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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가 사회인야구 선수를 위해 직접 타격지도에 나섰다. 그의 간명하고 명쾌한 타격비법을 들어보자(사진=스포츠춘추) |
Q. 경력 2년 차의 사회인야구선수입니다. 일요일마다 경기에 출전하는데 도통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타격이 문제인데요. 타율도 2할대이고, 스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동료 말로는 제가 스윙을 할 때마다 고개가 돌아간다고 하네요. 여기다 하체도 잘 무너진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가요. 스윙을 해도 공이 정확히 배트에 맞지 않는 듯합니다. 언제쯤 첫 홈런을 기록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완벽한 스윙의 비결을 알려주십시오.
A. 완벽한 스윙의 비결이라, 그걸 알았다면 저는 컴퓨터 앞이 아니라 지금쯤 뉴욕 양키스와의 생애 3번째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위해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별장에 있을 겁니다. 왜냐? 완벽한 스윙의 비결을 알았으니 무결점 타자일 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 된다고요? 음, 그렇다면 ‘완벽한 스윙의 비결’이란 책을 출간해 지금쯤 돈방석에 위에 앉아 있지 않을까 싶군요. 생각해보세요. ‘완벽한 스윙의 비결’을 터득할 수 있다는데 누가 이 책을 마다하겠습니까. 각설하고.
정직하게 말씀드려 완벽한 스윙의 비결이란 없습니다. 미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암스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스윙은 없다. 가장 완벽해지려는 노력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만큼 정형화된 완벽한 스윙은 없다는 뜻인데요.
하지만, 몇 가지 공식은 있습니다. 스윙을 잘하기 위한 공.식말입니다. 특히나 어느 정도 기본만 갖추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인야구에선 이 공식만 잘 따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하시지요?
<박동희의 원포인트 레슨>에서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3루수인 이범호 선수에게 그 공식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이범호 선수의 원포인트 레슨을 잘 보시고 여러분만의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이범호가 말하는 "타격의 정석" 동영상
1. 알루미늄 배트의 스윙 스팟을 이해하자.
지나치게 정확한 스윙보다는 배트 끝에 맞춘다는 가벼운 마음올 스윙하자. 다시 말해 알루미늄 배트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뜻이다(사진=스포츠춘추) |
배트에 공이 맞는다고 모두 안타가 되는 건 아닙니다. 스윙 스팟(Sweet spot, 유효타격 범위)에 제대로 맞아야 안타와 홈런이 나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배트에 공이 맞으면 배트는 심하게 진동합니다. 배트의 진동이 심할수록 배트가 가진 에너지를 진동으로 빼앗기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공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말겠지요. 따라서 진동이 가장 드물게 일어나는 부분에 공을 맞혀야 장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곳이 ‘스윙 스팟’입니다.
대개 나무배트의 스윙 스팟은 84cm 배트를 기준으로 할 때 끝에서 약 12cm 되는 곳입니다. 여기에 공이 맞지 않으면 좀체 장타를 구경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알루미늄 배트는 다릅니다. 배트 끝에 맞아도 장타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스윙 스팟’이 그만큼 넓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인야구에선 배트 중심에 맞춰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배트 끝에 맞힌다는 기분으로 다소 여유롭게 스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2. (우타자 기준)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으려면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방지하려고 지나치게 깊숙이 어깨를 집어넣는 것도 문제다(사진=스포츠춘추)
“(우타자 기준)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린다.” 프로야구 타격코치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입니다. 타자가 조금 부진하다 싶으면 영락없이 나오는 잔소리입니다.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면 두 팔과 배트가 직선으로 뻗지 못하기 때문에 힘을 모을 수 없습니다. 바깥쪽 공을 치면 계속 파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일찍 열리는 걸 의식해 지나치게 늦게 열려고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왼쪽 어깨가 늦게 열리면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 공을 제대로 받아칠 수 없습니다.
이범호는 “대부분의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는 걸 막으려고 지나치게 어깨를 몸쪽으로 집어넣는다”고 지적합니다. 왼쪽 어깨를 몸쪽으로 깊숙이 집어놓으면 어깨야 일찍 열리지 않겠지만 집어놓은 만큼 더 많이 열린다는 게 이범호 선수의 생각입니다.
“공을 끝까지 보고 스윙하면 자연스럽게 어깨도 일찍 열리지 않습니다. 어깨에 집착하지 마시고, 공에서 눈에 떼지 않으면서 끝까지 시선을 고정해보세요. 어느 순간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이범호 선수의 조언입니다. 턱을 최대한 당겨 어깨에 붙여라. 그래야 공을 오래 볼 수 있고, 타격자세도 흐트러지지 않는다(사진=스포츠춘추)
3. 턱을 어깨에 붙여 시선을 고정한다.
‘머리를 숙이고 턱을 어깨에 붙여라.’ 타격의 기본 가운데 기본입니다.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대개 몸은 머리를 따라갑니다. 머리를 돌리면 몸은 그 방향으로 저절로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투구할 때 머리를 다른 데로 돌리고 던지면 어깨가 머리 방향으로 따라가는 바람에 정확한 지점으로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실제로 팔을 올리는 순간 머리를 돌려 보세요. 공을 놓는 순간 팔이 끌려 공이 휘게 될 것입니다.
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윙 시 머리를 돌리면 배트가 뒤로 끌립니다. 그러면 타격 시 힘도 줄고 공을 맞히기도 어려워 배트가 헛돌게 됩니다.
두 번째 목적은 공을 오래 보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인야구에서 강타자는 그렇지 않은 타자보다 공을 오래 봅니다. 타격자세가 아무리 좋아도 공을 보지 않으면 맞힐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타격자세가 나쁘더라도 고개를 숙이고 스윙하면 최소한 공은 맞힐 수가 있습니다.
느린 동작으로 촬영해 분석하면 대부분 사회인야구선수는 스윙 때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돌립니다. 당연히 공을 오래 보지 않았으니 헛스윙을 연발할 수밖에요.
이범호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려고 턱을 어깨에 붙여 시선을 고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직접 해보세요. 턱을 앞쪽 어깨에 묻는다고 생각하시고 최대한 붙여보세요. 그리고 시선은 투수를 향하세요. 그런 자세로 시간 날 때마다 1달 정도 스윙연습을 하면 몰라보게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4. 커브는 (우타자 기준) 우측담장으로~ 우타자 기준으로 커브는 우측담장을 노린다는 마음으로 쳐야 한다. 그래야 좋은 타구가 나온단다(사진=스포츠춘추)
사회인야구에서 커브는 마구에 속합니다. 웬만한 사회인야구선수들이 가장 꺼리는 구종입니다. 프로선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대개 타자들은 투구 궤적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스윙합니다. 투수의 투구습관을 포착해 구종을 알아차릴 순 있어도 컴퓨터게임처럼 포심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식으로 구종을 파악해 스윙하는 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타자들은 공의 순간 궤적이 비슷한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같은 공으로 인식합니다. 체인지업이 타자 앞에서 잘 떨어지지 않거나 구속이 조금만 빨라도 한방으로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커브는 예외입니다.
커브는 공의 궤적이 횡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직구 타이밍에 스윙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이범호는 “커브는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거나, 그대로 종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공을 횡으로 맞춘다는 생각으로 스윙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특히나 우타자일 경우 우익수 쪽으로 공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스윙하라고 말합니다.
5. 강한 손목은 하체가 뒷받침돼야 한다. 앞 발이 닫혀야 한다. 그래야 엉덩이가 적당하게 열려 하체의 힘이 집중될 수 있다(사진=스포츠춘추)
“손목 힘이 강해야 홈런타자가 될 수 있다.” 야구 중계를 볼 때면 흔히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처음 나온 건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50년대 후반 미 메이저리그의 어느 기자가 행크 에런을 “손목힘으로 홈런을 치는 타자”라고 표현한 게 시작입니다. 그때부터 ‘손목힘’은 강타자의 상징이 됐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하면 ‘손목 힘으로 홈런을 친다’는 말은 과장된 표현입니다. 손목은 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사실 행크 에런도 손목 힘보다는 뛰어난 체중이동과 유연한 스윙을 바탕으로 홈런타자가 됐습니다.
이범호도 “손목 힘을 제대로 쓰려면 손목 자체보단 강한 하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확한 지적입니다. 타격에서 탄탄한 하체는 필수입니다. 그래야 뒷다리에서 앞다리로의 체중이동이 원활해지면서 제대로 된 타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범호의 실제 타격자세다. 앞발은 투수쪽이 아니라 몸쪽을 향해 최대한 닫혀있다. 여기다 턱은 왼쪽 어깨에 붙어있고 시선은 공을 향하고 있다(사진=스포츠춘추) |
여기서 한 가지. 스트라이드 할 때는 반드시 앞 발가락을 닫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앞발의 발가락이 투수 쪽을 향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발가락을 연 채로 스트라이드 하면 엉덩이가 빨리 열리기 돼 스윙 시 타격의 힘이 약해집니다.
엉덩이를 돌리는 것은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엉덩이를 돌리면 어깨와 상체가 덩달아 돌면서 몸의 힘을 공에 제대로 싣을 수 있습니다. 타자가 엉덩이를 닫은 채 앞다리를 굳히고 스윙을 시작하는 자세를 그래서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공을 맞히는 순간에 엉덩이가 ‘휙’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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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은 포스팅이네요~!!
우연히 보게 됐는데~~정말 도움이 되는군요!!
잘보고 갑니다 엄청 도움이 될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