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할꼬!
元 俊 淵
요즘 세상에는 가짜뉴스Fake News나 허위 정보가 판을 치고 있다. 숨겨진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예를 들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김정은의 사망설이라든가, 코로나19는 빌게이츠가 만들었다는 뉴스 등이다. 세태에 편승한 가짜뉴스나 허위 정보로 세인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가짜뉴스까지는 아니지만, 선친이 관련된 기사에는 가짜 정보가 올려져 있어서, 지인들의 오해를 살만한 일이 생긴 적이 있다.
선친께서 남겨 놓으신 ‘원종린수필문학상’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제16회를 무사하게 잘 마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그에 대한 기사가 우리 지역의 금강일보 인터넷뉴스에 소개되었다. 그런데 선친의 호號가 산남山南으로 되어 있다. 듣도 보도 못한 호라서 그저 말문이 막혔다.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말인데, 어디서 따다 쓴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운영위원 중의 한 분이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것을 따다 쓴 것 같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내친 김에 몇 군데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 선친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았다.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약간 과장해서 표현을 한다면 반은 틀린 내용이다. 단순 오류도 아닌, 이런 엉터리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였다. 어떻게 처리를 해야 좋은 지 떠오르는 방안도 없다. 대충 오류를 옮겨다 적어 보면,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대학원 문헌정보학과 인문과학 석사, 1947년 수필가로 첫 입문, 공주교육대학교 명예교수, 「1950년대 후반 시절 정림사지 석탑」(1969년) 발표, 영세명은 요셉, 호는 산남 등등이다. 한두 군데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분을 만들어 놓았다. 단순한 오류든 허위 정보든 가짜뉴스든 간에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사람을 참으로 난감하게 만든다. 무섭다는 느낌마저 든다.
선친은 미국 죠지 피바디 사범대학 도서관학과를 졸업하셨지, 밴더빌트 대학의 석사를 취득하신 일은 없다. 선친이 『현대문학』을 통해서 수필가로 등단하신 해는 1965년이다. 공주교육대학에서 정년을 하시고는 이어서 충남대학교 에서 강의를 하셨다. 1969년에 「1950년대 후반 시절 정림사지 석탑」을 발표하시지도 않았다. 선친은 내 기억으로는 2-3년 성당에 다니셨던 것 같다. 그때 받은 영세명은 헤로지 요셉이 아니다. 그리고 전학을 간 학생처럼, 이미 천주교를 떠나셨기 때문에 천주교인으로 소개하는 것도 무리다. 선친은 안방에 예수님의 사진을 걸어 놓고 열심히 아주 열심히 홀로 기도를 드린 분이다. 또 선친은 분명 누군가로부터 호를 받으신 일은 있으나 사용은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함자를 가장 아끼며 사랑하셨고, 다른 이명은 사용하지 않으셨다. 자녀들도 아버지의 호를 기억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정녕코 산남은 아닌데, 호가 실제로 산남인 분의 심정은 어떨까!
도무지 이러한 오륜지 허위는 어디서 생겨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후손으로서 선친의 인생역정을 올바르게 정정하고 싶은 마음은 실로 간절하나, 수정을 요청하는 것도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쉬울 것 같지도 않아서 마냥 손을 놓고 있다. 비단 선친에게만 있는 일은 아닐진대, 정말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다. 하긴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려보내는 경우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전쟁사나 정쟁사를 살펴보면, 기만전술의 하나로 응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공법은 아니나 상대를 이기고 싶은 충정에서 나온 계략으로 치졸한 발상이다. 모두 지우고 싶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기록들이라고 생각한다.
기만전술도 용서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개개인의 소중한 이력을 소홀히 다루어서 왜곡한다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친을 완벽하게 딴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이를 어이할꼬 어이할꼬.
(시와함께 2021. 봄호, 006)
첫댓글 언론보도 내용은 아니지만 이 코너에 올립니다.
오류가 있는 일부 언론보도 내용이
다소나마 해소 되길 바라는 원준연 운영위원장님의 심경을 함께 나눕니다.
며칠전에 제가 반나절 헤맨적이 있습니다.
백과사전에 주요작품 <1950년대 후반기절 정림사지>라고 되어있어 그 작품 찾느라 엄청 ; ; ;
수필집 제목이 아니니 작품이라도 있는 줄 알고 ㅠ ㅠ
아~ 이렇게 많은 오류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제가 올린 글은 확인하고 수정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