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산행] ♣ 백두대간 홍천 갈전곡봉-가칠봉 산행 (3)

[호산아]

[2013.02.17.(일요일)] 백두대간 홍천 갈전곡봉(1,204m)—가칠봉(1,240m) 산행

▶ [제127차 산행] 군자역(07:40) 출발→ 경춘고속국도→ 동홍천 (56번 국도)→ 서석→ 창촌→ 하뱃재→ 상뱃재→ 명개리→ [구룡령(1,032m, 10:30)→ 백두대간(1,094고지)→ 구룡령 옛길→ 1,142고지→ 1,163고지→ 갈전곡봉(1,204m)→ 안부(점심식사)→ 가파른 오름길→ 가칠봉(1,240m)→ 삼거리 이정표→ 능선길→ 삼봉약수]→ 매표소(삼봉휴양림), (오후 7:07)→ 귀경→ 서울 구의동(밤 9:50, ‘칼국수’ 회식)

▶ [가칠봉(柯七峰, 1,240.4m) 정상의 조망] — 강원도의 힘, 그 첩첩산군의 정기(精氣)

☆… 오후 4시, 가칠봉 정상에 도착했다. 아아, 그야말로 악전고투 끝에 도달한 산정이다. 미리 와 있던 화영 대장이 손을 들어 환호한다. 눈 속에 묻힌 정상 표지석을 누군가 그 주위의 눈을 덜어내어, 그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가칠봉 산정은 워낙 돌올한 곳이어서 사방의 산군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다. 하늘도 아침의 구름이 싹 걷히어 시야(視野)가 아주 환하게 열려 있다. 우선 동쪽을 바라보면 백두대간의 산줄기가 남북으로 장엄하게 이어져 가고 가장 가까운 곳에 우리가 지내온 갈전곡봉이 자리하고 있다. 북쪽으로 멀리 설악산 연봉과 대청봉이 하늘 위로 솟아 있다. 그리고 그 백두대간의 남으로는 달려가는 산맥이 오대산 연봉으로 이어져 있다. 특히 북대산 두리봉을 넘어가는 산간 도로까지 시야에 잡히는 것이었다. 서쪽으로는 구룡덕봉 너머 방태산 연봉이 장대하게 이어져 가고 있고, 가칠봉과 방태산 사이의 깊은 골짜기가 바로 우리 산악회가 2011년 여름에 탐방했던 아침가리골, 조경동 계곡이다. 사방의 첩첩산군이 거대한 침묵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의 장엄하고 거대한 산의 정기가 용틀임하고 있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다. 참으로 감동적인 우리의 강산이다.

가칠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대청봉이 저 멀리 구름 속에 그 정상을 살짝 내 보이고 있다.

☆… 뒤를 이어 힘든 눈길을 올라온 대원들도 환호를 하며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 올린다. 투박하지만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강원도의 힘이 느껴지는 고봉의 첩첩설산이 경이롭기 이를 데 없다. 스스로 땀 흘려 높은 곳에 오르지 않으면 결코 누릴 수 없는 안복(眼福)이다. 사진도 찍고 사방을 조망하며 한참을 머물렀다. 얼마 후 후미까지 모두 도착했다. 기진한 대원을 위하여, 이때까지 선두에 섰던 화영 가이드와 우복 대장, 그리고 두 분의 우복지기가 함께 후미에 오기로 하고 일단 대원들은 하산하도록 했다.

▶ [급전직하의 하산길] —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한다!’

☆… 오후 4시 20분, 하산(下山) 길에 접어들었다. 산의 정상이 높으니 내려오는 길 또한 급한 경사로 쏟아지는 눈길이다. 올라갈 때와는 달리 급경사의 눈길은 아주 위태롭기 짝이 없어서 모두 조심스럽게 산행을 해야 했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온 삼거리 갈림길에서 대부분의 대원은 비록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골짜기 우회로를 택하여 내려가고, 호산아를 비롯한 두 분의 대원은 삼봉약수 휴양림으로 직행하는 능선 길을 타고 내렸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그야말로 급전직하(急轉直下) 그냥 아래로 쏟아지는 산길이어서 하체의 종아리와 대퇴부 근육에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올라간 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보여주는 산길이었다. 그래서 옛 사람이 이 자연이 정직함을 예찬하고, 그것으로 인간의 호연지기를 키운다고 했던가. 끊임없이 아래로 쏟아지는 능선 길은 참으로 길고도 험했다. 산의 5부 능선쯤 내려 올 때 서쪽 방태산의 거대한 산채 위로 겨울해가 기울고 있었다. 겨울의 하루해는 짧다. 바람이 더욱 쌀쌀해지기 시작한다.

▶ [삼봉약수(三峰藥水)] — 천연기념물 530호로 지정된 명약수

☆… 오후 5시 20분, 삼봉약수에 도착했다. 짧은 겨울해는 이미 서산(西山)을 넘었고 사위는 서서히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선 약수터를 찾아 뜨겁게 타는 목이 축이니 그 시원함을 무엇에다 견주리오. 삼봉약수는 천연기념물 530호 지정된 특별한 샘물이다. 이 약수는 가칠봉(柯七峰)과 응복산(鷹伏山), 사삼봉(私參峰)의 세 봉우리의 대각선 중심에 위치한 산곡(山谷)에 있다고 하여 ‘삼봉약수’로 불린다. 해발 1,200고지의 우람한 산의 정기가 이곳에 모아져 솟는다는 이 약수는 예로부터 위장병, 피부병, 신장병, 신경쇠약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 천연생수에는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철분, 불소, 탄산이온, 망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우리 몸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래서 맛을 보니 철분이 있어 쇳내가 약간 나지만, 사이다 같이 짜릿하고 톡 쏘는 맛이 특이하다. 지치고 목마른 사슴이 청정한 샘물을 달게 마시듯 벌컥벌컥 두 바가지를 부셔버렸다. 시원하고 맛있다. 한참 후에 우회로로 하산하는 대원들이 약수터로 내려왔다. 삼봉약수 주변은 몇 년 전 휴양림으로 개발하여 곳곳에 방갈로와 통나무집이 있었다.

▶ [하산 완료] — 따뜻하게 기다려 주는 마음들!!

☆… 삼봉약수에서 매표소 주차장까지는 0.9km, 계곡을 따라 난 자동차 길이다. 눈이 얼어 붙어 빙판이 된 길을 따라서 내려왔다. 주변의 계곡은 아직 한겨울, 얼어버린 계곡에 눈이 소복히 쌓여 있었다. 오후 5시 50분, 대부분의 대원들은 하산을 완료하여 차에 올랐다. 다만 후미의 우복 대장과 화영 대장의 일행 다섯 분이 내려오지 않아서, 모두들 한마음으로 걱정을 하며 흔연히 기다려 주었다. 우복 대장 내외는 오늘 점심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산정에 올라갈 때에 이미 지친 몸이었는데 급경사의 하산 길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 것인가. 고맙게도 우리 산우들은 지루한 기색 없이 기다려 주었다. 이미 사위는 캄캄한 밤으로 접어들었다. 3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후미 대원들이 도착하지 않았다. 차 안에서 그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어 장병국 회장과 호산아 고문이 마중을 나갔다. 휴양림 가는 길 중간 쯤에서 랜턴의 불빛이 나타났다. 우복 대장과 부인, 김화영 대장과 우복지기 두 분이 어둠 속에서 걸어내려 오고 있었다. 대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고난의 행군을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는 대원들이 너무 반가웠다. 우선 우복 대장의 짊어진 두 개의 배낭 중 하나를 내가 받아서 짊어졌다. 후미대원들이 차 안에 올라설 때 모두들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산행을 마무리했다. … 강원도 심심산골의 캄캄한 저녁 7시 7분, 우리의 버스는 서울을 향하여 출발했다. 험난한 산길을 무사히 등정한 모든 산우들이 참으로 장하다.

▶ [에필로그] — 전인미답(前人未踏)의 하얀 눈길,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마라”

☆… 특히 오늘은, 가칠봉 정상까지 선두에서 어렵게 길을 내고, 가칠봉에서부터는 후미대원들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한 화영 대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부인을 위하여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 우복 대장의 깊은 마음이 돋보이는 산행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선두에서 눈을 다지고, 뒤에 오는 대원들을 위하여 길을 내며 산행을 한 화영 대장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린다. 이런 옛 시가 있다.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아라.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뒷사람이 밟고 가는 길이 될 터이니. ―「야설(野雪)」

☆… 조선 후기(정조~순조)의 시인 임연당(臨淵堂) 이양연(李亮淵, 1771~1853)의 작품인데, 우리 민족의 선각자 김구(金九) 선생의 애송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서산대사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와전(訛傳)된 것이다. 정작 서산대사의 문집인 '청허집(淸虛集)'에는 실려 있지도 않다. 이양연의 시집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에 실려 있고, '대동시선(大東詩選)'에도 이양연의 작품으로 올라 있어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짧은 시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시상(詩想)을 멋지게 펼쳐내고, 따뜻한 인간미와 깊은 사유를 잘 담아내는 이양연의 전형적인 시풍(詩風)을 보여준다. … 하얀 눈밭에 발자국을 내며 걸어가면서 자신의 행로가 지니는 의미를 반추해본다. 누가 보지 않아도 똑바로 걸어야 한다. 혹시라도 내 발자국이 잘못 되거나 어지러우면 뒤에 올 누군가가 길을 잃거나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인생은 똑바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내 인생이 다른 인생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오늘 같이 순백(純白)의 설원(雪原)을 걸으며 맑은 영혼으로 내 인생의 의미를 생각한다. 마음에 새겨놓아도 좋은 작품이다.

▶ [우복 대장의 산행 후기] — “기다려 주어서 감사합니다.” (02.18.월요일, 카페의 글)

… 겨울 산행은 ‘눈 산행’이 백미이다. 갈전곡봉-가칠봉은 눈 산행으로 잘 알려진 계방산, 선자령, 태백산 등에 비해 명성에는 따르지 못하나 호젓하고 심산 설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 중의 한 곳이다. 어제는 등산하기 좋은 날씨 비록 파란 하늘은 아니었지만, 조망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가칠봉에서 산 조망은 오늘 산행의 피로를 풀어 줄 만큼 산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방태산, 멀리 설악산 대청봉 희미하게, 양양 앞바다. 오대산이 그림처럼 펼쳐져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건설이라 보행은 힘들었어도 이만한 겨울 산행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산행 중 한 사람이 많은 시간을 지체해서 많은 분들이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힘들게 기다려주어 감사합니다.”

☆… 호산아 또한 모든 대원들의 따뜻한 마음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저녁 9시 40분, 예상보다 빨리 서울에 도착했다. 홍천 명개리에서 서울까지 2시간 30분만에 주파했다. <선진항공> 김태수 기사님의 배려가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늦은 귀가 시간을 고려하여 다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장병국 회장과 김의락 총무님이 배려로 구의동의 ‘명가’에서 대원 모두 따끈한 칼국수로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비록 멀고도 먼 길을 왕래하며 그 험준한 백두대간의 설산(雪山)을 고행(苦行)하고 왔지만, 참으로 마음 넉넉하고 보람 찬 산행을 한 날이었다. …♣ <끝>

………………………………………………………………………………………………………………

[집필 및 사진] 2013.02.19. 백파(柏坡) 吳尙洙 (好山兒) ksbpoh@naver.com  (010)-6203-0885

[우복]

심산 설행의 고단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사진과 글로써
마무리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한 만큼은 가칠봉에서 장관으로 피로가 가시어지는것
같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리안]

제가 마치 함께 걷는듯한 감상입니다..
가칠봉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시느라 얼마나 숨이 턱에 찻을지를..
삼봉약수터로 하산하면 경사도 정말 심한데다 휴양림에서 내려오는 산객들한테도
입장료를 징수해서 민원이 자자한데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선두나 후미가 합심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고문님~~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바람처럼]

산행 다녀온지 열흘만에 후기를 읽고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고전에서 좋은 문구 인용하시면서 써주시니 글이 살아 숨쉬는 거 같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날씨도 쌀쌀한데 사진 찍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