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클래식의 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탁월함
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일반인 내지는 문외한으로서 클래식을 좋게 보고 그 유익을 누렸던 경험을 토대로 일종의 비유로써 쓴 글이니 혹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예전에 몸이 이상해서 병원에 응급으로 입원하던 중 어느 간호사를 통해 클래식의 힘을 알게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병실 환경이 너무 낯설고 잠이 너무 안 와서 간호사에게 수면제를 요구했습니다. 간호사 왈 긴급 시술이 저에게 시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면제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냥 눈을 감고 있으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잠이 안 와서 내가 너무 고생을 하니까 간호사 왈 클래식 음악을 틀어 주겠다고 하였고 뜻도 절도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고 잠이 올락 말락 나른해졌습니다.
간호사가 나에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 것을 본 어느 할머니 환자가 자신의 핸드폰으로 뽕짝을 틀어서 3인이 1실(집중치료실로 남녀 함께 수용)인 곳에 트로트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자 간호사가 그 할머니의 뽕짝 재생을 중단시켰습니다. 그러니 할머니가 이의를 제기하며 왜 클래식은 되고 뽕짝은 안 되느냐?고 따졌습니다. 간호사 왈 트로트의 구슬프고 경쾌한 멜로디는 수면을 방해하고 병원이 허용한 클래식은 심신을 안정시키고 잠이 오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아? 이게 클래식의 힘이구나!
그게 건전한 클래식이라면 아마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하 WCF)이 클래식에, 개혁주의 클래식에 비유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저는 애절한 홍콩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홍콩이 속한 광동성(廣東省)은 영어로 Canton이고 ‘광동의’·‘광동어’(語)는 Cantonese입니다. 제가 과거에 홍콩 형님으로 모시던 유덕화·곽부성 등이 부르던 애절하고 비장한 노래들을 영어로 Cantonese pop이라고 합니다. 짧게 줄여 Cantopop인데요. 가슴이 뻐근하고 저려오게 하는 애절함이 있어서 잠이 들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제가 Cantopop을 줄이고 클래식 음악을 듣습니다. 지루하고 건조해도 내 심신에 안정과 유익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의 최애 개혁주의 클래식 중 하나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WCF)입니다. 그 효능에 대한 소개를 한번 볼까요?
이처럼 이 신앙고백은 이단 사상의 발흥과 논박의 과정을 시대적 순서에 따라 정확하게 다루는 교과서는 아닐지라도 교회사를 염두에 두고 이단 사상들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고려해 적절한 순서에 따라 교리적으로 신중하게 처리하고 있다. 인간 정신은 늘 동일하기 때문에 과거에 불거졌던 오류가 마치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거나 무시되어 온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이 신앙고백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과거에 존재했던 이단 사상을 다루고 있는 관계로, 그런 이단사상이 다시 고개를 쳐들지 못하도록 가로막거나 최소한 싹을 틔워 열매를 맺지 못하도록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탁월함은 사고와 언어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다는 사실에서 또 한 번 확인된다.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이유는 당시의 뛰어난 목회자들의 정신적 훈련 수준이 그만큼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논증을 삼단논법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익숙했고, 모든 용어를 극도로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했다. 이 신앙고백에 수록된 신앙의 명제들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언어가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버트 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해설』(생명의말씀사), 3%. |
위에 줄친 부분 중심으로 잘 읽어 보세요. 이 개혁주의 클래식의 1차 효과는 바른 진리를 알게 하는 것이고요. 2차적·부수적 효과는 이단의 싹을 저지하는 것입니다. 바른 진리를 알면 이단이 물러갑니다. 이는 빛이 임할 때 어둠이 물러가는 것과 마찬가지의 현상입니다.
ps) 혹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WCF) 해설서를 보다가 해설 때문에 어려운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해설은 나중으로 미루고, 본문과 본문에 엮어져 있는 성경구절만 먼저 보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개혁주의 클래식에 비유하셨는데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작성에 관여했던 분들의 정신적인 능력과 훈련이 탁월했기 때문에 사용된 용어와 개념들을 정확하게 써서 성경의 진리를 잘 담아낼 수 있었고, 아울러 과거에 있어 왔던 이단 사상을 교회사적으로 다루면서 교리적으로 이단 사상을 방지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는군요.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교롭게도 신비주의나 이단으로 갈수록 클래식과 거리가 먼 트로트•유행가 등을 응용한 이상한 음악을 교회에서 사용하더군요.
정통교단에 속했지만 특정 교회 한곳만 이단 시비에 걸린 이상한 교회를 보면요. 기도실에 구슬픈 트로트 풍의 색소폰 찬송가를 거의 하루 종일 틀어 놓더군요.
음악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음악치료 같은 것도 있나 봅니다. 그런 면에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음악치료 용으로 쓰이는 클래식에 비유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장코뱅 예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교회들에 들어온 현대 음악들을 잘 분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미국 교회들이 경건의 능력이 떨어지니까 교회음악이 세속화되고 그 영향들을 고스란히 한국 교회가 답습하고 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모든 것에는 절제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무분별하게 각종 복음성가들이 난무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틈틈이 읽어야겠습니다.
네, 님처럼 신학을 잘 아는 분도 기본기 유지를 위해 계속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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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댓글에 감사합니다.
그 당시의 청년부 목사님이 모범적으로 하신 것 같아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단순 명료한 법조문처럼 되어 있는데요. 자칫 장황한 설명을 해주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초신자는 해설을 잠시 치우고, 법조문처럼 된 본문과 본문에 딸린 성경구절만을 읽고 넘어가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먼저 그렇게 하고 난 후에 여력이 되면 해설을 읽는 것이지요.
잘 보았습니다. 위의 분이 말씀 하셨듯이 웨민은 교과서 같은 책입니다. 초보자나 전문가나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합니다. 기본 베이스가 탄탄한 것이 신앙의 자세라고 봅니다. 특이하고 야릇한 것보다는 오래되고 검증받은 클래식을 보는 것이 현 시대의 기독교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와 진짜 이참에 하나 쉬운 걸로 구입해 봐야겠네요
쉬운 것보다는 정확한 것을 구해야겠지요. 영어 네이티브이며,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목사인 로버트 쇼의 것을 추천합니다. 그와 관련, 아마 다윗님이 예전에 아래 게시물을 보셨을 겁니다.
https://m.cafe.daum.net/1107/YcL1/3?svc=cafeapp
@장코뱅 번역의 질이 어떤지 여쭤봐도 될까요? 번역서를 보다보면 너무 힘들 때가 많아서요 ㅠㅠ
@다윗을 닮자 비교적 정확한 편입니다. 늦게 나온 책일수록 교정이 많이 되어 있지요.
이상적•이론적으로 보면 영문원서를 보시면 좋기는 한데요. 사전 찾고 개념 terminology 찾다보면 그 시간과 수고가 엄청날 것이고요. concept와 terminology 학습 없는 상태에서 원서를 보면 그 위험성도 의외로 클 수 있습니다.