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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부모님 생애노정 - 1권
제2절 어린시절과 초기학습 (1920~1938. 3월)
1. 자연탐구와 농촌생활
고향의 산하
선생님은 어렸을 적부터 산을 보고 ‘저 산의 이름이 무엇일까? 저 산에 뭐가 있을까?’하고 생각하였으며, 그렇게 생각되면 반드시 가 보았습니다. 또한 동네방네 한 이십 리 안팎에 있는 것을 환히 알았습니다. 그때는 산하에 있는 모든 것, 보이는 산이면 산 그 너머에는 뭐가 있는지 알지 못하면 안 되는 거예요. 성격이 그랬어요.
활동 범위가 크고 넓거든요. 보이는 뜰 안에는 안 가 본 데가 없고, 산꼭대기 높은 데는 안 가 본 데가 없습니다. 그 너머까지도 가 봐야 돼요. 그래야 아침 햇빛에 보이는 저 속에는 무엇이 있다는 것이 머리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것을 바라보지, 안 가보고는 그것도 바라보기 싫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에나 앉아 있을 때가 없지요? 그런 모든 곳이 선생님이 신앙적인 정서를 길렀던 고향산천이예요. 고향 물이요, 고향 나무요, 고향 땅이요, 고향 봄바람이요, 자기의 지난 모든 것이 생생히 살아 있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고향의 산하에 있는 모든 동식물에 대한, 자연계에 대한 것을 교재로 삼아 가지고 자기 내적인 인간이 자라는데 있어서의 풍요성을 갖추는 데서 많은 재료를 남기는 곳이 고향이 아니냐! 그렇기 때문에 고향의 산천이 그리워요. 내가 자연을 참 좋아했습니다.
식물 탐구와 나무타기
내가 어렸을 때 산에 다니면서 꽃이라는 꽃은 안 건드린 게 없어요. 모르는 꽃이 없어요. 동산에 가서 자연이 너무 좋아서 집에도 안 들어가고 해가 지도록 자연과 어울려 돌아다니다가 피곤해서 엎드려 자다 보니 밤 12시 되어 가지고 어머니 아버지가 찾으러 와서 데리고 갈 때가 많았어요. 자연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또한 풀도 수백 종류를 채집하여 어떤 것이 독초이고 어떤 것이 약초인가, 또 그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기 위하여 열심히 연구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산나물 같은 것도 내가 모르는 것이 없다구요. 누나하고 혹은 동네의 아주머니들하고 산나물 캐러 가더라도 언제든지 앞장서 가 가지고 산나물을 뜯던 생각들이 납니다.
더욱이나 어렸을 때 자기 집에 가까운 거리에 있던 나무, 혹은 밤나무가 있었다든가, 혹은 아카시아 나무…. 그 아카시아 꽃이 피게 될 때는 향기가…. 그 향기는 참 고상한 향취 아니예요? 이런 모든…. 그러면 그 아카시아 나무도 자기가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다구요. 가지마다 올라다니고 말이예요.
선생님은 동네에서 아무도 못 올라갔던 제일 높은 나무가 있으면, 올라가고야 말았어요. 밤잠을 안 자고, 밤인데도 거기를 올라가는 겁니다. 우리 집에 가게 되면 큰 밤나무가 있어요. 한 2백 년 된 밤나무인데 그렇게 아름다운 나무예요. 내가 원숭이 띠라서 나무에 잘 올라다녔어요, 가지마다. 밤송이 있는 데마다 그저….(웃음) 나뭇가지가 휘어 떨어지게 되면 저 아래 가지에 가서 닿을 것을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떨어질 때는 다른 나뭇가지에 걸치고 떨어지지요. 일부러 끄트머리에 가서 나뭇가지가 닿는 곳까지 가는 시험까지 한다구요. 그렇게 다니면서 조그만 나무 지팡이를 하나 만들어 가지고 그걸로 톡톡 밤송이를 따면 참 재미가 있습니다. 그 밤알을 떨어뜨리지 않고 따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거 아주 생생하다구요. 이것은 시골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라구요. 거 수십 그루지, 그 밤나무가 굉장히 크다구요.
그리고 나는 잣나무를 사랑한다구요. 나무에 열매가 없으면 안 되지요. 잣나무는 열매가 있거든요. 이것은 심더라도 얼어 터져야 돼요. 또 오엽송이예요. 이것은 동서남북을 중심삼고 하나의 중앙선이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잣나무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 나무는 아주 잘 자라요. 똑바로 올라가거든요. 뿌리도 똑바르고 순도 똑바로 올라갑니다.
또, 선생님은 이 대나무를 볼 때 참 기분이 좋습니다. 암만 바람이 불어도 대나무는 안 부러집니다. 송죽松竹 같은 뭐라 말할 때…. 그거 왜 소나무를 먼저 했을까요? 죽송이라 하지. 소나무는 부러지거든요. 그리고 또 자랄 때 보면, 대나무는 한꺼번에 다 자랍니다. 한꺼번에 다 자라서 완성하는 것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지 않습니다. 한꺼번에 크는 것입니다. 그것 알아요? 왕창 큰 다음에 가지를 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나무를 보라구요. 대나무는 순이 나와 가지고 왕창 크는 거예요. 맨 처음에는 가지도 없습니다. 한 해에 다 자라는 것입니다.
새들의 생태 관찰
선생님은 어렸을 때 아름다운 새를 보면 그 새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새가 무엇을 먹고 사는지? 어디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까는지? 이러한 것을 며칠이 걸리더라도 샅샅이 뒤져 기어이 알아 내고야 말았습니다.
산에 보이는 모든 것, 그 휘하에 있는 날아 다니는 모든 새는 다 내가 감정하고야 날아 다니게 하는 거예요. 철새 같은 것, 이쁘장한 철새가 딱 오게 되면, 요거 처음 보거든요. 아, 요놈의 새가 숫놈은 어떻게 생겼고, 암놈은 어떻게 생겼는지 그걸 알고 싶다구요. 그런데 그걸 알 수 있는 책자가 있어요? 그러니까 할수없이 철새를 찾아가 연구하는 거예요. 일주일을 밥을 안 먹고 기다리는 거예요.
한번은 까치가 알을 낳는데 매일같이 그것이 궁금한 겁니다. 그것을 확실히 알기까지 밤잠을 못 자는 거라구요. 어제 저녁에 올라가 보고 또 새벽부터 까치가 나오기 전에 쓰윽 올라가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올라가 보면 한 알 낳고 두 알 낳고 세 알 낳고 매일 알이 불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매일같이 오르내리니까 까치와 친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죽겠다고 깍깍거리며 야단을 치더니 매일같이 올라와도 지장이 없으니까 그저 이러구 있더라구요. 그래서 새끼에게 무엇을 잡아먹이고 무엇을 하는가를 전부 다 관찰을 했습니다.
‘아하, 선생님이 짓궂은 선생님이구나!’할 거예요. 내가 짓궂지요. 짓궂은 데도 있다구요. 새들 잡아다가 쌍쌍이 전부 다, 입 안 맞추는 것도 입맞추라고 갖다대고….(웃음) 암만 해도 안 맞추더라구요. ‘너희 둘이 좋아하면서 입맞추고 짹짹거리고 한번 노래해 봐라, 해봐라, 해봐라!’하면서 암만 맛있는 먹이를 갖다 주고, 기다리고, 추울까봐 울타리를 해주고 별의별 짓을 해도 안 되더라 이거예요. 사랑은 자연히 이루어져야 되는 거예요. 최고의 자유의 환경에서 주고받고자 하는 것이 사랑이라 이거예요. 그런 거 선생님이 다 실험해 보고 다 배운 거라구요.
까치의 둥지를 보면 벌써 아, 금년에는 바람이 어디에서 어디로 불겠구나 하는 것을 알아요. 동풍이 불겠다 하면 방향을 딱 달리해 가지고 들락날락 거리면서 구멍을 딱 내놓고 나뭇가지를 끌어다가 둥지를 치는 걸 보면, 참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걸작품을 만들어 놓는다구요, 이게. 이것은 나뭇가지로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도 새고 그럴 게 아니예요? 그러니 나중에는 뭘하느냐 하면 진흙을 갖다가 아래에다 전부 바르는 거예요. 바람이 안 들어오게 이렇게 해 놓고는, 참 신기할 정도로, 비가 오면 한 곳으로 흐르라고 전부 한 곳으로 끄트머리를 대 가지고 비가 집으로 떨어지지 않게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끄트머리를 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모아 놨더라고요. 비가 내리면 이 빗물이 흘러 가지고 그쪽으로 떨어지게 하는 거예요. 이걸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참 대단한 솜씨지요. 우리 인간들도 그런 집을 지으려면 아마 몇 년은 배워야 될 거예요. 그런데 나뭇가지를 입으로 물어다가 쑥쑥쑥 이렇게 하는 거예요.
꾀꼬리 둥지는 말이예요. 요렇게 가지에 매달려 있다구요. 그거 보면 참 신기해요. 그거 어디서 명주실 같은 것을…. 그 명주실을 어디 가서 물어 왔는지 참 거…. 꾀꼬리는 보통 나무 가지에 안 틀어요. 높은 데, 참 높은 데…. 오리나무 같은 짝짝한데…. 또 꾀꼬리가 제일 잘 먹는 벌레가 뭐냐 하면 송충이예요, 송충이. 맛있는 것 중에 송충이가 제일 맛있다는 거예요.
종달새 같은 것은 둥지를 틀든가 이러면 말이예요, 둥지를 저만큼 틀어 놓았으면 10미터 앞에 앉아요. 종달새는 뜰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기 쉬우니까 잔디, 잔디 사이에다 참…. 보통사람은 몰라요. 그 옆에 가도 모른다구요. 딱 삼각에다 만들어 놓고, 이쪽에 이렇게 다 해놓고, 그다음엔 문은 두 문으로 해놓고 말이예요.
참새를 보게 되면, 누가 교육했는지 조그만 참새 수놈 암놈이 만나 가지고 둥지를 틀어 놓고 새끼를 치는데, 새끼를 치게 되면 어미는 자기가 먹을 것도 안 먹고 새끼에게 다 갖다 먹입니다. 그것을 누가 먹이라고 가르쳐 줬어요? 그것을 누가 설명할 수 있어요?
또, 조그만 참새들도 가만 보라구요. 이거 뭐 짹짹짹짹 할 때는 애기들이 그저 장난감으로 알고 잡아죽이려고 하고 말이예요, 맘대로 할 수 있는 참새지만, 이 참새가 집을 지을 줄을 안다구요. 새끼를 낳아 가지고 기르다가 새끼가 위험하게 될 때는 자기 생명을 초월할 줄 알아요. 그것이 천년 만년 가더라도 변하지 않는 거예요.
참, 새끼 사랑하는 그 동물들의 강한 모성애, 부성애라는 것은 대단한 거예요. 어떤 때는 이거 생각하면 안쓰러워요. 그런 한 가지를 중심삼아 가지고 모든 새면 새에 대해 비교해 가지고 생태를 연구할 수 있는 이런 교재가 많은 것입니다.
새들의 노래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어요. 첫째는 배가 고플 때 신호하는 노래하고, 그다음에는 서로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서 하는 노래하고, 그다음에는 위험할 때 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게 다 다르다는 거예요. 우리는 뭐, 보통 사람들은 모르지만 자기들 세계에서는 다 안다는 거예요. 배가 고파서 울면 벌써 안다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어 있다는 거예요. 매일의 생활이 무엇을 중심삼고 돼 있느냐? 배고픈 거야 한번 먹으면 끝나는 거거든요. 그렇다고 매일같이 뭐 위험한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예요. 대부분의 노래는 무엇을 중심삼고 하느냐 하면, 상대와 주고받는 관계에서 노래가 오고 간다는 거예요.
재미있는 것이 뭐냐? 새를 보더라도 수놈 암놈이 있는데, 가만 보면 새들은 말이예요, 수놈이 더 아름답다는 거예요. 암놈은 치장을 하지 않았어요. 꿩을 보더라도 수컷이 아름답지요? 아, 이거 얼마나 근사해요, 쓱―. 볏도 울긋불긋하고, 여기 전부 자색빛이 나고, 뭐 목에 넥타이를 두르고, 그 얼마나 호화스럽게 해 가지고 있어요. 그건 왜? 어째서 그렇게 되어 있느냐 이거예요. 새들은 많이 번식해야 된다는 거라구요. 번식할수록 좋다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고 여자가 찾아다닌다 이거예요.
곤충들의 생태 탐구
자, 새는 이와 같은 사랑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기 위한 교재입니다. 동물세계 식물세계가 다 교재라구요. 나비가 나는 것도 이와 같이 사랑하라는 교재입니다. 모든 자연세계는 사랑의 교재입니다.
벌레들이 살고 곤충들이 살고 혹은 동물들이 사는 것 보면 전부 다 쌍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렇게 볼 때에 자연은 뭐냐 하면, 인간 하나를 사랑의 대상으로서 상대이상을 교육시키기 위해서 전개시켜 놓은 교재, 박물관이다 이거예요.
동물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봄이 되면 다 사랑의 짝을 찾아 헤맵니다. 새들도 그렇고, 곤충들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이 되어 곤충의 우는 소리를 들어 보세요. 그 우는 소리에는 딱 두 가지밖에 없어요. 하나는 배고파 우는 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짝을 만나고 싶어서 우는 소리입니다. 신호가 간단한 것입니다.
여러분, 선생님은 시골에 살았기 때문에 곤충을 참 많이 잡아 보았습니다. 안 잡아 본 곤충이 없을 정도입니다.
매미가 울 때는 날이 맑아지는 거예요. 무더운 여름에 쓰르라미가 울 때는 그 쓰르라미의 음성이 얼마나 시원해요? 그걸 가만히 보면 땀을 흘리는 것도 다 잊어버려요. 얼마나 시원한지 거 알아요? 천지조화가 그 모든 환경에 맞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매미 소리를 사랑해야 되고 쓰르라미 소리를 사랑해야 되고….
내가 있는 방 앞에 감나무가 있었어요. 변소 앞에 있던 큰 감나무인데 그 빛이 얼마나 청청했는지 모릅니다. 감나무 잎이 유난히 윤기가 나는 거예요. 거기에 쓰르라미가 있는 거예요. 그 동네에서는 거기가 제일 높은 곳이거든요. 그 쓰르라미가 높은 곳에서 울어야 된다는 것을 다 아는 거예요. 높은 데서 울어야 그 효과가 나지, 저 구덩이에서 효과가 날 게 뭐예요? 그게 울어대는데, 어떤 때는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얼마나 시원한지, 거 한번 들어 보라구요.
거기에는 바느질하는 아낙네들이 더위를 원망할 수 있는 마음을 잊고 바느질을 멈추고 끌려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경지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러는지 한번 찾아가 봤어요? 선생님은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거 참 많이 했다구요. ‘아, 요런 매미는 요렇게 우는 거구나.’하고, 안 잡아 본 것이 없어요. 관심이 많다구요.
그러면 저들이 노래하는 게 뭐냐? 사랑의 흥을 돋우자는 것입니다. 자기 혼자 ‘맴맴맴 스룩스룩’하는 것이 뭐냐 하면, 자기 상대도 그렇지만 천지의 모든 환경적 여건을 전부 다 화합시키는 거예요. 그 환경 가운데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같이 노래하면서 좋아할 수 있는 이상을 가지고 살아라 이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고향의 열매를 먹고, 고향의 물을 먹고, 고향에서 자연 동물들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돼야 된다구요. 그래 가지고 세계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조그만 개미새끼도 보면, 옛날에 개미를 봤는데 조그만 개미새끼도 손이 다 있더라구요. 개미 같은 것도 우리 인간이 깨닫지 못한 것까지 깨닫는 민첩하고도 더 고차적인 섬세한 기관이 있더라 이거예요. 여러분들, 뭐 영국 런던 박물관이 크다고 하지만, 박물관 몇백 개 가지고도 그건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조그맣게 생긴 것이 박물관 몇천 개를 업고 지고 안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라구요. 그래 법이라는 건 무서운 거예요, 법이라는 건.
여러분, 쇠똥구리 알지요? 쇠똥구리. 이 욕심 많은 쇠똥구리가, 뒷발로 앞발로 자꾸 똥을 굴려 가지고 크게 만듭니다. 그것을 내가 재미있게 잘 봤어요. 쇠똥구리를 바라보면 알겠지만, 작업하는 것이 아주 영리하거든요. 그것을 착착착 굴려 갑니다. 솔직한 말로 야, 멋지더라 이거예요. 이 녀석을 가만히 보면 자꾸 커집니다. 요만큼 한 놈이 이만큼 크게 만드는 거예요. 욕심 많게 말이예요. 이래 놓고는 밀어도 안 되니까 그 다음에는 뒤로 차고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하여 그게 도르륵 굴러가게 되면 말이예요, 그것을 놓지 않고 함께 굴러가는 거예요.
우리가 양봉도 많이 했지만 진짜 이 꿀이 말이예요, 아카시아 꿀이 참 맛있습니다. 이 아카시아 꽃에 벌이 앉아 가지고 처음부터 맛을 보게 된다면…. 이놈의 대가리를 처박고 들이 먹을 때는 앞뒷발을 이렇게 버티고 꽁무니는 아래에다 받치고 들이빨아대는 거예요. 그럴 때 핀세트로 꽁무니를 잡아 당기면 꽁무니가 떨어지더라도 안 놓더라구요. 얼마나 지독해요? 몸뚱이가 떨어지도록 당기는 녀석도 지독하지만 그 맛을 알고 못 놓는 게 더 지독하다는 거예요. 야, 이거! 그걸 보고 ‘야! 이거 나도 배웠다. 나도 요렇게 해야 되겠다’했어요.
사냥과 고기잡이
또, 안 잡아 온 동물, 짐승이 없습니다. 아 이, 호랑이는 잡아 보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삵괭이로부터 너구리, 토끼, 뭐 다 잡아 보았습니다. 그거 흥미진진합니다. 그것들이 혼자 사는 줄 알았는데 다 짝이 있었습니다. 전부 쌍쌍입니다.
옛날에는 눈이 오게 되면 몇십 리 되는 동산을 밤이라도 지팡이 끌고 다니면서 족제비 사냥 많이 했어요. 낮에는 토끼사냥을 많이 했어요. 없으면 그 동네 개라도 짖게 해서 따라오게 해 놓고는 한고개를 넘어 ‘야 저 뒤에 가서 몽둥이로 후려갈겨라’해서 개몰이 했어요. 토끼가 없으니 개몰이라도 해야지요. 이래가지고 야단 맞고 그랬다구요. 개를 몽둥이로 후려 갈기면 다리가 부러지지 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짓는 개를 잘 훈련시켰어요.
참새 고기가 참 맛있다구요. 뭐 안 먹어 본 고기가 없어요. 뜸북새 있지요? 뜸북새로부터 뭐 꿩으로부터 뭐 왁새, 뭐 뱀, 안 잡아 본 게 없어요. 뱀이라는 건 전부 다 독사건 무엇이건 나타나면 잡는 거예요. 독사가 날 물어요? 내가 독사를 물지요.(웃음) 또, 새 알들이 알락달락한 게 참 여러 가지입니다. 그걸 또 구워 먹고 싶으면 하나 갖다가 구워 먹어 보지요. 계란과 새들의 알은 마찬가지예요. 무슨 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골 가면 큰 청개구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홍역 같은 것 해서 먹지 못하고 열병 앓으면 홀쭉해지거든요? 그러면 그런 것을 댓 마리 잡아다가…. 그거 다리가 피둥피둥하다구요. 그것을 껍데기 벗겨 가지고 호박잎에 싸 가지고 굽는 거예요. 서너 겹만 싸 가지고 구우면 두꺼풀 이상 안 탑니다. 시루에 찐 것 같다구요. 얼마나 말랑말랑한지 모른다구요. 그 맛이 그만이라구요. 배고플 때 개구리 잡아 구워먹으면 얼마나 좋아요? 먹을 게 많다구요. 혼자 산다면 밥 해먹고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동네를 가보면, 고향이 정주인데 황해 바다가 우리 집에서 한 십리만 나가면 보여요. 높은 산에 올라가면 다 보이거든요. 그런데 바다에 연결되는 그 중간에 쭉 못들이 있고 개울이 다 있잖아요? 거기에 고기가 사철 달라집니다. 그거 잡던 얘기로부터, 그거 훤하지요
바다에 가면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구요. 바다의 땅 밑에는 무슨 게들이 살고 있고, 무슨 고기들이 살고 있는 것을 전부 다 안다구요. 바다가 선생님 고향에서 머니까 바다를 배우기 위해서는 방학 같은 때 매일같이 바다로 출근을 하는 거예요. 바닷가에 가 가지고는 구정물 냄새나는 못에서부터, 감탕주머니에서부터 뱀장어를 잡는다든가, 게 구멍을 쑤시고 말이예요, 별의별 곳을 다 뒤진다는 거예요. 그렇게 훤히 알고, 그다음에는 낚시질하는 거지요. 어떤 고기가 어디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기를 잡는 겁니다. 게도 잡고 말이에요. 시골가면 참게가 있다구요. 낚시질 같은 것도 전부 다 배우러 다니는 거예요.
뱀장어 같은 것을 잡는 데는 선생님이 챔피언이라구요. 손님이 오든지 해서 뱀장어 찜이 먹고 싶다 하게 되면 30분, 한 시간이면 됩니다. 선생님이 뛰기도 잘 뛰거든요. 시오리 길을 달려가 가지고 어느 못에 가서 한 15분이면 뱀장어 이런 거 댓 마리씩 잡아오는 것입니다.
여름에는, 방학 때에 가게 된다면 하루에 뱀장어 한 40마리 이상은 매일같이 잡았어요. 뱀장어가 이만한 거라구요. 그런 것이 어디에 있느냐 하면 저 깊은 물 속에…. 그 뱀장어도 보게 되면 말이예요, 그냥 엎디어 있는 것은 싫어하거든요. 보호될 수 있는 구멍이 딱 막혀 있는 거기에 대가리는 나와 있고 꽁지는 나와 있더라도 몸뚱이는 가릴 수 있어야 안정감을 느낀다구요. 생리적으로, 생태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구요. 그러니까 구멍을 찾아들어가거든요. 게 구멍 같은 데 보면 거기에 있다구요. 그런 구멍을 쓱 보게 되면, 구멍이 옆으로 뚫어져 가지고…. 그거 쓱 해보면 아는 거예요. 손을 이래 보면 아는 거예요. 거기에는 벌써 전문가가 되었지요. 뱀장어에 대해서는 뭐. 그거 틀림없지요.
가축 사랑
옛날에 소를 먹이는데 말이예요, 나는 소 먹이기를 참 싫어했다구요. 그래서 건너 동네 들에다가 매어 놓는 거예요. 그렇게 반나절쯤 지나면 자기 먹여 줄 사람이 나올 것인데 안 나오니까 소가 ‘음매―’ 이렇게 운다구요. 저놈의 소, 저거 저거…. 그렇지만 소가 주인이 안 나온다고 주인을 받아 넘기지 않고, 늦게 가더라도 그저 반가워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뜻 앞에 저래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구요.
여러분들, 도살장에 가 보라구요. 소가 전부 다…. 옛날에 내가 도살장에 많이 가 보았다구요. 재미가 있거든요, 철모를 때는. 우리 동네에서 한 4킬로미터 가면 도살장이 있었어요. 누가 소 잡으러 간다고 하면 아침부터 가서 기다리는 거예요. 백정이 나와 가지고 함마라고 쇠함마를 이만한 걸 가지고 들어와서, 옆으로 척 소가 들어와 서면 언제 갈겼는지 갈겨 버려 가지고, 보면 벌써 넘어진다 이거예요. 그러면 눈이 뒤집어지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껍질을 벗기고 가죽을 떼놓고 다리를 떼 놓는데, 다리를 뗐어도 뗀 곳이 헉헉헉헉 이러더라구요. 그렇게 희생하는 거예요. 불쌍한 거라구요. 불쌍한 거예요.
또 내가 참 사랑하던 개가 있었다구요. 이 개가 얼마나 영리한지 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면 벌써 알아요. 참 영리했다구요. 사람보다 낫다구요. 벌써 30분 전에 쓱 나와서 기다린다구요. 늦게 되는 날에는 떡 알고 늦게 나간다 이거예요. 그거 어떻게 알까요? 아마 냄새를 맡는 모양이지요? 그래 가지고 쓱 오게 되면 말이예요, 내가 언제나 바른손으로 만져 줍니다. 그러니까 왼쪽으로 왔다가도 쓱 돌아서 바른손 쪽으로 와서 이렇게 비벼대는 거예요, 만져달라고. 이렇게 만져주고 얼굴 만져주고 쓸어주고 그래야지, 안 그러면 낑낑낑낑 따라와 가지고 빙빙빙빙 돈다구요. 삥삥삥삥 돈다는 거예요. ‘야, 사랑이 무엇인지, 너도 그렇게 사랑이 좋으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돼지가 새끼 낳는 것을 보니까 말이예요, 내가 옛날에 취미가 있어서 보니까 한번 ‘응!’하면 주욱 낳고, 한번 ‘응!’하면 주욱 나오더라구요. 아, 정말이라구요. 내가 그런 데 취미가 얼마나 있는지, 고양이가 새끼 낳는 거, 개가 새끼 낳는 것도 다 봤다구요. 내가 그들을 다 사랑하거든요. 여러분 암탉이 병아리를 까기 위해 알을 품는 걸 봤어요? 눈을 심각하게 뜨고 발로 굴리면서 하루종일 앉아 있습니다. 나중에는 배에 있는 털이 다 빠집니다. 털이 빠지도록 앉아 있는데 그게 기분 좋아서 앉아 있겠어요, 기분 나빠서 앉아 있겠어요? 「좋아서…」 난 어릴 때 관심이 참 많았습니다. 매일 들여다봤어요. 처음에는 쫓으려 하더니 하루에 세 번 이상 들여다보니 쫓지도 않더라구요. 으레 그러려니 하고.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도망가야 되겠다 이거예요. 그러니까 그 말은 뭐냐 하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무엇인지 모르게….
보게 되면 사랑하는 것이 반응이 있기를 해요? 단단한 알을 품고 달가락달가락하는데 말이예요. 그러나 앉아 있는 자세는 ‘천하에 누가 건드리기만 해봐라. 용서하지 않겠다’하고 용서할 수 없는 대왕지권을 가지고 살피고 있는 거예요. 암탉의 권위에는 수탉도 마음대로 못 합니다. 수탉에게 그 알을 품으라고 해봐요. 그놈은 뭐 세 시간도 안 가서 도망 갈 거라구요.(웃음) 암탉이니까 품고 있지…. 그게 무슨 힘이예요? 사랑의 힘입니다.
호기심과 탐구력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이 열두 살 때 증조 할아버지의 분묘를 보았습니다. 어릴 때 그 묘를 파고 시체를 이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사람이 죽으면 저렇게 되는구나. 아, 이 눈하고 살은 다 없어졌구나. 이렇게 뼈만 있구나’하고 말입니다. 여러분 해골 봤지요? ‘저게 사람의 뼈로구나’ 느꼈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혹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아, 증조 할아버지가 이렇게 생겼다’했는데 그 뼈다귀를 보니 형편없게 생겼거든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저렇게 생겼으면 나도 저렇겠구나’하고, 그런 일로 상당히 고민했습니다.
모르고는 못 살아요. 동네에서 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죽었으면 무슨 병으로 죽었느냐고 물어 보는 거예요. 왜 죽었는지 몰라서 궁금하면 반드시 장사 지내고 있는 데 찾아가서 물어 보는 거예요. 어떻게 해서 돌아가셨느냐고…. 그러니 동네 일을 훤하게 아는 거지요.
이렇게 모든 만사에 흥미진진하다구요. 어느 동네에 가서도 똥 푸는 할아버지가 있으면 그냥 지나가지 않습니다. 남들은 다 냄새가 나서 코를 막는데, 그 할아버지 코는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냄새를 못 맡을까? 할아버지 코는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게 궁금하다구요. 그게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 보는 거예요. ‘할아버지, 냄새 나요, 안 나요?’라고 물으면, ‘냄새가 나기는 나지’라고 합니다. 그러면 ‘냄새가 좋으세요, 나쁘세요?’하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지’하는 겁니다. 그건 그렇다는 거예요.
또 어머니가 사과나 참외를 주더라도 어머니에게 ‘이 참외 어디서 났습니까?’하고 여쭈어 봅니다. 그러면 어머님은 ‘어디서 나긴 어디서 나 형님이 사왔지’하십니다. 그러면 ‘어느 밭에서 사왔어요? 밭에서 살 때 할머니가 땄어요, 아저씨가 땄어요, 아니면 형님 뻘 되는 사람이 땄어요, 누나 뻘 되는 사람이 땄어요?’하고 또 여쭤보는 겁니다. 그거 아주 궁금하다는 것입니다. 참외도 자랑할 수 있는 참외라야 먹지 그 참외가 훔쳐다가 판 참외인지 알 게 뭡니까? 그것을 확실히 모르고 참외를 먹으면 기분이 나쁘다는 것입니다. 난 굶어 죽으면 굶어 죽었지 그런 것은 못 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안 먹고 지낼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는 누님들이 많았어요. 여섯이예요. 여섯 여자들인데 보따리 없는 사람이 없더라 그거예요. 한 집에 살면서도 다 있어요. 큰 누님은 큰데 이만큼 커요. 순서대로 크더라 이거예요. 나는 중간이니, 그걸 뒤져 보는 것이 얼마나 재미가 있던지 몰라요. 부엉이 집을 보게 되면 없는 것이 없다구요. 딱 그래요. 천으로 보면 큰 것부터 다 들어가 있어요.
농촌 환경의 생활 경험
농촌에 가면 못하는 게 없습니다. 논갈이도 잘하고, 밭갈이도 잘하고, 모도 잘 내고, 김도 잘 맨다구요. 김매기 중에 제일 힘든 것이 조밭입니다. 씨를 뿌린 후에 그 고랑을 한번 추리려면…. 보통 세 벌은 맨다구요. 세 벌 맬 때 이렇게 큰 것을 뽑는 것입니다. 조밭이 가장 매기 힘들고 다음엔 목화밭이 힘들어요. 어떻게 해야 콩이 잘되고 벼가 잘되고, 옥수수가 잘되는 것을 다 잘 알고 있다구요. 고구마 캐 놓은 것 보게 되면, 이게 진흙에서 자랐는지 어디에서 자랐는지 단번에 안다구요. 진흙에서 자란 것은 맛이 없습니다. 진흙이 3분의 1정도 섞어진 모래밭에 심으면 요것이 참 달거든요.
그러니 어떤 땅에 콩 심어야 하고, 팥 심어야 하는지를 훤하게 다 알지요. 땅을 척 보면 ‘여기는 고구마가 잘 되는데 왜 이거 심었어요?’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기는, 다 경험을 통해서 아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농촌에 가게 되면 농군중의 농군입니다.
난 농사꾼이예요. 옛날에 형님을 도와서 일 할 때는 손으로 똥을 주물러 가지고 가루 만든 사람이라구요. 인분은 옥수수에 제일 좋아요, 옥수수. 그다음에는 옮기는 데는 내가 챔피언이예요.
모내기 같은 것도 선생님은 참 잘합니다. 대개 여기서는 줄모로 하지요? 우리 평안도 같은 곳에서는 농지가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이남보다 상당히 발전해 있다구요. 기독교 문물이 먼저 들어왔기 때문이라구요. 모를 한 장대에 열두 칸씩 사이를 둬 가지고, 전부 다 표시를 해 가지고 두사람이 여섯 줄 여섯 줄씩 옮기면서 심어 나가는 것이 빨라요. 여기서는 줄을 쳐 놓고 한 줄에 사람이 수십 명씩 들어가서 첨벙첨벙 왔다갔다하니까 발자국이 나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거예요. 발을 딛는 데 있어서 두 뼘 사이의 간격을 딱 지킬 수 있는 훈련을 해야 된다구요. 거기에서 누가 더 많이 심느냐? 참 빠르지요. 선생님이 빠르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농사철이면 농사철에 모를 심어 주면 밥벌이는 문제 없다는 거예요. 학자금 같은 것 문제없다 이거예요.
또 산에 가서 낙엽을 긁을 때, 보통 사람은 이렇게 긁지요? 선생님은 이렇게 쥐고 긁거든요. 한 손은 이렇게 쥐고 다른 한 손은 이렇게 쥐고. 이거 전부 다 연구했다구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낙엽 긁는 데 날 못 따라가요. 소나무 밭에 가서 낙엽을 긁기 시작하면 말이예요, 다른 사람이 한 시간 걸리면 난 40분에 다 해치운다는 겁니다. 연구하는 거예요. 그러한 생활배경이 지금 세계를 움직이는 이 시대에 고임돌이 되고, 재료가 되고, 원료가 되는 것입니다.
나는 양말이나 옷 같은 것은 다 내가 짜 입은 사람입니다. 모자도 춥게 되면 쓱쓱쓱 하면 다 만들어요. 우리 누나들한테 뜨개질을 내가 다 가르쳐 줬어요. 팬티 같은 것도 말이에요, 통 광목을 쓱 갖다 놓고 본을 떡 그어서 한 쪽으로 떠서 딱 입으면 내게 딱 맞게 돼 있는 것입니다. 어머니 버선도 만들었다구요. 그래, 어머니가 ‘야야, 버선꼴을 어떻게 했는지 장난삼아 하는 줄 알았는데 딱 맞는구나!’그러는 것입니다. 버선을 말이에요, 대개 버선 둘레를 이렇게 해서 갈아야 되거든요. 앞을 곧게 하고, 여긴 좀 높여야 하는 거예요. 요것만 줄여 놓으면 딱 맞는 것입니다. 발이 싸악 들어가면 딱 들어맞지요.
그리고 선생님이 시골 절간의 변소에 가서 변을 누게 되면 말이에요, 그 떨어지는 소리가 ‘철렁 쾅! 철렁 쾅!’그런다구요.(웃음) 거 가만 들어 보니 얼마나 시적인지 모릅니다. ‘철렁 쾅!’하는데 풍경이 ‘땡그랑!’하는 게 얼마나 시적인지 말이에요. 30분, 한시간, 어떤 때는 두 시간씩 앉아 있을 때가 있다구요. 거 재미있다구요. 조금씩 똘롱 똘롱 똘롱…. 그거 다 시적이라구요. 아무리 그 소리를 들어도…. 시가 거기에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스님들도 전부 다 그 냄새 나는 데 30분도 못 가 있을 것입니다. 10분도 못 가 있을 거라구요. 나는 30분 이상 가 있어요. 그래, 나올 때는 내가 일등입니다. 변소도 ‘너 나 알지? 내가 일등이지?’하고 물으면 변소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변소도 행복하게 생각한다구요. 그러니까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하기에 달렸어요. 모든 만사가 내 동무가 돼 주고, 내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문학 친구, 예술 친구 다 되는 것입니다.
그리운 고향의 음식맛
선생님은 생오이도 잘 먹고, 무엇이든 잘 먹어요. 옥수수도 잘 먹고, 생감자도 잘 먹을 수 있는 훈련을 한 사람입니다. 날콩까지 먹는 훈련을 한 사람이라구요. 날콩이 얼마나 맛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외가집이 20리 밖에 있었는데 거길 처음으로 갔을 때 고구마를 처음으로 봤습니다. 거기에서는 고구마를 ‘지과’라고 했습니다. 땅의 열매라고. 외가에서 돌아다니다 떡 보니까 덩굴이 뻗어 나가는 것이 있기에 이게 뭐냐고 했더니 지과라는 거예요. ‘지과가 뭐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어떻게 먹는 거야?’ 했더니 캐서 쪄 먹는 거래요. 그래서 그걸 삶아 달라고 해서 먹는데, 처음 먹으니까, 아, 그 고구마 맛이 얼마나 감칠 맛인지…! 그래서 혼자 다 먹겠다고 해 가지고 고구마를 소쿠리째 갖다 놓고 앉아서 먹었습니다. 그 다음해부터는 고구마 절기만 되면, 사흘이 멀다 하고 저녁 때가 되면 20리길을 ‘엄마 나 잠깐 어디 갔다 올께요’해 놓고는 마라톤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구마를 먹고 오곤 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5월달 감자 고개가 있습니다. 감자만 먹다가 이제 보리쌀을 만들어 가지고…. 보리쌀도 요즘의 납작보리쌀이 아니고 통보리쌀이예요. 그 통보리쌀을 물에 한 이틀 불렸다가 밥을 하게 되면 숟가락으로 꽉꽉 눌러서 떠도 알알이 삐져 나가요. 그걸 고추장에 비벼 가지고 먹던 생각이 납니다. 그게 지금도 그리워요. 다른 것으로 비비면 맛이 없어요. 얼큰한 고추장으로 비벼 가지고 불그스름한 것을 한 입 집어 넣어 놓으면 이빨사이로 자꾸 나옵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우물우물 먹던 것이 지금도 그립다구요.56
씀바귀도 맛있다구요. 씀바귀 알아요? 씀바귀를 양념장을 짭짭하게 해 가지고 고추장에 무쳐 먹으면 맛있다구요. 이 씀바귀 먹을 때는 말이예요, 입에 들어갈 때는 딱 숨을 멈추고 쉬지 말라구요. 단맛이 나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단맛이 난다구요. 거 먹어 봐요. 그것이면 밥 한 그릇 맛있게 먹는 거지요. 비위 약한 사람들은 한 번도 못 먹지만 말이예요. 해봐요. 이게 뭐 냄새를 맡고 그러니까 그렇지, 그냥 그대로 싹 넘기게 되면 냄새가 날 여지가 있나?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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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