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루틴에는 틱낫한 스님의 글 필사하기와 운동이 들어있다. 이곳 뉘른베르크에서는 글로벌 다이어리 쓰기가 추가되었다.
어제 과정을 마치고, 짧은 여행을 한 다음 호텔방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잠시 멍때리기를 하다 다이어리를 쓰고 자정쯤에 잠이 들었다.
‘그래 이제 내일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기차가 9시55분이니, 7시에 일어나서 필사하고, 샤워를 하고, 남은 짐을 싸고, 아침을 먹은 다음 트램을 타고 기차역으로 가면 충분하겠구나. 여유있게 30분 전에는 가야지. 그리고 공항에는 비행기 출발 시간보다 2시간 먼저 가면 될거야.’
이것이 내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7시에 일어나서 필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남은 짐을 싸고, 혹시나 하여 기차표를 확인했다! 오마이갓! 비행기 시간 1시55분과 기차 시간 9시26분이 섞여, 최종적으로 9시55분으로 기억된 것이다!
뇌가 급작스럽게 분주해진다. 30분 먼저 여유있게 기차역에 가는 계획이었는데,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출발 시간보다 1분 먼저 도착할 수 있을 뿐이다. 신속한 결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반드시 현명한 결정이어야 한다.
1. 택시를 탈 것인가? 트램을 탈 것인가?
기차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택시와 트램 모두 똑같다.
2. 택시를 기다리는 시간과 트램 정류장까지 걸리는 시간 중 어느 것이 빠른가?
택시는 거의 다니지 않으니 콜을 해야 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트램 정류장까지 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것이 10분 걸렸다. 짐은 어제보다 대략 2배 무거워졌으니 뛰어가면 5분이다.
3. 그렇다면 트램의 배차 간격은?
일요일 배차 간격은 20분이었다. 오늘이 월요일이고 출근 시간 때이니 아무리 길어도 15분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바로 앞 트램을 놓쳐도 기차역까지 20분이 걸린다.
4. 아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제 아침 식사 시간을 40분으로 잡아놓았으니 앉아서 먹는 대신 5분 안에 샌드위치 두 개를 싸고, 요거트와 삶은 달걀을 챙기면 배고프지 않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기차에서 음식을 팔지 않는 것으로 보이니 5분 안에 할 수 있다면, 챙겨서 가자.
5. 체크 아웃은?
체크 인때 모든 것을 계산했고 영수증도 받았으니 나 간다고 하고 그냥 가면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 하고, 빠뜨린 물건은 없는지 방을 한 번 주욱 스캔을 하고 신속히 움직였다.
“익스큐즈 미, 아이 해브 노 이너프 타임, 나우 아이 원트 체크 아웃!”
“오케이! 유 캔 저스트 고우 아웃.”
“굿바이!”
어후... 짐이 왜 이렇게 무겁나? 올 때는 캐리어 끌고 올 것을... 하고 후회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지금 이 무게를 메고 뛰니까 뛰는 거다!
달리면서 생각한다. 어제 내린 정거장보다 한 정거장 전으로 가는 것이 더 가깝다! 거기로 뛰자!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내가 탈 트램이 지나간다. 그 방향으로 뛴다. 정류장에 가서 시간표를 확인한다. 6분 뒤 도착이다. 후아... 이제 트램이 정시에 도착하면, 내게 15분의 여유가 생기는구나.
독일의 트램은 정시에 도착했다.
이제, 4번 플랫폼을 찾아라. 4번 플랫폼에 흰색 기차가 서있다. 스캔한다. 승무원이 보인다.
“디스 트레인 고우 투 프랑크푸르트?”
“예스!”
프랑크푸르트에서 이제 공항 가는 S반을 타야한다. 어디로 가야하지? 스캔한다. 티셔츠 왼쪽 가슴팍에 S, U, DB 등등의 글자가 수놓아져있다.
“하우 투 고우 투 프랑크푸르트 에어포트?”
“트웬티 식스! 원 미닛.”
원 미닛이라니... 헉! 나는 아직 표를 안 샀는데. 또 뛴다. 영국 국기를 누르고, 싱글 티켓을 누르고, 5유로를 넣고, 표를 받고, 35센트를 주워든다. 헉! 열차 문이 닫힌다. 벤치에 앉아있는 두 청년이. 오케이 고우고우라고 한다. 열림 버튼을 누르는데 성공! 문이 열린다. 뛰어들어간다. 그렇게 나는 내 뒤에 두 명도 살렸다. 아하하하.
열차는 터미널1에 선다. 나는 터미널2를 가야 한다. 올 때는 셔틀 버스를 탔는데, 갈 때는 열차를 타는구나. 비행기 수속을 하러 가는데... 줄이 여기 저기에 있고, 줄지를 않는다. 나중에 보니 하노이와 호치민을 가는 비행기 두 대를 동시에 수속하고 있느라 밀린다. 게다가 베트남 사람들은 뭘 그리 많이 사가는지... 인천 공항에서는 복숭아를 서너 박스씩 사가더니, 독일에서는 주방 및 가전용품이 한 가득이다. 수속은 더 느리다. 나는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내 차례는 언제 오는지. 두 시간 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붐비는 것은 처음 본다. 이러다 비행기 못 타는 것 아니야? 싶은데... 항공사 직원들이 외친다.
“하노이? 하노이?” 잘 안들리는데... 뭔 말인지?
에라 모르겠다. 나 하노이 가는 거니까 나도 “하노이! 하노이!” 라고 외친다.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그렇게 수속하고, 더는 남은 아일 싯이 없다 한다. 아저씨들 중간에 껴서 11시간을 날아왔다. 다행히 베트남 항공은 좌석이 넓다.
본의 아니게 제이슨 본이 된 느낌의 하루.
제 시간을 딱딱 지키는 독일 교통 당국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위급 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고 신속한 결정과 현명한 판단을 하는 법을 훈련하게 해준 크라브 마가에 무한한 감사를...
오늘 저녁 크라브 마가 시간에 만납시다.
Hanoi, Viet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