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민요 「장가 노래」 혼인날 죽은 신부를 보고 읊은 비통한 서사민요>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경남 거제시 「장가 노래」는 늦은 나이에 첫장가를 가는 새신랑이 때마침 장가가는 길에서, 신부가 죽었다는 부고를 전해 듣고 신부집에 찾아가 비통한 사설을 읊은 서사민요이다.
본디 「장가 노래」는 조선후기 경상남도 전 지역에서 널리 불리던 통속민요로써, ‘팔자에도 없는 장가를 가다가 신부의 죽음을 맞은 노총각의 안타까운 사연을 읊은 노래’다. 내용을 보자면, 서른 넘은 노총각이 장가를 가려는데 책력(冊曆)이나 사주에도 장가갈 팔자가 아니라 한다. 하지만 기어이 밀양 처녀에게 중매를 넣어 장가를 가게 되었다. 신부집으로 향하는 상객(上客) 삼촌과 24명의 빈객이 길을 나서는데 깡치(까마귀) 새끼가 길을 방해하니 재앙의 전조(前兆)인지 모르겠지만 이를 무시하고 고개를 넘어간다. 그런데 갑자기 신부집에서 신부가 죽었다는 부고(訃告)가 도착한다. 상객(上客) 삼촌이 돌아가자고 했지만 기왕에 나선 걸음이라, 신부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개와 소, 그리고 새까지도 울어댄다. 장인장모 울음 속에 신부는 원앙침을 베고 자는 듯이 누워있다. 장인장모에게 말하길 “버들 고리짝에 담긴 잔치 음식은 상두꾼에게 드리소. 그리고 장인 장모 울지 마소. 돌아가는 길에 울고 가는 나만 하겠소.”라고 위로하며 되돌아갔다는 사설이다.
○ 이야기를 갖춘 서사민요의 형식인 거제시 「장가 노래」는 4음보가 연속되는 것을 기준으로 삼고, 가사가 매우 길다. 거제의 서사민요는 일하거나 놀면서 어울리는 동안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서사민요는 반드시 3인칭 시점에서 전개되지 않고, 구연자가 주인공의 심정을 직접 토로하기도 한다. 그래서 거제시 「장가 노래」에선, 줄곧 자신의 심정을 3인칭 시점에서 읊다가 마무리 부분에서 장인장모에게 직접 위로의 말을 전하며 집으로 되돌아갔다는 내용이다. 일반적으로 서사민요는 삶의 고난을 해결하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을 공통적인 구조로 삼는다. 해결에 이른다 해도, 역설적 해학적 해결에 지나지 않는다.
○ 거제시 「장가 노래(marriage song)」는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발간한 전국 구비문학자료 조사집 『한국구비문학대계(韓國口碑文學大系)』 8-2권에 수록되어 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1979년 8월 3일에 정상박, 최미호 조사원이 직접 방문해 거제도에서 채록한 것이다. 「장가 노래」 구연자는 거제시 사등면 사등리 성내 김필연(여, 56세)이다. 한편 21세기 현재 거제시는 산업화 현대화되면서 서양식 교육이 정착되다 보니 구비전승 민요가 대부분 단절되었다. 지금은 어르신 중에도 「장가 노래」를 구연할 수 있는 분을 찾아볼 수가 없다.
● 거제도의 「장가 노래」는 조선후기에 육지로부터 유입되어, 거제 지역의 사투리로 일부 사설이 변형되어 정착된 민요다. 구연자 혼자서 창부타령 곡조로 4•4조 2음보 2/4박자로 경쾌하게 부르니 모두 함께 박수치며 흥겹게 합창하듯 부른 노래다. 사설이 막힐 때는 좌중에게 묻고, 청중들도 아는 사설은 같이 부르면서 노래판을 구성지게 이어 나갔다. 구연자(김필연)는 남의 도움없이 긴 사설을 혼자서 독창으로 노래했다. 이 「장가 노래」는 옛 전통시대 장가가는 길에 신부의 황망한 부고를 접한 신랑의 비통한 마음과 더불어, 마치 팔자에도 없는 장가를 들었기에 신부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는 선조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 서사적인 민요는 처녀 때 삼 삼으러 다니면서 배웠다고 전한다.
*「장가 노래」* 사등리 성내 김필연(여, 56세) 서른하고 열아홉에 / 첫장개로 갈라한들 / 앞집에는 궁합보요 / 뒷집에는 척력(책력, 冊曆) 보요 / 척력에도 못갈장개 / 궁합에도야 못갈장개 / 하늘땅이 말기는데 / 기우디라(기어이) 가는장개. 말우개라 열두군사 / 말밑에라 열두군사 / 스물너이 가는길에 / 난데없는 깡치새끼 / 길우으로 앙성한다(대어들어 반항한다). / 뒤에오는 상각삼춘(上客으로 가는 三寸) / 저는것도야 자장(재앙의 前兆. 凶兆)이요. / 어라아가 그말말아 / 산짐싱이 제말한다 / 저몰잉이(저 모퉁이) 넘어간다. 저게오는 저실랑은 / 밀양만치 가시는가(密陽쯤) 가시는가. [신부집이 密陽에 있는 듯하다] / 편지일장 받으시오 / 왼손에다 받아서로 / 오른손을 펴어보니 / 부구로다(訃告로다) 부구로다 / 신부 죽은 부구로다. 뒤에오는 상객(上客)삼촌 / 오든길을 회양하소(돌아가소) / 기우디라(기왕에) 내띤걸음 / 내가갔다 댕기오마 / 첫대문을 열고보니 / 무는개도 다섯바리(다섯 마리) / 짓는개도 다섯바리 / 두 대문을 열고보니 / 차는소도 다섯바리(제보자가 자기 노래의 녹음을 듣고 이 행을 삽입했다) / 우는 새도 다섯바리. 쟁인장모 울음소리 / 못방문을(안방의 한 모퉁이에 만든 작은 방의 문을) 열고보니 / 원앙침 잣베개는 / 자는듯이나 베었고나 / 앵도겉은 요내인물 / 배오산을 하느라고(‘죽느라고’의 뜻) / 몰굴레겉은 은까락지(말굴레같이 큰 은쌍가락지) / 수하지고름에 꼽빼어서 / 못방못에 걸어놓고 / 임 오두룩 기다린다. 참버들아 참당새기(참버들로 만든 음식을 운반할 때 담는 작은 고리) / 굵은버들 띠당새기 / 날줄라고 장만은임석(장만한 음식) / 상두꾼이나 청해믹이소 / 쟁인장모 우지마오 / 사래짚고 강너븐길에(사래 길고 광(폭) 넓은 길에) / 울고가는 날만하요.
◉ 서사민요 「장가 노래」는 유독 경상남도 지역에서 널리 불리어진 통속민요였다. 경남의 지역마다 이 사설의 민요가 수십편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사설 내용에서 신부집이 경남 ‘밀양’으로 대부분 등장하고 노총각이 중매쟁이를 통해 결혼을 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신랑 집은 경남 ‘함안’일 것으로 추정된다.[함안의 장가 노래가 가장 많이 전한다] 아시다시피 전통시대 재래식 결혼식은 신랑이 신부집에 가서 3일을 지내는 초례(전통 결혼식)를 지냈기에, 신랑 집에서 여러 사람들이 혼서와 예단 등을 함에 넣어 말이나 나귀에 싣고, 또 신랑은 말을 타고 신부집으로 떠난다[신행(新行)]. 그래서 이 민요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저변에 깔고 있다. 근데 옛날 전통시대 어느 해, 장가가는 날에 때마침 신부가 죽은 불우한 신랑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장가 노래」는 이러한 사건을 배경으로, 내용을 새로이 윤색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책력(冊曆)이나 궁합에도 장가갈 팔자가 못 되는 총각이 억지로 장가를 가다가 이러한 참담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는 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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