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아서(4)...

[별방진(이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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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 18일(일)~(4일째... Uterga~ Estella: 28.8km)

                             순례자숙소: Hospital de peregrinos- '에스텔라' 공용 알베르게, 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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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경 어제 묵었던 알베르게에서 길을 나서니 가랑비가 솔솔 비옷을 적신다.

속이 계속 느끼함이 전해온다.

외국음식을 접하니 당연히 그러려니 생각하면서도 고향집에서 아내가 해주던 시원한 오이냉국이 너무 먹고싶다.

미숫가루도 좋아하는데 안가져온게 너무 후회스럽다.

아내가 그토록 챙겨주었건만...

연사흘 한번을 빼곤 걷느라 피곤도 하여 문자 메세지를 안 보냈더니 아내가 걱정이 되여 바로 전화가 온다.

다음부턴 출발직전 꼭 출발지와 도착지를 보내기로 약속을 했다.                                                                

고즈넉히 얼마쯤 걸었을까(2.5km)...

한적한 '무루사발(Muruzabal)' 마을을 지나는데 담벼락에 그려진 노란 화살표가

내 발품의 동선을 알려주고 있다. 

한적한 'Obanos' 마을에 도착 후(2.5km) 어느 바(Bar)에서 야채 샐러드를 시켰는데 맛이 상큼하다. 

이제 '조가비'가 새겨진 멋스런 저 성벽문을 지나 카미노 여정이 이어지고...

안녕! 'Obanos"...

다시 2km를 더 걸어 '푸엔테 라 레이나(Punente La Reina)'에 초입에 들어서니

고즈넉한 마을풍경이 마음을 차분하게 합니다.

작은 성당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듯...

어디쯤일까... 언덕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어깨의 묵직함이 베낭의 무게를 실감한다.

줄일만큼 줄였건만...

거의 다 올라왔을 즈음 그곳에서 고교 동창생이라는 두 미인을 만났다.

'올라'하며 반갑게 인사하는 표정이 더욱 돋보인다.

건네주는 차 한잔의 맛이 부드럽다.

'부엔 카미노!'...

친한 친구 둘이서 여고시절의 추억을 도란도란 꺼내며 멋스런 여행을 보내고 있으리라.

'Maneru' 마을(4.9km) 수도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동네풍경이 무척이나 조용하고 깨끗하다.

가족 나들이... 혹시 'Puente La Reina' 마을로 마실을 떠나는 것은 아닐까...

천천히 오손도손... 

두어 마을을 지나고 '시라퀴' 마을을 들어서는데(2.7km) 때마침 들려오는 성당의 종소리가

나의 입성을 환영하는 듯 하다.

일전에 어느 작가가 쓴 '산티아고 가는길'에서 소개되는 인상깊은 마을이다.

높은 언덕에 지어진 동네가 참으로 신기하다.

먼 옛날 외부의 나쁜 무리들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해와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빠게트'를 사들고 가는 미모의 여인과 사진 한장 찰칵^^... 

골목길이 참으로 예쁘다.

창가에 매달린 꽃들이 어딜가든 가득하다.

향기를 머금고 살아가는 사람들...

'비아 트라이아나'~ 로마 제국시절 스페인의 밀과 광물을 로마로 운송하기 위한 통로로 사용되였던 길...

지금도 산티아고 가는 곳곳에 그 잔재가 남아있다고 한다.

스페인들에겐 비극의 세월이였으라.

이제 그길이 세계각국의 카미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여...

그 마을을 내려와 얕은언덕을 한 200여 미터를 올라 계속 걸었는데도 표지석과 앞서간 발자욱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들어선 듯 하여 내려와 보니 세 갈래길 좌측으로 반듯이 표지석과

누가 만들어 놓은 자갈 화살표가 보인다.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우리네 인생삶도 때론 길을 잃을때가 있지 않은가 스스로 위안을 삼아본다.

'산티아고' 가는 길... 그길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순례자의 추모비를 간혹 볼수가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한 그들의 서쪽으로 향한 염원의 뜻을 짐작할 만 하다.

그래서 한걸음 한걸음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작은 터널 속 소실점이 멋스럽다... 저너머 어떤 풍경이 펼져질까... 

늘 새로운 기대가 궁금하다.

아무도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 불현듯 밀려온다. 

제주올레길의 낮은 밭담과 푸른 바다가 스쳐지난다. 

낮익은 올레꾼들의 환한 미소도...

내내 묘한 긴장감이 먹먹하다.

수없이 밟고 밟아 딱딱하게 돌처럼 굳은 저 땅의 굳은 심지(心志)여... 그 사연인 들...

낙엽 떨어진 운치가 나그네의 서정을 부추기고 있다.                                                          

길이 그렇게 이어진다. 

'로르카(Lorca)마을을 (5.6km)을 지나와 '비야투에르타(Villatuerta) 마을에(4.9km) 들어서니

유난히 빨간단풍과 성당의 묵직한 풍모가 단연 돋보입니다.

어떤 역사적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그또한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어느집 담장너머 오렌지색 채색에 놓인 '제라늄' 붉은 꽃 향기가 어여쁜 화분에 담겨있어

지친 나그네의 심신을 달래준다.

'비야투에르타(Villatuerta)'에서 다시 한시간 반여를 걸으니(4.8km) '에스텔라' 마을 초입이 보인다.

어느 나들이 가족을 만나 알베르게를 물으니 아주 친절히 가르켜준다.

나그네를 대하는 표정들이 웃음 가득이다.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Estella' 골목길에서 앞서가는 한국인 청년과 아가씨들을 만났네요.

모두 예의 바르고 잘 생기고 예쁘고^^...

숙소에 도착하니 널직하기는 하나 먼저 온 카미노 친구들로 인해 거의 빈자리가 없는 듯 하다.

샤워후 빨래를 끝낸 후 속이 출출하여 한국에서 가지고 온 라면을 들고 주방에 들어서니 

이곳 저곳에서 각국의 맛있는 요리 경연대회가 한창이다.

나도 한곳을 자리잡아 라면을 끊인 후 쫄깃한 면과 국물을 들이키는데 그맛이 기가 막히다.

바로 옆 침대에선 어제 만났던 프랑스에 왔다는 초등학교 2학년쯤인 예쁜 딸과

중학생쯤인 아들, 엄마와 아빠가 나누는 대화가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웃는 표정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밤 9시쯤 '포크 스테이크'를 먹을 요량으로 동네 한바퀴를 빙 둘러 봤는데도 안된단다.

할 수없이 빵 두개와 맥주 한잔으로 저녁해결...

같은 호실에 있는 한국인 부부도 그냥 피자를 먹었단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던가...

가까이 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일상들이 떠올려진다.

오늘은 아내가 차려주는 시원한 '오이냉국'이 몹씨도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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