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일상저항행동, 한반도 군사주의 저항운동 현장을 잇다 평화기행 출정 선언문
오늘은 9월 2일입니다. 15년 전 오늘, 구럼비로 향하던 강정의 길이 막혔습니다. 경찰과 공권력은 구럼비로 가는 길을 봉쇄했고, 그곳을 지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봉쇄된 길 앞에 서서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내년이면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이 시작된 지 20년입니다. 해군기지는 결국 완공되었지만,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평화백배를 하고, 평화미사를 이어가고, 인간띠를 잇고, 군사기지 앞에 서서 왜 이곳에 전쟁을 준비하는 기지가 있어야 하는지 매일 묻고 있습니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지나오며 우리는 군사기지가 평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안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의 삶과 터전을 빼앗고 희생을 강요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몸소 경험했습니다.
강정에서 벌어진 일은 결코 강정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민의 동의보다 국가의 필요가 앞서고, 삶의 터전보다 군사적 목적이 우선되며, 개발과 경제라는 이름으로 파괴가 정당화되는 일은 한반도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강정에서 출발해 군사주의에 맞서 투쟁하는 현장들을 만나러 갑니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 사드가 배치된 뒤 10년째, 그 자리를 지키며 사드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소성리로 갑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비인도적 무기, 확산탄의 생산을 막기 위해 싸우는 논산으로 갑니다. 일제 식민지부터 이어진 군사기지와 신공항 개발에 맞서 삶과 생태계를 지키고 있는 군산으로 갑니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삶의 터전을 빼앗긴 대추리의 기억을 품고, 지금도 거대한 미군기지와 전쟁 연습 속에서 살아가는 평택으로 갑니다. 그리고 미군기지와 기지촌의 역사 속에서 국가와 군사주의가 여성의 몸과 삶을 어떻게 이용하고 짓밟았는지를 기억하며, 옛 성병 관리소를 지키고 미군기지의 온전한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동두천으로 갑니다.
우리가 찾아가는 현장들은 서로 다른 맥락과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닮아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국가의 필요와 자본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삶을 희생해도 되는가? 국가는 안보를 이야기하고, 자본은 개발을 이야기하고, 군수산업은 경제와 일자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오랜 삶의 지혜와 역사를 가진 주민들의 삶터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여성과 노동자와 지역공동체가 지워집니다. 우리는 이 모든 일이 서로 떨어진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군사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맞물려 삶보다 국가와 자본의 이익을 앞세워 온 결과입니다.
2012년 구럼비가 발파되었던 해, 강정은 동아시아의 바다를 군사적 패권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선언했습니다. 제주를 전쟁의 섬이 아닌 세계 평화의 섬으로 만들자고 외쳤습니다. 그때의 질문은 14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전쟁의 위협이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이곳 강정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강정에서 시작된 저항의 목소리가 소성리로, 논산으로, 군산으로, 평택으로, 동두천으로 이어지고 다시 제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평화와 연대의 길을 잇겠습니다. 지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모인 시민들이 보여준 연대의 정신을 이어 길을 나서겠습니다. 오래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활동가들이 각자의 언어로 이 싸움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서로의 경험과 힘을 나누겠습니다. 한 현장에서 또 다른 현장으로. 전쟁에 맞서 서로의 삶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싸우겠습니다.
2026년 9월 2일
강정일상저항행동, 강정친구들
* 스케치 영상 촬영 및 편집 : 박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