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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中(공중)"은 "공의 상태"를 의미하며, "無色(무색)"은 "색(물질적 형상)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色(색)"은 물질적 현상, 즉 현화(現化)된 형상을 가리킨다. 비유하면, "무색(無色)"은 꿈에서 본 물질적 현상들이 깨어나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모든 물질적 현상도 궁극적으로는 꿈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다.
"無受想行識(무수상행식)"은 감각(수), 지각(상), 의지(행), 의식(식)이라는 인간의 정신적 요소들 역시 모두 실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면, "무수상행식(無受想行識)"은 마치 영화 속 등장인물의 감정(수受), 생각(상想), 의지(행行), 그리고 의식(식識)도 모두 스크린 위의 허상일 뿐인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우리의 감정과 생각도, 실제로는 변화하는 인식의 흐름일 뿐 본질적으로는 실체가 없다.
"無眼耳鼻舌身意(무안이비설신의)"는 인간의 감각 기관인 눈, 귀, 코, 혀, 몸, 마음 역시 본질적으로는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비유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그게 "나"라고 인식하지만, 거울 속의 상(像)은 실제 나의 실체(본질/참나)가 아니다.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의 설명이 바로 이와 같은 것으로서, 우리가 "눈(안眼)"으로 보고, "귀(이耳)"로 듣고, "코(비鼻)"로 냄새를 맡고, "혀(설舌)" 로 맛을 보고, "몸(신身)"으로 만지고, "마음(의意)"으로 인식하는 모든 감각적 경험은 마치 거울 속의 비친 상(像)처럼 실체가 없는 것이다.
"無色聲香味觸法(무색성향미촉법)"은 인간이 경험하는 외부의 대상들인 색(형상), 소리, 향기, 맛, 촉감, 법(인연지어 일어나는 모든 현상)도 본질적으로는 공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유하면, 바다의 물방울이 떨어져 분리되었다고 해서 바다에서 분리된 독립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즉 물방울은 결국엔 다시 바다로 돌아가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은 물방울이 본질적으로 바다와 분리되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감각하는 색(형상), 소리, 향기, 맛, 촉감, 법(본질과 구분된 모든 현상)도 궁극적으로는 실체가 없는 연기(緣起)의 산물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이 구절은 모든 현상과 존재가 공의 상태에 있으며,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감각과 지각도 본질적으로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공(空)을 통해 세상의 모든 현상과 분별이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궁극적으로 집착을 버리고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이끌고자 하는 교설(敎說)이다.
덧붙이면, 인간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감각적, 물질적 현상은 실체가 없으며, 단지 조건에 의해 잠시 나타나는 것이라는 불교의 핵심적 가르침이다. 모든 물질적 형상(色)과 감각적 경험(受想行識), 그리고 외부 대상(色聲香味觸法)은 본질적으로 "공(空)"하므로, 그 실체에 집착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을 통해 우리는 물질적 현상에 대한 집착과 분별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자유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하겠다.
[부기附記]
"연기(緣起)"는 불교의 핵심 교리 중 하나로, 모든 존재와 현상은 서로 인연과 조건에 의해 일어나며, 독립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연기란 모든 것이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며, 하나의 현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반드시 다른 현상과의 인과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원리이다.
필자는 주역의 괘가 고유한 괘색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광학을 통해 입증하면서 눈으로 보여지는 색(현상)을 통해 마음의 상(본질)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박사학위논문으로 논증하였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즉, 하나의 원인(인연)이 생기면 결과(현상)가 생기고, 그 원인이 사라지면 결과도 사라진다. 이것은 모든 현상과 존재가 고정된 실체가 없으며, 조건과 인연에 의해 일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짐을 의미한다.
무상(無常):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는 연기의 본질 중 하나이다. 현상들은 인연에 따라 생기고, 변화하며, 결국 소멸한다.
공(空): 연기법에 따라 모든 존재와 현상은 독립된 실체가 없으며, 궁극적으로는 공(空)하다. 모든 것은 상호 의존적이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이 연기의 결론이다.
비유를 통해 부연하면,
1. 나무와 열매
나무가 자라서 열매를 맺으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씨앗이 있어야 하고, 물, 햇빛, 영양분,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없다면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열매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인연)이 맞아야 나타나는 결과이다. 연기란 바로 이처럼 열매는 나무와 환경 등 수많은 조건의 결과물일 뿐, 열매 그 자체가 고정된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2. 불과 연기
촛불을 예로 들면, 불이 타오르기 위해서는 심지, 산소, 그리고 바람이 필요하다. 불은 이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질 때만 생기며, 만약 그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은 꺼진다. 불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에 의해 생겨나고, 조건에 따라 사라지는 현상이라는 것이 연기의 핵심이다.
3. 물과 파도
바다 위의 파도는 물이 바람에 의해 움직이면서 생긴다. 파도는 물과 바람의 작용에 따라 생겨나며, 그 본질은 물이다. 파도 자체는 독립된 실체가 아니며, 물의 움직임일 뿐이다. 파도는 인연과 조건에 의해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으로, 그 본질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이는 연기의 원리를 설명하는 좋은 비유이다. 독자 제현은 이를 숙지하기 바란다.
4. 옷감과 옷
옷은 실과 천, 그리고 재단과 바느질 등의 여러 조건이 합쳐져서 만들어진다. 옷은 실과 천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독립적인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다. 옷은 여러 조건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일 뿐, 고정된 본질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이처럼 모든 것은 조건과 인연에 의해 생기고 변화하며 사라진다.
연기(緣起)를 통한 사유
연기의 원리는 모든 현상이 조건에 의존해 일시적으로 나타나므로, 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우리는 보통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고정된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것에 집착하지만, 연기의 원리를 깨달으면 그것들이 본질적으로 실체가 없음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해는 우리를 고통과 집착에서 자유롭게 하고, 궁극적으로 깨달음과 평화를 향한 길로 이끈다.
연기를 이해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 모든 것은 서로 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생겨난 것이며, 독립된 존재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집착과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독자 제현이 지금 나의 글을 읽는 순간 나의 눈이 되고 나의 사유가 공유하게 된다.
동양학박사 담원(영묵) 김성수
원문을 링크합니다.
https://blog.naver.com/sencelife/22357559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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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붙임] 본 게시글은 20여년전 법륜회 상임법사를 하면서 강론하였던 원고를 첨삭하여 게시합니다.
연재가 끝나면 전자출판을 통해 무료로 배부할 계획입니다.
1차적으로 가장 많이 독송하는 반야심경을 연재하고, 이어서 금강경, 천수경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담원 김성수 박사님께서 20여년전 심으신 씨앗이 드디어 2024년에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반야심경에 이어 금강경과 천수경까지 함께 동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_()()()_
@관정(이상석) 네에~~ 감사합니다.
구경(究竟;궁극의 경지나 최종 목적에 도달)과 미완(未完)이 어찌 둘이겠습니까만,
돌 하나 얹자 하는 초심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