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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이스라엘 집권 세력은 오는 2월 치를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자 지역 공격에 나섰다. 위는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불타는 가자 지역. | 중동분쟁의 대부분은 과거 서구 식민 세력의 농간에 의한 유산이다. 1947년 당시 미국과 소련이 주도한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 결정은 매우 불공정한 것이었다. 인구 35%인 유대인에게 곡창지대 80%와 아랍인 공장지대 40%를 포함한 전체 영토의 65%가 할당되었고, 인구 65%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척박한 토지 35%가 할당되었다. 유대인은 유엔 결정을 수용해 1948년 5월, 이스라엘 국가를 세웠고, 지도자가 없었던 팔레스타인 민족은 유엔 결정을 거부함으로써 국가 실체를 인정받지 못한 채 1948년 제1차 중동전을 일으켰으나 패배했다.
1967년 6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발발한 3차 중동전에서 팔레스타인 전 영토, 이집트의 시나이 반도(남한 면적 크기), 시리아의 골란고원이 이스라엘 점령지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절망에 빠진 팔레스타인 민족주의자의 ‘대이스라엘 무력투쟁’이 시작되었다. 유엔 안보리는 242호를 통해 1967년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결의했으나 지금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1987년 12월, 이스라엘 군 트럭이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탄 소형차를 들이받아 사상자를 여럿 내고 그냥 지나가버리자 이에 분격한 팔레스타인 민중봉기(인티파다)가 일어났다. 이때 이를 주도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무슬림 형제단(Muslim Brothers) 소속 강경파가 1988년 1월 조직한 단체가 하마스(Hamas)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소속의 민족주의 세력 알파타(al-Fatah)와 경쟁적으로 민중봉기를 주도했고, 무력투쟁을 주도한 하마스의 인기는 크게 상승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키워 알파타와 경쟁토록 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을 내전 상태로 유도하려는 정책을 전개했으나 실패했다.
이스라엘, 선거 때마다 아랍 공격
하마스의 이스라엘 거부 방침은 1988년 하마스 헌장에 명시된 이래 지속된다. 현재 하마스는 1967년 6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6일 전쟁(3차 중동전쟁) 시점 이전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선을 경계로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이전의 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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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Photo 가자 지역 공습을 주도한 이스라엘의 리브니 외무장관·올메르트 총리·바라크 국방장관(왼쪽부터). | 2007년 6월 하마스는 가자 지구에서 알파타당을 축출했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봉쇄를 단행함으로써 시민의 생활은 참담해졌다.
2008년 6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정전협정이 체결되었고, 12월9일 휴전협정 만료와 하마스의 휴전연장 불가론이 발표되었다. 12월21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산발적 로켓공격 교환으로 이스라엘 남부 시민 25만명은 정상적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빠졌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을 단행함으로써 사망자 400여 명을 낳았다. 이 중 민간인이 60여 명이었고 부상자도 1400여 명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공습은 노동당 당수이자 국방장관인 바라크, 카디마당 당수이자 외무장관인 리브니, 총리 올메르트의 합작품이다. 2009년 2월에 있을 총선에서 차기 총리를 꿈꾸는 바라크는 이스라엘의 국방 능력을 과시하고 하마스의 로켓 발사 능력을 궤멸해 이스라엘 국민을 로켓 공격에 대한 불안 상태에서 해방시킴으로써 득표를 노리는 것이고, 여성 외무장관 리브니는 여성도 국방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차기 총리를 노린다.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가 확실한 올메르트 총리는 2006년 레바논 공격의 실패를 만회하려 한다. 여기에 오랫동안 가자 지구 군사행동을 주장하고 하마스·시리아·이란·헤즈볼라에 대한 강경 노선을 취하는 리쿠드당 당수인 네타냐후에 대한 대응책이 가자 지구에 대한 공습이다.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선거 기간에 득표 전략을 위해 대아랍 군사작전을 이용해왔다. 1996년 헤즈볼라를 공격해 민간인 100명이 희생된 ‘분노의 포도’ 작전 후 네타냐후가 선거에서 승리했고, 2000년 2차 민중봉기로 팔레스타인 사람 5000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샤론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전통적인 선거전략에 말려든 하마스가 6개월 휴전 후 2008년 12월 중순 이스라엘에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이스라엘 측에 군사작전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스라엘은 몇 개월 전부터 하마스를 궤멸시킬 정보를 수집해왔다. 이번 가자 지구 공습으로 바라크 노동당은 중태에서 소생한 셈이 되었고, 리브니의 카디마당은 지지율에서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에 근접했다. 이스라엘 국민의 81%가 가자 지역 공습에 찬성한다고 텔레비전 방송 조사에서 나타났다. 리브니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중재로 평화회담을 주도한 인물이지만 차기 집권을 위해 스스로 중동 평화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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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nhua 2008년 7월 당시 오바마 후보(왼쪽)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오른쪽)을 만났다. | 이스라엘의 군사·정치 목표는 하마스의 로켓탄 공격 방지 및 군사력 약화를 통한 정권교체이다. 즉 강경 하마스 정권을 온건 알파타(압바스) 정권으로 교체해 평화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전략은 시작부터 제한적이었다.
아랍권의 온건 국가인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는 핵개발로 아랍을 위협하는 이란과 동맹 관계인 하마스의 과격주의 정권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이집트는 하마스 세력의 이집트 침투 내지 이집트 과격주의 단체와의 연계를 적극 경계해오던 터라 하마스의 붕괴를 묵시적으로 지지한다. 지난해 어느 정도 정치 목적을 달성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역시 레바논 정국의 안정을 바라는 터라 이번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리라 보인다.
이란은 하마스에 대한 성전(지하드) 지원을 촉구함으로써 아랍 민중 사이에서 인기를 누린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아랍 민중의 지지 면에서 최대 피해자는 이집트의 무바라크와 알파타의 압바스이고 최대 수혜자는 하마스와 이란이다. 리비아와 시리아도 군사적 지원을 주장하나 ‘립 서비스’로 판단된다. 아랍 국가 중에서 정치 생명과 국가 희생을 걸고 이스라엘과 맞설 국가는 없다. 따라서 대규모 중동전의 재발 얘기는 무의미하다.
미국은 백악관과 국무부 간 엇박자를 드러내고 있다. 백악관은 하마스의 공격을 비난하며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반면, 국무부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하마스를 파괴하지 못하고 입지만 강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한다. 미국은 하마스를 비난하는 한편 이스라엘에 작전 종료를 위한 확정 일정표를 요구한다고 알려졌다.
오바마 정권의 선택은?
오바마는 상원의원 당선 이전에 중동평화에 동정적이었으나 차기 정권의 중동평화 정책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즉 오바마 집권 후 중동평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전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큰 희생을 치른 뒤에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에서 노동당이 집권하고 미국에서 민주당이 집권하면 팔레스타인 평화회담의 진척이 잘 되어왔다. 미국의 어느 정권도 이스라엘에 반해서 중동평화를 위한 공정한 중재자 역을 한 정권은 없었다. 미국의 중동정책 기조는 첫째, 이스라엘 안보 유지 둘째, 안정적 석유 공급 라인 확보, 셋째, 친미 아랍 정권 비호에 있다.
이번 공세는 선거 막바지까지 지속되리라 보이며 가자 지역 진입으로 인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은 공습 효과와 하마스의 대응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 시가전에서 이스라엘 군과 가자 지역 주민의 희생이 커지면 이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또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시민에 대한 자살폭탄 공격이 유발되면 이스라엘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일단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휴전을 유도해 로켓 공격 위협이 해소되면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작전은 성공하지 못하고, 하마스의 위세는 상승하고 부족주의와 혈연사회와 이슬람 원리주의로 뭉쳐진 가자 지구 주민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의 대하마스 궤멸작전은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하마스는 전세가 크게 불리하면 알 카에다와의 연대투쟁도 고려할 것이다.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하마스가 궤멸되고 서안의 압바스가 미국·이스라엘·이집트의 지원을 얻어 통치권을 가지면 또 다른 과격 이슬람 세력의 끈질긴 도전과 주민의 저항으로 팔레스타인 내분이 지속될 것이고, 이스라엘은 반사 이익과 더불어 새로운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투는 소모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다. 그리고 선거 전까지 소강 상태를 보이다 휴전에 들어가리라 예상된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왜 가자에 들어갔는지를 알지만 어떻게 빠져나와 어떻게 결말을 만들어낼지는 아직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