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항. 동해바다의 평범한 어촌마을에 있는 포구 이름이다. 그런 읍천항에 수년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제주도에만 있는 줄 알았던 현무암 주상절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주상절리는 지각변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으면서 생겨난 바윗덩어리다. 뜨거운 용암이 바닷물을 만나 빠르게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오각형 또는 육각형 틈새를 주상절리라 부른다.
해안길 파도소리 벗 삼아 느릿느릿
각양각색 주상절리 풍광에 탄성 절로
읍천마을 담벼락의 화려한 변신
알록달록 벽화 '마을이야 갤러리야'
문무왕 수중릉, 애국 숨결 새록새록
바닷가 정자 '이견대'엔 신문왕 설화
일반적으로 주상절리는 수직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읍천항에 있는 양남주상절리는 그 모양이 다양하다. 부채꼴도 있고 눕거나 기울어진 것도 있다. 가히 주상절리 박물관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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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어촌마을'로 거듭난 읍천마을. |
양남 주상절리가 일반인에게 다가온 것은 불과 6년 전부터다. 주변 지역이 오랫동안 군사작전구역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양남면 일대가 지난 2009년부터 군사작전구역에서 해제되면서 비로소 신비로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양남 주상절리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부채꼴 절리다. 각도에 따라서는 한 떨기 들국화를 연상케 한다. 여인네 치마처럼 주름 잡힌 모습에 꽃봉오리 같은 절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읍천항에는 해변 길을 걸으면서 주상절리를 즐길 수 있도록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다. 쪽빛 동해바다에 용암 빛 주상절리. 눈이 시리도록 벅찬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 갈 수 있도록 포토존도 마련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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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천항 등대. 방파제 옆으로 주상절리가 펼쳐 져 있다. |
읍천항에서 시작된 산책로는 하서항까지 이어진다. 1.7㎞에 달하는 해안 길이다. 그 길을 따라 정교한 돌기둥이 줄지어 서 있다. 마치 고대 희랍 신전을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 모습에 취해 걷다 보면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빨려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산책로 이름도 '파도 소리길'이라 붙여졌다. 자연이 빚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파도 소리길을 걷다 보면 나무계단도 만나고 출렁다리도 건너게 된다. 40분 남짓 짧은 거리이지만 몽돌길, 야생화길, 등대길 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파도 소리 길에서 벗어나면 조용한 어촌마을이 시작된다. 고기잡이배들이 정박해 있고 갈매기 떼가 날아다닌다. 그물을 고르는 아낙네들의 웃음소리가 이따금 들려온다. 마을길로 접어들면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골목길을 읍천항 갤러리라 부른다. '그림이 있는 어촌마을', 신세대식 표현을 빌자면 테마 마을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주상절리를 감상하며 걷는 파도 소리 길의 방점을 읍천항 갤러리에서 찍는다고 보면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도 사람 사는 냄새와 어우러져야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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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빵은 읍천마을이 자랑하는 명물이다. |
읍천항에서 자동차로 10분도 채 가지 않아 문무왕 수중릉이 있는 감포항이 나온다. "유골을 동해에 묻어주면 용이 되어 국가를 평안케 하겠다"는 문무왕의 유언에 따라 조성됐다는 수중릉이다. 삼국통일이라는 위업을 완수한 문무왕이 왜구의 침탈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안위를 걱정해 자신의 뼈를 묻은 것으로 추정되는 돌섬으로, 사적 158호로 지정된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01년 3월 모 방송사가 초음파 탐지기 등을 동원해 이 돌섬을 정밀 탐사한 결과 유골이나 부장품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에서는 문무왕의 시신은 '낭산'의 '능지탑'에서 화장되었으며 '대왕암'이라 불리는 이 돌섬은 형식적으로 장례를 치른 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돌섬은 여전히 대왕암이자 문무대왕 수중릉으로 불리고 있다. 사후에도 국민의 안위를 걱정한 문무왕의 거룩한 뜻을 받든다는 의미가 아닐까.
왕위를 승계한 신문왕이 이곳에서 1.5㎞ 떨어진 지점에 감은사를 지어 금당 밑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도록 설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지 싶다. 감은사의 동쪽 언덕에는 대왕암을 정면으로 바라다볼 수 있는 '이견대'가 있다. 신문왕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서 대왕암을 향해 절을 했다는 설화가 깃든 곳이다.
잊을 만하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과거사를 부정하는 발언으로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안겨주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의 침략 근성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 자녀 교육용으로도 추천하고 싶은 여행 코스다. 첫 번째 포인트는 양남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현장 자연 학습이지만….
글·사진=정순형 선임기자 junsh@busan.com
여행 팁
■교통
자가 운전; 경부고속도로→울산고속도로→31번 국도 (1시간 40분 소요)
부산울산고속도로→산업로→31번국도 (1시간 4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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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길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 |
■대중교통 시외버스; 부산종합·해운대 버스터미널·→경주터미널 →양남행 150번 시내버스 → 읍천항 또는 양남진리 마을 하차
부산종합·해운대 버스터미널→울산터미널→감포시외버스→읍천항 또는 양남진리마을 하차
■맛집 읍천항과 감포는 동해안 포구답게 도다리와 우럭 회가 유명하다. 특히 요즘엔 도다리 회가 제철이라 한 번 즐겨볼만하다.
읍천횟집; 054-744-0767
가보세횟집; 054-744-0470
양남횟집; 054-742-4181
명성회센타; 054-775-4913
호궁회센타 ; 054-744-3550
방파제회센타; 054-744-3110
■숙박 읍천항 펜션들은 대부분 해안 기슭에 자리잡아 파도 소리가 지척에서 들려올 뿐만아니라 동해안 일출을 바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환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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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천항 해안 기슭에는 펜션들이 들어서 있다. |
바다풍경펜션; 010-2858-6600
바다여행펜션; 010-2400-0754
바다이야기펜션; 054-742-2356
달바다펜션; 054-744-7780
쿠키앤젤리펜션; 070-4882-2847
해비치펜션; 054-744-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