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에서 무주로 가는 국도변에는 고딕 양식의 멋드러진 성당이 하나 있다.
구비구비 산길을 돌아서면 오천리라는 이정표가 보이고 마을이 나타난다. 가끔 이곳을 지나칠 때면, 언덕 위에 우뚝 서 있는 고딕 양식의 건물이 우리나라 산천의 작은 산골 마을의 둥글둥글한 풍경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나쳤지만, 고색창연한 건물의 외관만은 멋져 보여 한 번쯤은 그곳에 머물며 그 안을 기웃거려 보고 싶었던 곳이다.
지난 2012년 성탄절에 세례를 받아 천주교 신자가 되어선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어느 곳을 가든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성당 건물들이 이젠 눈에 자주 들어온다. 예전엔 단지 고풍스런 교회 건물인지 알았는데, 언덕에 살짝 비치는 성모 마리아님의 상을 보니 이곳은 성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동행이 있었건만 애써 그들의 양해를 구하고 언덕 위의 성당으로 차를 몰았다. 출입문 앞에는 김대건 신부의 석고 조각상이 서 있다. 성당 앞에 트럭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짐작은 가건만, 안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당겨보니 출입문에는 '붕괴 위험이 있어 폐쇠'한다는 글씨가 쓰인 종이가 붙어 있고 이미 건물의 여기저기는 무너져 가고 있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져 버린 건물은 이제 흉측한 괴물이 되어 남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저 건물이 보수 되어 다시 이용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려 오는데, 민들레꽃 서너 송이가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 준다.
예
전에 평촌마을은 한때 50∼60가구가 살던 큰 마을이었단다. 이곳에 평촌성당이 들어선 것은 30 여년 전쯤이라고 한다. 이곳 오천리 평촌 마을은 장수군 천천면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었기에 사람의 왕래가 잦고, 넓은 농지도 끼고 있어 예전부터 골고루 잘 사는 마을로 통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줄어 성당도 쇠락해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