周易 上編(주역 상편).
1.重乾天(중건천). ䷀ ......7
☰ ☱ ☲ ☳ ☴ ☵ ☶ ☷
▣ 上九 亢龍有悔
상9 항룡유회
[풀이]
[상9]는 노쇠한 龍(용)이
너무 높이 올라 후회가 있다.
[해설]
'亢龍有悔(항룡유회)'라는 주공의 효사를
공자는 이렇게 주석한다.
"가득 채우면 오래 갈 수 없고[盈不可久也,영불가구야],
궁색하여 재앙이 일어나며[窮之災也,궁지재야],
시절이 완전히 코너에 몰려[與時偕極,여시해극]
어려움을 당하는 자리가 된다."
여기 '亢(항)'을 두건 위에 갓을 차려 쓴 모양으로 본다면,
노쇠한 늙은 龍(용)이 자신의 처지를 잊고,
젊은 날의 기백만 믿고 출입을 강행하다
후회를 당한 꼴로 볼 수 있다.
三山(삼산)은 이것이 바로 '욕심의 산물'이라 한다.
다산은 '貞(정)'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悔(회)'는 변하는 것이란 이유를 들어,
亢龍(항룡)이 거들먹거리고 잘난체 하다가
재앙을 몰고 와 어쩔 수 없는 극한 상황에 이르러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몰고 온 것으로 보았다.
「문언전」에서 공자도 "亢龍有悔(항룡유회)는
무슨 말인가요[何謂也,하위야]?" 라는 물음에,
더 오를 수 없는 데까지 날아가버린 亢龍(항룡)은
"존귀하긴 하지만 누릴 지위를 잃었고[貴而无位,귀이무위],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민심을 잃었으니[高而无民,고위무민],
어찌 뜻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한탄한다.
또 "현인들의 보필 조차도 받을 수 없다 하니
[賢人在下位而无補,현인재하위이무보],
이는 무엇을 하여도 뉘우침을 남기는 자리
[是以動而有悔也,시이동이유회야]"라는 대답을 남긴다.
[상9]는 상왕, 왕사, 국사, 자문, 원로, 고문이란
직책의 한계를 긋고 있다.
동파가 "[상9]의 후뢰를 없애는 도가 어찌 없겠는가?
아니 반드시 후회를 막을 수 있는 것"이라 하자.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욱은
"亢(항)이란 시세를 몰라서 궁색함에 빠진 것이요,
悔(회)란 亢(항)에 처한 도가 넘쳤기 때문이지만,
요순이 천하를 마음에 두되 간여하지 않았던
그 마음남 읽어도 후회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앞의 논리로 볼 때 조선의 세조와 연산군,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노무현과 박근혜와 이명박까지도
亢道(항도)를 몰랐던 임금들이 아니었을까.
마지막으로 乾卦(건괘)가 夬卦(쾌괘)로 간 것을 보고
孔子(공자)가 내린 亢(항)의 결론이다.
"亢(항)은 너무 높다는 소리다[亢之謂言也,항지위언야],
나아갈 줄만 알고 물러날 줄 모르고[知進而不知退,지진이불지퇴],
흉하는 것만 알고 망할 줄 모르고[知存而不知亡,지존이불지망],
돈을 벌어들일 줄만 알고 부도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知得而不知喪,지득이불지상],
이런 자를 어찌하여 성인이라 할 수 있었겠는가
[其唯聖人乎,시유성인호]!
진퇴존망을 알고 그 정도를 잃지 않는 자가 있다면
[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지진퇴존망이부실기정자]
그는 분명 성인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其唯聖人乎,기유성인호]."
만약 당신이 이렇게만 처신할 수 있다면
바로 성인이요, 성신이요, 부처이다.
內聖外王(내성외왕)이란 말이 여기서 생겨났을까?
聖學(성학)과 爲己之學(위기지학)은 다르다.
"易(역)을 지은 이는 천지 세상의 근심걱정을 알고 있었다"는
'作易者知憂患也(작역자지우환야)!'란 말이 가슴을 때린다.
어느 임금이 자신의 잘못을 '집사람이 잘못한 일'로 돌리자
백성들로부터 떨떠름한 밉상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정말 임금 노릇을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욕심만 있다고 되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 宣祖(선조)가 晝講(주강)에서
'乾卦(건괘)' 공부를 하는 장면이 보인다.
상감이 "구름이 龍(용)을 따른다는 뜻은 알겠으나,
바람이 범을 따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하고 물었다.
鄭經世(정경세)가 법이 울면 바람이 매섭고
범이 다니면 바람이 저절로 생겨나니,
이른바 "같은 유유끼리는 서로 통한다
[同聲相應同氣相求,동성상응동기상구]" 고 대답하였다.
상감이 "성인이 일어나니 사람들이 우러러 본다
[聖人而萬物覩,성인이만물도]는 것은
인류로는 우러러보지 않은 자가 없다.
소인은 소인끼리 친하고 군자는 군자끼리 친하다" 하자,
鄭經世(정경세)는 "그렇지 않은게 없습니다,
'우는 학이 깊숙한 곳에 있거늘, 그 새끼가 화답하다'라는 말도
이와 같은 뜻 입니다.
요임금의 皐陶(고요)와 탕임금의 伊尹(이윤)과 당나라의 魏徵(위징)과
漢(한)나라의 제갈양이 바로 이에 해당합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또 상감이 "亢龍有悔(항룡유회)라는 것은
모든 일은 반드시 中(중)으로 귀중함을 삼으니,
지나치면 종내는 반드시 후화가 있는 것"이라 하자,
申湜(신식)이 "聖敎(성교)가 지당합니다" 하였고,
鄭經世(정경세)가 또 "[상9]는 不中(부중)에 있어서
지나치게 높고 뜻이 자만하여서 아랫사람의 실정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후회가 있는 것입니다.
성인은 나무꾼의 말도 반드시 취택,
실시하여 천하의 일을 성취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상감이 "성인은 六爻(육효)만 그렸으나 의기가 무궁하여
알기가 극히 어렵다"고 하였다.
다시 상감이 韓孝純(한효순)에게
"참판은 『주역』에 정통하다고 하던데,
왜 한마디 말이 없는가?"라고 하자,
그가 "지금 세상의 사람들은 단지 糟粕(조박)만 이해하지
변화무궁한 묘리는 아는 자가 없습니다.
상효애 이르러서 단지 亢極(항극)의 뜻만 발명했을 뿐입니다"하니,
상감이 "말한 바가 다 좋다"고 하였다.
다시 상감이 『주역』 외에 또 諸儒(제유)들이 裒集(부집)한 책이
있는가?"라고 하자.
鄭經世(정경세)가 『啓蒙推原,계몽추원』은 易(역)의 본원이며
『皇極經世,황극경세』, 『正蒙,정몽』등의 책도 易(역)을
논한 책입니다"라고 하였다.
상감이 "易學(역학)은 반드시 여러 해 積功(적공)한 연후에야
그 묘리를 알 것"이라고 일렀다.
실록에서 임금이 꾸짖는 소리,
퇴계의 자묘명 처럼 群龍(군룡)도 가지가지다.
통도사에 亢龍橋(항룡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