받지 않은 아이들이 만들어낼 세상을 생각하면 종종 먹던 밥이 목에 막힐 정도입니다.
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이 캠페인을 해오고 있습니다. 활동내용은 보잘 것 없습니다. ‘인간사랑 자연사랑’ 조끼를 입고, “인간과 자연을 사랑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 전단지를 건네주는 것입니다.
제 소박한 꿈은 아이들이 아무 상관없는 어떤 어른으로부터 “인간과 자연을 사랑해주세요.”라고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을 하나라도 간직한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인생에 약간이라도 따스할 것으로 기대해 하는 활동입니다.
그러한 생각으로 각 도의 수많은 초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캠페인을 하는 중에 오늘은 정말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등교하는 아이들이 저에게 먼저 인사를 해 오는 것이 우선 심상치 않게 여겨졌습니다. 보통의 학교 아이들 보면 사람을 봐도 모른 체하고 지나가는데, 대성초등학교의 상당수 아이들이 밝은 모습으로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분명 이 학교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서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교장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교감을 나누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고등학교 앞에서나 하는 복장단속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 기분 상해라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면밀히 지켜보게 되었고, 선생님께서 일일이 아이들과 인사하며 손을 마주치고, 스티커까지 붙여 주는 모습에 참으로 벅찬 감격이 밀려 왔습니다.
그곳에는 아이들을 오직 ‘좋은 성적의 산출을 위한 도구’로만 인식해서 끊임없이 지식만을 주입해주는 훈련 조직의 총사령관이 아닌... 아이들 인성을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겨 이를 직접 나서서 실천적으로 길러주시는 정말로 특별한 분이 서 계셨습니다.
한두 명도 아닌 수백 명이 되는 전교생과 일일이 그리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정말로 작금의 학교교육이 빼놓은 가장 중요한 것을 채워주시는 딱 그 모습이셨습니다. 그에 맞게 손바닥 맞장구치는 ‘딱’소리도 유난히 귀에 잘 들어왔습니다.
나름대로 학교 앞에서 전단지 나눠주며 겪은 그 고초를 잘 알지만, 한번 활동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몸이 축 쳐지곤 합니다. 그런데, 매일 그렇게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감을 하시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 모습은 정말로 보통 내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 헌신적인 교장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눈에 안 보이는 사이에 아주 따뜻하고 포근한 것들이 들어차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보통의 학교 교육을 부정하기에 나중에 혹여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더라도 대안학교를 보낼 생각을 했지만, 교장 선생님 같이 ‘무엇이 진정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를 잘 아시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시는 분의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아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선생님이 이리 수고스럽게 아이들과의 따사로이 교감 하시는 덕분에, 그 마음속에는 인자한 어른의 상이 점차 커져갈 것이고, 그 결과 세상은 희망이 오롯히 싹 틀 것입니다.
저번 주에 대구에 도착해서 대도심에서 1주일간 각 구를 돌아다니며 활동을 하는 것이 참 쉽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캠페인 하는 중에 쫓겨나기도 하는 등으로 어려움도 많았고, 텐트 치고 야영 중에도 역시 쫓겨나서 밤중에 잠자리를 찾아 하염없이 방황해야 했습니다. 이로 인해서 대구에서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게 칠곡으로 넘어갈 뻔 했는데, 오늘 아침에 뵌 선생님의 모습이 그 모든 아픔을 보상해주고도 차고 넘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언제까지나 아이들 마음속에 그렇게 참된 어른의 모습을 심어주시기 바랍니다.
--- 박성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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