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에서 달마를 만나다.

[바보온달]

츠시엔에서 안양에 도착하니 오후 3시가 조금 넘었다. 버스터미널에서 인근에 있는 안양 기차역으로 가 보니 쉬창으로 가는 오후 2시 54분 기차는 방금 전 출발했다. 중국기차는 시발역이 아니면 30분~1시간 정도 연착하는 게 보통이라 2시 54분 기차를 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일찍 출발한 것이다. 다음 열차 중 제일 빠른 시간이 오후 5시34분 기차다. 그래도 버스로 정저우(鄭州)까지 가서 쉬창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는 것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값도 싼 기차를 이용하기로 하고 잉쭤(硬座) 표를 산다.(1人/41.5元)

기차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이곳에 있는 은허박물관을 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마음이 불안했는지 아니면 피곤한지 아내가 그냥 기차역에서 기다리자고 한다. 지저분한데다 호떡집에 불 난 것처럼 시끄럽고 대합실 구석에서 시도 때도 없이 피워대는 담배로 중국의 기차역 대합실(候車廳)에서 두 시간을 기다리는 건 고역이다. 그래서 아내를 데리고 역 인근 음식점으로 가 커피와 국수를 시켜 먹으며 기차 시간을 기다린다. 시간에 맞춰 기차역으로 가니 연착이다. 그것도 1시간 반이나.

▶ 츠시엔에서 쉬창

오후 7시가 넘어 안양역을 출발한 기차는 3시간 15분을 달려 쉬창역에 밤 10시 30분경 도착한다. 캄캄한 밤에 도착하니 숙소를 잡는 게 문제다. 동서남북도 구분하지 못하고 숙소도 예약하지 않았는데 외국인을 받아 줄 저렴하고 깨끗한 숙소가 남아 있을까? 또, 그런 숙소를 어떻게 찾을까? 짐을 가지고 일단 기차역 앞 호텔로 가 카운터에 문의하니 외국인이 숙박할 수 없는 호텔이라며 인근의 외국인이 숙박 가능한 호텔을 소개해 준다. 왜? 중국의 호텔은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다시 짐을 들고 호텔을 찾아가니 숙박료가 무지 비싸다. 제일 싼 방이 하루에 480元이다. 호텔 직원에게 여기 말고 외국인이 숙박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호텔을 소개해 달라고 사정하니 호텔을 한 군데 소개해 준다. 밤이 좀 늦었지만 다시 짐을 들고 호텔 직원이 이야기해 준 허위에쥬디엔(荷月酒店)으로 걸어간다. 하루 158元(조식 불포함)에 2일을 묵기로 밤 11시가 넘어 겨우 하루의 피곤한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을 찾은 것이다.

                        ▶ 운량하(運糧河), 조조가 건설한 쉬창 시내 운하

중국 여유국 나리들! 외국인이 묵을 수 있는 호텔을 따로 정하는 것은 WTO협정 위반 아닌가요? 왜 차별하시나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중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겠습니까?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굴뚝없는 알짜 산업이라고 다른 나라에서는 관광산업 진흥에 얼마나 힘을 기울이는데, 중국은 아직 배가 부른 모양이죠?

내일 버스로 등펑(登封) 소림사(少林寺)를 다녀오고 모래는 쉬창을 둘러 본 다음 보저우(豪州)로 갈 예정이기에 기차역과 버스 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정한다. 소림사는 작년 여행 때 숭산(嵩山)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구경하려 했으나 내려오는 길을 잘못 들어 시간이 너무 늦어 구경하지 못하고 다음 일정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이번 기회에 둘러보려 한다.

▶ 쉬창에서 소림사 가는 길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빵, 과자 등 비상식량을 준비한 아내와 난 소림사로 가기 위해 기차역 앞에 있는 버스터미널로 간다. 쉬창에서 등펑으로 가는 버스는 1시간에 한 대 꼴로 요금은 1人/31元이다. 8시 20분 쉬창 버스터미널을 출발한 버스는 등펑터미널에 11시경에 도착한다. 평소 2시간 정도 걸린다고 들었는데 오는 길이 공사 중인 곳이 많아 평소보다 많이 걸린 것 같다.

등펑터미널에서 버스를 내리자 주변 택시기사가 소림사 가느냐고 묻는다. “팅 부동(못 알아 듣는다)”라고 말하고 앞을 보니 소림사 행 소형버스가 여러 대 보인다. 그 앞으로 가니 얼른 타라고 한다. 등펑에서 소림사로 가는 버스는 5元(1人)이다. 소림사 행 버스 안에는 도복을 입은 어린 아이들도 몇 명 탔는데 아마 무술수련을 하는 학생인 것 같다. 소림사로 가는 도로 양쪽엔 무척 많은 무술학교가 보인다. 모두가 이소룡을 꿈꾸고 이연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이연걸이나 성룡처럼 출세하고자 어릴 때부터 2만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15년 이상을 수련한다고 한다.

버스는 30분 정도 걸려 소림사 입구에 11시 40분경 도착한다. 소림사 입구는 평일인데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우리나라 절처럼 조용히 수도하는 곳이 아니라 이곳은 일반 관광지처럼 시끌벅적하다. 그야말로 인산인해. 소림사라고 하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찰일진데 와보니 전혀 그런 곳이 아니다.

▶ 숭산 안내도 

                           ▶ 소림사 안내도(daum.net/nhk2345에서 퍼 옴)

숭산 자락에 자리한 소림사는 워낙 많은 한국인이 다녀간 곳으로 입장권을 사는 매표소 옆에는 큼지막한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도를 보니 소림사 구경은 입구로 들어가 외길을 따라가면 되는 쉬운 곳이다. 석패방을 지나고 무술관을 지나 소림사 경내를 구경하고 계속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나오는데 케이블카를 타고 숭산에 올라 진공잔도를 걷고 조교라는 다리도 건너갈 수 있고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계속 가다 보면 산을 넘어 반대편으로 가게 된다고 한다. 중간지점에 아래로 보이는 점선을 따라가면 초조암이란 암자를 지나 달마동이라는 동굴로 걸어갈 수 있다. 아래로 간다고 평지가 아니라 산을 올라야 한다.

소림사는 덩핑(登封) 북서쪽, 숭산(嵩山)의 하나인 샤오쉬샨(小室山) 북쪽 기슭에 세워진 선종사찰로 북위 태화 20년인 495년에 만들어져, 북위 효창 3년인 527년, 인도 승려 달마대사(達磨大師)가 9년간 면벽좌선을 하여 선종(禪宗)을 부흥시킨 '천하제일 명찰(名刹)'이다. 소림사는 사면이 산으로 둘러쌓여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며 고승이 청수(淸修)하는 대단히 아름다운 곳이어서 끊임없이 불경에 정통한 고승이 출현하였다. 그래서 이곳은 중국불교단종의 발원지로 당나라 때부터 모든 승려들이 수련해 온 권법인 소림사 권법으로 유명한 곳이다.

▶ 가부좌를 하고 면벽 수행중인 달마

숭산을 말하면 사람들은 곧 소림사를 떠 올리고고 소림사의 신공절기를 생각하게 된다. 선종수행법은 면벽이라 불리는데 벽을 마주보고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장시간 가부좌를 하고 수도를 했기 때문에 쉽게 피로하게 되었기 때문에 무술을 연습하고 단련하여 신체의 피로와 졸음을 해결하기 위해 소림권법을 달마가 창조했다고 한다. 소림사는 인도의 유명한 승려인 보리달마가 소림사에 와서 선종을 전수한 이후 사원이 점점 넓어지고 승려의 수도 나날이 많아져 소림사의 명성이 널리 퍼져 나갔다. 달마는 중국불교 선종의 초조(初祖)라 불려지고 소림사는 선종의 조정(祖庭)이라 불린다. 소림사는 당대 초기 세상에 이름을 떨쳤다.

▶ 당태종사소림사주교비(唐太宗賜少林寺主敎碑)

소림사 승려 혜장, 담종, 지결 등 13인이 왕세충을 토벌하는 전쟁에서 당태종이 을 도와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전쟁에서 큰 공로를 세우자 당 태종 이세민은 후에 담종화상을 대장군으로 봉하고 소림승려가 승병을 훈련하고 살계를 열며 술과 고기를 먹는 것을 특별히 허락해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高內에 있는 <(당태종사소림사주교비)唐太宗賜少林寺主敎碑>에는 기록되어 있다. 당나라 조정의 전폭적인 지지로 소림사는 국내외에 대불사로 널리 이름을 떨쳤고, 천하제일 명찰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송나라 때 소림사 무술은 크게 발전하여 승려가 2,000여명이 넘었고 명나라 때 절정기에 도달하였으나 청나라 때부터 쇠락하기 시작했다.

                          ▶ 소림사 경구 입구의 무술을 하는 스님 동상

                               ▶ 매표소 안내석이 역시 소림사 답다

                                 ▶ 소림사로 들어가는 입구의 패방

소림사 입구에는 무술을 연마하는 스님 석상이 세워져 있는데 날카롭게 응시하는 눈과 소매를 걷어 두 손 합장을 한 듯 모으고 꽉 다문 입술을 보면 무술 고수의 힘이 입구부터 느껴진다. 계속 안으로 들어가면 천하제일명찰이라는 석패방이 보인다. 석패방 옆 매표소로 입장권을 사러 가다보니 매표소를 안내하는 커다란 바위에도 매표소 쪽을 가리키는 무술을 연마하는 스님의 몸동작이 음각되어 있다. 소림사 입장료는 100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이곳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매표소 옆에는 걷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전통차가 대기하고 있는데 전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도 많다.

     ▶ 소림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무술학교 소림무술국제교학중심(少林武術國際敎學中心)

천하제일명찰이라는 석패방을 지나 좀 더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소림무술국제교학중심(少林武術國際敎學中心)이란 소림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무술학교가 보인다. 등펑 시내에서 소림사로 오는 길에는 무려 76개나 되는 무술학교가 있고 그곳에는 모두 6만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고 한다. 무술학교 건너편의 큰 운동장에는 빨간 트레이닝복을 입은 무술학교 학생이 수천 명은 될 듯한데 소림사 밖에 있는 무술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우수학생만이 이곳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하니 이 무술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은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학생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이곳으로 오다 본 학교는 소림사에 들어오기 위한 예비학교란 말인가? 사실 수련하는 사람 모두가 이소룡이나 성룡처럼 됐으면 좋겠지만 몇 명이나 그런 영광을 얻을 수 있을지?

▶ 소림사 무술공연장 전경 

▶ 무술공연장 앞에 있는 무술 조각상

조금 더 올라가니 오른편에 무술시범을 하는 연무청이라는 무술 공연장이 보인다. 무술 공연장 앞에도 무술 고수들의 동상이 일렬로 늘어서 있어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무술을 하는 동작의 아주 박력 있는 조각상이다. 오랜 수련으로 근육질 몸매를 가진 사내들이 왼쪽에서 발차기로 들어오니 오른쪽에서 오른팔로 막고 있다. 그런데 아직 공격받지도 않는 사내의 중요한 급소라는 곳은 미리 왼손으로 막고 있는데 역시 남자의 생명은 낭심인가 보다.하루에 몇 차례 시간을 정해놓고 공연을 하기에 미리 시간 확인을 하고 구경해야 한다. 이곳이 소림사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로 공연 모습을 보기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서기 시작한다. 소림사 경내를 다 구경하고 내려 올 때 공연을 보기로 하고 계속 올라간다.

                                  ▶ 무술공연장 뒤편 건물이 빈관

그런데 무술공연장 뒤쪽 왼편으로 빈관이 보인다. 중국의 소림사는 부업으로 숙박업도 함께 하나? 소림사는 입장료 수입과 시주 한 것만으로 운영이 충분하고도 남을텐데 부업까지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에 물든 소림사가 아니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든다.

 

                                ▶ 길가에 있는 돌 의자가 재미있다

 

                                ▶ 손가락으로 산수화를 그리는 노인

무술관을 지나 올라가면서 보니 길가에 있는 돌 의자가 재미있다. 평평한 돌을 두 분의 스님이 합장한 자세로 양쪽 끝을 받치고 있는데 그곳에 안았다 가면 소림사 스님들의 공덕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시 앉아 쉬어간다. 그 옆에서 나이 드신 노인이 스케치 북에 손가락으로 물감을 칠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손가락이 지나갈 때마다 멋진 산수화 그림이 조금씩 그려진다. 중국에는 기인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정말 신기할 정도다.

▶ 소림사 정문 광장 서문 패방

                               ▶ 서문 패방 앞면 기둥에 새겨진 글씨

                                          ▶ 서문 패방 뒷면 기둥에 새겨진 글씨

계속 올라가니 소림사가 나타나고 조금 더 올라가니 광장 한가운데 석패방 두 개가 보인다. 산문 앞에 옛 우물(古井)이 있고 그 뒤에 이 패방이 있다. 소림사의 산문 좌우에 세워진 이 석패방은 불출두식으로 서쪽 패방은 10년 후인 가정34년(1555)에 세운 것으로 앞 면에는 通石으로 된 현판에 崇少禪林 大乘勝地(숭소선림 대승승지, 숭산의 소림사는 대승불교의 산실)라 쓰여 있고 현판석 아래에는 두 마리의 봉황과 구름문양을 넣어 장엄하게 보인다. 석패방 앞쪽 좌측기둥에는 심전고동엄동설옹신광슬(心傳古洞嚴冬雪擁神光膝, 초조달마대사에게 불법을 전해받기 위해 엄동설한 굴 앞에서 법을 구하는 신광대사의 고고함이여), 우측기둥에는 면접고봉정야풍문자진생(面接高峯靜夜風聞子晉笙, 고요한 밤 숭고산에서 들려오는 자진의 피리소리)라 새겨져 있고 후면 현판은 숭소선림(崇少禪林)이라 하여 이곳이 숭산 소림선사임을 나타내고 있는데 글씨는 전면과 같이 수양도인의 글씨다. 뒷면 우측 기둥에는 쌍옥정벽징냉침천추월(雙玉井碧澄冷浸千秋月, 산문 앞 쌍옥정엔 천추의 달이 걸렸는데), 좌측 기둥에는 육현봉취용광연만벽운(六玄峰翠聳光連萬壁雲, 육현봉에 서리는 소림의 상서로움이여)란 글씨가 새겨져 있다.

▶ 소림사 정문 광장 동문 패방

▶ 동문 패방에 새겨진 글씨

동쪽 패방 현판에는 조원체본(祖源諦本)이라 새겨져 있어 중국 불교 선종이 소림사가 근원임을 밝히고 있다. 동문 앞면 기둥에는 지재천중사해명산위제일(地在天中四海名山爲第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천하명산 숭산이여), 심전언구십방법교시초원(心傳言久十方法敎是初元, 소림 선법이 시방세계를 비추는 근원이라네)라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발타개창(跋陀開創, 발타존자에 의해 창건된 소림사)란 현판이 통석으로 새겨져 있는데 그 글씨가 여의주를 향해 비상하는 용이 날아갈 듯하다. 자세히 보면 과거에 채색하였던 듯하지만, 장비가 없어 다 살필 수가 없음이 유감스럽다.

                                               ▶ 소림사 산문 앞 돌사자상 

역시 소림사 산문 뜨락에는 패방을 전면 좌우에 두면서 다시 입구 좌우에는 벽사를 놓아 외부로 부터의 잡신을 범접하지 못하게 하면서 화마를 다스리고 있다. 소림사의 산문을 들어서면 천왕전 터, 대웅전 터가 있으며, 소림사 정문 앞엔 돌사자가 있다. 오른쪽은 숫사자, 왼쪽은 암사자로서 소림사가 전란 중에 소실되어 증축되었지만 이 돌사자만은 당시의 것이 그대로 전래되어 오고 있다.

 

                                                                 ▶ 소림사 산문 앞 인파

소림사의 산문을 들어서면 천왕전 터, 대웅전 터가 있으며, 소림사 정문 앞엔 돌사자가 있다. 오른쪽은 숫사자, 왼쪽은 암사자로서 소림사가 전란 중에 소실되어 증축되었지만 이 돌사자만은 당시의 것이 그대로 전래되어 오고 있다.

▶ 천왕전 사천왕상

                                                      ▶ 천왕전 역사(力士)

                            ▶  소림사 천왕전(天王殿) 앞뜰 1500 살도 넘은 은행나무

소림사로 들어가는 산문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 마치 저잣거리처럼 시끌벅적하다. 소림사 현판은 청나라 강희제의 글씨로 1923년 석우삼(石友三) 장군에 의해 파괴되었으나 다시 재건되었다고 한다. 문으로 들어가면 소림사 경내고 그곳에서 다시 한 번 입장권 검사를 한다. 소림사 경내는 봄이 한창 무르익고 있다. 꽃들이 다투어 피어나고 있고 은행나무에도 새 잎이 돋아 나 한층 생기를 더해 가고 있다. 이곳의 은행나무는 1,500살도 더 되었다 한다. 이곳에 내가 가진 아집과 교만, 미움과 탐욕 등을 모두 내던지고 싶다. 1,500 살도 더 된 은행나무들이 내가 버린 이 모든 것을 포용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소림사 천왕전(天王殿) 앞뜰 은행나무에 작은 구멍들이 파여 있는데, 수행 승려들의 무술연마(武術硏磨) 자국이라고 한다.

▶ 천왕전 현판

소림사는 중국에서 유명한 5악 중 중악이라고 부르는 숭산(嵩山)의 정기를 받고 있는 곳이라 한다. 숭산 서쪽 끝자락에 있는 소실산(少室山)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선종의 본산으로 언제부터인가 천하제일명찰(天下第一名刹)이라는 명예를 얻고 있으며 소실산 숲 속에 있다고 해 소림사(少林寺)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또한, 소림사는 중국 제1의 선종 사찰이며 소림사 무술의 발원지다. 처음 세워진 때는 5세기 말이며 선종의 시조 달마대사가 527년 불법을 전하려 인도에서 이곳으로 와 면벽 좌선을 한 곳으로 유명하다. 달마대사가 오랜 시간 좌선을 통해 득도하려다 근육과 뼈가 약해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권법을 창안했고 이로 인해 소림사가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좌선 수양보다 소림권법에 더 집중하고 있으니 주객전도라는 말이 이때 쓰는 말이 아닐까?

                                                         ▶ 중국 선종 계보도 

이 종파는 인도 승려 보리달마(菩提達磨)로부터 중국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중국 선종의 전승 계보는 달마를 초조(初祖)로 삼고 혜가(慧可)선사로 부터 세 선사를 거쳐 제5조 홍인(弘忍)선사 아래에서 남북 양종으로 나누어진다. 제5조 홍인선사 문하에서 혜능(慧能)이 남종선을 열었고, 신수(神秀)는 북종선을 열었는데 이 양분을 남능북수(南能北秀)라 한다. 또한, 남종선 혜능의 계보에서 청원(靑原)과 남악(南嶽)의 두 계통이 나타나며 이후 계속 분파되며 오가육종(五家七宗)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불립문자(不立文字)를 뛰어넘어 참선을 통한 자기 성찰로 득도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소림사처럼 시끌벅적한 곳에서 과연 참선이 가능할까? 아니면 득도의 길이 꼭 우리나라 산사처럼 조용하고 외진 곳에서만 가능할까? 이런 저잣거리 같은 곳에서도, 우리나라 산사에서도 장소에 관계없이 마음먹기에 따라 자기성찰을 통해 얼마든지 득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분이야말로 진정한 선승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종루와 고루

                                             ▶ 소림사 대웅보전

▶ 대웅보전 내 안치된 부처상

대웅보전은 소림사의 핵심적인 건축물로서 승려들이 불교행사를 집행하는 중요한 장소이다. 이 건물은 1928년, 전쟁에서 불타버려 1985년에 다시 재건하였는데 내부에 3개의 불상을 모시고 있으며 불상의 곁에 달마(达摩)의 상이 서 있고 중앙에 있는 2개의 기둥 아래에는 기린(麒麟, 중국 전설에서 나오는 신격화된 동물) 조각상이 있는데 선종불교는 이미 옛적부터 중국화 되어 있었다는 증거가 아닌가 생각된다. 대웅전 앞 향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정성껏 기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사찰은 어딜 가나 솜방망이 같은 향을 피워 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대웅보전 안에는 부처님을 모셨는데 제단 앞에 꿇어 앉아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이 모습이 숙연해 보인다. 우리 부부도 이곳에 온 기념으로 향을 꽂고 기도를 한다. 아내는 무슨 내용으로 기도 했을까? 대웅전 앞에는 손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수화는 아닐 것이고 분명히 손가락 동작마다 모두 의미가 있을 것 같지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