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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계열의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발표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양사 합병 이후 정의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11.72%로 예상되고 상장시 그 가치는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정 부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31.88%) 가치를 합치면 총 금액이 3조원에 달해,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 등을 통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현대자동차그룹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기준 현대글로비스 지분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지만, 현대차 지분율은 미미하고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주식은 아예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핵심 계열사에 대해 지배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기아차 지분율 역시 1.74%로 경영권 승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 기아자동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6.9%)을 인수해야 한다.
정 부회장이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7.0%)를 증여받고 추가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포함해 최소 3조 원 가량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을 발표했다. 그룹 측은 “건설 사업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결국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시 정 부회장 예상 지분율은 11.72%로 현대건설(38.6%)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도 합병법인의 주식 11.67%를 소유하게 된다.
합병법인이 상장될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약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지분(2조2천350여억원)을 포함하면 정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같은 자금을 바탕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정 부회장의 승계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5% 이상 주주는 기아차(16.9%), 정몽구 회장(7%), 현대제철(5.7%), 국민연금(7.2%), 캐피탈 그룹 컴퍼니스(The Capital Group Companies, 5.5%) 등이다. 이 가운데 기아차가 갖고 있는 모비스지분 일부를 정 부회장 매입하고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증여 받을 경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양사의 이번 합병 결정이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이 같은 분석은 현대엠코의 성장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얻은 이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최초 자본금12억원과 이듬해 유상증자 113억여원을 합쳐 정 부회장이 초기에 현대엠코에 투자한 자금은 125억여 원이다.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정 부회장이 받은 배당금만 총 476억여 원으로, 투자금의 3.8배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현금배당뿐 아니라 같은 기간 무상 증자를 통해 현대엠코 주식 250만주를 챙겼다. 정 부회장이 현대엠코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며 차근차근 그룹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정 부회장은 그룹 내 지분 구조와 별개로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09년 기아차 사장에서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상근 이사를 겸하고 있다. 또 기아차, 현대오토에버, 현대엔지비의 비상근 이사도 맡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의 품질기획 부문 부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완성차-부품사-철강원료를 아우르는 주요 계열사 경영 일선에 나서고 있다.
재계는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은 정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 마무리 수순의‘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정 부회장이 합병회사 지분을 팔아 현금을 마련한 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양사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의 설계기술력과 엠코의 시공·관리 능력을 결합해 세계 플랜트 설계·시공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지난달 16일 각각 임시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 이달27일 각 사 주주총회를 거친 뒤 합병법인은 오는 4월 1일 출범할 예정이다.
합병 법인은 2012년 말 기준 매출 5조1450여억 원 및 자산 3조6730여억 원 규모로, 시공능력평가11위권 건설사로 거듭난다.
[CEO스코어데일리/이성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