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사주, 점집이 그렇게 많은가 ! – 한국방문후기 (1)
2년만에 다시 찾은 한국은 또 변했다. 외국에 살다가 몇 년 만에 고국방문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은 ‘말이 통하는 외국’이라고 푸념(?)들을 하곤 한다. 그 만큼 빠른 변화다.
눈에 보이는 현상에 대해서는 항상 느긋하게, 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필자 마저도 이제는 그 표피적 변화에 대한 열등감, 부러움과 탈락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방문이었다. 세상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변화 속도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을 것이다.
낮은 하늘에서 고국의 산하를 내려다 보니 한눈에도 훨씬 많아진 골프장과 미국하늘에서 보듯이 도로와 주택지들이 정비되고 정갈해져 있었다. 인천 공항의 입국수속은 물 흐르듯 했고, 올라탄 공항버스는 안락하고 빨랐다. 정류장마다 무거운 여행 트렁크를 옮겨주는 도우미아저씨들의 모습도 처음 보는 장면이다. 단순한 고마움 이상이었다.
나이가 먹어서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면 두가지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휴대폰과 화장실이다. ‘화장실만 보이면 무조건 볼일보고 와라.’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내에서 여행할 때는 항상 몸에 화장지는 필수품으로 붙이고 다녀야 했지만 한국에 와서는 아침에 호주머니에 넣어둔 화장지가 숙소에 돌아 올때까지 그대로 있다. 화장지를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그런 나라가 그렇게 많지 않다.
거의 없다. 예전에도 느꼈지만 어딜가나 ‘천상나라의 화장실’임을 다시 한번 더 느꼈다. 한두 사람의 노력과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여행때마다 반복되는 휴대폰 분실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겪었다. 아내에게 혼날 게 뻔하다.
세계호남향우회 2박3일행사를 마치고 광주행 2대의 버스는 일행들을 송정역앞에 세워줬다. 잠깐 역사 1층 구석에 있는 화장실에 들렸다. 나와서 택시로 숙소인 상무지구에 있는 호텔로 갔다.
또래의 운전기사와 구 광송간 도로, 서창교, 운천저수지등 50년전 이야기로 감회에 젖어 호텔에 도착하자 내려서 요금을 계산하려고 셀폰과 함께 있는 카드를 찾으려는 데 천지에 셀폰이 있어야 지요, 이제부터가 여행시작이나 마찬가지인데 … 택시를 그대로 되돌려서 송정역 화장실을 향해 질주했다.
한국은 요즈음에는 남의 물건 손 안대요, 별별 이야기로 위로와 안심을 주지만 아무리 태연한 척해도 미국에 있는 와이프 전화번호 조차도 생각이 안 난다. 향후 여행일정등 상상만으로도 앞이 끔찍하다. 화장실로 쇄도했다. 없다. 나와서 두리번 두리번 순찰차가 한 대가 서 있다. ‘저.. 여기..화장실에..’ 말이 끝나자마자 ‘워싱턴에서 오신 강선생님 ? 여차여차해서 친절하게 역사 2층으로 올라가서 민원실로 안내한다. 그래서 찾았다.
마지막 일정으로 20여명이 1박2일 짧은 일정에 여러 곳을 방문하다 보니 화순 팬션에서 아침 먹고 두군데 거친 뒤에 광주시내 식당에 도착했다.
일행중 1명이 셀폰이 없다는 사실을 분실 4시간 후에야 알게 된다. 일행 모두가 비상사태다. 지나 친 몇곳을 별별 수소문해 봤지만 허탕, 전화회사와 분주하게 분실물확인절차를 걸쳐서 1시간만에 시골 길가에 떨어져 있는 셀폰(경치가 좋아서 잠깐 차에서 내리면서 흘렸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주었다. 미국이라면(?) 불가능하다. 아니 단언컨데 세상천지간에 그런 나라는 없다.
말로만 듣던 KTX를 처음으로 타 봤다. 빠르다. 안에 있어서인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물었다. ‘시속이 ?’ 300km라고 한다. 공중부양인가 ? 아녀,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승용차의 속도가 120km라는데 경운기처럼 느려 보인다.
국내선 항공기를 탈 이유가 있을까? 혼자서 괜한 의문을 가져 본다. 그 경이로움과 감탄사에 몇차례 승무원에게 조용히하라는 제지를 당해야만 했다. 야속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1988년 일본 연수길에 타 봤던 신칸센을 부러워할 이유도 사라져 버렸다.
이른 아침의 강남대로 주변은 출근하는 인파로 인산 인해다. (계속)
왠 사주, 점집이 그렇게 많은가 ! – 한국방문후기 (2)
이른 아침의 강남대로 주변은 출근하는 인파로 인산 인해다. 도로 뒷면에 있는 아침밥집들도 더불어 바쁘다.
늦은 밤 술에 따른 해장국손님들도 찾고, 혼자사는 직장인, 지방에서 출장 온 사람들도 있다. 빌딩안에다 해장국집을 허가해 줄리가 없으니 빌딩 바로 뒤에 나즈막한 상가 건물들이 즐비하다. 미국에는 없는 또다른 풍경이다.
임대료가 비싸서 대부분 점심,저녁식당들이다. 아침식당을 찾으려면 쉽지도 않고, 그래서 겨우 찾은 아침밥집은 또 매우 붐빈다. 밥집을 찾으러 다니다 보니 사주, 점, 관상보는 집들이 강남의 한복판 고층빌딩을 사이에 두고 한집 건너 점쟁이들이 있다.
마치 고목나무 아래 찌그러진 초막처럼 고층빌딩 숲 뒷편에 부적이나, 도사 그림들로 유리창이 장식되어서 기괴했지만 또한 서로의 필요가 작용한듯 호기심도 발동한다. 앞의 수천억 건물은 다름아닌 점쟁이가 주인이란다. 사주와 점으로 돈을 벌어서 샀다는 이야기는 그냥 흘려버리려고 한다. 아직까지 필자는 ‘과학과 미신’이 공존할 거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이상했다.
미아리에 있는 점집들을 일시에 철거해 버렸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곳을 확인해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 사주, 점집도 강남으로 강남으로 몰려야 산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광화문에 있는 옛 회사 사옥근처에서 옛 회사 동료들과 식사를 했다. 20년, 또는 40년전의 그 때 그 시절로 금방 돌아갈 수 있어서 좋고도 서글펐다. 천년 만수를 누릴 것처럼 치세를 누렸던 그들은 회사를 빼앗기고 감옥에 가 있는 지 사라지고 없다. 건방진 대가치고는 너무나 많은 종업원과 가족들과 인생들을 송두리째 뒤틀어버렸다.
그런가 하면 사옥 옆의 아주 소박한 교회(새문안교회)는 온데간데 없고 어마 무시한 둥그런 건물외벽을 보니 내가 믿고 있는 그 주님마저 높다란 십자가 앞에 기가 죽어서 엎드릴 지경이었다. 도대체 점쟁이를 믿는 것과 뭐가 다른 지를 모를 지경이다.
미션과 믿음의 ‘방향’이 잘못되면 사회가 극도로 혼란스러워진다. 쇼비니즘적 광기의 사회가 발톱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주집이 세계 최점단 테크놀로지 타운인 강남대로 주변에 바퀴벌레들처럼 도사리고 있다는 것은 역동적이랄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들에게는 쉽게 노출되지 않는 음산한 모습이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내밀하게 통할 수 있는 ‘한탕주의와 일탈, 불안감’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른 이면의 모습이다.
‘최고권력’ 주변마저 사주와 주술, 미신과 점에 국정을 의존하고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낭설이 아니라는 걸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지점이라고도 여겨진다.
그런 거 없이도 창창한 국가미래를 이끌 현명하고도 명철한 국민들이 넘쳐난다는 생각을 진정 모르고 나라를 경영하고 있지나 않는 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