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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큰나무학교는 어떤 곳인가요?
대안학교입니다. 발달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입니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기회를 주고자 설립되었습니다.
2. 왜 대안학교 인가요? 기존의 공교육은 안된다는 말인가요?
공교육이 무조건 잘 못되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 나름의 알맞은 교육을 해 나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틀 안에 선택의 여지없이 있도록 강요하는 방식은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여러 방식의 교육이 있을 수 있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장 단점을 살려서 거기에 알맞은 교육을 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은 지나친 경쟁에 따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율성이 많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시험을 통해서 점수로 줄을 세우는 방식에 따라 대부분의 교실은 개성을 살리기 보다는 일률적인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매년 7만명의 학생이 학습을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기존의 공교육으로 전부를 채울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3. 그래도 국가에서 인정하는 제도권 교육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물론 제도권 안에 있을 때 많은 혜택이 주어질 것입니다. 시험성적과 상관없이 일정한 출석일수를 채우면 졸업장이 주어집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학교 안에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기간을 마칠 수가 있습니다. 또한 법으로 정해놓은 교육의 의무를 채우면서 나름 교육의 권리를 요구하여 얻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며 일방적입니다. 제도권이라는 것이 꼭 국가에서 인정하는 기관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국가의 국민이면 교육은 누구에게나 의무이면서도 권리를 갖게 됩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국민의 일원으로서 정부는 보장을 해줘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 것을 인가된 학교로만 규정을 하고 그 외에는 인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제도권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권은 정확하게 말해서 그 제도에 알맞은 사람으로 길들이겠다는 취지가 분명합니다. 사람마다 제각각인 특성을 일괄적으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것입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과 성향이 묻히고 일방적인 것들로 채워지는 폐단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4. 그렇다고 해서 공교육을 저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안학교의 존재는 기존의 공교육을 무시하거나 깍아 내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대안학교가 있음으로 해서 사회는 건강해지고, 더불어 학교의 교육은 천편일률적인 틀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이루어지는 혁신학교와 같은 흐름은 대안학교에서 그동안 꾸준히 담아왔던 내용을 적극 수용한 면이 많습니다. 교사와 교과과정의 자율성을 일정부분 보장해 줌으로 개별적인 특성을 살려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안학교의 선택은 오히려 공교육을 강화시키게 됩니다.
5. 큰나무학교는 계속 제도권 밖에 있을 건가요?
이 부분은 좀 더 내부에서 논의 되어야할 거 같습니다. 일정부분 합의된 것은 그래도 공적인 지원은 필요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인가형 대안학교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대안학교법이 국회에 통과가 되어 있지만 그에 따라 인가를 받기에는 조건이 턱없이 불리합니다. 시설기준, 교과과정, 교사자격에서 그렇습니다. 다시 교과부에서 법안을 손질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가조건을 훨씬 낮춘다면, 그래서 훨씬 자율권이 보장되는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인가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6. 누구는 대안학교가 엘리트 양성학교라고 하던데, 그런가요?
대안학교에도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선교를 목적으로 세워진 곳이 있는 가하면, 도시의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엘리트를 양성시키고자 고가로 운영되는 학교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이 독특한 특성을 가진, 그러니깐 장애를 지니고 있는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학교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어떻든 간에 모두가 부모의 욕망에 따라 공교육을 나온 거 아니냐? 그렇게 말하면 개념이 없든지, 아니면 질투심 때문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일부 귀족층 계열의 대안학교나 학원식으로 운영되는 학교인 경우는 물론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이 똘똘 뭉친곳이라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대안학교는 단순히 내 아이 한명을 위해서 설립되거나 운영되지 않습니다. 이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사회로 나가게 할 것인가,에 대한 깊은 물음을 갖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자식이 귀중하겠지만, 그래서 기본적으로는 내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겠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여럿이 더불어 행복해 질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곳이라 할 겁니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이지만 서로가 지탱하고 도와가면서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좀더 노력하면 우리의 아이들이, 그리고 많은 이웃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큰나무학교는 또 다르게 ‘장애’라는 깊은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장애’는 개인을 넘어서서 사회라는 넓은 시각을 통하여 이해되고 다뤄져야할 성질의 것입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개인의 영달과 풍족을 구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서 우리의 행보가 주변의 ‘장애’를 해결해 나갈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7. 그러면 큰나무에서는 어떤 교육을 하고 있습니까?
크게는 4가지의 방향을 갖고 있습니다. 대안적인 교육활동, 자연주의적 교육내용,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학습, 전환을 준비하며 이루어나가는 교육입니다. 위 네 가지의 교육철학은 큰나무학교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니고 있는 기둥과 같습니다.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그 무엇에 상대적인 의미로 여겨질 뿐만 아니라 보다 진정한(본질적인) 것을 뜻하고 있습니다. 기존 공교육에 대하여 대안을 찾으면서, 더 나아가서는 한 인간을 이해하고 세워나가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철학에서 말하는 삼구성체, 몸과 혼과 영의 세계로 이루어진 인간이해를 통하여 교육적 방법을 찾는 것이 그 예입니다.
또한 우리는 기존의 딱딱한 건물과 억지스러운 수업형태를 지양하고 대신에 감각을 열어 세상을 받아들이며, 좀 더 우주의 리듬에 따라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밖에 있는 것들은 내부에 영향을 주기 마련인거라 만지고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을 보다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교육을 삶과 분리하지 않고 일상에서 이루어내려는 것이 우리의 취지입니다. 학교와 가정, 교사와 부모, 놀이와 학습, 배움과 일이 분리 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흘러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졸업의 마디가 있긴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무엇인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8. 이런 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우리는 아침이면 산에 오릅니다. 동쪽에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꽃과 나무로 채워진 생태공원을 돌아 내려와서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아침 시를 같이 낭독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잠과 같은 어둠이 걷히고 밝은 의식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런 활동이 하루와 한주 한 달 일 년으로 이어져 갑니다. 어떤 영향이 주어졌는가? 에 대한 대답은 조심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단박의 결과나 눈에 띄는 그 무엇을 찾고 있습니다. 못하던 그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하는 그런 결과입니다. 그 결과를 얻으려고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압박을 가하기도 합니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속상해 합니다. 그러면서 그르치기 십상입니다. 교육은 평생을 가야할 긴 마라톤과 같습니다. 지금 당장 글자를 외우고 덧셈식을 풀어나가는 단박의 레이스가 아니라 먼 거리, 죽을 때까지 이어져야할, 아니 죽음 너머서 까지도 간주하고서 해 나가야할 경주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긴 호흡입니다. 헐떡거리며 조급해 하지 않고, 눈앞의 결과에 희희낙락거리지 않을 그런 호흡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으면 조금씩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흐려져 있던 눈빛이, 격해있는 성정이 모아지고 다듬어집니다. 생기가 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라고 하던 것들이 문제가 아닌 것임을 알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 개인에게 주어지는 결과보다는 그(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변화입니다. 건강한 울타리 안에 있다는 것, 그 곳에서 무언가 배우고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이 될 것입니다.
9. 그런 긴 호흡이라면 어른과 노인기 까지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맞습니다. 언제 그런 날이 올까? 할지 모르지만 반드시 오게 되어 있습니다. 당장 눈 앞에 있는 것만 해결해 가지고는 이후를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교육 내용과 함께 운영체계가 자리가 잡혀야 합니다.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지만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시기를 위하여 지금부터 서두르는 것입니다. 어떻게 되겠지? 또는 내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거다, 라고 할지 모릅니다. 결정은 자유이지만, 큰나무는 분명하게 이후의 것을 지금부터 공동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9. 그렇다면 큰나무의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미래를 알려면 지금을 보라고 합니다. 지금 여기에 미래가 담겨 있다고. 지금 우리는 학교로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 안에 직업을 담은 교과목을 수업하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을 도모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 공동의 생활연결고리를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들이 잘 진행된다면 큰나무는 학교와 작업장, 공동의 생활주거공간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배움터와 일터, 그리고 삶터가 서로 연결되어있는 형태입니다. 올해 초, 우리가 다녀왔던 독일의 캠프힐이 그런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치유교육을 하는 학교, 학교안과 밖에 있는 작업장, 작업장에서 나오는 물품을 소화할 수 있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망, 융합을 고려한 공동가정시설.
10. 한국에서 그런 캠프힐과 같은 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캠프힐은 독일 사람의 사상을 토대로 유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이해, 삶의 철학이 바탕에 깔려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이라고 하는 땅에 그와 똑같은 형태의 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고, 또한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우리의 캠프힐을 세우는 것이 관건입니다. 자발적인 봉사와 철학을 담은 정책이 미천한 우리나라에서는 설령 그들이 지나온 사십여 년을 다 준다 해도 다른 모습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시작해야 이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독일에서 보았던 캠프힐도 처음에는 세가정이 먼저 시작했습니다. 뜻이 분명하고 그 길이 옳으면 되게 되어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복지법인과 같은 정부의 공적지원을 통하여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습니다.
11. 캠프힐의 바탕에 깔려있는 발도르프 교육과 관련해서 큰나무 학교는 어떤 입장입니까?
큰나무학교는 발도르프학교가 아닙니다. 발도르프 교육이 가지고 있는 좋은 장점을 많이 가져오긴 했지만 단정 지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발도르프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구성원의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슈타이너가 주창하고 있는 인간이해, 크게 말해서 우주의 시민으로서의 교육이라는 사상을 함께 공유하고, 그 것을 기반으로 같이 이루어나가야 발도르프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그곳에서 나오는 치유교육적인 정보, 조금 더 들어가서는 인지학이라고 하는 세계에서 나오는 기본적인 이해와 교육방법을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한두 사람이 깃발을 꽂고서 여기가 발도르프학교요 캠프힐이다, 라고 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구성원의 고양된 의식, 내 아이만이 아니라 지구와 우주까지도 넘나들면서 추구하는 삶의 자세가 깔려야 발도르프학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12. 슈타이너의 인지학을 보면 내세, 까르마, 재육화와 같은 단어가 나옵니다. 일종의 종교아닙니까?
잘 모르고 보았을 때는 특정종교와 같습니다. 알 수없는 세계를 종교가 아니고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상식인 것을 자꾸 문지방 너머의 것을 슈타이너는 말하고 있어서 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신앙을 가진 분들에게는 특히나 성경 이외에서 내세를 말하는 것이 불경스럽기 까지 합니다. 그건 하나님의 세계요 인간은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해가 있다면 상식선에서 인간이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말하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데서 오는 오해입니다. 슈타이너는 종교를 주창하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희미하게 느끼고 있는 영적인 세계를 좀 더 명확하게 보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이 단순이 몸으로만 된 것이 아니라 혼과 영까지 있고, 그 세계가 우주와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는 겁니다. 그래서 한 개인은 그냥 여기서 끝나는 존재가 아니라 우주의 영원성에 깊이 밀착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인식론적인 사유체계라 할 수 있습니다. 아주 깊고, 신비롭고, 현실에서도 잘 들어맞는, 철학으로 보면 됩니다.
13. 슈타이너의 사상이 큰나무에서는 어떻게 실현이 되고 있습니까?
슈타이너의 사상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이미 많은 부분에서 발도르프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대안적인 교육활동을 고민하며 찾는 와중에 숲을 찾게 되었고, 감각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인지적인 방식 이전 감정의 세계가 소중하며, 더 중요한 것은 아이가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영적인 세계라는 것을 주목하였습니다. 그렇게 교육을 하며 공부를 해 나가는 중에 발도르프 교육을 알게 되었고, 이후로는 보다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많은 교사와 부모님이 협회의 연수에 들어가서 배우고, 공부모임을 통해서 그 내용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수업과목 뿐만 아니라 수업활동 전반에 걸쳐 인지학을 토대로 하고 있습니다. 리듬을 따라서, 교육이 곧 예술이 되는, 물질 너머에 존재하는 정신을 이해하고 찾아가는 교육입니다. 지금 내 앞에 와 있는 이 사람이 겉으로는 뭔가 부족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 영혼은 원래 건강하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실현하고 있습니다.
14. 학교는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습니까?
큰나무학교는 한두 사람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학교가 아닙니다. 여러 사람들, 좋은 뜻을 가진 분들의 정성으로 이루어지는 학교입니다. 큰나무학교는 단순히 부모님들이 세우고 운영하는 곳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묵묵히 후원을 해오는 분들, 말은 하지 않지만 조용히 지켜보시는 분들을 울타리로 해서 부모와 교사들이 일구어 가는 학교입니다. 학교에는 크게 조합이 있고, 교사회가 있습니다. 그 구분을 엄격하게 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조합원이요 부모님중에서 교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럽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일만 하면 된다고. 그리고 부모는 교육에 관여하면 안된다고. 이 말은 지나치게 참견을 하거나 교사가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기게 되는 것을 지적한 말입니다. 큰나무학교는 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육적인 정신이 전체의 운영과 관련하여 긴밀히 연결 되고, 부모님이 갖고 있는 안목과 능력이 교육의 자리에서도 맞물리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15. 이런 운영을 위하여 재정을 어떻게 확보하고 있습니까?
부모님의 교육비, cms후원, 일반후원, 함께가는사람들 후원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주 궁색하여 할 것을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쩌면 선택적 필요의 원리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지출을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절약을 할 수 있어서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마찬가지로 지금 같은 방식의 재원마련이라고 하면 모두에게 부담이 가중됩니다. 법인을 설립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속가능한 안정적 재정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16. 재정이 확보되면 다 해결이 됩니까?
겉으로만 보면 외부에서 지원이 많아졌을 때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돈 이전에 사람의 문제입니다. 없는 살림에 서로 분투하여 힘을 합하던 것이 넉넉해지면서 이권에 나눠지는 일들이 자주 일어납니다. 거저 들어오는 넉넉함은 도리어 정신을 나태하게 만들고 욕심에 발동을 걸게 됩니다. 손쉽게 주어졌으니 일 처리가 분명하지 않고 결속력 또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어쩌면 큰나무학교가 지금까지 생생하게 일을 해올 수 있었건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하여 함께 힘을 내왔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우리는 한편에서는 좀 더 안정적인 운영의 틀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돈에 휘둘리지 않고서도 꿋꿋하게 세워나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17. 적절한 교사를 선발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국회에 통과된 대안학교법에는 교사자격증을 소지한자에게 교사로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현재 큰나무학교에는 교사자격증을 소지한 교사는 2명입니다. 관련학과를 전공하였거나 아니면 교육과 상관없는 전공 교사도 있습니다. 자격증이 그 사람을 말해주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압니다. 아무리 좋은 자격증을 많이 갖고 있어도 사람을 대하는 교육은 수많은 변인들이 작용하게 되어 자격증만으로 선발 여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보는 중요한 기준 중에 하나는 지원하는 교사의 의지입니다. 가르치겠다는 의지 이전에 배우겠다는 자세를 갖고 있는 가를 중요시 여기고 있습니다. 부족해도 노력하면 됩니다. 내가 부족한 줄 알면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하면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잘 난 맛에 남을 가르치려고 위에 서는 버릇은 고약해서 쉽게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와 함께 정서적으로 맑은 상태를 유지하는 교사를 원합니다. 이것도 역시 자기 분수를 알고 스스로를 다듬어가려는 의지를 소중하게 여깁니다. 우리는 어차피 오랜 세월동안 누적된 응어리를 갖고 살며, 나도 모르는 것에 조종될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나를 조종하고 있는지, 그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겸손히 학생 앞에 설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는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교사입니다. 무지와 나태에 빠져서 흐려져 있는 상태로 아이 앞에 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맑고 명쾌하여 쨍한 이성으로 학생 앞에 서 있을 교사를 원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함께 공부를 하고, 정기적으로 집단상담과 마음수련장에 들어가며, 발도르프협회 연수에 참가하여 교사로서의 덕목을 길러나가고 있습니다.
18. 부모와 교사는 어떤 관계입니까?
한 배를 타고 가는 운명의 협력자입니다. 배에 아이를 싣고 풍랑을 헤쳐 나갈 때 함께 힘을 합쳐서 뚫고 나가는 동지입니다. 우리는 분명 서로 역할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교사는 객관성을 갖고 학생을 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부모는 혈연의 깊은 정으로 자녀를 이해하고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의 인생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교육에 관한한 전문성을 요구받습니다. 사사로운 것에 이끌리지 않고 투명하게 학생을 이해하고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는 교사의 교육을 지원하고, 나아가 자녀의 인생에 결정적인 안내자로서 역할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사는 부모에게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제공하고, 부모는 교사와 함께 일상에서 교육을 실현해 나가게 됩니다. 역할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교사에게는 일정부분 부모의 역할이 주어져있고, 부모 또한 교사의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교육이 분리되지 않기를 원합니다. 학교와 집이 따로 놀게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특히 기본적인 원칙과 관련해서는 긴밀하게 협조가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음식 하나에도 학교에서는 몸에 건강한 식단을 고집하고 집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이나 육류를 과잉섭취 하는 그런 엇갈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큰나무학교의 교육에 자녀를 맡겼다는 것은 부모님 역시 같은 교사의 입장에서 교육적 원리에 따라갈 것을 약속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19. 말 나온 김에, 먹거리를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슈타이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영양분이 아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활기를 얻는 거라고 말합니다. 음식은 기운입니다. 따라서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기본입니다. 치유교육은 주방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음식 섭취는 육체뿐만 아니라 혼과 영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쓰레기 같은 음식들이 넘쳐나고, 인간을 해치는 것들로 넘쳐나는 판에 정말 가려먹지 않으면 안 되는 때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자칫 아무거나 먹어도 되지, 그래 많이 먹어.. 하면서 거짓된(무지한)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해치우게 됩니다. 무엇이든 기본을 놓고서 이야기 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 아무리 고가의 치료기기로 도움을 받는다 해도, 한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조절하지 않고서 그 이상의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음식은 가장 강력한 교육적 매개체입니다. 음식은 가장 뚜렷하게 영향을 주는 치료적 자원입니다. 음식 하나만 잘 해결해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교육적 성과의 반을 훨씬 넘어섭니다.
20. 장애학생들만의 학교입니다. 통합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특수학교와 뭐가 다른가 묻기도 합니다. 결국 시설처럼 될 수도 있다고. 자초하여 소외를 시킬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합니다. 일면만 보면 맞는 말입니다. 구성원이 전부 장애학생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소외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하지만 넓게 보면 다릅니다. 통합은 끼워 놓았다고 해서 이루어진게 아닙니다. 통합은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면과 문화적인 부분도 함께 다뤄져야 합니다. 교실 안에 자리가 주어졌으니 다 되었다고 여기면 결국 그곳이 섬과 같은 자리가 됩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장애학생들에게 섬과 같습니다. 외국에 떨어진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강제적인 규율, 일방적으로 짜놓은 수업시간표에 따라 로봇처럼 움직여야 합니다. 통합은 단순하게 구겨 넣는다고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개인에게 의미부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이 전체 구성원 중에 중요한 일원이구나, 라는 느낌이 주어져야 합니다. 자리만 달랑 줘놓고서 혼자 밥먹고 혼자 앉아있고 혼자 우두커니 있어야 하는 것은 지옥과 같습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겉으로 말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감정 깊은 곳에서 상처를 받습니다. 내가 이 곳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구나, 라는 느낌은 본능적이어서 아주 민감하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욕심만으로 해결될 수가 없습니다. 통합은 넓은 의미로 봐야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땅, 지구, 자연, 우주까지도 고려를 해야 합니다. 물론 기본은 가정과 지역사회가 될 것입니다. 삶이 온전해 지기 위해서는 이것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땅에도 통합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늘에도 통합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가족과 또래를 필요로 하듯이 들판에 꽃과 나무와 풀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누군가에게 주어진 결과물을 받아먹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참여해보고, 그 참여에 내 노동을 들이면서 통합이 됩니다. 남들이 보기에 얼마 안되는 정성일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과정에 참여하여 내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웃과 지역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할 기회가 제한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통합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를 아우르는 융합을 지향합니다. 스스로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길. 사람들 속에서 존재감을 느끼고 뿌듯해 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그것이 우리가 찾고 이루려는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