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 작곡 배경과 초연 쇼스타코비치는 1936년(30세)에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 신문 지상에서 혹독한 비판을 받는다. 전위적인 그의 작품이 “서구 냄새를 풍기는 형식주의적인 작품이며,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부르주아적이며 인민의 적이라고까지 매도되었다. 스탈린 독재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였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숙청이냐 강제 수용소행이냐 하는 파멸의 길뿐이었다. 당시의 심경을 쇼스타코비치는 “도마위의 생선”이었다고 죽은 후에 발간된 『회상록』에서 밝히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는 수 없이 그러한 비판에 대응하여 누가 들어도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을 발표함으로써 명예를 되찾을 결심을 했다. 1년 동안 침묵한 끝에 발표한 교향곡 제5번이 소위 당국이 요구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따른’ 작품이었다. 과연 그들이 요구하는 “간결하고 명확하며 진실한 것, 형식상 고전적이며 민주적이며 내용은 사회주의적일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주장을 다 수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던 청중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1937년 11월 31일 소련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레닌그라드에서 초연되자마자 소련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에도 알려졌다.
▲ 곡의 특징 이 곡은 의미심장한 구도와 진지하고 치열한 흐름으로 인해 곧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비견되곤 한다. 무엇보다 이 곡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저항, 투쟁을 통한 극복, 그리고 승리의 쟁취라는 베토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쇼스타코비치 자신도 작품의 발표에 즈음하여 작곡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이 교향곡의 주제는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다. 이 작품은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나는 그 중심에 서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피날레에서는 이제까지 등장한 모든 악장의 비극적 긴박함을 해결하고 밝은 인생관과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표제는 주어져 있지 않지만 '제1악장 Moderato-Allegro non troppo는 어렸을 때의 회상, 제2악장 Allegretto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의 씁스레한 미소, 제3악장 Largo는 고뇌의 눈물, 제4악장 Allegro non troppo는 모든 의문에 대한 회답’이라고 적혀 있다.
■ 곡 해설 및 감상 ▲ 1악장 - 모데라토, (d단조), 4/4박자 (16:31) → 발췌는 하단 하이라이트(5:37)에 곡이 시작되면 저현부와 고현부가 옥타브 간격으로 서로를 모방하는 카논으로 출발하며, 거친 도약이 이어지는 이 진행에서 제1의 주요 악상이 만들어진다. 곧이어 제1바이올린이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선율을 꺼내 놓는데, 이것이 제2의 주요 악상이다. 이후 이 두 악상이 결합되고 발전하면서 점차 일정한 리듬이 부각되는데, 이 리듬은 이후 작품 전편을 관통하게 된다. 이 리듬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조용히 도약하며 불규칙한 라인을 그리는 부악상을 꺼내 놓고, 이후 플루트에서 인상적인 선율이 나오고 클라리넷이 그것을 이어받으면 제시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이제까지 제시된 악상들의 자유로운 변형과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비올라가 앞서 나온 부악상을 연주하다가, 그 마지막 부분이 저현부로 옮겨지면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피아노가 더해져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면, 4대의 호른이 유니즌으로 제2의 악상을 확대하여 엄숙하게 연주한다. 이제 트럼펫에 이어 목관이 가세하면 템포가 빨라져 알레그로 논 트로포 부분으로 들어가고, 음악의 흐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긴박해지면서 고조되어 격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클라이맥스는 팀파니와 스내어드럼(작은북)의 연타 위에서 금관의 팡파르가 부각되어 마치 취주악으로 연주하는 행진곡의 양상을 띤다. 그리고 그 말미에서 실로폰이 가세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재현부로 진입한다. 재현부에서는 먼저 제1의 악상이 긴박하게 등장하여 악기군을 옮겨 다니며 숨 가쁜 카논을 이루다가 템포가 조금 떨어지면, 저음부를 제외한 옥타브 유니즌으로 격앙된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강렬하고 준엄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후 제시부의 템포로 돌아가서 부악상이 D장조로 재현되고, 플루트와 호른의 카논, 오보에 독주를 거쳐 코다(종결부)로 넘어간다. 차분하고 자유로운 흐름을 보이는 코다에서는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는 첼레스타의 울림이 인상적이다.
▲ 제2악장 - 알레그레토, a단조, 3/4박자 (5:51) 전통적인 구성의 스케르초 악장. 저현부에서 빠르고 거칠게 부각되는 주제로 출발하며, 기저의 리듬은 거친 왈츠 또는 랜틀러 풍이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첫 악장에서 제시된 주요 악상에 대한 변주의 성격을 띠며, 스케르초답게 익살맞고 풍자적이며 요란하고 신랄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악장에서는 온갖 다채로운 악기 사용법이 두드러지는데,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마치 위태로운 곡예를 하는 듯한 바이올린 솔로와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듯한 플루트 솔로가 등장하고, 이후 제1바이올린의 몽환적인 움직임은 다소 유령 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또 후반부에서 실로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 제3악장 라르고, f♯단조, 4/4박자 (13:58) 아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정서적인 악장으로, 호른을 포함한 모든 금관악기가 제외되어 있고, 현악부는 바이올린이 세 그룹, 비올라와 첼로는 각각 두 그룹, 그리고 한 그룹의 콘트라베이스로 세분화되어 있다. 따라서 극히 섬세하고 미묘한 음률을 엮어 보이는데, 각 성부는 명료하게 다루어져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음색을 빚어낸다. 그리고 긴 호흡의 선율들이 면면히 이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첫 악장의 주요 악상에 기초하고 있다. 러시아의 민요를 연상시키는 이 선율들에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편린들이 새겨져 있으며 그중에는 엘레지(비가) 풍의 선율도 나오는데, 그 흐름이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도달하게 되는 클라이맥스는 폐부를 찌르는 통절함을 자아낸다.
▲ 제4악장 알레그로 논 트로포, d단조, 4/4박자 (11:07) ★★★★☆ 행진곡 풍의 피날레 악장으로 축약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취주악기들이 일제히 트릴로 불어대는 D음에 이어 팀파니의 강타 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이 용감한 행진곡 풍의 팡파르 주제를 연주하면서 출발한다. 이후 긴박하고 투쟁적인 흐름 위에서 팡파르 주제가 다양하게 변형되며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템포가 떨어지면 팡파르 선율의 변형에 이어 바이올린에서 유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선율이 새롭게 나타나 앞서의 느린 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팡파르 주제가 등장하면, 스케르초 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나타나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음악은 열기와 박력을 가중시키면서 고조되어 마침내 장쾌하고 통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마지막에는 팀파니의 당당한 타격 위에서 현악부의 반주 위에서 금관악기들이 힘차고도 의미심장한 팡파르를 연주하다가 베이스드럼(큰 북)의 강력한 타격과 격렬한 투티로 마무리된다.
■ 감상 ▬ 해설 : 지휘자 김대진 (14:18) 상단에 ▬ 1악장 하이라이트(5:37) 하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