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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여당) |
한나라당(야당) |
민주노동당(야당) |
잠재적 주요 기반 |
중산층 |
상위 계층 |
하위 계층 |
신자유주의 |
찬성 |
찬성 |
반대 |
일반 민주개혁 |
불철저한 찬성 |
반대 |
찬성 |
대미 의존 |
찬성 |
찬성 |
반대 |
대북 화해 |
불철저한 찬성 |
반대 |
찬성 |
위의 도표가 말해주듯이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과 정 반대의 위치에 있고 열린우리당은 친미신자유주의세력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불철저하나마 과거사법, 사학법, 국가보안법 개폐 등 일반 민주주의 개혁에 약간 전향적이고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생과 직결된 신자유주의 정책, 민족의 자주권,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미의존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집권당이기에 오히려 더 보수적인 한나라당 보다 자주․진보․민중 세력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반한나라당 또는 반열린우리당 일면의 양 편향을 경계하고 반미반신자유주의 독자노선을 기본으로 타 당과의 사안별 정책연대를 결합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먼저 반한나라당전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6.15선언지지세력의 단결만을 외치는 것은 명백히 우편향이다. 민주노동당이 일상정치활동에서나 선거운동에서 한국사회변혁의 총체적 과제를 중심으로 기본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 통일운동단체처럼 남북화해협력만을 최우선시하게 되면, 친미신자유주의 집권당과 손잡는 모양새가 되어 생존권 파탄으로 피해 입고 고통 받는 근로민중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된다.
그 반대로 “열린우리당과의 사안별 정책공조 때문에 집권당의 ‘이중대’로 비쳤고 그로 인해 열린우리당 이탈층의 흡수가 어려웠다”면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과 공격만을 능사로 아는 것도 좌편향이다. 60여 년의 냉전분단질서가 유지되는 한국사회의 특성으로 보나, 개혁적 국민층의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견제표, 동정표 성격의 민주노동당 지지율 12.1%의 특징으로 볼 때, 열린우리당의 약화가 그대로 민주노동당의 강화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실현 가능한 진보적 정책 제시와 가시적 성과 축적, 인물, 행태, 기반 등의 신뢰받는 이미지 형성 등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열린우리당의 이탈 층을 민주노동당으로 견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에 대한 집중 공격만을 차별화전략으로 주장하는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동반추락을 부채질하는 그릇된 노선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원외투쟁은 말할 것도 없고 원내투쟁에서도 반미반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진보의제 부각이라는 독자 행보를 고수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법, 제도, 정책 개선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사안별 정책공조, 즉 매시기 정책의 공통성에 입각한 ‘민생 공조’, ‘개혁공조’, ‘자주공조’, ‘6.15공조’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독으로는 입법 추진이 어려운 의원 수의 한계, 냉전수구보수 저지의 역사적 당위성, 지지자들의 정치성향상의 근접성으로 볼 때,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사안별 공조의 폭이 약간 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공조의 내용은 열린우리당의 한계로 인해 민주노동당의 정책적 요구에 턱없이 모자랐고 다수당이자 집권당으로서 사안별 공조의 성과도 독차지하려 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법 제도 정책 개선을 위한 공조의 성과를 적극 홍보해 민주노동당의 업적으로 만드는 노력을 경주하는 한편, 민주노동당의 정책 원안과 비교해 열린우리당의 한계와 기회주의적 태도를 적극 폭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독자적 진보의제 제기를 기본으로 사안별 정책연대를 결합한 지난 3년 간의 민주노동당 원내전략은 원칙적으로 옳았으나 바로 이런 사안별 공조 성과 챙기기와 정책 차별화에서는 미흡했다고 생각된다.
민주노동당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태도는 한마디로 ‘투쟁을 기본으로 한 사안별 공조’이다. 제국주의 미국과 신자유주의정책에 반대하고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진보대연합 독자노선을 고수하면서 진보야당으로서의 타 당에 대한 네거티브(negative) 공격도 필요하지만. 구체적인 진보정책, 진정성 있는 실천, 새로운 모범의 창출과 전파라는 포지티브(positive)접근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생과 민주, 민권, 자주와 평화, 통일과 관련해 비록 사소한 긍정적 요소라도 발견되면, 소속 정당, 정파를 떠나 사안별 정책연대를 추진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이중대’ 또는 ‘수구세력과 손을 잡어?’라는 뒷공방이 두려워 열린우리당과 한 번, 한나라당과 한 번 하는 식의 평균주의적 공조가 아니라 역사적 대의에 입각해 당면 정세와 민중의 요구에 따라 보다 분명한 사안별 공조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필요하다면 당 대표나 원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도 공식, 비공식 회담을 제안해 나라와 민중의 장래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청와대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아예 무시하는 수준이라면, 대여 강경투쟁도 불사하는 진보야당의 진면목을 보여야 한다. 정부여당에 대한 실효성 있는 투쟁과 대화는 산별노조시대 노동운동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 더욱 필요하다. 노동자들의 대중투쟁을 정치적으로 엄호하고 정부여당을 움직여 사용자측을 압박, 설득해 산별교섭을 쟁취하며, 나아가 노동자, 민중의 경제․산업․노동 정책적 요구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2) 서민경제 살리는 진보적 경제발전론 내놔야
1) 중소영세기업 회생 없이 비정규직문제 해결 없다
그동안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안 통과 저지 위주의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사업이, 정작 860만 비정규직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또 그들에게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솔직히 돌아봐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쟁취투쟁은 비정규직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쟁점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거의 절반 이상이 반실업상태에 놓인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차별철폐, 정규직화에는 실제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물론 사내 사외 하청업체 노조나 비정규직 노조들의 당면 투쟁에 결합하고 원내외에서 열심히 지원했으나 민주노동당의 현실적 힘의 한계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또한 비정규직문제 해법을 너무 임금, 고용, 노동조건 등 노동정책 위주, 그것도 입법 중심으로 접근한 나머지,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간절히 바라는 일반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갖지 못한 것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서민경제가 매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진보적 경제․산업․노동 정책의 뚜렷한 제시 없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복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장은, 일반 민중들로부터 “말은 맞지만, 실현 가능한가?”, “당장 일자리도 없는데, 무슨 복지…”라는 식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일반 민중들의 눈높이에서는 우리의 주요 정책과 논리가 공허하게 받아들여지거나 때로는 사치로 비쳤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간 관련 상임위 소속 의원이나 당 정책위가 원-하청 불공정거래, 건설 하도급 비리, 부동산, 투기자본, 재벌 문제 등 경제현안에 대해 날카롭게 문제 제기하고 일시적으로 쟁점화하기도 했지만, 이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특히 신용상담, 임대아파트 문제 이외에 해당 서민경제 주체들과 직접 결합해 문제 해결 능력을 검증받거나 튼튼한 신뢰를 구축해 당의 지지 또는 우호세력으로 만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영세기업은 사업체 수 약 300만개(99.8%), 소속 노동자 수 1천47만 명(87.0%), 생산액 340조원(50.6%)이며, 서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압도적이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통계, 2003년 기준). 이는 주로 10~20인 영세사업장 수와 그 종사자 수가 급증한 데 기인한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만이 아니라 100인 이상의 중기업의 수와 그 종사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기에 중소기업의 하향 양극화는 더 심각하다. 90년대 이후, 특히 IMF위기 이후 대기업과 중기업의 빠른 구조조정에 따른 외주화(outsourcing)와 고용방출에 그 원인이 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 같은 중소기업 영세화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저하시키고 비정규직을 늘였으며, 노동시간, 작업환경 등 노동조건을 전반적으로 후퇴시켰다. 그러다보니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10~29인 사업장은 60%, 30~99인 사업장은 67%, 100~299인 사업장 73%, 300~499인 사업장 80%이며, 10인 미만 사업장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소영세기업들은 이렇게 임금을 적게 주면서도 경영 압박과 노동력 수급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자금 확보, 원자재 구매, 기술력, 판로 개척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며, 특히 중국으로의 공장 이전과 부품 반입, 내수 침체, 원-하청 불공정 거래에 환율 인상까지 겹쳐 무리 도산의 위기에 처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저임금, 비정규직, 실업 노동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대적인 중소기업 회생을 추진해야 한다. 사회복지분야 등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의 중소영세기업을 살리지 않고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실업해소는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의 당이자 중소상공인의 당으로서 비정규직 권리보장입법쟁취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연계시킨 중소기업 회생 종합대책’을 내놓고 그 관철을 위한 다양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특히 울산, 창원, 포항, 광양 등 전국 각 지역의 산업노동정책으로 구체화해 민주노동당 지역조직과 의원들, 대기업․중소기업․비정규직 노조, 시민단체들의 긴밀한 협조체계 속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연계한 중소기업 회생대책을 대전제로 노사정 연대 기금 조성과 사회양극화 해소, 원-하청 불공정거래 중단 등 재벌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 연동된 대기업노조 무쟁의선언 등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과감한 실천에 나서야 한다.
소상인, 즉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의 형편은 더욱 말이 아니다. 기업, 은행, 공공부문의 수많은 명퇴, 조퇴자들이 대거 창업에 나서면서 서비스업 자영업자가 무려 529만2천명으로 늘어났다(2003년 기준). 소상인의 국민경제 비중이 34.9%나 된다. 그런데 이들의 처지를 살펴보면, 신용불량자의 30~40%,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이 24.7%(2003년 기준), 정부지원 생계형 창업자 중에서만 1년 내 휴폐업이 약 24%이며, 상당수는 권리금, 임대료문제 때문에 폐업하고 싶어도 임차대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난감한 실정이다. 이들 자영업자의 평균 나이도 47.5세로서 정규직 노동자 평균 나이 36.8세 보다 열 살 이상 많아 가게 문을 닫고 난 다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도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소상인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수년간 신용상담과 상가임대차보호 관련 활동으로 소상인들로부터 적잖은 호응을 얻었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상인을 살리는 길은, 대부분 실업과 빈곤에 따른 생계형 창업이므로 내수가 회복돼 장사가 잘 되도록 하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적정한 임금의 노동자로 흡수하는 것이다. 또한 성공적 창업과 실패 확률 감소를 위한 각종 인프라 제공, 업종별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원활한 조정 매커니즘, ‘규모의 경제’를 위한 협업화, 사회적 약자인 점을 감안한 사회보장제도, 직업훈련과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필요하다. 300만 농민보다도 그 수가 더 많은 소상인은 신자유주의 시대 실업노동자의 또 다른 모습인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고 노동자, 소상인의 연대투쟁 등 다각도의 실천 노력이 요구된다.
또 하나의 지적사항은 복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등의 그간 민주노동당의 주요 공약은 실현 가능한 진보적 경제 발전 또는 성장 정책으로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축, 국방비 절감이나 누진세, 특히 부유세 도입 등의 조세개혁을 통한 사회복지 확대,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부문 지출 확대,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기초한 임금 차별 해소 등의 재분배 정책이 민주노동당의 주요 경제 관련 공약이었다. 민주노동당의 ‘분배를 통한 성장론’은, 단순화시켜 말하면, 재분배정책을 통해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대중의 구매력을 높여 내수를 진작시키자는 얘기로 서민경제 살리기의 필요조건은 될 수 있을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며, 대국민 설득력도 높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마스트플랜을 내놓지 않고 단편적으로 복지나 무상교육, 무상의료, 세제개혁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책임 있는 행정과 정치의 주체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소영세기업 및 소상인 회생책, 일자리 창출, 투기자본 규제, 재벌개혁 등의 경제대개혁, 남북경협의 활성화와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 그리고 새로운 국제경제협력의 개척과 다변화를 통해 서민경제를 살리고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민중경제론을 내놓고 공론화해야 한다.
올 하반기 민생살리기 전국순회도 예전처럼 공장, 농촌, 시장을 다니며 악수하고 일손 돕고 사진 찍는 것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비정규직, 농민, 노점상, 구멍가게 사장, 중소영세기업인, 주부 등 지역 서민주체들과의 간담회를 조직해 그들의 요구와 의견을 청취하고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며, 사후에 반드시 그 실천 노력의 결과를 알려줘 신뢰를 쌓는 실속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주민들로부터 신망 받는 당원들을 발동해 순회 간담회 조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 당면 자주․통일투쟁 과제도 민생 관점으로 해설, 홍보하는 것으로부터
서민경제가 어려운 만큼, 당면 자주․통일투쟁 과제도 가능한 한 민생 관점으로 해설, 홍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점차 구조적, 전체적 인식을 갖도록 대중 선전, 선동에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그래야 서민대중의 이해가 빠르고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지지 또는 동참의 의사를 갖게 된다. 물론 민생문제가 절박하다 해서 쟁점 현안인 자주․통일과제를 완전히 도외시한 채 사회경제적 의제, 빈곤과 실업 해소에만 올인해야 한다는 주장은 또 다른 대중추수주의다. 반대로 평택 미군기지확장이전저지투쟁이나 남북 교류협력사업 등 자주․통일투쟁에만 집중하고 민생현안에 소홀히 하거나 이들 투쟁도 정치군사적으로만 접근하는 것도 하나의 편향이다. 평택투쟁의 경우, 전략적 유연성이나 평택주민, 그 중에서도 대추리 주민의 생존권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서민생계가 매우 어려운 오늘의 현실에서 국민적 설득력이 약하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있는 투쟁 사안이라도 자신의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올바른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고 체계적인 의식을 갖추지 못한 다수 민중의 동의와 지지를 획득할 수 없다.
“평택 미군기지확장이전비용 45조원이면 서민생계를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해설, 홍보하면서 “남북화해시대와 미군 감축․철수 추세에 확장 이전이 웬 말이며, 특히 대중봉쇄 또는 침략전쟁의 전초기지화 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웬 말이냐”로 서민대중을 단계적으로 설득해야 했다. 지난 5.31 지방선거 때 이러한 정교한 홍보논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보수언론이 과격한(?) 투쟁형태만 부각시켜 일반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 때문에 이전․반환된 미군기지의 기름유출, 토양오염 보전비용을 한국정부가 전액 부담하는 것이나 미국의 한미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요구도 민생문제와 결부시켜 해설하면 대중적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대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 사업도 여러 측면에서 의의가 있겠으나 가능하면 중장기적으로 민생해결과 민족경제의 균형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해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반대투쟁은 서민경제와 직결돼 있고 반미자주화라는 전략노선과도 잇닿아 있으며 중간층까지 광범하게 동참시킬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현재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 중요한 투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정책과 교육선전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해 한미FTA가 각 산업업종과 계급계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지도집행 역량을 파견해 이 범국민적 투쟁에 앞장서고 각급 당 조직을 발동해 범국민운동본부 지역조직을 건설함으로써 근로민중의 정치의식을 높이고 각계 진보인사들을 당 주변에 포진,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계기로 삼는 한편, 진보개혁적 시민사회단체들은 상설연대체로 결집하도록 해야 한다.
(3) 대중정치활동을 기본으로 의정활동을 결합하는 원칙을 철저히 견지하라
“진보정당이라도 합법정당이기 때문에 의정활동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주장은 옳지 않다. 법, 제도 개선을 위한 의회활동은 소수정당이기에 타 당과의 사안별 공조로 입법을 실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외세 지배하의 분단된 자본주의사회의 성격과 사회정치적 구조로 볼 때, 의회공간만으로는 한국사회변혁 과제 실현을 완결시킬 수 없다. 총체적 진보의제 제기와 이를 통한 민중의 의식화, 조직화, 대중투쟁의 활성화에 명백한 한계가 있다. 또 진보정당의 원외투쟁이 단순히 의정활동을 뒷받침하는 압력 행사 정도에 그친다면 이 땅 민중들의 근본적 요구와는 상관없이 서구 사민당 같은 개량주의정당의 흉내만 내다가 말 것이다.
또한 상설연대체 건설과 연동해 “당은 의정활동, 연대연합체는 대중정치투쟁”이라는 식의 사고도 문제가 많다. 진보운동 전반을 ‘의정’과 ‘거리’에 가둬 동네와 직장, 즉 삶의 터전으로 힘 있게 뻗어나가는 진보정치운동의 대중화를 가로막게 된다. 이는 결정적 시기 친미신자유주의세력과의 판갈이 싸움을 위한 전민중의 총동원체제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것이 분명하다.
반대로 “열린우리당 이중대를 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진보적 의제만 발의하고 타당과의 법안 심의나 사안별 공조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도 명백히 좌편향이다. 이 주장은 혁명적 정세도 아닌 지금, 의회공간을 선동의 장으로만 사고하는 소아병일 뿐만 아니라 민중들로부터 “입법활동도 하지 않을 바에야 뭐 하러 의회 진출했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국회 현실에 비춰 타당과의 의정 협상이 없으면 민주노동당에게 단 하나의 연단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정권을 바꾸고 체제를 바꾸기 이전이라도 노동자, 민중의 절박한 요구와 이익을 담은 법, 제도, 정책의 개선은 중요하다. 비록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며 매우 불만족스럽더라도 이를 통해 민중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 민중들의 새 희망을 축적하며, 이를 매개로 광범한 민중의 의식화, 조직화, 대중투쟁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중중심, 투쟁적 원칙, 변혁적 지향이 흔들리지 않는 한 사안별 정책공조를 통한 법 제도 개선은 여전히 중요하며, 이를 홀시하거나 폄훼할 필요는 없다.
민주노동당 10명, 지금은 9명의 의원들은 법안 발의와 심의 등의 상임위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의정활동에서 각급 당 조직과 관련 대중조직, 시민사회단체들, 연대연합조직과의 유기적 관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 서민주체들과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결합은 매우 미흡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 개방 비준저지, 비정규직법 개악저지는 해당 주체인 전농, 민주노총과 결합해 나름대로 입체적 투쟁이 전개되었으나 나머지 사안들은 해당 의원실 차원에서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이 그토록 강조한 ‘거대한 소수’전략, ‘원내외 입체’전략 구사의 모델이 아직 구축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서민경제와 관련해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었던 ‘중소기업 현장과의 대화’도 몇 차례 행사로 그쳤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중소영세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홍보와 사후 조직화가 없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므로 이제 9인의 전사들은 하나같이 지역의 서민 주체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총선 대비 지역구 개척 차원을 넘어 전국 각 지역과 연계해 설령 원내 상임위 활동을 약간 소홀히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간담회, 토론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주민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모범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민주노동당은 원내외 활동의 유기적 관계를 더욱 높여야 한다. 개별 의원들의 다양한 활동경험도 조직계선을 통해 당으로 집약, 집중되어야 하며, “당은 중심, 의정은 꽃”이라는 말대로 당 우위의 의정활동 원칙은 반드시 관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외 입체적인 전략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원내외 활동경험을 두루 갖춘 지도․간부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회진출 3년밖에 되지 않은 민주노동당 초기증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 당직-공직 겸직 불허라는 제도상의 문제로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참여하지 않은 조건에서, 제반 의정활동이 거의 의원단 자체적으로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과 관련한 중요 사항은 당의 최고집행기관에, 일상적 정책활동은 정책조정기관에 사전 보고, 토론, 결정되어야 함에도 그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 의원들의 개별적 활동도 엄연히 민주노동당의 정치활동인데 개별적인 웹 메일 발송 이외에 당 조직으로 제 때 정확히 보고, 공유되고 조직적으로 당 안팎에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이와 같이 의정경험이 없는 당 지도부를 구성해놓고 신속한 정보와 풍부한 자료, 빠른 판단이 요구되는 의정활동을 의원들만의 임무로 삼는 현재 당의 제도와 관행을 고치지 않는다면, “민중에게서 민중에게로”라는 기치로 당원과 지지자, 나아가 각계 민중의 힘과 지혜로 구사되는 원내외 입체전략, ‘거대한 소수’전략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 대중정치활동에는 당 독자활동과 당이 참여하는 연대연합활동이 있다. 사회변혁의 준비기에 합법적 진보정당은 당 독자활동을 위주로 연대연합활동을 결합하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정치적 공간이 상당히 확대되었으며, 특히 정보화시대인 오늘날, 합법적 진보정당은 지하당처럼 우호적인 단체나 당 외곽조직을 통해서만 활동하지 않는다. 단일 정치조직 형태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기동력 있는 대중정치활동을 전개하면서 노조, 농민회, 학생회, 기타 다종다양한 주민조직, 현장조직의 제반 활동과 광범한 연대투쟁을 추동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독자적 활동을 소홀히 하고 제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투쟁을 위주로 하면 자신의 존재가 묻히고 일개 사회단체, 운동단체로 치부되어 수권정당, 국정담당세력으로서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하게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각계 민중의 공동투쟁, 연대투쟁을 활성화하고 당의 조직적 대중적 기반을 강화하며 ‘거대한 소수’전략을 보다 조직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상설연대체 건설과 참여에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한국사회변혁의 이론과 노선으로 보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운동 발전을 위한 현실적 요청으로 보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공동선언 실현을 지지하는 각계 민중의 대중조직이 함께 하는 상설연대체의 합법적 구심은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일 수밖에 없다. 해방 후의 민주주의민족전선이나 4.19 직후의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등의 역사적 경험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상설연대체는 당면 범국민운동의 성과를 토대로 건설된다. 1987년 6월 항쟁시기 민주쟁취범국민운동본부의 성과로 1989년 전국민족민주연합을, 1991년 이른바 6전(전노협, 전농, 전대협, 전청협, 전빈련, 전교조)이 참여한 국민연합의 성과로 1992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을 건설했듯이, 지금은 민중연대, 통일연대를 이어 당면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의 사상적 정치적 조직적 성과를 모아 새로운 상설연대체가 건설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특히 미국의 새로운 지배전략-그 정치적 버전인 뉴 라이트 구축, 경제적 버전인 한미자유무역협정, 군사적 버전인 ‘전략적 유연성’-이 가동돼 이 땅의 노동자, 농민, 서민들을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이 때, 각계 민중이 함께 하는 상설연대체 건설을 통한 조직적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연대운동의 사상적 조직적 대중적 수준을 감안해 과도한 표현이나 무리한 조직형식을 삼가하고 합의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상설연대체를 건설해야 하며, 문건 위주, 논쟁과 캠페인식 조직 건설이 아니라 각계와 각파를 인내심 있게 설득함으로써 가능한 최대한의 진보세력을 아울러야 할 것이다.
(4) 민주노동당, 민중생활공동체로 전환해야
21세기 진보정당은 변화된 정세와 대중의 다양한 기호에 맞게 민중생활공동체로 전환, 그 진보정치활동의 내용과 방식을 발전, 풍부화시켜야 한다. 물론 당은 정치결사체이지만, 오늘 같은 정보화시대에 당 사업을 정치활동, 그 중에서도 동원식 정치투쟁에 국한시켜서는 진보정치운동의 대중화를 실현할 수도, 서민대중으로부터의 신뢰를 얻을 수도 없다. 여전히 정치가 사회 전반의 결정적 변수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지금의 대중의 요구와 관심이 정치에만 있지 않다. 더구나 기존 보수정치인들의 행태가 ‘본래 의미의 정치’를 왜곡해 정치에 신물 나게 했기 때문에 일반 민중들이 정치와 더욱 멀어져 있다. 대중의 이 같은 탈정치 경향에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운동의 책임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대소 규모의 집회 시위, 서명, 캠페인 위주의 단조롭고 관성적인 정치투쟁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진보정당은 노동자, 민중의 정치생활만이 아니라 경제생활, 문화생활까지 책임져야 한다. 정치생활, 정치활동도 소수 열성 당원들이 주로 참여하는 동원식 정치투쟁만이 아니라 사이버 실천 등 정보화시대에 맞는 다종다양하고 창의적인 활동방식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수의 당원이 주인답게 참여하는 진보정당, 대중 속에 살아 숨 쉬는 진보정당이 될 수 없다. 또 진보정당과 전략적 동반자인 노동운동, 농민운동, 학생운동 등의 민중운동을 혁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을 민중의 정치․경제․문화생활을 보장하는 민중생활공동체로 전환, 노 농 학을 비롯한 광범한 서민대중의 공동체의식을 갖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노동운동의 부정적 이미지가 대안의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을 가로막고 민주노동당의 정체와 답보가 노동운동의 위기 극복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하기에 그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기존 사업체계와 사업방식을 전반적으로 보완해 당원과 지지자, 나아가 민중들의 정치생활, 경제생활, 문화생활까지 담보하는 생활공동체 프로그램을 갖추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데모하는 민주노동당’ 이미지를 걱정하지만,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대표체인 민주노동당이 데모를 안 할 수는 없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공세로 서민대중의 삶이 갈수록 피폐해지는데도 기존의 정부, 정당들이 해결 의지도 능력도 없으니 민주노동당이 민중의 자주적 요구와 단결투쟁에 앞장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왜 데모하는지는 가려진 채 데모하는 모습만 집중 조명된다는 데 있다. 이는 기존 언론의 농간이기도 하지만, 요구와 주장의 정당성을 초점으로 부각시키려는 끈질긴 노력, 능숙한 전략과 전술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회, 시위, 농성, 서명운동, 거리홍보가 민주노동당 활동의 거의 전부인 것처럼 대중의 눈에 비치는 것이다.
따라서 집회, 시위만이 아니라 당원들의 처지와 조건에 맞는 ‘정보화시대 다양하고 창의적인 진보정치 활동방식’이 개발, 실천되고, 여기에 주민대중과 함께 하는 문화생활, 경제생활 공동체 프로그램을 결합해야 한다. 그래야 당원들의 당 활동 참여도를 높일 수 있고 “먹고 살기도 힘든데 데모만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극복할 수 있다.
경제생활공동체는 생산, 유통, 소비, 신용 등 물질경제적인 부분을 서로 나누고 돌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민주노동당 홈페이지를 포털사이트로 전환, 경제생활 공동체방을 만들고 우선 쉬운 것, 당원과 지지자들의 물물교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또 농어민 당원들과 도시노동자 당원이 농수산물을 직거래할 수도 있고 직업 소개, 취업 상담도 하며 변호사, 의사, 약사, 그리고 자영업자 당원들이 자신의 사업을 소개하고 많은 당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면, 기존의 생활협동조합과는 수준을 달리하는, 높은 공동체정신에 기초한 새로운 생활협동조합, 소비조합, 신용조합을 탄생시킬 수 있다.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인과 노동자들을 함께 살리는 생산 공동체, 즉 노동중심의 진보적 중소기업 협업화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또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생활상의 편의를 돕는 경제생활공동체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개발하고 민중의 힘을 조직함으로써 당비나 국고보조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진보정당의 자립적 물적 토대까지 갖출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 많은 당원들이 알게 모르게 지역 생활협동조합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기업 노동자 당원들은 회사의 신용협동조합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협동조합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회원들의 경제생활을 개선하고 공동체의식을 높이며 진보운동의 물질적 토대로서 기능하지 않고 있으며, 지역별, 사업장별로 고립, 분산적이어서 질 높은 프로그램이 신속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인터넷 구매, 물류이동, 배달체계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전국 200여개 지역 당 조직을 가동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참여를 불러일으킨다면, 매우 훌륭한 새로운 경제생활공동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안에는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과 유경험자들도 많은데, 바로 이들을 규합해 중심주체를 세우면 새로운 경제생활공동체 구축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문화생활공동체는 외세 지배하의 신자유주의가 양산하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자유주의, 양키왜색, 황금만능, 퇴폐향락 등의 저질 문화를 극복하고 대안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는 거창한 의의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운동, 민중운동의 혁신을 위해서는 문화생활공동체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경제생활공동체 보다 쉽고 실현 가능성도 높다. 경제생활공동체는 자본주의 시장질서와 직접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개척해나가기가 쉽지 않고 현 체제하에서는 부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화생활공동체는 인적 물적 지적 준비정도 만큼 발전시킬 수 있으며, 당원으로부터 일반 민중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대중이 참여하는 사상문화 혁신의 진지요, 신자유주의라는 사막속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이 역시 당 홈페이지에 보육, 교육, 문학, 예술, 체육, 오락, 건강, 취미 등의 섹션으로 나눠진 문화생활공동체방을 만들고, 이미 전국 각 지역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외곽 교육문화사업이나 당원들의 문화생활 경험이 소개되고 이를 집약해 보다 풍부한 내용의 프로그램과 강사가 소개될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회, 자율방법대, 새마을 부녀회, 아파트 입주자 대표자회의, 조기축구회, 족구회 등 다종다양한 주민조직 속으로 파고 들어가 인간관계를 넓히면서 정치사업하는 당원들의 모범사례도 소개될 수 있다. 지역마다 차등은 있으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열성당원들이 주민속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도 분회-지역위원회-시도당-중앙당으로 거의 보고, 공유, 확산 되지 않고 있다. 지역위원회 사무실로부터 시작해 외곽 공간, 놀이터, 운동장, 공원, 노동복지회관, 심지어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문화회관까지 활용해 자주의식, 계급의식, 변혁의식, 공동체의식을 함양하는 진보적 문화생활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직과 사무직과 서비스직의 노동자과 그 가족들이 아무런 차별 없이 소득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필요에 따라 문화생활을 즐김으로써 산별노조시대 노동운동 혁신의 사상적 기초를 형성하고 수권정당의 토대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민주노동당이 당원과 근로민중들의 정치생활만이 아니라 경제생활과 문화생활까지 책임지지 않으면 10% 미만의 활동당원들만의 정당, 주민과의 결합력이 취약한 정당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의 사업체계를 민중생활공동체로 전환해야 하며, 중앙당에 ‘생활공동체 특위’를 설치, 이 사업을 관장하게 해야 한다. 정치생활, 정치활동은 각급 당 조직의 집행체계가 담당하기 때문에, ‘생활공동체 특위’는 문화생활과 경제생활을 주관하며, 여기에 관심 있는 열성당원들을 결집, 새로운 민중생활공동체 건설의 중심주체를 세워야 한다.
(5) 전민중의 당으로서 진보대연합 추진해야
당헌 전문에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 영세상공인, 도시빈민의 정당이며, 여성, 장애인, 청년과 학생, 양심적 지식인의 정당이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노동자, 농민만의 정당이 아니며, 노동자만의 당이나 ‘민주노총당’은 더 더욱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외세 지배의 분단된 자본주의사회에서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모든 사람들의 정당임이 분명하다. 민주노동당은 노동자가 주도하고 노농학을 주력기반으로 하며, 도시빈민, 영세상공인, 진보적 지식인 등 신자유주의로부터 피해를 입은 각계 민중이 모두 참여하는 전민중의 당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정당도, 몰 계급적 국민정당도 아닌 전민중의 당인 셈이다.
물론 조직화측면에서 비정규직, 중소영세상공인, 양심적 지식인 가운데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 정책측면에서 중소기업회생책, 비정규직법, 복지, 무상의료 무상교육 부유세, 그리고 자주와 통일 과제 중에서 무엇을 더 강조할 것인가에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사회주의 건설을 당면 목표로 하는 노동계급정당으로 규정하거나 계급적 원칙을 무시하고 대중성만 일면적으로 강조하는 국민정당식 발상은 모두 좌우편향으로서 주관적 견해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5.31 지방선거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주장하지 않는 ‘국민정당’을 가상해 그 대칭점에 있는 ‘계급정당’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논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계급정당 대 국민정당 논쟁이 당의 노선과 정체성 정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필자는 창당 이후 지금까지 민주노동당 안에서 ‘대중정당’, ‘진보적 대중정당’, ‘대중적 진보정당’, ‘진보대연합’이란 표현과 주장은 들어봤어도 ‘국민정당’을 주장하는 사람은 보지는 못했다. 진보정치투쟁의 현장은 “마당의 빗자루를 도깨비로 착시, 밤새도록 씨름 했다는 ‘전설의 고향’”이 아니다. 계급정당이냐 국민정당이냐를 따지는 관념적 논쟁은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없다. 말싸움 보다는 실천으로 경쟁해야 노동자 중심의 전민중의 당으로서의 민주노동당을 대폭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정당 주창자들은 860만 비정규직을 열심히 조직화하고, 국민정당을 주장하는 당원이 있다면 영세상공인 등 중간층을 적극 견인하라.
계급정당 대 국민정당 논쟁을 선의로 해석한다면, 민주노동당이 계급적 중심, 변혁적 원칙이 거세된 의회주의 개량주의 정당으로 변질될까봐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만으로는 지금의 민주노동당의 침체현상을 극복할 수 없다.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도약하지 않으면 역사와 민중 앞에 대죄를 짓는 민주노동당은, 계급적 중심, 투쟁적 원칙, 변혁적 지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명실상부한 진보적 대중정당에 걸맞는 이념과 노선, 방식, 기반, 인물, 체계 등 모든 것을 보다 설득력 있게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현재 민주노동당의 주요 지지층은 고학력 화이트칼라이다. 이제 노동자 기반을 저학력 블루칼라로, 비정규직 노동자로 넓혀야 한다. 중소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식인 등으로 당의 외연도 확대되어야 한다. 이렇게 “민주노동당으로의 진보세력 총단결”, 각계각층의 민중들이 민주노동당으로 총집결하는 ‘진보대연합’을 강력히 추진해야 대안의 정치세력, 나아가 수권세력이 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정치세력화는 너무나 당연한 핵심 사업이며, 영세기업인과 소상인의 포섭도 매우 중요한 민주노동당의 당면 사업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보다도 못한 약 200만 명의 영세기업 사장들, 약 520만 명에 이르는 소상인들은 구조조정과 실업자, 비정규직 양산의 결과이다. 이렇게 영세자영업자가 급증했지만, 상위 자산계층은 해외여행에서 소비처를 찾고 도시노동자는 실질임금이 하락해 구매력은 떨어지고 내수는 침체돼 1년 안에 문 닫기가 일쑤다. 바로 이것이 5.31 지방선거에서 영세상공인들의 극단적인 반노무현 정서의 배경이며 대거 한나라당 지지로 돌아선 요인이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농민만이 아니라 중소영세상공인들을 적극 견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소영세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눈치 빠른 이중성을 갖고 있으나 진정한 정치적 대변자가 생기면 적극 지지하는 지역사회의 여론주도층이기도 하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장사가 잘 되거나 새로 직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와 자영업자는 계급적 처지에서 전략적 동반자이며 양자 모두 민주노동당의 든든한 주역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임노동자와 소부르주아를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전통적 계급분석은 지금의 신자유주의 한국사회에서는 별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비정규직의 조직화와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강력히 추진하는 동시에, 보다 설득력 있는 중소영세기업인, 소상인 살리기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진정성 있는 실천에 나서야 하며, 수많은 직능단체 속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한편, 외세 지배하의 분단된 신자유주의사회인 한국사회에서는 적색과 녹색, 노동과 시민 사회가 따로 가거나 노동당 따로 사민당 따로 가면, 그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날의 경험이자 진보진영의 일치된 목소리다. 녹색당 준비가 실패한 이후 다시 초록정치연대가 움직이고 있으며, “열린 우리당도 아니고 민주노동당도 아니다”면서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뉴 레프트 주창자들도 생기고 있으나, 독자 정치세력화를 시도하거나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계개편과정에 중도통합정당이나 중도좌파정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이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적극 견인해야 하며, 주의주장과 과거를 불문하고 신자유주의에 명백히 반대하고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대전제에 합의하면 그 누구와도 손잡고 진보정당사업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는 9월 정기국회 기간 중의 암중모색을 거쳐 연말연초에 정계개편의 밑그림이 점차 가시화될 것이다. 반한나라당전선에서 중도세력이 통합을 하든, 중도 좌우파가 나눠지든 향후 정계개편에 대해 수동적 자세를 취하면, 민주노동당의 외연은 대폭 축소될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정책을 일정하게 비판하는 중소좌파정당이 출현할 경우, 민주노동당의 지지자들까지 흔들리는 사태가 예상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에도 동요하지 않고 오히려 외연 확장의 기회로 삼는 능동적인 대응전략, 즉 ‘공세적인 진보대연합’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진보대연합을 추진하는 정치행위가 중요하다. 민주노동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 민중에게 새 희망을 주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정규직까지 망라해 노동계급의 중심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각계 진보세력을 최대한 망라해 “이제 민주노동당으로 다 모이는 구나”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일수록 이상 보다 현실, 내일 보다 오늘, 외상 보다는 현찰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조건에 놓여 있다. 진보세력, 민중진영이 총결집해 힘이 있다고 느낄 때 노동계급도 안심하고 민주노동당에 대거 합류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진보정치세력화는 결코 단계론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노동자 다음에 농민을, 농민 다음에 중소영세상공인을 조직하는 식이 아님은 이미 세계진보정당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6) 그 밖의 주요 혁신과제들
첫째, 민주노동당은 복수노조, 산별노조 시대에 걸맞는 노동운동의 혁신에 앞장서야 한다. 일부 노동계의 비리, 대기업 정규직 중심, 임단투 위주의 기업별 노조체계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소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예컨대 노사정 연대 기금 조성과 사회양극화 해소, 대규모 중소기업 회생책과 연계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정부와 재벌의 서민경제 회복 대책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전제로 한 대기업노조 임금동결과 무쟁의선언 등 1천5백만 노동계급과 서민대중에게 감동을 주는 특별대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산별조직형태 전환에 자족하거나 과대 포장할 게 아니라 새로운 노동운동의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노조와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계급의식 향상, 노동자 내부의 다양한 요구의 통일, 광범한 비정규직의 조직화, 산업별 투쟁과 교섭에 대한 정치적 안내와 엄호, 지지 등 민주노동당과 노동자당원들의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당원들이 앞장서 지역 정치사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노조로 전국 각 지역의 비정규직을 대대적으로 조직함으로써 산업별 노조도 강화하고 당 조직도 튼튼히 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의 우군인 민주노총 조합원에 대한 정치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당원 가입율을 현재의 5%에서 10%로 끌어올려야 한다. 또 한국노총 조합원에 대한 적극적 견인도 필요하다. 양대노총의 공조와 민주적 재편, 통합과 병행해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의 민주노동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를 목적의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노총을 현재와 같이 방치하면, 필연적으로 친미자유주의세력과 친미보수세력에게 분할 점령되고 말 것이다.
둘째, 민주노동당 대선 예비후보들을 조직 가시화해야 한다. 대선후보 선출은 당원만이 아니라 지지자들까지, 그리고 보다 많은 민중들과 진보세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중참여형’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연구, 검토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선출 시기는 이렇게 당원과 민중들이 함께 참여하는 ‘민중참여형 선거제도’를 마련한 다음 내년 하반기에 실시하더라도, 예비후보 가시화는 빠를수록 좋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노동당의 정체와 답보를 극복할 뚜렷한 돌파구가 없고 민중에게 새 희망을 안겨줄 특별한 계기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대선 예비후보 조기 가시화를 통한 대국민 정치의 활성화, 진보운동 전반의 총체적 혁신, 진보대연합 추진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대선 예비후보들이 당면 한미FTA범국민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서민경제를 살리고 꼬인 북미관계를 풀며 노동운동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는 복안을 내놓고 총체적인 경제대개혁 청사진을 제시해 근로민중들의 새로운 희망을 조직해야 한다. 아울러 각계 진보세력을 당으로 적극 견인하는데 경쟁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 외에 민중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다른 방법이 있겠나 싶다.
셋째, 민주노동당은 중앙과 지역의 대중정치 지도자를 많이 발굴,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안의 정치세력, 수권정당의 면모는 노선도 정책도 기반도 중요하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 결정난다. 초, 중, 고급 정치지도자과정 등 중앙연수원의 단계별, 수준별 교육훈련체계가 필요하며 중앙과 지역의 언론을 통한 목적의식적 홍보도 중요하다. 특히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주민과의 사업을 집중 지원하고 그 활약상과 모범사례를 널리 홍보해야 한다. 진보정당의 유력한 성장경로가 아래로부터의 모범의 확산에 있다고 할 때 의정 지원은 여러 당 사업 가운데 단연 앞 순위인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넷째, 대중정당으로서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당의 제도는 이른 시일 안에 손을 봐야 한다. 의회주의 편향을 막기 위해 도입한 당직-공직 분리 제도도 국민적 인지도, 지지도가 높은 대중 정치지도자를 당의 구심으로 내세워 대중의 신뢰를 높이는 데 장애가 되었으므로 최소한 대표에 한해서라도 겸직을 허용해야 마땅하다. 정책 당 대회, 중앙위 산하 상임위 설치 등 의결집행기구의 효율적 운영에 필요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진보정당이 일상적 대중 정치사업을 위해 시군구 조직을 갖는 것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적 문제이다. 그러나 현행 정치관계법 상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법 개정투쟁과 아울러 지역위원회 조직을 지역정책연구소, 지역인터넷신문, 지역문화센터 등 지역실정에 맞는 외곽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당원만이 아니라 주민들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민중생활공동체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는 편한 공간이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3. 마치며
이와 같이 민주노동당의 정체와 답보를 돌파하는 길은 ‘감동적인 대국민 정치의 활성화’, ‘당과 노동운동, 학생운동 등의 총체적인 혁신’, ‘강력한 진보대연합 추진’에 있다. 그런데 민중에게 새 희망을 주는 3대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몇 가지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는 당 지도부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지금과 같이 사소한 문제에 매달려 대국민 정치에서 시기를 놓치고 진보운동 혁신과 진보대연합 추진에서 이 눈치 저 눈치를 살피다가는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둘째, 정파, 계파를 불문하고 실력과 자세가 검증된 최고의 기량들이 중앙당으로 집결해야 한다. 8월초 단행한 무리 없는 인사 정도로도 부족하다. 사상과 노선을 따지지 말고 실력 본위, 자세 우선의 인사 조치로 진보진영의 최고 일꾼들을 집합시켜야 한다. 전직 지도부, 전 의원도 적극 발동해야 한다. 그리고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에 당의 유능한 지도집행력을 파견해야 한다.
셋째, 지난 과정의 감정과 편견을 버리고 서로 생각이 다른 당 일꾼들끼리 대화, 토론하고 함께 일하는 습관을 들이고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진보정치, 진보운동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상적 도덕적 우월성을 인정받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학생운동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대중으로부터 손가락질 받기 쉬울 정도로 도덕적 우월성이 땅에 떨어져 있으며, 더구나 문제 해결 능력에 있어서는 아예 무시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는 사상과 이론과 노선은 죽은 것이다. 이제 몇 가지 교과서적인 명제가 아니라 풍부한 정책과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고단한 삶에서 오는 대중의 요구와 정서와 의식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실력 있게 뭔가를 해 보여줘야 한다. 대중을 감동시키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온몸에 배이도록 하지 않으면, 결코 노동계급과 근로민중의 심장을 틀어쥘 수 없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그 만큼 우리 사회를 파편화시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보운동, 민중운동이 그 만큼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이비 개혁의 실패가 초래한 동반 추락만을 탓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요행은 통하지 않는다. 민심은 천심이자 과학임을 명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혁신하고 또 혁신하자. ‘말로만의 혁신’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하루빨리 혁신의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할 중심주체를 형성하여 어느 사업, 어느 지역, 어느 현장에서 비단 작은 모범사례라도 창출하고 축적해 이를 전면화시켜야 한다. 생존의 위기에 놓인 외세 지배하의 분단조국과 근로민중의 현실은 진보정당, 진보운동이 ‘혁신’을 단 한순간도 지체되거나 실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연이은 총선을 계기로 대안의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영원한 소수’로 고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혁신의 실천과 모범의 창출은 더욱 시급하다. 뜻있는 당원들부터 ‘혁신의 발파공’이 되자. 그러면 당-노조, 농민회, 학생회 등 연대연합체로 혁신의 기운과 열기가 전파될 것이다. 즉각적인 혁신 실천으로 노동자, 민중의 새 희망을 조직하자!(2006. 8. 1 작성, <이론과 실천>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