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를 키우려는 분들이 제목과 같은 검색어로 제 블로그를 많이 찾아오시는데 정작 쓸만한 정보는 없어서 본의 아니게 낚시질을 해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주 기초적인 민물가재 사육법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1. 들어가며
애완용 민물가재에 대해 가장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다음 까페 "집게발"(cafe.daum.net/claws)일 거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제대로 가재를 키우고 싶으신 분은 까페에 가입해서 고수님들의 글을 많이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포스트는 단지 급하게 정보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한 지식을 모아둔 것입니다. 일단 가재를 키우려고 마음먹고 찾아오신 분들이라는 점을 전제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2. 필수 아이템 구입
(1) 구입 방법
필수 아이템은 i) 수조, ii) 여과기, iii) 바닥모래입니다. 모두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고, 직접 매장에 찾아가서 살 수도 있습니다. 제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몰은 파라펫(parapet.co.kr)입니다. 다음 까페 집게발에 가시면 더 많은 인터넷 매장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주로 청계천 근처를 이용합니다. 지하철 1호선 동묘앞 역 1번출구로 나가면 수족관이 밀집한 곳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가재는 아무 곳에서나 구입하면 안되지만, 수조나 기타 물품은 아무 곳에서나 구입해도 마찬가지니 편한 곳에서 구입하시면 됩니다. 다음 까페 집게발에 가시면 자세한 약도가 있습니다.
어떤 인터넷 매장에서는 가재를 처음 키우는 분들을 위해 세트로 수조와 여과기와 바닥모래와 가재를 한꺼번에 배송해 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세트 상품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번거롭더라도 따로따로 따져가면서 구입하세요.
(2) 설명 및 가격
1) 수조는 여러가지 사이즈가 있습니다. 수조 사이즈를 이야기할 때 보통 <자>라는 단위로 이야기하는데 1자는 30센티미터입니다. 1자 반 수조라고 하면 길이가 45센티미터인 수조를 말합니다. 가재 사육을 위한 수조는 크기에 따라 2만 원에서 5만 원 정도입니다. 초보라면 너무 큰 어항을 구입하지 마세요. 1자 정도 되는 어항이 적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2) 여과기는 물이 썩지 않도록 수질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여과기는 종류가 다양한데, 대표적으로 <저면 여과기>와 <측면 여과기>가 있습니다. 바닥에 솟은 굴뚝에서 기포가 올라오는 장치가 바로 저면 여과기이고, 어항 측면에 빨판으로 붙여 놓은 네모난 무전기 같은 것이 측면 여과기입니다. 둘 중 하나만 사용해도 됩니다. 장단점이 있지만, 번거로운 걸 싫어하신다면 청소하기 편한 측면 여과기로 구입하시고, 조금 신경을 쓰실 각오가 되어 있다면 여과력이 뛰어난 저면 여과기를 구입하세요.
저면 여과기는 여과판 및 굴뚝, 에어펌프, 튜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바닥모래 아래에 여과판을 깔고 어항 외부에 있는 에어펌프에 튜브로 여과판을 연결시키면 됩니다(자세한 설치방법은 제품 설명서를 참조). 물이 바닥모래를 통과하면서 바닥모래에 형성된 박테리아가 물을 정화시키는 원리입니다. 가격은 모두 합쳐서 8천 원 내지 1만 원 정도입니다.
측면 여과기는 기계가 물을 흡입해서 배출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계 내부의 스펀지를 통과하게 됩니다. 스펀지에 박테리아가 형성되어 물이 정화되죠. 따라서 청소하실 때 스펀지를 수돗물에 씻으면 안됩니다. 박테리아가 죽기 때문입니다. 어항 물을 조금 떠서 스펀지를 씻어주세요. 가격은 7천 원에서 1만 5천 원까지 다양합니다.
3) 바닥모래(=바닥재)는 산호사나 흑사를 주로 사용합니다. 어느 것을 사용하시더라도 무방합니다. 1자 반 어항이라면 보통 포장되어서 유통되는 바닥재를 2봉지 정도 구입하시면 됩니다. (구입하시기 전에 꼭 매장에 전화하셔서 어항 크기를 말해 주시고 적정량을 문의하세요.) 한 봉지(4kg)에 3~4천 원입니다.
3. 가재 구입
(1) 가재를 지르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 물잡기
물을 잡는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박테리아를 형성시키는 작업입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어항에 여과기를 설치하고 바닥재를 깐 후, 수돗물을 채우고 여과기를 돌리면 됩니다. 그 상태를 3일에서 7일 정도 유지합니다. 한마디로 주인 없는 어항을 여과기를 가동시킨 상태로 방치하는 겁니다. 급한 마음에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생물을 투입하면 쇼크를 일으켜 돌연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족관에서 물갈이약을 구입해서 미리 투입하면 더욱 좋습니다.
(2) 가재 구입하는 방법
가재는 파라펫 등 온라인 매장에서 구입하여 배송받을 수도 있고, 직접 매장에 찾아가 골라서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배송의 경우 가재가 물과 함께 봉지에 담겨진 채로 스티로폼 박스에 고정되어 도착합니다. 당연히 배송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가져오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배송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태가 나쁜 녀석들이 온다거나 오면서 상하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 배송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오프라인으로 구입하신다면 개인적으로 청계천에 있는 <블루데저트>를 추천합니다. 동묘앞역 1번출구 쪽인데, 가는 길이 다소 복잡하므로 다음 까페 집게발에서 <청계 가는 법(동묘방향)>이라는 글을 참조하세요.
(3) 가재의 종류
애완용 가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합니다만, 일단 4가지만 추천하겠습니다. 사진 출처는 모두 다음 까페 집게발입니다. (회원님들이 사육중인 개체입니다.)
1) 스탠다드 블루얍비

- 총평 : 제가 가장 오래 키워 본 종입니다. 초보 시절이라서 환경도 열악하고 잘 해주지도 못했는데 1년을 넘게 살았던 만큼 생존력이 강합니다. 외관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좀 이상하지만 가재 중에서 얼굴이 잘생긴 편에 속합니다. 더듬이부터 꼬리 끝까지 모두 하늘색으로 일관되어 있습니다.
- 사육법 : 수온은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20~26도가 적당하다고 하는데 30도 가까이에서도 생존은 가능하다고 하네요. (적정온도와 생존온도는 다른데, 적정온도를 맞춰줘야 성장도 빠르고 먹이도 잘 먹습니다.) 수질에도 크게 예민하지 않습니다. 여과기 틀어주고 주기적으로 청소만 해주면 오케이. 제 경험으로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을 정도로 강합니다.
- 가격 : 2만 원 ~ 2만5천 원.
2) 레드 크로우

- 총평 : 싸고 튼튼하고 활발해서 초보자에게 가장 적합한 종. 수컷의 집게발에 붉은색 패치가 나타나므로 "레드 크로우"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가재는 개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활발한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이 대략 나눠져 있습니다. 레드 크로우는 매우 활발한 종에 속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스탠다드 블루얍비도 활동이 없는 편은 아니지만 레드 크로우만큼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가재 선택시 활동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격도 사워서 사냥도 잘 하는 편입니다. 발색은 스탠다드 블루얍비처럼 통일된 색이 아니고, 좀더 야성에 가까운 얼룩진 녹색이나 푸른색 계통입니다. 하늘색보다 아름답지는 않아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탈피를 하면서 발색 변화폭도 큰 편이어서 탈피를 기다리는 보람도 있습니다. 또한 대형종에 속해서 다 자라면 20~30센티미터에 달하는데 완전 성체를 "킹 레드 크로우"라고 부릅니다.
- 사육법 : 비교적 고수온에서 사는 종입니다. 28~29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온에서도 살 수는 있지만 성장이 느리다고 하네요. 이 종을 키우려면 히터를 따로 구입해야 합니다. 겨울에는 반드시 틀어줘야 하고, 다른 계절에도 가급적 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종도 튼튼한 편이어서 수질에 크게 예민하지는 않습니다.
- 가격 : 4~5천 원.
3) 기타 얍비류 (노멀 얍비, 블루 크로우)
<노멀 얍비>
<블루 크로우>
- 스탠다드 블루얍비는 노멀 얍비의 변종입니다. 노멀 얍비는 스탠다드와는 달리 발색이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푸른색을 띨 수도 있고 갈색이나 녹색 계통을 띨 수도 있습니다. 노멀 얍비는 레드 크로우와 비슷한 가격이며 강인하고 활동성이 좋아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 블루 크로우는 노멀 얍비보다는 발색이 고정되어 있지만 스탠다드보다는 다양성을 가지는 종입니다. 보통 푸른색 계열이 많지만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발색을 보입니다. 외양은 전체적으로 스탠다드와 매우 유사하며 가격도 스탠다드와 마찬가지로 다소 비쌉니다. 스탠다드와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종이라고 생각됩니다.
- 얍비류는 사육법이 위에서 설명한 스탠다드와 동일합니다.
4. 본격적인 사육
(1) 가재 사육의 기본 : 단독사육
- 가재는 단독사육이 원칙입니다. 수조 하나에 가재는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두 마리 이상이 있으면 서로 싸워서 다리가 잘리거나 심지어는 먹히기까지 합니다.
- 물론 두 마리 이상을 합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수조가 크거나, 쌍이 잡힌 암수여야 합니다. 수조가 2자 이상이 아니면 합사를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쌍이 잡혀서 포란까지 한 사이좋은 암수 가재라 하더라도 언제 관계가 돌변해서 서로 싸울지 모릅니다. 그러니 되도록 합사를 하지 않는 걸 권합니다.
(2) 합사생물
- 단독사육이라고 해서 다른 수중생물들도 투입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민물달팽이나 민물새우류는 수조를 청소해 주기 때문에 가재를 키울 경우 많이 합사합니다. 열대어도 많이 합사하는데, 가재가 사냥을 할 수 있으므로 너무 비싸거나 큰 열대어는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 민물달팽이로 많이 사랑받는 종은 "애플 스네일"입니다. 껍질이 노란 5백 원 동전 크기의 달팽이입니다. 물 속에서 생활하며, 벽에 붙은 이끼 등을 청소해 줍니다. 껍질이 있어 가재에게 공격당하지도 않고 비교적 오래 키울 수 있습니다. 가격은 마리당 5백 원에서 천 원 정도 합니다. 수조에 한 두 마리 넣어주면 관상용으로도 좋습니다.
- 민물새우 중에는 "생이새우"나 "체리새우"가 많이 합사됩니다. 보통 1자 반 어항에 10마리에서 30마리 정도 넣어서 가재와 함께 키웁니다. 활발하고 민첩해서, 다소 정적인 가재 수조에 활기를 줍니다. 청소용으로도 좋습니다. 가격은 생이새우의 경우 30마리에 3천 원 정도, 그리고 체리 새우는 10마리에 5천 원 정도입니다.
- 열대어는 주로 가격이 싼 "네온 테트라"를 가재와 많이 합사합니다. 가재는 사실 사냥능력이 좋지 않아서 밝을 때에는 열대어가 잘 잡히지 않지만, 어두울 때 수조 바닥에서 잠을 자는 습성이 있는 네온 테트라와 같은 녀석들은 야행성인 가재에게 많이 잡아먹힙니다. 네온 테트라와 같은 열대어를 생먹이로 일부러 대량 합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1자 반 어항에 10~50마리 정도 합사합니다. 가격은 3마리에 천 원 정도입니다. 대량으로 구입시에는 좀 더 싸게 구할 수도 있습니다.
- 그 밖에도 가재와 합사 가능한 여러 수중생물들이 있는데, 자기가 원하는 생물을 골라서 투입하는 것도 물생활의 묘미입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물을 합사시키면 수질이 나빠지고 산소가 부족해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3) 가재 먹이
- 가재는 잡식성이므로 기본적으로 무엇이든 먹을 수 있습니다. 가재에게 먹이를 줄 때 가장 중요한 건 "남기지 않을 만큼 주는 것"입니다. 가재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을 초과해서 주면 먹이가 남게 되어 수질을 매우 악화시킵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량을 주어도 괜찮습니다. 절대 먹이를 남기게 하지 맙시다.
- 가재는 한 번 배불리 먹으면 2주 정도 굶어도 생존합니다. 그러므로 먹이는 꼭 매일 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약간 배고픈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오히려 장기사육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먹이 반응이 별로 좋지 않으면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말고 며칠 굶긴 다음에 먹이를 줍시다.
- 흔히 구할 수 있는 가재 먹이로는 1) 열대어용 비트, 2) 냉동장구벌레, 3) 당근조각, 4) 마른 멸치 등이 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가재 전용 먹이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가재 전용 먹이는 알이 굵고 침강성이 좋아서 바로 가라앉는데 그런 먹이가 가재들이 찾아서 먹기에 좋습니다. 한 가지를 계속 주기보다는 여러가지 먹이를 번갈아 가면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열대어용 비트는 잘 가라앉지 않고 또 가재가 찾기 전에 열대어들이 먼저 다 먹어버리기 때문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냉동장구벌레는 가재들이 아주 좋아하는데, 주식으로 주면 수질이 나빠지므로 가끔 영양식으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당근은 특히 가재의 발색을 좋게 하는 먹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재들이 그렇게 좋아하진 않으므로 당근 역시 가끔씩만 주는 것이 좋습니다. 마른 멸치는 가재에게 꼭 필요한 칼슘을 보충해 주므로 아주 좋은 먹이입니다. 큰 멸치보다는 작은 멸치가 남기지 않고 먹이기에 좋습니다.
5. 마치며
가재를 키우는 건 쉽기도 하고 여럽기도 합니다. 환경만 잘 맞으면 별로 신경을 씨지 않아도 알아서 잘 크는 것이 가재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유없이 시름시름 앓는다던가 거식증에 걸린다던가 탈피하다가 껍질에 걸려서 죽는 등, 각종 돌연사를 잘 일으키는 것도 가재입니다. 처음 가재 사육을 시작하신다면 최대한 지식을 모아 정성으로 보살펴 주시고, 설령 가재가 금방 죽더라도 너무 좌절하지는 마세요.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재를 몇 마리 잃어보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경험이 쌓이지 않습니다. 그것이 거름이 되어서 다음에 만나는 가재에게 더 잘 해주게 된다면 죽은 가재들도 제 몫을 충분히 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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