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강
『천자문』 제2절 坤厚載物(곤후재물) 地道(지도)와 五行(오행)의 이치
『천자문』 제1절이 음양의 氣化(기화)를 다룬 내용이라면 제2절 음양의 氣化 속에 오행이 베풀어지며 形體를 이뤄진 모습이다. 氣化作用을 色으로 표현했다면 形化의 生長收藏은 제8장의 안짝인 海鹹河淡에서 볼 수 있듯이 맛으로 표현했다. 乾道가 ‘空卽是色 色卽是空’이듯 五色을 시작으로 하여 대표된다면, 坤道는 형체를 이뤄 맛볼 수 있기 때문에 五行의 五味로 마침을 보여주고 있다.
乾坤괘의 彖傳(단전)에서 공자가 乾道를 “크도다! 건의 으뜸이여! 만물이 힘입어 시작하나니 이에 하늘을 통어하도다. 구름이 행하고 비가 베풀어져 품물이 형체로 흐름이라.(大哉라 乾元이여 萬物이 資始하나니 乃統天이로다 雲行雨施하여 品物이 流形하나니라)”고 했고, 坤道를 이에 짝하여 “지극하다, 곤의 元이여! 만물이 힘입어 생하나니, 이에 순히 하늘을 이으니, 곤이 두터워 물건을 실음이 덕이 무강함에 합하며, 머금으며 크며 광대하여 품물이 다 형통하나니라.(至哉라 坤元이여 萬物이 資生하나니 乃順承天이니 坤厚載物이 德合无疆하며 含弘光大하여 品物이 咸亨하나니라)”고 하였다. 하늘과 땅처럼 큰 德業을 이루는 것을 ‘至大’고 표현하는 것이 건곤괘의 단전에서 나왔음을 볼 수 있다.
[6] 金生麗水하고 玉出崑岡이라
금은 여수에서 나고, 옥은 곤륜산에서 나니라.
金(쇠 금) 生(날 생) 麗(고울 려, 걸릴 리) 水(물 수)
玉(구슬 옥) 出(날 출) 崑(메 곤) 岡(메 강)
중국 운남성(雲南省) 영창부(永昌府)의 ‘麗水’라는 곳에서 모래를 건져내어 백번을 淘汰(도태)하면 금이 나온다는 데서 ‘金生麗水’라 했다. ‘麗水’가 지명의 뜻도 있지만 실제로는 오행(五行)의 금생수(金生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淘 쌀 일 도 汰 씻길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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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玉出崑岡’은 곤륜산에서 나는 옥이 아름답다는 뜻인데, 곤륜산은 ‘완벽(完璧)’의 어원을 낳게 한 화씨벽(和氏璧)의 산지이다. 玉이란 글자는 土에서 金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오행의 토생금(土生金)의 이치이다. 두텁게 쌓인 흙인 산에서 玉이 나오고 이것이 더욱 단단해져 반짝반짝 빛나면 金이 된다는 뜻이다. 그 金 또한 산에서 나옴을 말한다. 오행에서 金이 광물질을 의미한다면 옥(玉) 또한 金에 배속된다. 곤(崑)과 강(岡)은 둘 다 산(山)을 의미하여 오행상으로 土에 속한다.
따라서 ‘金生麗水’는 오행의 금생수(金生水)를, ‘玉出崑崗’은 토생금(土生金)의 이치를 내포하고 있다. 지역과 토질에 따라 이름난 특산물이 있음을 나타냈지만 자연만물이 금생수(金生水)와 토생금(土生金)을 비롯한 오행의 상생이치에서 생성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金과 玉, 生과 出, 水와 岡의 글자는 서로 對(대)를 이루고 있다.
[7] 劍號巨闕이오 珠稱夜光이라
검은 거궐이 이름나고, 구슬은 야광주를 일컫느니라.
劍(칼 검) 號(이름 호) 巨(클 거) 闕(집 궐)
珠(구슬 주) 稱(일컬을 칭) 夜(밤 야) 光(빛 광)
‘명검도 숫돌에 갈지 않으면 무딘 칼이요, 아무리 좋은 옥도 다듬지 않으면 보배를 이루지 못한다.’는 말처럼 하늘과 땅이 사귀어 아무리 좋은 만물을 낸들 무슨 소용인가? 인간이 보배를 알아보고 다듬어 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 음양과 오행의 작용에 의해 생성된 자연만물을 가공하여 유익하게 사용하기 시작했음을 나타낸다. 오행의 상극작용이다. 劍을 만드는데 불(火)이 쇠(金)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의 이치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경전인 황제음부경(黃帝陰符經)은 인간이 오행의 상극작용을 깨닫고 활용하면 번창하고 편안해짐을 밝히고 있다.
황제음부경(黃帝陰符經) 중편인 富國安人演法章을 보면 “천지는 만물의 도적이오, 만물은 사람의 도적이고, 사람은 만물의 도적이니 세 도적이 다 마땅하면 삼재가 다 편안하리라.(天地는 萬物之盜요 萬物은 人之盜요 人은 萬物之盜也니 三盜旣宜면 三才旣安하리라)”고 한 내용이 生而克의 이치를 도적에 비유하여 극명하게 잘 표현한 내용이다.
‘巨闕’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구야자(歐冶子)가 만든 보검이다. 월왕(越王) 구천(句踐)이 오(吳)나라를 멸망시키고 얻은 청동으로 된 보검 여섯 자루 중 하나이다. 나머지 다섯 개는 오구(吳鉤) 담로(湛盧) 간장(干將) 막야(莫耶) 어장(魚腸)이다. 간장과 막야는 검을 만든 월나라 부부의 이름이고, 어장과 담로는 구야자가 만들었다고 한다.
‘夜光’은 隋侯之珠(수후지주)로 부르는 붉은 진주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 隋나라 임금이 용(龍)의 아들을 살려주자, 용이 보답으로 진주를 선물하였는데, 그 진주의 빛이 밤에 주변을 대낮과 같이 밝게 했다고 한다. 이것을 초왕(楚王)에게 바치니 초왕은 크게 기뻐하며 몇 대가 지나도록 수나라를 침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구슬이 얼마나 훌륭한 탐을 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漢나라 때 劉向(유향)이 쓴 『新序』에 보면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글이 전해진다.(졸저, 『사서삼경종합입문』 중 大學편 해설 가운데서 발췌.)
秦나라가 초나라를 정벌하고자 사신을 보내서 초나라의 寶器(보기)를 살펴보도록 하니, 초왕이 듣고서 영윤 자서(令尹子西)를 불러 “秦나라가 초나라의 寶器를 보고자 하는데 우리의 화씨벽(和氏之璧)과 수후(隋侯之珠)의 구슬을 보여줘도 될까?”하고 물었다. 영윤 자서가 알지 못하겠노라고 대답하니, 소해휼(昭奚恤)을 불러 물었더니 “이는 우리나라의 득실을 보고 도모하려는 것이니, 寶器는 있지 않고 賢臣이 있음이라. 주옥과 진기한 노리갯감은 보배로 중히 여기지 않는다고 하소서.”라고 대답했다.
왕이 마침내 소해휼로 하여금 응하게 하니, 소해휼이 정병 3백인을 선발해 서문의 안쪽에 진을 치고, 동쪽을 향하여 한 단을 설치하고 남쪽을 향하여 네 단을 설치하고 서쪽을 향하여 한 단을 설치했다. 秦나라의 사신이 이르니, 소해휼이 “인군의 손님이라. 청컨대 윗자리로 가서 동면하시고, 영윤 자서는 남면하시고, 태종자 오는 그 다음하시고, 섭공자 고는 다음하시고, 사마자 반은 그 다음 하소서.”하고, 소해휼은 스스로 서면의 단에 앉아 칭찬하며 말하기를, “손님께서는 초나라의 보기를 보고자 하나 초나라가 보배로 여기는 것은 곧 현신이라. 백성을 다스려 창고를 채우고 백성들로 하여금 각각 그 살 곳을 얻게 하니 영윤 자서가 이에 있고, 규벽을 받들어 제후들로 하여금 분연의 어려움을 풀어서 양국이 기쁜 마음으로 사귀어 전쟁의 근심을 없게 하니 태종자 오가 이에 있고, 봉토를 지키고 경계를 조심하여 이웃나라를 침략하지 않고 이웃나라 또한 침략을 드러내지 아니하니, 섭공자 고가 이에 있고, 군사를 다스리고 병기를 정비하여 강적을 상대함에 북채로 북을 두드려서 백만의 무리들을 움직여 다 맹렬히 타는 불꽃처럼 뒤쫓게 하고 허연 칼날을 밟고 만 번을 죽더라도 나가서 일생의 어려움을 돌아보지 아니하니 사마자 반이 이에 있고, 패왕의 남은 의논을 품고 치란의 유풍을 다스리니 소해휼이 이에 있으니 오직 대국이 보는 바라.”고 하였다.
秦나라의 사신이 두려운 듯 대답함이 없더니, 소해휼이 마침내 읍하고 떠났느니라. 秦나라의 사신이 돌아가 秦의 군주에게 말하기를, “초나라는 현신이 많으니 가히 도모하지 못하나이다.”라고 하였다.
비슷한 내용으로 『楚書』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초 소왕이 왕손어(초나라 대부)로 하여금 晉나라를 방문하게 하였는데, 정공(晉頃公의 아들인 午)이 잔치를 베풀었다. 조간자가 패옥을 울리면서 서로 예로 대하며 왕손어에게 “초나라에 흰 형(珩은 佩玉의 위에 가로지른 노리개 옥)가 있습니까? 그 보배 됨이 어떠합니까?”라고 물었다. 왕손어가 대답하기를, “일찍이 보배로 삼음이 없고 초나라가 보배로 여기는 것은 관석보(觀射父)이니, 능히 훈사(訓辭)를 지어 제후들과 행사함에 과군을 구실 삼게 함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위 내용을 『대학』에서 인용하여 “『초서』에 이르기를, 초나라는 보배로 삼을 것이 없고, 오직 선함을 보배로 삼는다고 하니라.(楚書에 曰楚國은 無以爲寶요 惟善을 以爲寶라하니라)”고 하였다. 이 내용은 제4절 人倫之道 제30장 “尺璧非寶요 寸陰是競이라(한 자의 구슬이 보배가 아니고, 한 치의 시각이라도 다투어야 하니라)”는 뜻과 통한다.
[8] 果珍李柰하고 菜重芥薑이라
과일은 오얏과 벚이 보배롭고, 채소는 겨자와 생강이 중하니라.
果(열매 과) 珍(보배 진) 李(오얏 리) 柰(벚 내, 능금 내)
菜(나물 채) 重(무거울 중, 거듭 중) 芥(겨자 개) 薑(생강 강)
앞의 제6장과 제7장은 땅에 베풀어진 오행의 도와 함께 가을과 결실을 상징하는 金으로 땅의 덕을 말하였다. 중용에서 땅은 두터워 만물을 싣기에 땅의 덕을 厚重(후중)하다고 한다. 땅은 큰 산을 싣고 많은 물을 담아도 꺼지거나 넘치지 않아 초목을 길러낼 수 있는 것이다.
과일 가운데 제수용으로 귀하게 여기는 밤이나 대추, 배를 들지 않고 오얏(자두)과 벚(능금)을 든 것은 두 가지 모두가 붉은색으로 陽을 대표하며, 씨앗(子)과 신(示)의 뜻을 담고 있기에 과일의 대표로 썼다고 본다. 반면에 생강과 겨자는 두 가지 다 누런색으로 土의 색을 드러내어 紅(홍)과 黃(황)으로 짝을 맞춘 것이다. 나무 위의 열매인 오얏과 벚이라는 붉은 과일 먼저 들고, 일년생 풀인 씨앗과 뿌리가 누런 색인 겨자와 생강을 들어 火生土의 이치를 담아냈다.
참고로 겨자는 씨앗을 빻아 향신료로 쓰고 생강은 뿌리를 향신료로 쓰는데 둘 다 매운 맛을 내며 다른 음식과 어울려 잡냄새를 없애 줄 뿐만 아니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좋은 양념이다. 논어 鄕黨(향당)편을 보면, 공자는 식사 후에 늘 생강을 조금씩 잡수셨다(不撤薑食, 불철강식, 생강 잡수심을 거두지 아니하셨다.)고 한다. 생강은 신명을 통하게 하고 더럽고 나쁜 것을 없애준다고 ‘생(生)’이라고도 한다.
[9] 海鹹河淡하고 鱗潛羽翔이라
바닷물은 짜며 강물은 싱겁고, 물고기는 자맥질하고 새는 나니라.
海(바다 해) 鹹(짤 함) 河(물 하) 淡(싱거울 담)
鱗(비늘 린) 潛(잠길 잠) 羽(깃 우) 翔(날개 상)
안짝은 오행의 가운데 물의 짠 맛을 들어 五味를 대표하였다. ‘海鹹河淡’은 바닷물의 짠 맛과 강물의 싱거운 맛을 뜻하는데 물을 짜다고 한 것은 바다로 흘러가기 전의 강물은 맛이 싱겁지만 물은 아래로 흐르면 흐를수록 소금이라는 짠 성분이 녹아들어 결국은 가장 많은 물이 모인 바닷물은 짜게 된다. 홍범구주에서 오행의 하나인 水의 성질을 ‘潤下(아래로 흘러갈수록 불어남)’와 ‘作鹹(짠 맛을 냄)’이라 표현한 뜻이기도 하다.
한편 오행의 五味나 五色 등은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들어 말했을 뿐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 각각마다 다시 음양이 있고 오행의 이치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를테면 물맛은 신맛, 쓴맛, 단맛, 매운맛이 다 있지만 짠 맛으로 대표하는 것은 가장 많은 물인 바닷물의 맛이 짜기 때문이다. 金 또한 靑金, 赤金, 黃金, 黑金도 있지만 흰색으로 대표하는 까닭은 가을의 단풍 뒤에는 시들어 떨어지면서 탈색하는 殂落의 성질이 가장 두드러지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늙으면 모두 하얗게 쇠는 이치와 같다.
바깥짝인 ‘鱗潛羽翔’은 물속의 어류와 하늘의 조류를 각기 상대적으로 대비한 문장으로 五蟲을 대표하였다. 五味와 五色과 함께 五蟲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