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와 삶의 인식]
1. 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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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은 그 자체가 복잡하고 다양한 국면을 가진 것이며, 그것을 인식하는 방법 역시 백인백상의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루하루 단순한 생물학적 생명을 연장하고 존속시키는 일도 삶이며, 고차원적 인식으로 생명의 가치와 의의를 앙양하는 것도 삶이다.
'삶을 인식한다'고 하는 것은 우주와 세계 속에 존재하는 철학적 자아를 통찰하고 인식한다는 말도 되지만, 구체적 현실적인 생명의 의의와 인생의 자세를 인식한다는 말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그가 소속되어 있는 국가와 사회의 상황이나 시대와 역사의 배경 등 객관적이고 타율적인 요인에 의해서 그 골격과 형태가 대부분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이고 타율적인 요인에 ㅡ이해서 그 골격과 형태가 대부분 결정될 수 있는 것은 각 삶의 주체자가 가지고 있는 내적 요인인 것이다. 인간은 이 내적 요인으로 각 삶의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삼고 있으며,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삶의 인식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외적 요인이 삶의 개괄적이고 보편적인 외곽을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면 내적 요인은 각 개체의 독특하고 현저한 정신의 세부를 파악하도록 해줄 것이다.
문학은 인생의 진실을 표현한다. 그러나 문학에 나타나는 인생은 작가의 주관적 인식을 통한 재현이지 현실 그대로의 복사는 아니므로 시인의 개인적 체험과 철학과 정서를 거치지 않은 시 작품의 창조란 생각할 수 없다. 필자는 본고에서 삶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한국 현대 시인의 정신과 인식을 고찰하고 싶다.
'삶의 인식 방법'에 대한 연구는 삶의 주체자인 시인의 인생관 내지 가치관에 대한 연구가 될 것인 바, 시인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연구하는 일은 곧 시인의 정신과 사상을 조명하는 일과도 일치한다.
필자의 연구대상이 될 시인을 선정함에 있어서 특히 한국시의 전통성과의 접맥여부를 중시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에 나타난 의식과 정신의 변모가 전통성의 계보로 어떻게 체계화되었는가를 살펴보려고 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국면 가운데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삶의 인식방법과 태도를 계량하는 척도를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필자는 인간의 삶을 조정하는 요소 가운데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것은 생사와 애정의 문제라고 생각하였다.
'삶'이란 인생, 생활, 생명의 개념을 포괄하며 '죽음'의 대립 개념이 된다. 그러나 시에서 죽음을 거론할 때는 '죽음' 자체를 논의하자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삶'을 보다 확실한 것으로 정립하자는 데에 뜻이 있는 것이다. 生과 死는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으면서도 동일한 선상의 처음과 끝으로 연결되어 있다. '삶의 認識 方法'을 논하면서 죽음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깊이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죽음이 삶에 대한 시인의 의식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 대한 논의는 '生命'의 인식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지며, 생명의 존엄성이 인식되면, 될수록 죽음의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은 삶보다 난해하며 형이상학적 신비성을 가진다. 죽음의 연구는 문학에서 뿐만 아니라, 심리학 종교학 인류학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죽음의 연구가 어느 분야에서 연구되든지 간에 그 궁극적인 목표는 삶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작품상에 나타난 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 방법은 작푸믕로 대변한 시인의 철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또 사랑으로 직조된 역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그마늠 인간 생명의 지속적이고 강력한 동력이 되어 왔다. 사랑은 인간의 정서 중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인 동시에 대표적인 것으로 다른 정서를 지배하고 생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上代歌謠로부터 현대시에 이르기까지 숫적으로 가장 우세한 것은 사람을 읊은 시이며, 독자의 심금에 가장 깊은 감동을 주는 것도 사랑을 읊은 시일 것이다. 사랑은 겉으로 노출된 것이 아니라도 인간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는 動因的 에너지로 주목되고 있으니, 프로이드가 정신분석이론에서 리비도를 인간 생명의 근본적 요소로 보고 그것이 육체적 활동은 물론 내면적 세계, 정신적 판단까지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삶의 인식 방법'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인의 인식을 사랑의 시편에 의거하여 추출하려고 하는 것은, 삶의 인식 방법과 태도가 애정의 형태를 결정할 수 있으며, 애정의 인식 태도와 방법이 삶의 좌표에 변수로 작용한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무엇을 대상으로 한 것이냐에 따라서 人間愛, 自然愛, 祖國愛, 神愛, 등으로 나누기도 하며, 같은 인간애라고 하여도 모성적 사랑, 형제간의 사랑, 이성적 사랑, 그리고 자기애 드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본고에서 주요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인간애를 읊은 시이며, 그중에서도 이성간의 사랑을 읊은 시가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부모형제간이나 朋友間 隣人間의 사랑도 견고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신뢰감과 인정과 도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실적 삶의 인식 방법을 고찰하는 본고의 의미있는 자료로 채택하였다. 생사의 문제에 임하는 시인의 태도가 그의 삶의 방향과 지표를 설명해 준다면, 애정의 문제에 임하는 시인의 태도는 그의 삶의 세부적 정서를 파악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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