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뜨리고 싶은 밤
- 곽 동 희
꼬박 날 새운 아침은 안개 기둥을 껴안은 듯
알람에 맞춰 시작하고
풀 죽은 저녁으로 돌아누워
죽었네, 죽겠네, 죽을 것 같은 아픔을 맛본다
간간이 저리는 통증,
바른 자세로 살지 않은 탓이라면 탓
희부윰한 밤 깊숙이
어쩌다 눈 뜨면 신새벽을 거닐고 있으니
생각이 뒤집어질 듯한 지루한 정적이 흘러
눈 앞을 스치는 벽시계 시침을 똑,
뚫어버리고 싶어! 부서 지고 부서져라
신경질적인 외침, 속으로만 삭이다가
잠 못 드는 꿀 잠을 부르며
백지장이 와닿는 까칠함
오늘만큼은 이루어 내겠다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과 주방 사이를
까망이 흰색으로 수렴하는
두려움 앞에 당해낼 재간이 있는 건 아니지
면역 떨어질 때 찾아오는 손님으로 하필 오는지, 가는지
경기작가 2024 하반기에 곽동희 시인과 구미정의 시가 발표되었습니다. 책을 늦게 받아 이제야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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