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해를 대표하는 명태, 서해를 대표하는 조기와 함께 대구는 남해를 대표하는 생선 중 으뜸으로 꼽혔다. 흰살 생선 특유의 깔끔함과 담백함으로 승부하는 대구는 버릴 것 없이 다양하게 이용하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대구는 연어처럼 자기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종으로, 북쪽 오호츠크해에 서식하다가 날씨가 추워지면 한류를 따라 동해를 거쳐 남해로 내려온다. 산란기인 12월에서 1월 무렵에는 수심이 얕은 연안으로 찾아들어 200여 만 개의 알을 낳는데, 그 산란지가 바로 경남 진해만이다.
산란기의 대구는 산란을 대비해 영양을 비축하기 때문에 맛이 있어 이곳에서 잡은 대구를 '거제대구' 혹은 '가덕대구'라 해서 최고로 쳤다.
대구는 궁중의 진상품으로도 빠지지 않았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공선정례(貢膳定例)'는 각종 진상품의 항목을 적은 책인데, 건대구, 반건대구, 대구어란해(알젓), 대구고지해(이리젓) 등 대구의 진상 종류만도 다양해 그 시대에도 대구를 많이 이용하고 대구의 가치를 높이 샀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 대구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짜며 독이 없고, 먹으면 기를 보한다. 장과 기름의 맛이 더 좋다. 민간에서는 대구어(大口魚)라 한다'해 일반의 섭취를 권했다.
대구는 흰살 생선이라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글루탐산, 글리신 등 아미노산과 이노신산이 풍부해 시원한 맛이 난다. 예로부터 술을 마신 다음날 해장국으로 많이 애용됐고 산모들도 원활한 수유를 위해 대구탕을 애용했다고 한다. 대구의 간은 간유로도 쓰이며 아가미젓, 내장젓, 알젓, 고니젓 등 전통적인 발효식품의 젓갈 원료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구의 근육조직은 너무 연해 선도가 빨리 떨어지므로 냉동을 하지 않고 생대구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냉동기간이 길어지면 근육에서 수분이 분리돼 스펀지 현상이 일어나고 맛이 급감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경상도 지방에서 대구탕은 '지리'라고 해서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맑은 탕을 끓인다. 먼저 무를 큼직하게 어슷 썰어 넣고 크게 잘라놓은 마른 다시마도 몇 장 넣어 팔팔 끓이다가 다시마는 5~10분 뒤 건져내고, 끓인 국물에 잘 장만한 대구 몸통과 내장을 넣어 끓인 후 콩나물과 다진 마늘을 약간 넣고, 마지막으로 어슷 썬 대파와 쑥갓을 넣고 소금으로 시원하게 간을 한다.
잘 장만한 대구에 콩나물, 미나리, 고추 등 갖은 채소를 고춧가루와 버무려 쪄낸 대구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한 담백하고 깔끔한 맛으로 겨울철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김두남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