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목을 벤 거리
斬馬巷
김유신이 어릴 때 우연히 기녀의 집에서 자주 잤었는데 어머니가 훈계하여 말하길 '나는 이미 늙었기에 밤낮으로 네가 성장해서 공로와 명성을 세워 임금과 어버이를 영화롭게 하기를 바랬더니 지금 도리어 음란한 기방과 술집에서만 노는 것이냐?'라 하면서 소리내어 울어 마지 않으니 유신이 어머니 앞에서 스스로 기방 출입을 안 하겠다 맹세하였다 하루는 취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말이 알아서 전의 길을 따르다가 잘못하여 기녀의 집에 이르렀다 기녀가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원망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나와서 맞이하니 유신이 타고 있던 말의 목을 베고는 홀연히 돌아서 집으로 향했다
金庾信兒時。偶宿倡家。母戒之曰。我已老。日夜望汝成長。立功名。爲君親榮。今乃遊戱淫房酒肆耶。呼泣不已。信於母前自誓。一日醉歸。馬遵舊路。誤至倡家。倡且欣且怨。垂泣出迎。庾信斬所乘馬而還。
저물녘에 어머니는 문에 기대어 바라보았건만
흰 말은 또 누구의 문으로 갔던가?
문 앞의 엄나무에는
지난 날의 말을 벤 흔적이 있었네
문에서 맞이한 곱게 단장한 아가씨는 슬피 울었는데
복사꽃 같은 얼굴에 버들같은 허리였다네
꽃다운 인연은 문득 말의 머리와 함께 끊어졌으니
울면서 오추마와 우희와 작별하였다면 어찌 남아라 하겠는가?(이 구절은 항우가 해하에서 한의 연합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부른 해하가 즉'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세상을 덮지만 때가 이롭지 못하니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쩌면 좋으랴? 우여 우여 우미인이여 너를 어찌하랴?라는 내용에서 인용한 것임)
落日母倚門。白馬又誰門。門前刺桐樹。昔日繫馬痕。迎門女兒啼紅粧。桃花顔面柳腰肢。芳緣忽與馬首斷。泣別騅姬豈男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