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당신을 잘 모릅니다만. 당신의 이름, 신앙과 철벽을 쌓고 사시는 분, 당신을 주님 곁으로 모시고 자 하는 가족들의 가슴속 응어리가 지치도록 커 굳어 버렸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당신이 이제 거친 숨소리와 부자유한 몸으로 병상에 누워 하나님을 영접하므로서 많은 분들의 기도에 응답하려고 한 것은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나마 참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신앙 가족들이 남편과 팔짱을 끼고 행복한 모습으로 교회에 드나들거나 어린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교회학교에 데리고 가는 남편들의 모습은 당신의 아내가 결혼 때부터 부러워하던 모습이었을 테니까요.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당신의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신앙생활을 해 오신 분이었습니다.
난 이제 당신을 압니다. 병상에서의 세례식 날 천군만마의 천사들 영접 속에 애달프게 기도해 왔던 신앙의 동역자들이 당신이 하나님을 가슴으로 영접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권세를 얻었음을 증인되어 주었습니다. 지난 삶의 모든 것들은 하나님 앞에 다 헛된 것 들 뿐이라 도말되어 버렸고 오직 성령의 빛으로 거듭났음을 알고 있습니다. 철벽같은 어둠의 빗장은 풀렸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영성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고집해 왔던 의지와 이성과 지성을 가지고는 결코 헤아릴 수 없었던 영성의 세상이 당신 앞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당신 주변에 말없이 흐느끼며 흘러내리던 분들의 눈물이 당신의 가슴 위에 새로운 생명수로 뿌려질 때 나는 당신은 외롭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힘으로 견디십시오. 그리고 하늘의 참 소망을 가지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주님 십자가위에 계실 때“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게 될 것이다”하시던 음성도 들려옵니다. 당신을 위해 당신의 아내가 오래전부터 준비해 두었던 성경이 당신의 머리맡에 놓여있습니다. 비록 읽고 헤아리기 어렵더라도 말씀이 내 곁에 있음을 믿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육신은 통증과 힘듦으로 인내하기 어렵더라도 영혼의 자유함이 새로운 세상에서 당신을 거듭나게 할 것입니다.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에게도 말씀으로 생기를 불어넣어 군대를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서 당신의 영혼을 돌아보사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소생의 역사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당신을 위한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제 어쩌면 당신의 마지막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병실을 나와 이글을 씁니다. 당신은 평안했고 지켜보는 나도 마음속으로 평화를 느꼈습니다. 잘 알지 못했던 당신을 알게 되었음을 감사드리며 ‘아멘’으로 답하는 당신의 확실한 음성을 통해 설령 이별이 순간이 온다 해도 가족들과 순례자의 교회 성도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주신 하나님의 마지막 선물을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잘 견디시고 일어나 순례자의 교회에서 같이 예배드릴 수 있게 되었으면 참 좋겠지만 그건 나의 무리한 욕심임을 하나님께서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김길중 님 아니 김길중 성도님. 늦게라도 당신을 알게 되어 감사했습니다.
추신: 어제 저녁 병실에 다녀와 쓴 글인데 소천 소식을 접하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슬픔을 딛고 주안에서 늘 강건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