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어로 피에타는 ‘슬픔, 비탄’을 뜻한다.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시체를 매장하기 전,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무릎 위에 안아본다. 피에타라고 칭해지는 이 주제는 복음서 구절이나 외경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피에타는 원전에 구애받을 필요 없이, 미술가들에게는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합한 주제로 선택되어졌다. 예수의 가장 가까운 친척들과 친구만이 그를 둘러싸고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의 장면에서 마리아와 예수만을 선택하여, 분리시킨 피에타의 기원은 13세기 독일에서 부터라고 한다.
미켈란젤로 [피에타] 1498~1500년 조각, 대리석, 성 베드로 성당 소장
1499년 완성된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피에타]에는 젊은 마리아의 침착한 아름다움이 주조를 이룬다. 그리스도의 몸은 잠든 아기처럼 성모 마리아의 무릎을 가로질러 뉘어져 있다. 젊고 아름다운 마리아의 모습과 어머니의 무릎에서 잠든 것 같은 그리스도의 평온한 표정에는 고통의 긴장감은 없다. 마리아의 가슴에 놓인 띠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가 서명을 남긴 유일한 조각이다.
미켈란젤로 [피에타] 세부 – 마리아 얼굴
미켈란젤로 [피에타] 세부 – 그리스도 얼굴
[피에타]에 대한 미켈란젤로 자신의 설명은 아름다움에 기반을 둔 신비주의가 어떻게 그의 작품전체를 아우르는지 말해준다. 그는 앳된 얼굴로 표현된 마리아에 대해 제자 아스카니오 콘디비(Ascanio Condivi)에게 이렇게 말했다.
“순결한 여자들이 순결하지 않은 여자들보다 젊음을 더 잘 유지한다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티끌만큼도 추잡한 욕망의 때가 묻지 않은 육체를 가진 동정녀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일세. 반면 아들인 그리스도에게는 아무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어. 그는 인간의 몸을 가졌기에 늙은 것이지...... 그러니 내가 가장 신성한 처녀인 성모 마리아, 즉 신의 어머니를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게 표현하고 아들인 그리스도는 나이에 맞게 표현했다고 해서 놀라지 말게나”
논란을 불러 일으킬법한 미켈란젤로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 그가 단테의 [신곡]을 꼼꼼히 읽고, “동정녀 마리아, 당신 아들의 딸이시여!” 라는 천국 편 33곡 첫 구절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생 이상적인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그는 성모의 비극적인 탄식을 초월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글 : 정은진 / 문학박사, 서양미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