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구 충주 수안보성당 김옥제 세베로
성경 필사의 은총을 받은 달인...
길경택 벨라도|충주 평화의 모후 Co. 명예기자
17년간 신·구약성경 20번 필사
성당에서 신자들과 성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성경을 완독했다고 하시는 신자보다 필요한 장절만 그때그때 찾아보았을 뿐이라고 고백하는 분이 대부분이었다. 자신 있게 신·구약 성서를 완독하였다는 한 레지오단원은 성경을 완독하는 최선의 방법은 공동번역 신·구약 성서를 필사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도전해보라고 권하신다.
막상 도전을 하려고 마음먹다가도 3,000쪽에 가까운 두툼한 성경책을 보면 기가 질려버린다. 다 읽지도 못하는데 쓰라고.. 내지는 바쁜데.. 하며 미루고 있는 게으른 나를 본다.
그런데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니 성경필사에 도전하여 성공한 분이 의외로 많았고, 기록을 찾으니 청주교구에서 신·구약성경을 무려 20번이나 필사하여, 주교님의 축복장을 받은 분이 가까이 계셨다. 바로 수안보성당 신비로운 장미Cu. 단장을 역임하신 김옥제 세베로(88세) 형제님이셨다.
수안보 성당과 가까운 빌라에 살고 계셨는데, 댁을 방문하니 두 부부가 환한 모습으로 반기신다. 옛 선비처럼 맑고 단아한 모습이다.
성경필사의 비결
성경필사에 대한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지를 여쭈러 왔다고 하니 웃으시며, 2003년부터 2019년까지 17년 동안 공동번역 성서를 20회 필사했다고 하셨다. 공동번역 성경은 구약이 2,362쪽이고, 신약이 589쪽으로 모두 2,951쪽이 되는데, 하루 10쪽씩 쓰면 10개월이 걸린단다. 성경을 쓰는 17년 동안 병원에 입원하였던 기간과 호주에 사는 아들네 집에 가려고 비행기에서 보낸 이틀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경을 필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능력이 아니고, 주님이 주신 필사의 특별한 은총이었음이 분명하다고 말씀하신다.
성경 필사를 시작한 계기가 따로 있느냐고 하니, 세베로 형제는 고백을 하겠다며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내었다.
세베로 형제가 천주교를 알게 된 것이 서울시 공무원을 정년퇴직을 하고, 아내의 고향인 연풍으로 내려오면서 부터였단다. 시골생활을 시작하며 지인의 권유로 아내가 연풍공소를 나가며 교리공부를 하는데, 자신도 같이 따라가 1999년 12월 24일 성탄 때 함께 영세를 받았는데 이때가 예순이었다. 공소에는 1주일에 한 번만 신부님이 오셔 미사를 드리는데, 강론이 너무 어려워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단다. 주변 신자들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기에 방황하다가 공소를 방문하신 황광현 요셉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성경필사를 권하였다.
세례를 받으며 ‘믿습니까? 믿습니다. 끊어버립니까? 끊어버립니다.’하고 대답은 했는데 무엇을 믿을지, 무엇을 끊어버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성경필사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단다. 2003년 11월 8일부터 첫 성경필사를 기도로 시작하고, 기도로 끝을 내며 하루 목표량을 채웠다. 공무원 생활을 하며 비교적 자유롭게 다니던 습관 탓에 유혹을 끊어내기 어려웠단다.
이를 당신만의 결심으로 유혹 3가지를 끊어버렸는데, 바로 자동차와 인터넷, 스마트폰이었단다. 자가용을 사지 않았고, 인터넷에 빠지지 않았고, 아날로그 휴대폰만 사용했단다. 그렇게 끊으니 하루 5~10시간까지의 시간을 낼 수 있었고, 17년간 20회의 성경필사가 가능하였단다.
힘든 시간이었을 텐데 너무 수고하셨다고 인사드리니, 자신의 힘이 아니라 주님께 필사의 은총을 받았기에 20번이나 쓸 수 있었다며 미소 짓는다. 덧붙여 자신은 성경필사 중에 오히려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한다. 치유의 은총과 노후 편안한 물질적 은총까지 받았기에 오히려 은혜에 감사한다며 미소 짓는다.
성결필사의 은총
치유의 은총은 아내 임경순 리오바 자매가 관절로 청주에서 무릎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 청주 봉명동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던 중 예수승천상이 빛을 뿜으며 환해지는 것을 보았단다. 기쁜 마음에 병원으로 돌아와 수술실 앞으로 가니 치료받고 나오는 아내가 다리를 흔들고 있더란다. 이후 물리치료 한 번 받지 않고, 회복하였다고 병원에서 조차 기적이라 했다고 한다. 또 본인 또한 치유의 은총을 경험하였고..
성경을 필사하여 제본한 책은 첫 번째 것만 본인이 소유하고, 나머지는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와 손녀, 대자들과 황요셉 신부님께 각각 드렸다고 한다. 그런데 호주에 살고 있는 큰아들의 아들이 상급학교 진학 시 면담을 했단다. 과제는 집에 가지고 있는 가장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 찾아 가져오는 것이었단다. 고민 끝에 며느님이 아버님이 필사한 성경을 가져가 보이니, 진짜 보물이라며 만장일치로 통과했다고 한다.
또 성경을 필사하는 동안에 연풍에서 수안보로 이사를 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예기치 않게 금전운도 따라서 만년을 나름 걱정 없이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성결필사의 교훈
성경을 필사하며 가슴을 울린 성구(聖句)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하니 바로 나오는 말이 ‘사랑’이다. 여기에 그리스도는 정의로우시고 공평하시기에, 우리가 베푼 만큼 주신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가 노력한 만큼, 정성을 기울인 만큼, 사랑한 만큼 베풀어 주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말씀하신다.
전에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님의 권유로 교구청에서도 강의를 했고, 중앙탑성당이나 다른 성당에서 신앙체험을 강의하기도 했는데... 이 모든 것이 성경필사를 통해 얻은 결과로 참 고맙고 기뻤다며 감사인사를 하신다.
이제는 손도 떨리고, 귀도 잘 들리지 않아, 성경을 더 이상 필사하기 어려워 포기하였으나, 매일 아침·저녁으로 1시간 이상을 기도하고, 뒤뜰의 채소를 가꾸는 것으로 소일한다며 소식을 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