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1
“그 이야기 참 좋다.” 그런 이야기를 찾지 못한 순간은 왜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고백한다.
txt2
인생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20만원이면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내가 이 걸 못해서 힘들게 살고 있구나. 그러다 복잡하게 살고 싶지 않고, 나중으로 미루고 싶지 않고, 오늘에 충실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과 2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게 내 삶 혹은 일상의 모습이다.
1을 조금 수정하고 싶다. “그 글 참 좋다. 그 글을 발견한 순간 심지어 그 하루는 보람차다.” 글에 진리가, 내 생각이, 물음이, 의아함이, 심연이, 때로 무지가 담겨 있다. 글로 인해 생기가 돈다. 무기력에서 잠시 벗어난다. 글로 자극 받고 무엇인가 이전과 다른 앎에 눈뜨게 되고 생각이 넓거나 깊어지게 된다. 명료해진다. 어제와 조금 다른 내가 되는 것 같다. 그러므로 그런 날은 의미있게 산 날이 된다. 그렇지 못한 날은 허하다. 글과 삶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글이 내 몸을 통과해 온전히 나의 일부가 되길 바랜다. 조금 과장하면, 그런 글들로 내 전신을 채우고 싶다.
1이 이상 혹은 관념을 지향한다면 2는 현실에 닿아있다. 별 것 없는 삶에 무엇을 그리 집착하는지 아끼고 아끼고 미루고 미룬다. 잘 알지 못하고, 있을 것 같지도 않은 ‘좋은 삶, 행복한 삶’이라는 미망을 위해서 말이다.
근래 사고 싶은 대여섯 권의 책들을 쟁여 두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2를 만나,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사기를 주저하는가 라고 자문하고 말았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20만원이라는 금액이 무슨 계시처럼 다가왔다. ‘기껏 20만원도 안되는데…’ 주술에라도 걸린 양, 장바구니의 책들을 주문했다.
txt1, txt2는 25년 1월 3일 한겨레 23면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