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리뷰에서 잠발란의 Lynx 헌팅 부츠를 리뷰해 보았습니다만 이번에는 한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군용 등산화, 택티컬 등산화를 직접 착용해 보고 하이킹도 해본 후기를 여러분과 나누어 볼까 합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대부분은 한번쯤 군화를 신어보신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사회에서 운동화만 신다가 처음으로 딱딱한 가죽 군화를 신어보신 분들은 아마 대부분 적잖이 힘든 시간을 보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딱딱한 토우캡에 발톱이 빠지거나, 뒷축이나 발목 부분이 까진 채로 행군을 계속 해야 하는 경험을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신으면 신을수록 마법처럼 편해지는 경험도 해보셨을 거예요. 병장 정도 되면 모든 활동을 군화와 함께 하는 분들도 많죠? 작업을 할 때도, 축구나 농구 같은 운동을 할 때도, 심지어 사복을 입고 외출을 나갈 때에도 군화를 신고 나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군화는 보통의 운동화와는 다른 소재로 만들어집니다. 딱딱하고 두꺼운 가죽을 모양 틀에 놓고 압력을 가해 일정한 형태로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개인의 발 모양에 맞춘 수제화가 아니라 대중들의 보편적인 발 모양으로 똑같이 찍어낸 신발입니다. 게다가 거친 환경에서 발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견고한 가죽으로 만들어 집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잘 맞을 수도 있지만, 아닐 경우 고통을 안겨줄 수 있는 신발인 것입니다.
통가죽으로 만든 군화는 브레이크 인이라는 과정을 거쳐 자신의 발모양에 조금씩 맞춰져 가게 됩니다. 딱딱하던 가죽이 오랜 시간 동안 발과 밀착하여 발의 골격과 수만번의 관절의 움직임에 따라 주름이 생기고 발의 습기에 의해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길이 듭니다. 이렇게 길이 잘 든 군화는 어떠한 운동화도 따라올 수 없는 편안함과 안정감, 견고함을 선사합니다.
오래 신은 군화가 그렇게 편하다면, 만약 그렇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의 길들이기 과정이 필요없는 군화는 없을까요? 어떠한 족형을 가진 사람이 신더라도 처음부터 편안하면서 동시에 튼튼함과 안정감을 두루 갖춘 그런 군화는 없을까요?
헬스인들에게 더욱 유명한 브랜드인 언더아머는 미국의 유명한 사냥 유튜버이자 작가인 카메론 헤인즈와의 협업을 통해 그의 이름 이니셜을 딴 언더아머 CH1이라는 택티컬 부츠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전술 부츠는 기존의 전술화나 등산화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군화입니다. 뛰어난 착화감을 선사하기 위해 과감히 가죽 소재를 버리고 천에다 그물 모양의 강화 플라스틱을 씌웠습니다. 고어텍스 소재의 패브릭은 완벽한 방수 성능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인 슈 레이스 대신에 BOA 라는 다이얼식 케이블 와이어를 통해 신발을 조이고 풀 수 있습니다. 접지력이 좋으면서도 견고한 비브람의 메가그립 밑창과, 푹신하면서도 안정적인 중창을 사용하여 운동화와 같은 편안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거친 노면도 빠르게 달릴 수 있을 정도의 견고함 또한 제공하고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이 전술화에도 몇가지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첫번째 문제이자 가장 큰 문제로, 수많은 사냥꾼들과 군인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결함은 바로 이상한 삐걱거리는 소리입니다. 부츠의 혓바닥이 발목 안쪽에 덧대어진 가죽과 마찰되면서 걸을 때마다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작전 도중 기도비닉을 유지해야하는 군인에게도, 사냥감에 몰래 다가가야 하는 헌터에게도 이러한 노이즈는 큰 문제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등산화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정도 노이즈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가죽 부분에 식용유를 발라서 닦아내면 저 소리가 사라진다고 하니 참조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두번째는 내구성입니다. 아무리 강화 플라스틱으로 보강을 해놓아도 패브릭은 패브릭입니다. 천연 통가죽만큼 내구성이 좋을 수는 없습니다. 호카 오네오네의 많은 제품들도 고어텍스 패브릭을 소재로 하여 만들고 있습니다만, 내구성을 문제 삼는 분들은 안 계시니,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등산화로 쓰이기에 적당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문제점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많은 소비자들이 방수에 결함이 있는 부츠를 리턴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운 좋게도 제 꺼에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몇가지 문제점만 제외하면 언더아머 CH1 전술화는 지금껏 나온 어떤 군화나 사냥용 등산화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냥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이 신발을 사냥용이 아닌 등산용으로 사용할 경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두개의 보아 다이얼 덕분에 이 전술화의 밀착감은 어떠한 등산화보다 뛰어납니다. 신발 한켤레의 무게는 고작 480그램으로, 한짝을 다 해도 1 킬로그램을 넘지 않습니다. 바닥은 비브람 메가 그립으로 어떠한 지형과 기후에도 접지력을 유지합니다.
이 신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착화감입니다. 마치 링에 서는 복서의 신발처럼 발의 굴곡에 완벽하게 매치되는 착화감은 운동화 이상의 편안함을 제공합니다. 두번째 장점은 7인치가 넘는 발목의 높이입니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밀착감과 하이컷이 주는 안정감은 발목이 약한 분에게도 어떠한 노면에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자신감을 제공합니다. 푹신하면서도 딱딱한 미드솔과 아웃솔은 중등산화 이상의 안정감을 선사합니다. 아 물론 통가죽 등산화만큼의 내구성을 가지지는 않습니다만, 요즘 하이커들 중 등산화 한켤레로 십년씩 신으시는 분은 없지 않을까요? 등산을 하는 동안 찢어지지 않을 정도의 내구성이라면, 이 전술화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언더아머 카메론 헤인즈 넘버 1과 비슷한 컨셉의 아웃도어 워킹화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생각을 조금만 넓히면 보다 즐겁고 편안한 하이킹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이키 마운틴 플라이 vs. 나이키 마운틴 x 언더커버 vs. 아디다스 테렉스 콜드 레디
이 정도 군화들이라면 군생활 할 맛 날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