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태원이란 학생과 엄마의 명상수행기

[기천]

자식을 과연 어떤 길로 인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부모들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보통 엄마들처럼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종합학원에 마음이 가기 마련입니다.
(절대로 학원에 의지하는 부모는 되지 않겠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지만...)
태원(꼬마묘명)이랑 종합학원에 가서 상담을 하고 온 날.
태원이가
"저는 엄마랑 공부하는 것이 제일 좋아요."
라고 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밤 10시가 되어야 집에 옵니다.
집에 오면 태원이와 공부할 시간이 거의 없지요.ㅠㅠ
그래서 평소에 관심이 많던 명상을 태원이랑 같이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스스로 고기를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지요.

오늘 처음으로 태원이랑 명상하고 쓴 글입니다.

먼저 태원이 글입니다.

===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오늘 엄마랑 명상을 처음 해 봤다. 처음에는 짜증도 나고 화도 났는데
계속 해 봤더니 짜증도 안나고 화도 안 났다. 거기다가 잡 생각은
물론 배고프다는 생각, 느낌이 싹 없어지고 명상에만 집중됐다.
시간이 안 가는 느낌이 들때는 머릿속으로 구구단을 외웠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다리가 저린다. 손에는 아직도 땀이 묻어 있다.
명상을 하면 진짜 공부가 잘 될까?
의심도 된다. 처음이라 그런지 아직도 서툰 것 같다. 명상표를 보면
얼굴이 나타나 비웃는 모습도 하고 뱅뱅 돌아 어지럽게도 한다.
다리를 다리에 올리고 손을 손에 올리니 마치 산에서 수행하는 도사님이 된 것 같다.
하지만 도사님은 반가부좌 같이 시시한 것 따윈 안 하겠지?
그러니까 좀 더 열심이 해서 도사님처럼 될 거야!
아니 혜거스님보다 더 잘 할거야! =====


태원이가 명상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어서
같이 글을 쓰자고 했습니다. 글을 다 쓴 다음 태원이가 교환해서 읽어 보자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쓴 글입니다.

=== 2007년 7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

명상 첫날이다. 명상표를 보고 집중하기로 했다. 혜거스님의 "15분 집중 공부법"에 나와 있는대로
하기로 했다. 아들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이한테 갑자기 명상을 하자고 하면 분명히 반기부터 들고
나올 일이라 나는 스님의 책을 한번 천천히 읽은 다음 중요한 부분들을 다시 정리하면서 읽어 보고
명상훈련센터에 전화를 해서 자문도 구하고, 인터넷에서 자료도 나름대로 보아 두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가에게 직접 가서 배우면 되지만 시간과 여건이 어려웠다.
그래서 태원이랑 천천히 해 보기로 결정했다.

이제 머지 않아 여름방학이라 훈련하기에는 딱 좋다. 방학을 하자마자 명상을 하자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나.. 그러니까 좀 일찍 시작하기로 했다.
태원이는 나와 안방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어제 침대에 같이 누워서 여름방학이 되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매일 한가지씩 해 주자고
제안을 했다. 태원이는 오목, 나무쌓기, 젠가, 컴퓨터 게임 등을 나열하며 좋아했다.
나는 오로지 한가지 명상을 같이 하자고 했다. 물론 태원이가 싫어했다.
그래도 난 혜거스님의 "책을 펴내며"를 읽어 주었다. 여전히 싫어하는 태원이, 그래도 난 오승연
학생의 글도 읽어 주었다.
오늘 아침 "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을 읽어 주었더니 급기야 안방에서 탈출을 하였다.
나는 누워서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나?
태원이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했는데....
태원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하자.
태원이가 마음에 준비를 할때까지...

그래서 태원이 방에 가서 동태를 살피기로 했다.
그런데 태원이가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라고 나는 기도를 했다.
지난 겨울 방학때 신흥사에 어린이 불교학교에 간 적이 있었다.
난
"신흥사에서 배웠니?"
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한번 해 봤어요 한다.
태원이랑 안방에 와서 "21일 기초 명상을 위한 준비"를 같이 읽고
(난 전문가가 아니라서 설명할 수가 없어서 태원이란 책을 읽으면서 그날 그날 하기로 했다.)
1단계 7일간의 기초 명상 훈련을 시작하기로 했다.

1일 오늘 첫날이다. 먼저 책을 정확하게 읽고 준비를 한 다음 명상에 들어갔다.
핸드폰으로 알람을 맞춰 놓았는데 중간에 문자가 왔다. 다음부터는 알람시계를 이용해야겠다.
첫날이라 명상표에 집중하는 것만 하기로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시간이 지나갔다.
태원이도 잘 해 주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조금 주물러 주었을 뿐이다.
명상을 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적기로 했다.
꾸준한 훈련을 위한 자신과의 약속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해 준 태원이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


저는 명상에 별로 아는 것이 없습니다.
혹시 잘 아시는 분이 조언을 해 주시면 감사하게 생각하고
훈련하는데 실천해서 해 보겠습니다.

저와 태원이가 잘 훈련해서 좋은 습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