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홍국영(洪國榮)의 세도(世道)
정조 동궁에 계실 때 여러 번 위험을 겪고 변덕 많으신 할아버지의 감시와 아버지 때부터 원수로 아버지의 생명을 두주 속에 죽게 한 수적들이 그저 남아 있어 조정에 버려있고 일동 일정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생활을 지내었다. 몇 번 죽을 뻔하고 몇 번 위험 하였는가 부지기수이다.
매양 이런 위험이 있을 때마다 진력 보호하여 주는 이는 곧 홍국영(洪國榮)이다. 국영은 총명과 지혜가 겸비하여 항상 사전에 먼저 아는 지식이 있었다. 동궁을 보호하는 책임을 맡은 뒤에 동궁의 신변에 위험이 올 것을 미리 알고 항상 극력 보호하더니 및 왕 위에 오름에 왕이 국영으로 숙위대장(宿衛大將)을 삼아 금군을 거느리고 궁정 보호의 책임을 맡기고 또 정권 전부를 국영에게 맡기니 이것을 이르되 세도(世道)라 한다.
세도란 말은 임금의 위탁을 맡아 정권을 잡고 주장한다는 뜻이다. 한번 세도의 임을 맡은 뒤에는 대신 이하 모든 신하들은 세도의 말이 없이는 행할 수 없다. 나라의 범백 정무를 먼저 세도에게 물은 후에 왕께 알리는 법이다.
국영은 정조의 위탁을 맡아 세도의 권병을 잡은 뒤에 정후겸보다 더 권세를 농락한 고로 세상에서 큰 정후겸이라 칭하다. 너무 방자하고 전횡함으로 그 후에 방축을 받아 강릉에 유배하여 있으나 오히려 조정의 권세 농락하였다. 강릉 경포대에 와서 놀며 지금 유행하여 다니는 백구사(白鷗詞)라는 노래가 그의 지은 것이라.
국영의 동궁 보호 중한 일사를 들면 동궁은 지라사 통감(通鑑)이라는 글을 읽으셨다. 동궁께 부탁하기는 아무 때나 입시 명령이 내리어서 요사이 무었을 읽느냐 물으시리니 통감을 읽는다 답하시고 곽광(霍光)이 폐창읍왕(廢昌邑王)이란 구절을 적은 책장을 접어 둘 터이니 차마 읽을 수 없어 접어 두었다 하시오 그 후에 과연 세손 입시(入侍)령이 내리었다.
영조는 물으시기를 요사이 무슨 글을 읽느냐 통감을 읽습니다. 무감을 명하여 동궁의 읽는 책을 가져오라 책을 가져옴에 책장을 접어놓았다. 이 책은 왜 접었느냐 답하시기를 곽광이 폐창읍왕이라는 구절을 차마 읽을 수 없어 접어두었소이다. 영조 들으시고 세손의 등을 어루만지시고 네가 참 내손자라고 칭찬하셨다. 의심 많던 영조도 그 손자의 효심에 인하여 의심이 다 없어졌다.
백구사(白鷗詞) 일절(一節)
백구야 펄펄 날지 말라
너 잡을 내 아니다
성상이 바리시기
너를 좇아 이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