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 십자가를 내가 지고 - 2. 아버지를 찾아 통일교회로
1 그다음 날은 10월 1일 금요일이었다. 학교에 나갔는데 나도 모르게 몸이 흔들리며 아무런 까닭도 없이 벅찬 슬픔 가운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흘렀다. 그때에 다시 ‘교회로 나가라, 그리고 하나님을 찾아라, 아버지의 시대이니 아버지를 찾아라’라는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그런데 친구 이계순이 “정원아, 너 왜 그러니!” 하고 물었다.
“모르겠어, 이상하게 몸이 흔들려”
“마음이 고와서 하나님이 널 부르시는 모양이구나”
“아버지의 시대이니 아버지를 찾으라는 음성이 들려”
2 그런 뒤 한충화 선생의 영어시간에 들어갔다. 강의 도중에 신앙적인 얘기를 해주셨다. “지금은 말세다. 말세는 불안의 시대가 아니고 희망의 시대이다……”라는 내용의 말이 나에게는 크게 공감이 되었다. 그 말씀을 듣고 한 달 동안을 깊이 생각한 끝에 11월 26일 한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한 달 동안 깊이 생각한 끝에 찾아왔읍니다. 얘기할 시간을 주십시오.”
선생님은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셨다.
“3층 기도실에서 만나 얘기합시다”
3 기도실에서 만나 뵙자 “신앙 문제 때문이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울기 시작했다. 한 선생은 울고 있는 내 손을 붙들어 주시며 “나는 신앙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 있는 힘이 모자라니 다른 분을 소개해 줄 수밖에 없다. 장충단 공원 비석 앞으로 내일 아침 9시까지 나오라”라고 하셨다.
4 내가 비석 앞에서 한충화 선생님을 만나서 간 곳은 이대 음악교수로 계시는 양윤영 선생 댁이었다. 첫날은 창조원리를 들었다. 나는 강의를 다 듣고 유효원 선생에게 질문을 했다. “원리의 말씀이 성약의 말씀이라면 이것은 아버지가 가지고 오신 말씀인데 누가 아버지입니까. 유효원 선생님이십니까, 아니면 그분이 누구십니까,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5 그런데 오후가 되자 누런 잠바를 입고 탈색(미군 바지 같은)한 바지를 입으신 분이 우리들 있는 방으로 들어오셔서 유 협회장님이 강의하시던 펜과 종이를 갖고 직접 강의를 하시지 않는가. 그런데 유 선생님께서 양보하시며 선생님 앞에 어려워하는 표정을 보니 겉모습은 유 협회장님의 선생 같고 분위기로는 그분이 스승으로 보였다.
6 나는 아버지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강의를 다 듣고 나니 나의 믿음은 확고해졌다. 영계를 통해서 하나님이 계심을 체험했으며, 그보다 더 확실하게 논리적이고 실증적인 강의를 듣고 하나님이 계심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기성 교회에서 알고 있던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적은 것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7 청강 중 어느 부인 식구(이신덕씨)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유 협회장님께서 “왜 왔수” 하니 “나는 지금 방바닥 구들을 수리하는 중이라 도저히 올 수 없는 사정인데 ‘아버지께서 빨리 가라. 지금 이화 여대에서 사랑하는 딸이 왔으니 빨리 가서 증거하라’라고 하여 왔읍니다”
8 그리고 그분은 기도 중에 아름다운 영계의 노래를 부르며 방언을 하는 것이었다. 또 할머니 한 분과 이화여고 3학년 여학생들이 와서 영계에 대한 것을 증거하였는데, “공부하는 도중 영계에서 말하기를 ‘이대에서 사랑하는 딸이 왔으니 가서 증거 하라’라고 하여 왔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9 그날이 1954년 11월 27일 토요일이었다. 나의 인생관 신앙관이 바뀌는 날이었다. 나보다 1개월 먼저 들어온 연세대 학생 3명이 이대와 연대를 복귀하기 위해 하나님께 단판기도를 하기 위하여 3일간 삼각산에 가서 금식 기도를 마치고 오후에 돌아오는 날이었다고 한다.
10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선생님을 위시하여 유효원 선생, 유효영, 유효민, 김원필, 이수경, 김찬균(당시 서울대 수학과 학생으로 나와 같이 원리 강의를 청감함)씨와 원리 강의 듣고 있던 안창성(당시 용산중학교 역사담당) 선생 그리고 이화 여고생, 양윤영 선생, 한충화 교수, 연대생 3명(황환채, 유경규, 오승택씨)이 모였는데, 선생님께서 찬송을 부르자고 하여 동산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11 나는 한 번도 들은 기억조차 없는 노래인데 내 입으로 크게 소리 내어 부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부끄러워서 부르지 않으려고 하면 더욱 큰 소리로 노래가 나오는 것이었다. “주님 자기 동산에 오셨네. 그 좋은 향기 진동해……” 또 진동이 일어나 옆에 있는 피아노 다리를 붙잡고 무릎을 누르면, 더욱 높게 뛰면서 노래를 불렀다. 동산의 봄 노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취해서 동산의 노래를 부르며 방언도 하고 증거도 하였다.
12 “하나님은 슬프신 하나님입니다. 6천 년간 인간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수고의 노정을 걸어오셨는지 모릅니다. 아들과 딸로 인간을 지으셨지만 내 아들딸이라 한번 불러보지 못하신 채 우리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이때 나는 하나님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때까지 알기로는 하나님은 영광과 은혜와 기쁨의 하나님으로만 알아왔기 때문이었다.
13 이때 선생님께서 다 같이 기도하자 하시며 기도를 하시는데 몇 명의 식구가 아닌 몇 천만 명을 놓고 기도하시는 모습이셨다. “오늘 이대에서 사랑하는 딸을 보내 주셨사오니 이대, 연대, 하늘의 뜻이 있는 학교를 중심하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옵소서,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간절하며 애절한 기도의 소리는 나를 감화시키고, 이분이야말로 참 신앙자이며 아버지의 사명을 가지고 오신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었다. 그리고 이분이 아버지시라면 어머니는 누구일까. 이 문제를 하루속히 해결하고 싶어졌다.
첫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